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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자연스레 썸 타는 사람, 썸 한 번을 못 타는 사람의 차이는?

by 무한 2017. 5. 17.

자신은 썸 한 번을 못 타고 있는데, 매뉴얼엔 자꾸 썸남썸녀의 이야기나 커플이야기만 나와 소외감을 느낀다는 솔로부대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아니 나도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데, ‘썸못남녀(썸을 못 타는 남자여자)’의 사연엔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과 무거운 신세한탄이 주를 이룬 까닭에 매뉴얼로 발행하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연애와 관련된 얘기만 해도 된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사연엔 거기 엮인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에, 하나를 말하기 위해서 아홉 가지를 더 말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서 연애 얘기가 아닌 ‘천오백자생활상담’이란 카테고리도 만들어 놓곤, 거기다 글을 올릴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사연자가 특정될 수도 있고, 공개된 곳에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적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으며, 그렇다고 뭉뚱그려 이야기하자니 별 도움도 안 될 것 같아 쓰다 말다하며 임시저장만 해두었다.

 

여하튼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방치만 하면 우린 영영 답을 함께 못 살펴볼 수 있으니, 오늘은 그 중 ‘썸’과 관련된 부분만 가져다가, 썸을 어렵지 않게 타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차이점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출발!

 

 

1. 타인과 접하는 창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동선에 누군가를 새로 만나게 될 기회가 놓여있지 않다면 동선을 바꾸거나 늘리는 게 우선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 운전면허 따러 학원 다니다 만남.

- 알파고 이슈일 때 바둑학원 갔다가 만남.

- 같은 나이, 띠 모임에 가입해 오프모임 나갔다가 만남.

- 종교모임 청년부에서 만남.

- 여행 갔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남.

- 도서관에 책 보러 갔다가 만남.

-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갔다가 만남.

-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갔다가 만남.

- 인터넷 카페에서 직구 진행해주다가 만남.

- 주기적으로 안양천 산책하다가 만남.

- 애완동물 병원 데리고 갔다가 만남.

 

등의 접점이 있는데, 내게 도착한 썸못남녀의 사연을 보면 저런 접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저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까닭에 그냥 지극히 그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하다가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아래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여하튼 ‘남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누굴 만나 썸을 타냐’는 질문에 내가 저렇게나 많은 예시를 적어 두었으니, 일단 좀 움직이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접점을 만들길 권한다.

 

 

2. 생각과 구경만 하느냐, 끼어드느냐.

 

이 부분은,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지나치고 말 수 있는 걸, ‘저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난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만 받고 나오는 게 아니라 스케일링을 해준 분에게 안 아프게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들과의 모임에 나갔는데 그 테이블에 고기 굽는 사람이 없다면 망설임 없이 내가 집게 들고 굽기도 하며, 장시간 오래 함께 있어야 하는데 누가 추워 보이면 내가 갖고 있던 핫팩을 주기도 한다. 여행을 갈 때에도 현지에서 자주 마주하거나 도움을 받게 되는 사람에게 건넬 마스크팩이나 군것질거리를 챙기기도 하고, 동네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을 인솔하다 따로 떨어져 사고가 날 것 같은 아이가 보이면 곧바로 달려가 도와주기도 한다.

 

물론 시간, 장소, 상황 고려하며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상황에 적극적으로 끼어들며 다음에 다시 마주치더라도 상대의 눈에 띄거나 둘 사이에 미세한 친분이 느껴지는 듯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어렵지 않게 썸을 타는 사람들 중엔 누군가가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라도 가려 막 뛰려할 때 자기 우산을 씌워주기도 하던데, 썸 타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모든 순간에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그저 구경만 하고 있거나 속으로만 여러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행인1’, ‘승객1’, ‘학원생1’, ‘손님1’의 역할을 벗어나 한 사람, 한 이성, 한 은인, 한 오지라퍼(응?)가 되진 못한다.

 

이 매뉴얼이 특정 나이대의 대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이십대 초반부터 삼심대 후반, 많게는 사십대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또 각각의 성격과 상황이 다 다른 까닭에 딱 어느 상황에선 무엇을 어찌하는 게 좋다는 절대적인 답을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생각과 구경만 하고 있으면 모든 일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날 뿐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썸은 대개 일단 뭔가를 저지른 후 그걸 더 진행하거나 수습하는 과정에서 타게 된다는 것을 적어두도록 하겠다.

