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수희양이 너무 많은 남자사람친구와 어울린 나머지 남자남자 해진 까닭에, 상대와 ‘미묘한 기운이 흐르는 사이’로 발전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수희양은
“저 남사친도 많고 해서 이 친구와 친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성적으로 잘해보고 싶은 건데, 다가가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질 않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수희양의 그 ‘다가감의 방법’이라는 게
-나 너보다 주량 세다.
-롤(게임 이름)하자.
-어제 내가 톡 보냈네? 아…. 술 끊어야지….
인 까닭에 난 솔직히 뚜렷한 해결책이 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비유하자면 초중고 12년 내내 축구부로 활동한 사람이 미대에 가고 싶다며 자기소개서 쓰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느낌인데, 여하튼 그렇다고 또 수희양의 부탁을 모른 척 할 순 없으니 ‘난감한 부분들’에 대해 좀 말해보자. 출발.
1. 술자리에서 옆 자리도 비워 놨는데 제 옆에 안 앉아요.
내 생각에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첫째는 수희양이 ‘주량 배틀’을 뜨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수희양 옆에 앉을 경우
-나보다 술 못 먹냐고 도발한 뒤 배틀 뜨기.
-이후 경쟁자와 수희양 둘 다 죽음.
-나머지 사람들이 수습. 수희양은 발차기 시전.
이라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위험한 일이 생기는 걸 사전에 방지하고자 피할 수 있다.
둘째는 수희양이 남자를 대하는 방식이, 그냥 좀 남자 같기 때문이다. 카톡대화만 봐도 수희양은
“ㅋㅋㅋ 아 이제 어그로 안 끌어야지.”
“아 겁나 웃기네. ㅋㅋㅋㅋ”
“담에 다이다이 함 가자.(술 배틀 뜨자는 뜻)”
등의 멘트를 사용하는 걸 알 수 있는데, 속마음은 분명 그렇지 않으면서 ‘털털하고 쿨한 척’을 하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 재미도 감동도 의미도 없는 대화가 되곤 한다. 그냥 막 툭툭 치며 이야기 하듯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말이다.
반면 상대가 앉았다는 ‘다른 여자애들 있는 테이블’을 보면, 거기선 ‘하하호호’가 가능하다. 수희양과는 ‘엌ㅋㅋㅋㅋㅋㅋ’만이 가능하지만 말이다. 이게 뭐 ‘남사친(남자사람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지낼 때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주는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심남이(관심 가는 남자)’에게 그래버리면 ‘이성으로 느껴질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두자.
2. 여지를 남겨도 왜 같이 술 먹자고 안 하죠?
그건, 수희양이 진짜 죽일 것 같으니까. 술자리의 목적은 가볍게 한 잔 하면서 대화하고 뭐 그런 건데, 수희양은 쭉!쭉쭉쭉! 술이 들어간다 할 것 같으니까….
입장을 바꿔서, 수희양이 있는 모임에 A라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술자리에서 종종 필름이 끊기며 술 마시곤 막 사람들에게 침을 뱉는다고 해보자. A가 수희양에게
“나 소주 세 병까지 끄떡없음. 함 보여줄까?”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수희양은 그걸
‘나 너에게 관심이 있는데 언제 같이 술 마실까?’
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는가? 그것보다는, 술 마시고 싶은데 계기가 없으니 계기를 좀 만들려고 하는 얘기거나, 아니면 진짜 주량 자랑하려 한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너무 맘속으로만 뭔가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나 역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어느 모임에 갔을 때 앉는 순서라든가, 아니면 노래방에서 누가 선곡을 한 것에 대해서까지 ‘왜 하필 저 노래를 택했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이쪽에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별 뜻 없이’ 이루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으며, 원하는 게 있으면 이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야지 상대가 내 기대대로 움직여주길 바라고만 있으면 곤란하다. 수희양과 내가 같은 모임에 있으며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거기서 내가 늦게 온 수희양에게
“사단장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부대차렷.”
