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나 나나 둘 다 불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이니 질러갑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십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세상물정을 잘 모르며 판단이나 선택에 조심성이 좀 떨어지지 않습니까?
비근한 예로, 얼마 전 작성하다 제가 접어놓은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여자가 이십대 초반이고 남자는 띠 동갑인데, 그는 그녀를 데리고 여행 다니고, 집에도 늦게 들여보내고, 스킨십 후에 남을 수 있는 마크들까지 그녀에게 남겼습니다. 때문에 그녀의 부모님은 그에게 연락을 해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나자 그녀 부모님 쪽에서는 진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와 그녀를 떼어 놓을 생각을 하는 중이십니다.
저 사연을 보낸 건 여성대원인데, 그녀는 ‘우리가 노력하는데도 부모님이 인정을 안 해주신다’며 제게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게 물었는데, 전 사실 그녀의 부모님보다 제가 앞장서서 그 연애를 왜 꼭 지속해야 하는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띠 동갑인 남친이 낸 해답이라는 게 ‘도망가서 같이 살자면 살 수 있냐’ 따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현재 만나고 있는 그 남자가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녀의 부모님이나, J씨나, 제 입장에서는 그가 ‘이상한 아저씨’에 더 가까워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는 까닭에 귓방망이라도 맞을 각오로라도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를 하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녀의 부모님이 연락을 하면 대충 수긍하는 것처럼 넘겨 놓고는 뒤에서 ‘같이 도망’같은 얘기를 하거나 그녀에게 ‘힘들다는 얘기 좀 하지 마라, 나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J씨의 사연을 단순히 ‘사랑’으로만 해석한 후 그녀가 변심한 것처럼 볼 게 아니라, 위와 같은 부분들과 함께 ‘어린 그녀를 J씨가 손바닥 위에 올려두려 했던 부분들’까지를 생각해봤으면 해서입니다.
그 연애의 시작이, 성인 대 성인의 연애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합시다. 상대가 J씨를 만났을 때 상대는 갓 사회에 나온 상황이었고, 잘해주고 자상하게 해주니 J씨와 만나게 되었던 겁니다. 또래의 남자들과 만날 경우 대개 동네 술집이나 극장 정도만 돌아다닐 뿐인데, J씨와 만나면 장거리 여행도 갈 수 있고 비싼 음식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부분들이 그녀에게 분명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둘의 관계엔 J씨의 거짓말과 통제, 그리고 어차피 결국 둘에겐 끝이 다가올 거라는 예상이 있지 않았습니까? ‘거짓말과 통제’라고 하면 너무 나쁜 것처럼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그 의도가 무엇이든 사실과 다른 건 거짓말입니다. 전부인과 아이에 대해 염려하며 자신 없어 하는 상대에게, J씨는 ‘전부인이 아이를 안 보며 연락 안 온다’고 할 뿐이었습니다. 사실은 아이 때문에 자주 보면서 말입니다.
게다가 J씨는 상대의 가족, 친구, 사생활 등에도 관여하며 통제하려 들었습니다. J씨는 이것에 대해 ‘제가 이해를 못해줘서 많이 싸웠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역시나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지 말고 질러갑시다. J씨가 그녀를 통제하려 한 것엔, 그녀가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J씨와의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이젠 여친이 제게 계속 매달리고 붙잡으면 차단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하시면 전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J씨는 이별을 마주하자 절실해져 ‘그녀를 잡을 방법’을 찾고 계시지만, 제가 보기엔 이 관계의 기반 자체가 빈약한 까닭에 다시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이니 말입니다.
J씨는 지금 ‘그녀가 날 정말 사랑하며 힘든 상황을 참고 견뎌왔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라고 하시는데, 전 거기서 좀 더 나아가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이별의 계기가 된 것 역시, 그녀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했는데 J씨가 그것에 대해 반대하고 서운해 하다가 그녀도 그녀의 삶을 살겠다며 결단을 내리고 떠났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돌싱’이라든가 ‘나이차이’라는 걸 다 접어두고 봐도, J씨가 바라는 그녀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J씨의 손바닥 위에서 J씨가 원하는 모습을 갖춘 채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지내야 합니다. 친구도 못 만나고, 여행도 못 가고, 가족과 오붓한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말입니다.
J씨가 사연에
“전 이미 결혼의 쓴맛이 뭔지 알지만, 이 여자와 함께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적어주신 걸 보면, 현재 어떤 마음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잘 알겠는데, 저는 J씨에게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녀가 지금 J씨에게 하고 있는 말들은 왜 무시하는 건지?
-그녀가 J씨와 결혼하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녀는 그 결혼에서 무슨 비전과 행복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건지?
등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쪽에서 뭐 상대를 얼마나 좋아하고 결혼하면 잘 살 것 같고 뭐가 어떻다 해도, 관계의 가장 기본인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안 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이쪽 생각’일 뿐이니 말입니다. 당장 떠나려는 상대를 잡으려는 것에 올인하지 마시고, 상대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비 계속 오면 나 낚시 언제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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