 

 

3. 겉핥기식 대화의 선을 넘는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

 

난 언젠가 해외여행을 앞두고, 영어로 대화를 좀 해보고 싶어 외국인과 영어채팅을 한 적 있다. 난 누구와 대화를 하게 되든 다정한 태도로 성심성의껏 대화를 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타가 느린데다 문장을 바로바로 떠올려내지 못하니 상대들은 금방 대화방은 나가버리고 말았다.

 

하긴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내가 외국인과 한국말로 대화하는데 외국인이 100타를 넘지 못하는 속도로

 

“지금 제가 한 말이 맞습니까?”

“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것입니까?”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나도 5분 내로 퇴장할 것 같긴 하다.

 

바로 저 지점에 대한 얘기다. 이쪽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을 해가며 말을 해야 하거나, 가까운 사이에서는 생략하기도 하는 형식적이고 의식적인 말들만 길게 늘어놓고 있으면 둘의 대화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되고 만다.

 

자연스레 썸 타는 사람들의 대화를 보면 일주일만 대화를 나눠도 상대의 동선을 파악하고 선호하는 음식이나 대략의 친구관계를 파악하는데, 썸 타는 걸 어려워하는 대원들의 대화를 보면 알게 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요. 얼른 집에 가서 푹 쉬세요.”

“고기 좋아하세요?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시면 고기 먹으러 갈까요?”

“친구 집에서 잔다니 친한 친구인가 봐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대체 왜 저런 이야기만 하는지를 물으면 ‘부담주지 않으려고’라든가 ‘천천히 다가가느라’라는 이유를 꺼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래버리면 ‘천천히’라는 목적은 달성하겠지만 지겹고, 지루하고, 재미없어지고 만다는 치명적 문제가 생긴다. 내가 솔로부대원이며 여행 다녀오는 길에 호감 가는 승무원을 만나 ‘기내식 곱빼기는 없나요?’라는 드립 쳐가며 친해졌는데, 이후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 장거리 비행 끝나고 한국 들어왔다는 그녀에게

 

“장거리라 힘드셨죠? 얼른 집에 가서 푹 쉬시고 시차적응 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뭔가 진행될 것 같은 사이’에서 ‘웃긴 드립친 적 있지만 지금은 재미없는 승객’으로 곧장 분류가 옮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굳이 이쪽에서 반복적으로 말하거나 물어보지 않더라도 상대는 배고프면 밥 먹을 것이고, 졸리면 잘 것이며, 피곤하면 쉴 것이다. 그러니 그 ‘안부’와 관련된 걸 주제로 삼아 그 얘기만 한 뒤 금방 발 빼곤 다시 ‘다음 안부’를 물을 준비만하지 말고, 안부인사는 대화의 문을 여는 노크라고 생각한 뒤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 대화하길 권한다.

 

 

서두에서 말했듯 내게 도착하는 사연은, 이번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것들을 ‘못 하게 된 이유’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격형성에 대한 문제라든지 성장환경에 대한 문제, 과거의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 문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쨌든 지금이라도 ‘문제와 원인’을 알았다면 전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상황도 바뀌는 거지, 불평과 하소연과 신세한탄만 하고 있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않겠는가.

 

무슨 달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며, 그냥 아주 기본적인 선만 넘으면 되는 일이다. 영어로 치자면 미드 자막 없이 보며 영어로 글을 척척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락하게 된 미국사람에게 좋아하는 영화 묻고 그 영화가 왜 좋았는지, 나도 그 영화를 봤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단 얘기다. 관사 빼먹어도 되고 복수 신경 안 써도 되며 그냥 단어만이라도 얼른얼른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며 리액션 해주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

 

난 일본어 까막눈인 까닭에 일본에 가도 쇼핑을 해도 이게 치약인지, 세안제인지 구별을 못했으며 쿠키라는 건지 젤리라는 건지도 구분을 못했다. 그래서 한 몇 년 그 에피소드만 가지고 하소연을 하다가, 하도 답답해 지난주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외웠을 뿐인데도 일단 대부분 ‘읽을 수는’ 있기에 만족하는 중이다.

 

몇 년 불평만 하던 게 이처럼 일주일 바짝 들여다 본 것으로 속 시원히 해결될 수 있으니, 그대도 연애와 관련해 속으로만 기대하고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움직여 보길 바란다. 그럼 분명 많은 것이 바뀔 것이며, 남들 얘기인 줄 알았던 썸도 그대 앞에 펼쳐질 테니 말이다.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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