이라며 농이라도 하나 던져야 알은척이 되는 거지, 저쪽 끝 테이블에 앉아서 관심 안 두고 있는 척 하며 내 옆에 앉나 안 앉나만 지켜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기대를 해야지, 기대만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것 역시 기억해 두자.
3. 호감 있으면 단답 안 하겠죠? ‘ㅂㅂ’ 같은 거.
아니 그러니까 이게, 친해지고 싶어서 계속 먼저 선톡하고 하는데 별로 설렘설렘의 분위기도 안 나고 하니 좀 서글퍼지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그건 위에서 말했던 부분들이 작용을 하는 게 큰 이유가 되어서 그런 거지, 상대가 수희양을 완전 싫어하는데 귀찮게 자꾸 말 걸고 민폐를 끼쳐서 그러는 건 결코 아니다.
작은 것에 서운해 하고 실망만 하지 말고 크게 바라보자. 상대가 수희양에게 ‘ㅂㅂ(바이바이)’라고 이야기 한 날 둘은 거의 세 시간을 대화했다. 새벽 1시 44분이면 당연히 졸릴 시간이 잔다며 간 건데, 그걸 문제 삼을 순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그는 ‘ㅂㅂ’라고 뜬금없이 이야기 한 후 나가버린 것도 아니고, 위에 세 줄이나 더 이야기를 했다. 다음번엔 뭘 어찌어찌 말한 뒤 끝인사를 하고 나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 대화가 ‘게임얘기 하다 놀리기까지 하는 여자애의 수다를 다 받아준 것’이라는 베풂에 가까운데, 그것에 대해 수희양은 “호감이 있으면 마지막 말이 저렇지 않겠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 기대가 채워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어떤 관계를 두고 ‘호감이 있으면 이 정도만 하진 않았겠지?(더 잘 했겠지?)’라고 자꾸 판단할 경우, 결국 모든 걸 상대가 알아서 표현하고 알아서 베풀기만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수희양은
“그간 대부분은 남자가 구애해서 연애를 시작함. 쌍방 호감을 느껴 시작한 경우에도 약속 잡기 쉽고 자주 볼 수 있었음.”
이라고 했는데,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예전엔 그냥 “야 뭐하자.”라고만 해도 상대들이 알아서 리액션 해주고 호의를 보여 왔기에 그것에 익숙해진 것 같은데, 그렇게 연애를 시작할 경우 얼마간은 즐거울 수 있지만 속마음과는 다른 연기를 하며 만나는 것에 수희양도 지칠 수 있으니, 이 기회에 투박함을 조금 줄이고 진심을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연애할 때의 수희양의 태도가 어떤지는 자료가 없어 모르겠는데, 혹 연애할 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애인모드’가 되어 오글거리는 말도 잘 하는 편이라면, 남자를 너무 그렇게 ‘남사친’과 ‘남친’으로 구별한 뒤 극단적으로 다르게 대하진 말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수희양의 성향에 맞지 않는데도 일부러 ‘소녀소녀 모드’가 되어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다고 일부러 투박한 사내아이 같은 모습만을 보이며 진심을 말도 못해선 안 되는 것이니, 수희양이 사연 신청서에 쓴 진심 중 10%라도 상대에게 표현하길 권한다. 내가 우리 동네 맥도널드에 전화해서
“거기 24시간 하나요?”
라는 것만 물어 놓고는
‘24시간 영업한다는 대답만 하고는 저녁에 올 거냐고 묻지 않네…. 24시간 하냐고 물어봤으면 저녁이든 새벽이든 방문할 거라는 걸 대부분 알지 않나?’
하고 있으면 답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언제 보자는, 아니면 어디서 같이 뭐 먹자는, 말이라도 꺼내보자. 그리고 지금처럼 무슨 빵 좋아하냐고, 그 빵 사주겠다고 말해놓고 안 사주면 사람 놀리는 일이 될 수 있으니, 빵도 꼭 사주길 바란다. 아, 근데 더우니까 빵만 먹지 말고 빙수도 같이 먹길!
▼한 여름, 썸은 팥빙수를 같이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두 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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