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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칭찬과 스킨십에 민감해 썸을 타기 어려워하는 여자들

by 무한 2017. 9. 11.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칭찬한 건데 ‘예쁘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게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면을 보고 수작을 부리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당장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상대가 내 손을 잡아 이끈 걸 보니 그게 호의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스킨십을 목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대원들은 내게

 

-평균적으로 다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나요?

-제게 무슨 칭찬이나 스킨십 결벽증 같은 게 있는 걸까요?

-만나는 모든 이성이 그랬어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난 ‘썸남이 이쪽의 발을 잡았다면 이상하지만, 손을 잡은 것 정도는 괜찮다’ 정도로 대답해주고 싶다는 건 훼이크고, 평균에 대한 얘기보다는 비슷한 질문을 하는 대원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좀 말해주고 싶다. 출발해 보자.

 

 

1.현실의 관계들과 생각 속 연애의 높은 벽

 

칭찬과 스킨십에 민감하다고 말하는 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그녀들은

 

-사귈 가능성이 전혀 없는, 진짜 그냥 정말 완전 친구로서의 이성

 

들과는 물리적으로 투닥투닥하며 장난도 치곤 한다. 그 모습에 난 당황하며

 

‘저 사람들은 이성 아닌가? 썸남과의 관계에선 살짝 손만 잡아도 엄청난 거부감을 느끼면서, 어떻게 저 사람들과는 저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녀들은 하나같이 ‘쟤들은 진짜 친구. 남자가 아니라 친구’라는 이야기를 한다.

 

바로 이 지점의 갭이 너무 크다. 보통의 사람들은 친구였다가도 썸남이 될 수 있다거나 그냥 같은 모임의 일원이었다가도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대원들은 날카로운 기준으로 그 둘을 완벽하게 분리해둔다. 그러면서 ‘사귈 가능성 절대 없음’이라고 못박아둔 관계에선 상대의 호감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미리미리 싹을 잘라내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 제초의 벽을 뚫고 고백이라도 하려 하면, 손사래를 치며 확실하게 ‘우리는 친구’라고 다시 한 번 각인을 시켜두고 말이다.

 

가만히 보면 그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성’은 바로 그 제초작업에 희생되는 남자들인데, 그런 관계는 ‘친구’니까 곁에 두고 저 먼 곳에서 언젠가 오실 왕자 탄 백마님(응?)을 기다리고 있으니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녀들에게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남자’들이라는 건, 아주 멀고 잘 모르며 낯선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서로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데 칭찬부터 앞세우면 입에 발린 말들을 늘어놓는 것 같고, 손이라도 잡으려고 들면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손을 잡은 듯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방인이 다짜고짜 내 경계선 안으로 훅 들어오려 하니, 일단 방어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고 말이다.

 

때문에 난 지금처럼 주변의 이성을 ‘나랑 친한, 하지만 사귈 가능성은 전혀 없는 남자’와 ‘나랑 먼, 하지만 어쩌면 사귀게 될 수 있는 남자’ 딱 두 가지로 너무 극단적으로 분리해 두진 말길 권하고 싶다. 연애는 저 먼 곳에서 온 -잘 모르지만, 분명 내 상상 속 그 사람일 것이 분명한- 남자와 하게 되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가능성을 부여하거나, 이제 갓 알게 된 사람과는 일단 좀 친해져보려는 마음을 가져보길 권한다.

 

 

2.또 보고 싶고 생각나는 사람과 만나거나 썸을 타자.

 

내가 그냥 ‘평균’을 알고 싶다는 대원들에게

 

-보통 만난 지 일주일 내에 키스, 그리고 한 달 이내에 관계를 갖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정도의 대답만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이런 ‘평균’은 그 대원들에겐 별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또 보고 싶거나 생각나진 않는 사람’과 만나고 있기 때문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킨십 결벽증이네 남자를 못 믿네 하는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자신이 그 사람을 정말 보고 싶어 하며 상대의 연락이 기다려지고 자꾸 더 대화하고 싶어지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보통의 경우, 상대의 칭찬이나 스킨십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원들은

 

-상대에게 호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게 된 관계이니 만나보는 중

 

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제목 1번에서 이야기 한 것과 이어서 말하자면, 친하게 지내는 현실의 이성친구들은 다 ‘친구’로 못박아두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소개팅을 연결해 상대를 만나게 될 경우 ‘이 사람은 나와 사귈 가능성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며 만난다. 상대의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냥 다들 그렇게 만나면 사귀는 것 같으니 이 관계도 연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나는 것이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칭찬과 스킨십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대원들이 ‘사귈 가능성 있는 이성’을 접했다고 말하는 곳이

 

-클럽

-길거리 헌팅

-만남 어플

 

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니, 현실에서의 좋은 관계와 좋은 사람들은 다 놔두고 왜 하필 거기에? 어쩌면 자신이 잘 모르는 곳에 ‘아직 만나지 못한 내 님’이 있을 거란 생각에 그러는 것 같은데, 저런 곳들이야말로 연애를 꿈꾸기보다는 얼른 이성을 만나고 싶어 하는, 그리고 진지하게 알아가기보다는 급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아닌가. 3년을 알아온 정말 괜찮은 남자는 그저 친구로만 묶어둔 채, 욕망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헐떡이고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성’을 열어두는 우는 이제 그만 범하도록 하자.

