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무슨 클럽들을 그렇게 찾는지 클럽 관련 사연들이 밀려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클럽 작업남’들에게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흔히들 ‘클럽 다니는 남자’라고 하면 지저분하게 들이대거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러붙는 남자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들은 클럽 처음 가봤거나 아예 다 접어두고 투망식 작전을 사용하기로 한 사람들이고, 진짜배기들은 미늘 없는 낚싯바늘 달린 낚싯대 하나로 낚시하듯 거기서 ‘이방인’으로 보이려 노력한다.
그 바늘에 낚여
-만나기로 한 날 카톡 읽지도 않고 잠수타버린 남자
-자신을 이해 못해주기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남자
-난 한 번 끝이면 정말 끝인데 너한테는 그게 안 된다는 남자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있는 여성대원들. 그 대원들을 위해 이 매뉴얼을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다정하고 세심해 보이지만, 보름을 못 넘김.
내게 도착하는 ‘클럽남’ 관련 사연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건,
a.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어려움 없이 다가와 친해짐.
b.주말쯤 드라이브나 근교여행 등 여자가 좋아할 만한 걸 같이 함.
c.바쁘고 연락하기 힘든 직업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함.
d.이후 보름을 못 넘기고 전에 말했던 ‘바쁘고 연락하기 힘든 상황’이 됨.
e.여자가 서운함과 섭섭함을 말하면 그것을 트집 잡아 차가운 태도로 대함.
f.자신은 원래 이러면 끝이지만 너한테는 특별히 그러지 않고 있다고 함.
이라는 패턴이다. 저 상황에 놓인 여성대원들은 내게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다시 상대를 ‘세심하고 다정하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를 묻곤 하는데, 난 상대가 이쪽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는 말에만 집중해 다급해지지 말고, 상대가 현재 보이고 있는 모습까지가 상대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정말 이쪽이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 같은 걸 해서 그 모든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 그냥 상대가 1~2주 정도 120%의 친절과 호의를 보이다가 이후 흥미가 떨어져 아무렇게나 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은가.
참 당황스러운 건, 이쪽이 그렇게 ‘내가 다 망친 건가?’하는 고민을 하는 동안, ‘같은 고민으로 잠수를 타는 줄 알았던 상대’가 클럽에서 다시 목격되는 사례가 많다는 거다. 친구가 클럽에서 상대를 보고는 말해주기도 하고, 이쪽이 클럽을 찾았다가 거기서 만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상대도 클럽에 간 거고 이쪽도 클럽에 간 거니 뭐 ‘내가 클럽을 찾은 건 착한 방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긴 한데, 여하튼 이쪽이 뿌리까지 흔들리며 고민하는 것과 달리 상대는 어딘가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작업을 걸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2.주지 않는 확답과 희망고문.
소제목 1번에서 한 이야기를 읽은 분들은 ‘사귄 지 보름’ 사이에 저 일들이 일어난 거라 생각하실 텐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아직 사귀진 않은 상황’에서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면 역시나
“사귀지 않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냥 해프닝이었던 것 아닌가요? 이쪽이 오해하거나 뭐 그런….”
이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대개 스킨십 진도는 거의 다 나갔거나 ‘사귀자는 말만 없었지 사귀는 사이’, 또는 (이쪽에서 보기에)며칠 내로 고백할 것이 99.9% 확실한 것으로 보이던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그래서 그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사이를 정리하고자 이쪽에서 시도를 하긴 하는데, 그것에 대해 상대가 확답을 주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대화를 하나 보자.
남자 -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너랑 사귀는 것이 고민 된다.
여자 - 그럼 우린 남남으로 지내자는 거냐.
남자 -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여자 - 난 우리가 노력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 - 나도 그렇다. 그런데 염려가 되는 부분은 염려가 되는 거다.
여자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
남자 -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확답도 줄 수가 없다.
여자 - 그럼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면 되겠냐.
남자 -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대개 저런 레퍼토리로 진행되다가, 이후 ‘친구로 지내자’는 말이 등장한다. 뭐 친구로 지내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언제 한 번 만나서 술 한 잔 하자거나 웃으며 지내자는 말은 ‘이미 반한 사람’에겐 희망고문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차라리 그냥 딱 모질게 연락두절이라도 된다면 한 며칠 앓다가 괜찮아지겠지만, 그게 아니라 자꾸
“확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은 나도 힘든 상황이다.”
라는 이야기만을 하니, ‘나중에 괜찮아지면’이란 가능성을 놓지 못해 한쪽은 계속 기약 없이 제자리를 맴돌게 되는 것이다.
별로 바람직한 조언은 아니지만 아주 현실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하자면, 상대의 ‘너랑 사귀는 것이 고민된다’는 이야기는 ‘내가 손을 놔도 널 놓치진 않을 것 같다’, 또는 ‘널 놓쳐도 내게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의미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날 잡지 않으면 놓치게 될 것’이라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으니, 아쉬워하며 매달리기보단 ‘난 너 없다고 못 사는 사람 아님’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길 권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힘든 거라면, 홀로 기다리며 힘들어 하는 것보다 의식적으로라도 상대와 거리를 둔 채 힘들어 하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3.“나 원래 안 이러는데.”와 “친구에게 물어봐.”
