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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고백 거절해 놓고는 만나주고 밥도 사주는 남자, 뭐죠?

by 무한 2017. 11. 24.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고백을 거절했다고 해서 꼭 앞으로 찬바람 부는 관계로 두며, 일부러 피하고, 애써 마주칠 일도 없도록 애쓰는 건 아니다. 알아듣도록 잘 설명해 거절했으니 ‘좋은 오빠동생’정도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연애를 안 하겠다는 거지 관계를 끊고 차단하겠다는 건 아니니 연락 오면 받아주는 사이로 지내기도 한다.

 

“그게 어장관리이자 희망고문인 거 아닌가요? 사귈 거 아닌데 왜 잘해주죠? 자기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우니까 연락 받아주며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한강에서 퇴짜 맞고는 내게 와서 화풀이를 하는 대원들 때문에 난 참 난감해지곤 하는데, 상대가 어장관리나 희망고문을 하는 게 맞는지를 알아보고 싶다면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자는 말 하지 말아보기.

-상대의 ‘싫어하는 건 아니다’라는 걸 긍정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보기.

-술김에든 뭐든, 손잡거나 팔짱끼지 말아보기.

-자존심 접는다며 단답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리는 거 하지 말아보기.

 

정도를 먼저 실천해 보길 권한다. 그렇게 내가 먼저 사건을 벌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떡밥을 던지거나 수작을 부린다면 그게 어장관리이자 희망고문인 거지, 상대로부터 선 연락도 안 오고 만나자는 말도 절대 안 나오는 와중에 벌어지는 건 스스로 그물을 둘러 만든 어장에서 혼자 헤엄치는 것에 가깝다.

 

고백 거절해 놓고는 만나주고 밥도 사주는 남자, 뭐죠?

 

 

상대와 공적으로 엮여 있는 관계, 특히 ‘서비스직인 상대와 고객인 이쪽’의 관계일 땐 상대가 ‘공적인 관계’ 때문이라도 이쪽을 쉽게 차단하거나 냉정하게 거절할 수 없음을 기억하자. 이건 사실 ‘눈치’의 영역인지라 고백에 대한 거절 후 ‘단답’과 ‘거절’이 이어진다면 ‘마음 없음’을 거듭 표현한 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일부 대원들의 경우

 

-공적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가능성’으로 생각하기.

-싫은 거면 완벽하게 내쳐달라며 계속 들이대기.

-‘그냥 밥 한 번 먹자’는 구실로 만나자고 졸라선 유혹하려 노력하기.

 

등의 방법을 사용해 억지로 상황을 만들고는

 

“만나자면 만나고, 밥까지 사줄 때도 있는 상대의 심리는 뭐죠?”

 

라며 내게 질문을 하곤 한다. 나아가

 

“제가 술 취해서 터치를 좀 많이 한 건 맞아요. 손도 잡고 팔도 잡고 막 그러긴 했는데, 근데 그러고 나서 상대가 헤어질 때 포옹해준 건 뭐죠? 전 마음이 있으니 터치한 거지만, 상대는 제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없다면 포옹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라며 답답한 소리만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겨우

 

-내 연락을 무시하진 않는다.

-내가 만나자고 조르면 만날 수 있다.

-내가 싫은지를 물었을 때, 싫은 건 아니라고 상대가 대답했다.

 

정도만을 가지고 ‘가능성’이라 여기며, ‘만나서 같이 밥 먹거나 한 잔 하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꾸 언제 시간 되냐고만 묻지도 말자. 또, 그렇게라도 상대 보는 걸로 내 기분이 좋은 걸 두고, 나중에 상대에게 ‘나에게 마음 없는 거라면, 그동안 왜 날 설레게 했냐’고 따지면 곤란하다는 것도 꼭 기억해두자.

 

더불어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좀 복잡한 얘기긴 하지만 이게 ‘상대를 향한 짝사랑’이라기보다는, ‘상대가 얼른 내게 넘어왔으면 하는데 안 넘어오는 것에 대한 짜증’은 아닌지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가만히 보면, ‘상대라는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얼른 상대랑 사귀고 싶은데 상대가 빨리 안 넘어와서’ 심술이나 짜증이 난 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상대라는 사람에 대해 뭘 좀 알고 반했다기보다는, 그냥 현재 주변에 있는 이성 중 상대가 가장 잘생겼는데 내게 친절하게까지 대해주니 얼른 이 사람을 ‘내 남친’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큰 거라고 할까. 이런 대원들의 경우 상대와 한 마디 더 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거나 전략을 세우는 것에 더 매진하며, 상대에게 큰일이 생겨 당장 답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 올 경우 상대를 걱정하기보다는 그 일로 인해 연락이 수월하게 안 된다는 것에 짜증을 내곤 한다.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할 경우 상대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를 본다거나, 혼자 ‘자존심 접고라도 재고백 해보려고요’라며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걸 두고 ‘쟤 때문에 난 이렇게까지 하는데!’라며 화가 난 상태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부터 ‘아쉬운 쪽’이 되어서 시간 내달라고 조르지만 말고, 당장 상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카톡대화’부터 해나가며 친해졌으면 한다. 그런 거 없이 상대 번호 알게 된 이후로 ‘뭐해요?/밥 먹었어요?/언제 시간돼요?’만 반복하는 건 정말 별 의미 없으며, 겨우 약속 잡아선 술 마시곤 ‘터치는 제가 먼저 하긴 했지만 상대는 왜 포옹한 거죠?’라고 묻는 건 답답한 일일 뿐이다.

 

상대를 이방인으로 둔 채 얼른 내게 반해 목숨 걸고 사랑하길 막연하게만 바라지 말고,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며 반할만한 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두세 번 만나달라고 조르다 상대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연락 끊고, 그러다가 혼자 또 약 올라선 ‘그래 내가 한 번 더 자존심 버리고 시간 내달라고 말한다’며 언제 시간 되냐고 또 묻는 건 헛발질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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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답 짜증나서 이제 저도 선톡 안 해요. 언제 시간되냐고 전화로 물어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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