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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여자가 먼저 고백하기를 권하고 싶지 않은 세 가지 상황

by 무한 2017. 6. 16.

‘여자가 먼저 고백’이라는 고민이 담긴 사연들을 보면 대개

 

-여자가 먼저 고백한다는 행위

 

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행위 자체로는 문제될 게 없다. 두 사람에게 오늘 저녁 만나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라면, 누가 먼저 저녁 같이 먹자고 말을 꺼내든 그것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잖은가.

 

중요한 건 ‘행위’가 아니라 ‘상황’이다. 상대에겐 이쪽과 밥을 먹을 생각이 없는데 이쪽이 밥 먹자는 얘기를 꺼내면 거절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상대에게 이쪽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없다면 고백에 대한 대답은 거절일 수 있다. 그러니 이걸 두고 그저 ‘여자가 먼저 고백해서 잘못된 것’이란 단순결론을 내리진 말자. 가슴 아픈 얘기일 수 있겠지만, 안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안 되었을 뿐이다.

 

그럼 이런 ‘안 될 가능성’이 높은 관계는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 걸까? 빈속에 커피만 마시고도 힘을 내서 그대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노력하는 친절한 무한씨가,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세 가지 상황을 오늘 그대를 위해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아 속 쓰려.

 

 

1.밖에서 단둘이 만나기도 버거운 상황일 때

 

난 이 소제목을 사실 ‘단둘이 만난 적이 세 번 미만일 때’라고 하려 했는데, 이렇게 적어 놓으면

 

“전 트레이너에게 고백할 생각인데, PT받으며 단둘이 있었던 것도 카운팅 되는 건가요? 주 2회씩 세 번 봤으니 여섯 번인데, 그럼 전 여섯 번 만난 걸로 쳐도 되는 거죠?”

 

라며 꼼수를 부리는 대원들이 종종 있기에 소제목을 바꿨다. 잠깐만,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또 어떻게든 꼼수를 부려 ‘전 경우가 다르지요? 고백해도 되는 상황인 거죠?’라고 묻는 대원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 아예

 

-상대에게 선연락이 오기도 하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연락하는 사이

-최근 한 달간 적어도 세 번 이상 밖에서 얼굴을 본 사이

-이번 주말에 닭갈비 먹으러 가자고 하면 긍정적인 답이 올 사이

 

정도로 확실하게 해두자.

 

이거 내가 일부러 고백 못 하도록 막 원천봉쇄를 하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저 정도는 되어야 두 사람이 이 관계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으며, 요즘 말로 ‘썸’이라 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남성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서

 

“고백이 축구에서의 슈팅이라면, 제발 중앙선은 좀 넘어가서 슛을 날리세요. 내 진영에서 이제 막 공 잡았는데, 거기서 급한 마음으로 장거리 슛 날리지 마시고요.”

 

라며 했던 이야기가, 먼저 고백할 준비 중인 여성대원들에게도 해당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연락을 해도 서로 할 말이 없어 일찍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거나, 밖에서 단둘이 보면 어색할 것 같아 만나자는 말을 꺼낼 엄두가 안 난다거나, 아직 상대의 가족관계나 직업, 생일도 자세히 모르는 관계라면, ‘여자가 먼저 고백’에 대한 고민은 내려두고 좀 더 친해지는 걸 목표로 삼길 권해주고 싶다.

 

 

2.과거 썸 발굴로 ‘나 좋아했던 남자’를 찾은 상황일 때.

 

새로 만나게 되는 이성도 없고 소개팅 부탁도 더는 할 수 없는 연애의 흉년이 찾아왔을 땐, 과거에 뭔가 될 듯하다가 말라비틀어졌거나 그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과거 썸, 과거 연애 발굴’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매뉴얼도

 

-과거 썸남과 다시 연락이 닿았는데 예전 같지 않아요. 제가 먼저 고백이라도 해볼까요?

