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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일곱 살 연하여친과 최악의 이별, 후회만 남았어요

by 무한 2017. 7. 26.

내가 “이건 S씨가 잘못한 겁니다.”라고 말하면 S씨는 매우 억울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만약 S씨가 동갑, 또는 한두 살 차이가 아는 연하여친과 사귀다 헤어진 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상대는 작년 수능문제가 여전히 기억이 날 정도로 어린 일곱 살 연하 아닌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들의 사례를 보면,

 

-‘상대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철없는 행동이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이란 문제가 심심찮게 보인다. 사연을 보낸 연상의 대원들은

 

“무한님. 이건 누가 봐도 상대가 잘못한 거잖아요. 상대로서는 사실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잘못한 겁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서운한 게 있었다고 우기니, 참 사람 미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난 그들에게

 

“그게 다른 조건 다 제하고 그 문제만 두고 보면 논리적으론 그 말이 맞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다른 조건까지를 다 생각하며 접근해야 합니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어리기 때문에 아직 좀 무책임할 수 있고, 어리니까 아직 좀 자기 입장만을 생각할 수 있으며, 또 어린 까닭에 좀 극단적으로 행동하거나 감정변화를 그대로 표정이나 말에 드러낼 수 있다. S씨의 이십대 초반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경우 그때를 돌아보면 참 무책임한 짓도 많이 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에 못된 짓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만약 지금 내가 S씨의 기준으로 이십대 초반의 나를 평가한다면, 답이 없는 구제불능이란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당시의 난 S씨의 기준에서라면 논리적, 이성적, 도덕적으로 지적 받아야 하는 여러 문제들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그때뿐만 아니라 S씨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은 지금도, 어쩌면 지적 받아야 할 일 투성일지도 모르겠다. 왜? S씨의 기준이라는 게 ‘털어서 먼지 하나라도 나올 만한 잘못이 있다면 그건 분명 잘못’일 정도로 엄격하고 철저하니까.

 

S씨가 ‘상대의 잘못’이라고 정리해서 보낸 내용들은 이론적으론 전부 맞다. 전부 맞는 말들이긴 한데, 난 그렇게 실수나 시행착오나 감정에 더 의존해 하는 행동들을 모두 지적당해야 한다면 그 누구라도 그런 연애는 하기 싫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걸 S씨가 모두 그때그때 지적하고 잔소리한 건 아니지만, 그 지적이 등장한 시점이

 

-연인이 S씨에게 불만이나 서운함을 토로했을 때.

 

라는 점이 훨씬 더 관계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고 난 생각한다.

 

여친이

 

“오빠가 거기서 예의 없이 행동하는 걸 보며 좀 실망했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냉랭하게 굴 때, 그것에 대해 남친이

 

“그럼 그 자리에서 내게 그런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린다고 말하지 거기선 왜 그냥 갔냐. 그렇게 자리를 뜨는 건 예의 있는 행동이냐. 그리고 넌 예전에 누구누구에게 이러이러한 행동을 했는데, 그런 행동을 했던 네가 예의를 말할 자격이 있냐. 요 며칠도 난 너와 대화를 하려고 했던 건데 넌 나를 피했다. 이것 역시 예의 없는 행동이다. 네가 사람의 기본과 예의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라면, 나도 너에 대해 할 말 많다.”

 

라는 이야기로 맞서는 관계라면, 숨 못 쉴 정도로 목을 조르며 반격을 가하는 듯한 저 태도가, 결국 그 관계를 질식사 시키고 말 것이다. 논리적으론 남자의 말이 백 번 맞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여친이 화가 난 건, 사실 그 자리에서 뭔가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술 난 남친이 일부러 무시했기 때문인데, 그래놓고는 그것에 대한 결과로 여친이 자리를 떠버린 것만 두고 집요하게 이야기하면 갈등은 점점 깊어질 뿐이다. 만약 내가 S씨 친구인데 S씨를 살살 약 올려 결국 욕을 하게 만들어 놓고는, 욕을 했다고 그것만 두고 S씨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면, S씨는 욕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할 생각보다는 나와의 인연을 끊을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일곱 살 많은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오빠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헤어졌다, 고 생각하자.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S씨는 ‘상대 잘못이 더 큰데 왜 내 잘못이 더 큰 것처럼 결론 나는 건지?’할 수 있을 텐데, 갓 부임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학생과 같이 스타크래프트 하다가 헬프 안 왔다고 얼굴 붉히며 싸우면, 우리가 보기엔 헬프 안 오고 기지에 포토만 지은 학생보다는 그 학생에게 진짜 화나서 진지하게 빌드 지적하고 있는 교사에게 좀 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상대보다야 S씨가 나이가 많지만, S씨보다 나이가 많은 입장에서 보면 또 S씨도 아직 어린 까닭에 실수와 시행착오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이 고민에 너무 함몰된 채 후회와 미련과 찝찝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진 말자. 다음 번 연애에서는 지적보다 지도를, 갈구기보다 가르쳐주기를 하면 문제없을 테니, 이번 연애를 계기로 마음을 한 뼘 정도 더 넓힌다 생각하며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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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7개월 연하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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