 

그리고 기대를 먼저 건 뒤 이후 매의 눈으로 상대만 관찰하며 사귀어도 괜찮은지를 판단하려 하지 말고, 만나봤는데 매력적이어서 호감이 간다면 그때 만나며 알아가 보도록 하자. 그러지 않은 채 “스킨십 평균이 어떻게 되나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라는 질문만 하는 건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 평균이 그렇다고 해서 사실 별로 호감이 가지도 않는 사람과 ‘평균대로’만 만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후자의 사람을 만나면 칭찬이나 스킨십에 대한 고민 같은 건 할 시간도 없이 빠져들 테니, 일단 자꾸 생각나는 걸 멈추지 못할 정도로 호감 가는 사람과 만나도록 하자.

 

 

3.말없이 다 겪은 후에 차단하지 말고, 미리 말도 하고 거절도 하자

 

미팅에서 만난 남자가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어깨와 등을 만져대면, 그런 남자에게는 번호를 주면 안 되는 거다. 학생회에서 알고 지내던 오빠가 단체로 간 여행에서 잠시 불러내선 뭐 전부터 좋아했다 어쩌고 하다가 키스를 하려고 들면 그땐 따귀라도 한 대 때려줘야 하는 거다. 길거리에서 누가 번호를 묻는다고 다 줄 게 아니며, 번호 줬더니 술 마시자고 자꾸 연락하면 역시나 난감해할 게 아니라 거절해야 하는 거고 말이다.

 

상대가 부담스럽고 싫은데도 계속 답장해준다거나, 바로 거절하면 상대가 무안해할 것 같아 하루 이틀, 삼일씩 연락 다 받아주다가 거절할 필요 없다. 그래버리면 오히려 상대는 그걸 ‘묵인된 승낙’이나 ‘내 제안에 망설임’으로 생각하며 더욱 지저분하게 들이댈 수 있다.

 

그러니 그걸 다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며 ‘옐로카드를 줄까, 레드카드를 줄까? 아, 두 번째니까 레드카드지. 너 차단.’하지 말고, 즉각즉각 내 감정을 표현하며 거절하는 걸 어려워하지 말자. 관련된 사연을 보낸 대원중엔

 

“사실 연애가 아닌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어요. 제가 너무 멀어 못 간다고 말했는데도 끝까지 오라고 요구하는 지인 때문에 짜증난 적이 있어요. 가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했는데도 부르기에 저는 꾹 참고 갔는데, 갔더니 저보고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진짜 이런 수준의 화나는 일도 몇 번이고 참아 넘기기도 해요.”

 

라는 이야기를 한 대원도 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너무 착하다고 할까. 그렇게 두 시간이 걸리는데도 상대가 오라고 강요해서 가고, 가서는 늦게 왔다고 짜증을 내는데 거기다 대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참고 넘어간다면, 다음번엔 세 시간 걸리는 거리에서도 부르는 일만 남을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언제고 한 번 날 잡아서 한 마디 할 거란 생각으로 벼르다가 말을 해봐야, 그런 사람에겐

 

“그 정도로 곤란하면 얘기를 하고 오질 말든가. 그리고 그때 너 와서 잘 놀았잖아? 이상한 걸로 트집이네.”

 

라는 대답만 듣게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는 걸 다 겪은 후에야 차단하거나 한 소리 할 생각하지 말고, 그때그때 표현하고 거절하자. 그냥 다 참고 이해하며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으로 모두를 끌고 가 봐야 나중에 뒤통수 맞을 일만 남을 수 있다. 오히려 표현하고 거절하는 것으로 필터링을 해도 남아있을 사람들이 진짜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 망설이지 말고 자신이 먼저 자신을 보호하고 소중히 생각하길 권한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전에 말했던 바다낚시를 오늘 떠나는데, 상큼하게 비가 내려서 느낌이 좋다. 빌린 승합차에 문제가 생겨 다른 차로 가게 되었는데, 이것도 뭐 액땜한 거라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아 근데 배에 차 싣는 걸 그 승합차로 예약했는데…. 여하튼 고래를 잡아올 기세만은 꺾이지 않았으니, 그 후기를 조만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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