 

라고 묻는 모 여성대원 때문에 작성하게 되었다. 그녀의 썸남은 과거에

 

“만나자, 예쁘다, 뭐 하냐, 네 생각이 났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어느 지역에서 유명한 특산품까지를 사다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선 연락 없음

-이쪽에서 먼저 얼굴 보자고 해서 만나기도 했는데, 이후 반응 없음

-옛날에 같이 하자고 했던 거 이쪽이 지금 하자고 운 띄워도, 그냥 흐지부지 됨

 

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예전엔 그러게 만나자고 하고 연락하던 상대가, 지금은 두 사람이 공통으로 아는 지인의 경조사에 참석했다가도 남처럼 그냥 인사만 하곤 집에 돌아가 버리게 되었고 말이다.

 

‘여자가 먼저 고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 상황이 급변해 다시 상대가 전처럼 구애하게 되는 거라면 나도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고백하길 권하겠다. 하지만 여기엔 ‘과거 썸’의 과정에서 이쪽이 상대에게 모질게 굴었던 것, 더불어 다시 연락하게 되었을 때에도 ‘다시 얼굴만 보게 되어도 예전처럼 내게 들이대겠지’하는 생각으로 상대를 대했던 것 등이 작용한 까닭에, 지금 고백을 해봐야 그 결과는 부정적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은 내게

 

“제가 너무 느닷없이 고백을 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상대의 마음은 아직 제게 있는 걸까요?”

 

라는 질문을 했는데, 난 과거에 그가 가졌던 이쪽에 대한 호감과 애정은 이미 그 유효기간이 다했으며 이쪽에서도 그걸 확실히 알 수 있기에 염려가 될 때엔, 고백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누군가가 내게 보이는 호감이나 애정을 당시엔 팽개쳐두었다가 나중에 아쉬워졌을 때 다시 작동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니, ‘내게 다시 열정적으로 들이대길’ 바라는 목적으로 고백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3. 얼른 연애로 이어지지 않아 짜증이 나고 화가 났을 때.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여자인 내가 먼저 고백하려 한다’고 말하는 대원들 중엔 분노나 짜증을 가득 품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난 이런 일이

 

상대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 상대와 얼른 연애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벌어진다 생각하는데, 여하튼 이 대원들은 빨리 연애가 시작되지 않으면 상대에게

 

“근데 오빠, 오빠는 심심할 때에만 나한테 연락하는 것 같네요?”

 

라는 이야기까지를 해버리곤 한다. 진짜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을 땐 상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나선, 나중에 상대가 연락을 해오자 저런 이야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빨리 연애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상대를 삐딱하게 바라보거나 상대에게 엉망으로 굴면, 멀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 된다. 만났을 때에도 상대는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알아가 보고자 여러 이야기들을 꺼낸 것인데, 그것에 대해 그냥 답답하게 생각하며 내게

 

“썸타는 것 다운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그것 말고 그냥 자기 관심사나 좋아하는 것들 얘기,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 얘기를 해요. 이런 게 정상인가요?”

 

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라면, 이 관계가 연애로 이어질 확률이 낮아지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난 몇 년 전 J씨와 알게 되었고 그와 자전거를 몇 번 탔는데, 당시 잠깐 일을 쉬고 있었던 J씨는 라이딩에 맛이 들려선 하루가 멀다하며 내게 자전거를 타자고 했다. 난 처음 몇 번은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게 즐거웠지만, 나중엔 내 할 일도 해야 하는데 J씨가 자꾸 연락을 해서 자전거를 타자고 하니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안 되겠다며 몇 번 거절을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J씨는 마치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서운함과 실망을 드러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난 J씨가 ‘나랑 자전거 타는 것’이 좋아서 내게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같이 탈 사람이 없어서’ 내게 연락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나서 자전거를 탈 때에도 그가 처음과 달리 ‘왜 이렇게 일찍 들어가려고 하냐. 좀 더 타자’, ‘어디어디까지 다녀오자’, ‘내일도 같이 탈 수 있냐’고 묻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그래서 한 달 내내 핑계를 대며 거절했고, 그렇게 우린 자연히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고백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쪽이 바로 저 J씨와 같은 태도를 보인 까닭에 상대의 마음이 점점 뜨고 있는 것 같아서는 아닌지 돌아보길 권한다.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다. 이제 나도 밥을 먹으러 가야지.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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