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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완벽주의자의 연애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

by 무한 2017. 9. 18.

근 일주일간 글이 올라오지 않으니

 

“바다낚시 가신다면서 원양어선 타신 건가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건 아니고 욕지도에 다녀왔다. 첫날에 부산과 통영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배가 뜨질 못했으며, 다음날 도착한 욕지도는 마침 예약한 펜션 앞에서 도로공사 중이라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때문에 그 무거운 짐들을 다 들고 오르막길을 걸어 다녔으며, 펜션에서 우리 방만 밤새 정전이 되어 준비해갔던 음식들은 모두 녹아버렸다.

 

그래도 즈, 즐거운 여행이었다. 고등어와 전갱이를 바늘에서 떼어내는 게 귀찮을 정도로 잡았으며, 준비해 간 통발로는 문어를 잡았고, 돌돔과 참돔은 맛있게 회를 떠먹었다. 여하튼 욕지도 여행에 대해서는 노하우와 꿀팁이 담긴 후기를 나중에 다른 글로 소개하기로 하고, 그간 밀린 엄청난 사연들을 다뤄야 하니 바로 시작해 보자. 출발!

 

 

1.상대에게 요구하는 완벽함은 결국 잔소리가 되고….

 

자신에 대해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있다’고 말하는 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실제로 자신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연애 또는 연인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연애나 연인의 모습은 이런 것이니 이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없이 투쟁하는 느낌이며, 현재 주어져 있거나 잘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접어둔 채 ‘부족한 부분, 안 되는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려 한다.

 

물론 그들이 연인에게 요구하는 것들 중 틀린 말은 거의 없다. 담배는 몸에 나쁘니 끊어야 하는 게 맞는 거고, 현 상황에서 안주할 게 아니라 자기계발을 더 하면 좋으니 노력해야 하는 거고, 표현을 잘 할수록 오해를 줄일 수 있으니 자주 표현해야 하는 거고, 친구랑 만나서 노는 건 아무래도 소모적인 유희니 좀 줄여야 하는 게 맞는 것이긴 하다.

 

그런데 매번 저런 지적들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이 연애에선 나만 노력해야 해? 나만 다 틀리고 나쁘고 잘못된 거야? 왜 난 다 고치고 노력하고 바꿔야 하는 것투성이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난 무조건 더 노오오오력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제 분명 즐겁게 데이트 잘 하고 들어왔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는 연락 없이 바로 씻기부터 했다고 “아침에 눈 뜨면 연락하기로 한 건 왜 안 한 건지?”라는 청문회가 열린다면, 필연적으로 숨 막히며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결국 ‘완벽주의자의 연인’들은

 

-이제 내 마음대로 할 거라면서 비뚤어지려 함

-일부러 반대되는 주장이나 행동을 하며 감정적으로 맞섬

-똑같이 트집 잡으려 눈에 불을 켜고 단점을 찾음

 

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 10중에 8을 잘하고 2를 못할 경우 2에 대해 집요하게 변화와 노력을 요구하니, 잘하려 노력했던 8이 억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도 데이트를 위해 분명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았는데, 그런 데이트 후 돌아오는 말이 “우린 동네에서만 만나고 어디 놀러는 안 가?”라는 말이다. 그래도 몇 번 정도는 그런 말을 듣고 먼 곳까지 다녀오긴 하는데, 그 후에도 또 다른 부분에서 지적을 당하니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라는 마음이 되고 만다.

 

완벽한 연애를 하고 싶고 연인 역시 좀 더 완벽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연인에게 당근은 한 번도 준 적 없이 채찍질만 해댔던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아홉 번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은 전무하고, 한 번 못한 것에 대해 채찍만 맞아야 하는 관계라면, 상대가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해도 오래 버티긴 힘들 테니 말이다.

 

 

2.미래에 대한 염려, 은연중에 하게 되는 무시

 

연인의 상황이나 조건에 대해 늘 염려가 가득하며 연인이 뭔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걸 하나하나 다 지적하며 연인을 개조하려들기보다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완벽하게 안정적인 직장에서 남부럽지 않을 벌이를 하는 게 무작정 노력으로만 되는 것도 아닌데, 그것까지를 요구하며 ‘너는 더 나아져야하고 안정적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면 그게 전부 상대에겐 압박과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대원이 연인에게 한 말을 보자

 

-네가 지금 계획하는 곳에 취직해봐야 얼마쯤이 한계다.

-결혼해서 살려면 얼마 정도 벌이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것도 따고 저것도 따야 한다.

-이대로라면 우리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하실 거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꺼낸 말이겠지만, 상대가 엉망으로 산 것도 아니고 나름 착실히 산다고 살아오며 마주하게 된 현실인 건데, 거기에 대고 ‘더더더더’를 외치게 되면 상대는 포기하고 싶어질 수 있다.

 

‘쟤는 그냥 쟤가 바라는 사람 만나서 그렇게 살고, 나는 나대로 지금의 나에게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 만나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입장을 바꿔 반대로, 연인이 내가 있어서 참 좋고 든든하다는 얘기 대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라는 요구만 한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장이야 사랑하니까 일단 사귀며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긴 하겠지만, 계속해서 진로와 삶에 깊이 관여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살라고 요구한다면, 의무만 가득한 그 연애를 유지하기 보단 그냥 포기하고 자유로워지는 걸 선택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 말들이 ‘우리가 나중에 더 잘 살기 위해서 하는 말들’인 게 맞다. 맞는데, 외국어나 컴퓨터 잘하면 좋은 줄 몰라서 안 하는 사람 없으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더 좋은 거 몰라서 안 들어가는 사람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까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력하면 다 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노력머신으로 만들려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상대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이쪽이 생각하는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돕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의 진로와 생활까지를 쥐락펴락하려 하진 말길 권하고 싶다. 더불어 그 와중에 상대에게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은연중에 상대의 상황과 조건을 무시하게 되는 말을 하게 될 수 있으니, 그 부분도 꼭 주의했으면 한다.