그러니까 이게, 이 상황까지 오기 전 저 위의 상황에서도 한 번 등장하는데, 그때는
“내가 원래 이렇게 바쁘고 연락하기 힘들어서, 그간 짧게만 만나며 대부분 싱글로 보냈던 거다.”
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해서 헤어졌구나. 난 이해하고 기다려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대원들이 대부분인데, 난 그 대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거라 할 수 있는 ‘연락’과 ‘만남’이 거의 불가능한데, 그래도 서로를 알아가며 연애하는 게 가능할는지?”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처음에 이걸 참고 이해하려던 대원들도 결국 ‘화장실 갈 시간이 있는데 연락할 시간은 없는 건지?’라는 생각의 스위치를 켜고 마는데, 실제로 상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어떻게라도 메시지 하나 남겨두거나 할 수 있는 시간에도 그냥 생략해버리는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바쁘고 연락도 힘들다던 사람이, 인맥을 위해서라며 또 친구는 열심히 만나고 사생활이라면서 따로 시간 투자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고 말이다.
여하튼 뭐 그렇게 만나다 ‘결전의 그날’이 왔을 때에도, 그들은
-난 한 번 헤어지고 한 사람하고는 다시 안 본다.
-난 원래 연락 끊기로 하면 다신 연락 안 한다.
-한 번 아니면 아닌 거다. 번복하는 일은 절대 없다.
라는 이야기로 밑밥을 깐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의 관계에선 많이 참고, 이해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라며 큰 은혜를 베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아니 뭐 이게 무슨 대단한 은혜를 베푸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난 원래 안 이러는데’라는 걸 하나 깔아놓곤 ‘너에겐 특별히 이러이러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상대는 진짜 우리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하나 봐….’
라며 또 내게 그 말을 증거로 내미는 대원들이 있어 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이렇게 매뉴얼을 쓰고 있다. 아니 상대가 대체 뭐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대가 원래 안 그러는데 특별히 이번만 그래주는 거라 한다고 해서, 그게 뭐 대단하고 특별하고 엄청난 건 아니잖은가. 별 생각 없이 상대의 이런 리드를 따라가다 보면 얻어먹는 것도 없이 노예생활을 하게 될 수 있으니, 이럴 땐 ‘그럼 난 그래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한번쯤 꼭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상대가 “친구에게 너와의 이야기를 했다.”라거나 “내가 원래 어떤지 내 친구에게 물어봐.”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라는 생각도 꼭 한 번 해보길 권한다. 이쪽에 대한 영향력을 상대에게 모두 위임하고 있을 땐 저런 말들이 대단한 의미로 느껴질 수 있을 텐데, 상대와 전혀 상관없는 여기서 그 말을 보자면 ‘그래서? 그게 뭐 대단한 거야?’라는 생각부터 든다. 늘 하는 얘기지만, 상대의 ‘말’보다 ‘행동’을 기반으로 상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길 권한다.
위에서 말한 것들 외에도 시간 좀 지나 연락해선
“잘 지내냐. 넌 우리 카톡방 나갔냐. 난 아직 카톡방 그대로 두고 있다.”
라는 이야기로 한 번씩 사람 속을 휘젓는 경우도 있는데, 무엇이 어떻든 간에 상대에게 이쪽에 대한 조금의 애정이나 호감이라도 있다면 이렇게까지 핏기 없는 관계로만 지속되진 않을 거라는 걸 기억하자. 처음에 상대와 클럽에서 만났을 때 상대가
“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넌 이곳과 안 어울린다. 너에게서 빛이 났다.”
등의 얘기를 했다고 해서, 그런 얘기를 지금까지 혼자 간직하며 미련만 만지작거리고 있진 말았으면 한다. 클럽에서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던 대원들이, 그 만남으로 인해 이젠 주말에도 폐인처럼 지내는 게 난 참 안타깝다.
“클럽에서 만나긴 했지만 상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따로 대화를 나눌 때에는 진지하고 깊은 얘기들까지 했어요. 부모님 얘기랑 조카 얘기, 그리고 학창시절 얘기들까지 정말 다 털어 놓을 정도였는데….”
가정사나 사적인 비밀을 털어 놓는다고 해서 그게 전부 깊고 진지한 대화인 건 아니다. 클럽에 자주 다녔던 내 지인 하나도 늘 그런 레퍼토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상대를 경험한 결과지, 상대가 말한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는 결코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상대가 언제 만나자며 손가락 걸고 하는 액션까지 취해놓곤 ‘안읽씹에 잠수’를 택했다면, 거기서 봐야 할 건 ‘달콤한 말들과 손가락 걸고 한 약속’이 아니라 ‘안읽씹에 잠수’라는 얘기다. 내가 입이 부르트도록 말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아, 친구나 지인이 가자고 졸라서 클럽 가는 건데 이해 못 해주냐는 것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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