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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알바 중인 곳의 정직원 그녀와의 썸, 망해가다 기회가 다시 왔어요

by 무한 2017. 6. 28.

성준씨를 기죽이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건, 이 사연에 대해 얘길 하려면

 

-사회에선 나이 같고 친해졌다고 해서 다 친구가 되는 거 아니고, 사람들이 꼭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하는 얘기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성준씨가 지금은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 당장은 거기서 알바를 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이후 준비가 다 되면 그곳보다 대우 좋은 곳에 채용될 수 있으니, 내가 그것까지를 감안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거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렇게 안전장치를 3중으로 걸어두고 시작하는 이유는, 이제 막 사회에 발 디딘 성준씨는 이걸 ‘학창시절의 연속’이란 느낌으로 그녀와의 관계를 ‘학원에서 만난 다른 학교 여학생’정도로 생각하는데, 상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모른다면 아무리 열심히 들이대 봐야 훗날 지붕 쳐다보게 될 일만 벌어질 수 있어 하는 얘기니, 나랑 머리를 맞대고 상대에 대해 찬찬히 다시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읽어주었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내가 성준씨였다면 이미 다섯 차례 정도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그녀가 하는 말들 중엔

 

-난 정직원이고, 너는 알바잖아.

 

라는 뉘앙스를 담은 말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일 불평 후)근데 내가 알바 분에게 왜 이런 얘기를….”

“그 분은 그냥 알바잖아요.”

“저 원래 알바들한테 일 잘 안 시켜요.”

“정직원들 출근 안 하는데 알바들만 나올 순 없잖아요.”

 

여린마음동호회장인 나라면 저런 얘기를 듣고는 베개를 눈물로 적셨을 텐데, 성준씨는 복근이 단단한지

 

“저를 알바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라고 생각해요. 저도 희정씨 직원으로 생각 안 하고 친구라고 생각해서 이런 얘기들 하는 거예요.”

 

라는 말로 저런 이야기를 받기도 했다. 그녀가 다른 ‘알바’들에 대해서는 저렇게 생각하지만 성준씨와는 개인톡을 나누고 있으니, 단순하게 ‘친구’의 느낌인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친구’라는 느낌을 받은 게 전부 성준씨의 착각인 건 아니다. 그녀도 이직 얘기를 할 때나 시험 준비 얘기를 할 때에는 성준씨를 친구 대하듯 대한 적이 분명 있다. 그런데 그렇게 털어 놓은 이야기에 대해 성준씨가 조언을 해주려 하거나 자신의 일을 예로 들어 위로를 해주려 할 때면, 무언가가 그녀의 ‘속물적 판단 스위치’를 건드렸는지 ‘난 정직원이고 넌 알바잖아’의 태도가 고개를 들었다.

 

결정적인 사건 세 가지는,

 

-그녀를 친구라 생각해 알바생 사이의 갈등을 그녀에게 털어 놓은 것

-은근슬쩍 말 놓은 뒤 이렇게 말하는 게 편하니 말 놓자고 한 것

-업무시간 중 카톡한 것을 지적하자 ‘너도 하잖아’라며 장난친 것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그게, 그녀에겐 ‘직장을 옮기려 한다’는 것과 ‘알바자리를 옮기려한다’는 것이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녀가 예의상 편을 들어준 까닭에 성준씨는 말을 놓아가며 뒷담화를 늘어놓았는데, 그녀가 한 리액션을 차가운 눈으로 다시 보면 ‘어차피 거긴 알바생들이라 길게 볼 것도 아닌데 뭐 그런 걸 가지고….’라는 걸 알 수 있다.

 

성준씨가 은근슬쩍 말을 놓은 뒤 ‘이게 편하니 회사에서는 존대를 하더라도 우리끼리 대화할 땐 말 놓자’고 한 것에 대해서도, 그녀는 ‘전 서로 존대했으면 좋겠네요’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업무시간에 성준씨가 톡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그녀는 ‘왜 업무시간에 카톡을 하냐’고 살짝 정색하며 지적했던 건데, 성준씨는 그걸 ‘너도 하잖아 왜 그래 ㅋㅋ’라는 뉘앙스로 받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성준씨를 좀 긴장하게 만들려했던 게 안 되자, 그녀는

 

-난 성준씨 '친구'가 아니다

-할 말 있으면 업무시간에 업무에 대해 말해라

-도를 넘을 때가 있는데 내가 말 안 하고 넘어갔던 거다

 

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나중에 그녀가 성준씨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때 저렇게 이야기 했던 것에 대해 너무 정색하며 말한 것 같다며 사과하긴 했는데, 난 솔직히 그게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으니 예의상 한 사과지 그녀가 진심으로 뭔가를 뉘우쳐 한 사과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성준씨는 이제 그녀가 그렇게 사과도 했고, 또 도와주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가 밥도 한 번 사겠다고 했으니 ‘다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그 ‘도와주는 것’이 끝나고 난 뒤 보이는 그녀의 태도가 그녀의 진심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성준씨는 지금이 기회라며 ‘이걸 계기로 더 가까워지는 방법’을 묻는데, 난 그 ‘도움 받아 고마운 것’이 ‘이성으로서의 호감의 회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어쨌든 다시 예전처럼 ‘연락은 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이니, 이번에는 상대가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 채 지내보길 권한다. 성준씨는 당연히 좋은 마음으로 그녀에게 조언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는 것일 수 있지만 그게 그녀에게는 ‘알바생의 도를 넘은 조언’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성준씨가 그녀를 친구처럼 생각하며 농담도하고 그녀의 지적을 장난으로 받아치지만 그게 그녀에겐 ‘완전히 긴장이 풀려 선을 지키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되겠다.

 

나도 꼬꼬마시절 성준씨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다 한 마디 들은 적이 있다. 난 군대를 늦게 간 까닭에 이등병일 때부터 소대장들과 동갑이었는데, 난 당시 ‘사회에 나가면 다 친군데 뭐’하는 생각으로 점점 긴장을 푼 채 소대장들을 대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나이가 같으니 암묵적으로 배려를 해주던 어느 소대장이, 맞먹으려 든다고 생각했는지 “네가 소대장이야? 너 병사야. 여기 군대고.”하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내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닌데, 호이가 계속되다 보니 상대를 둘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엔 소대장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가득 찼지만, 훗날 내가 병장을 달았을 때 나와 나이가 같은 이등병이 들어와 점점 긴장을 완전히 푸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며 과거에 소대장이 왜 그랬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준씨의 경우도 ‘어차피 회사 밖에선 친구’라는 생각으로 그간 상대를 대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곳에서 다른 입장으로 만났다면 친구일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그런 관계로 만났다면 상황이 분명 좀 다를 수 있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이걸 모르면 다시 또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완전히 긴장을 푼 채 그녀를 대할 수 있기에 하는 얘기니, 너무 상처 받지는 말고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라 여기며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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