 

 

3.사소한 것에 매달리다, 결국 큰 걸 포기

 

완벽주의자를 자처하는 대원들의 사연을 보면, 사소한 것에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요구하지만, 반면 큰 것에는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걸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a.방금 내가 ‘사랑해’라고 했을 때 상대가 ‘나도’라고만 대답했다.

b.예전엔 ‘내가 더 사랑해’라고 표현했었다.

c.이건 마음이 변했다는 증거이며, 지금 따지니까 상대는 같은 뜻이라고 한다.

d.앞으로 더 좋아질 일보다는 이렇듯 나빠지고 성의 없어지는 일이 늘 것이다.

e.그렇게 될 연애를 계속하느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나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의 변화를 따르며 이별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참 나도 ‘완벽주의자의 연애’ 사연을 받으며 놀랐던 것 중 하난데, 그들은 자신이 꾼 꿈을 현실로 가져와 불안해하다 상대와 다투거나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꿈에서 상대가 다른 여자와 만났든 이쪽에게 함부로 대했든 어쨌든 그건 꿈인 건데, 그걸 현실로 가지고 와 상대에게 따지거나 그 불안을 상대가 해소해 주길 요구하기 때문이다.

 

“꿈을 꾼 이후 상대가 변한 건 사실이에요. 그 꿈 이후로 단답이 늘고 어디서 뭘 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도 줄었어요.”

 

그렇게 ‘내 꿈이 맞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보다 실질적인 원인을 찾자면 상대가

 

‘하아, 이젠 꿈 꾼 것까지 가지고 와서 날 갈구네….’

 

하는 심정이 되어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런 꿈을 꾸고 와서

 

“그 꿈 때문에 불안하니까, 당분간은 좀 더 노력해줘요. 내가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이라는 얘기를 하는 게, 그간에 쌓인 피로와 겹쳐 이젠 버티기 힘들어 진 것이다. 상대 입장에선 진로도 이쪽이 원하는 대로, 생활도 이쪽이 원하는 대로, 연애도 이쪽이 원하는 대로, 거기다 이젠 꿈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게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것이 는 까닭에 지쳤다고 할 수 있겠다.

 

사귀다 헤어질 수 있다는 건 모든 연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긴데, 그것이 불안하다며 상대가 보낸 카톡의 ‘ㅋㅋ’갯수를 세며 마음이 변했다 안 변했다 보려고 하고, 거기다 끊임없이 약속받으려 하며 노력하라 말하고, 더불어 오늘밤엔 전과 달리 굿나잇 키스 카톡을 안 보내줬다며 이젠 나빠질 일밖에 없는 거란 생각으로 이별할 마음먹는 건 어리석은 결정이다. 잔소리를 해도 안 고쳐지는 것에는 오히려 이쪽이 좀 양보를 하고 포기를 하더라도 둘의 관계를 지키는 게 맞는 거지, 그걸 반대로 디테일에 목숨 걸다가 안 고쳐진다며 관계를 포기하는 건 경중이 뒤바뀐 것 아니겠는가. 이와 같은 생각으로 이별할 마음을 품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뭣이 중헌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해주고 싶은 건,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일을 가져와 고민하며 그것에 대한 후회와 상대 탓을 하는 태도는, 둘의 감정만을 상하게 하며 관계의 피로를 더하는 일일 뿐이란 것이다. 완벽하지 못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우리 그때 일주일 간 연락하지 않았을 때, 그때 헤어졌어야 하는 건가봐. 차라리 그랬으면 지금 서로 알아서 잘 지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라는 이야기는 98.72%의 확률로 이별을 부른다. 이쪽은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가 부정해주며 더 잘하겠단 얘기로 위로해주길 바라겠지만, 상대도 사람인데 ‘우린 진작 끝났어야 하는 관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있던 정도 떨어지지 않겠는가. 저걸 진지한 심경토로라 생각하며 ‘언제고 끝낼 생각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말이다.

 

“저는 서로 표현도 많이 하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행복하고 따뜻한 사랑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 안정적인 것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탄탄하게 준비해두자는 거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를 내가 모르는 건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아는데, 난 바로 그 ‘행복하고 따뜻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 지적과 잔소리, 그리고 불만과 서운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냥 다 안 하고 싶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같이 일본여행 가기로 했는데 가서 길 잃으면 안 되니 버스랑 지하철 노선도 외우고 일어도 회화 가능할 정도로 연습해두라고 요구하면 여행에 대한 설렘은 반감되며 그냥 질려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대번에 상대로부터 “나더러 그거 다 하라고 하는 거라면, 넌 뭐하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 또 둘이 해결하고 맞춰가는 것이 연애인 것이니, 나중 일에 대한 걱정까지를 오늘로 다 가져와 전부 해결하려 하진 말았으면 한다. 그러면 지금을 즐길 수 있으며, 두 사람이 현재 함께하는 중이라는 걸 느낄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저 멀리만을 바라보고 걱정하느라 오늘을 다 소진하지 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마주볼 수 있는 여유도 꼭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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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리액션이 돌아오나 보려고 일부러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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