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후 이쪽이 다섯 번 먼저 연락했는데, 상대에게 돌아오는 거라고는 ‘질문에 대한 간략한 대답’이 전부일 경우, 호감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1)
여자 - 프로젝트 끝나셨겠네요 드디어!
남자 - 네 드디어 끝! ㅋ
(2)
여자 - 저녁은 드신 거예요?
남자 - 약속 있어서 밖에서 먹었어요 ㅎㅎ
저렇게 ‘단답 인터뷰’하듯 짧은 대답만 하는 건, 간접적인 ‘거절’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여성대원들의 경우 위와 같은 관계를 겨우겨우 이어나가는 와중에
“그런데 마음이 없는 것 같다가도, 제가 질문을 하면 상대는 꼬박꼬박 대답해주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정말 헷갈려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건 주선자가 엮여있는 까닭에 예의상 해주는 대답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둘이 나누는 대화가 아주 간단한 안부인사 정도인데 거기에 대고 거절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 그저 사무적인 태도로 응답해주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다.
위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대원들은 내게
“소개팅 자체는 진짜 좋았거든요. 대화가 단절되어 어색했던 순간도 없었고, 유쾌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갔어요.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왜 상대는 저와 더 만나볼 의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죠? 남자들은 호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먼저 연락하거나, 아무리 못해도 한번 쯤 질문이라도 할 것 같은데….”
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 소개팅이 어땠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그냥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만 듣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긴 별로 없다. 그렇게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여성대원들에게 난
-상대가 어디까지 바래다주었는지?
-첫 만남이 파하고 나서 상대로부터 연락이 있었는지?
-첫 만남 다음 날, 상대가 연락을 해왔는지?
라는 질문을 하며 가장 전통적인 ‘호감이 있는 남자의 행동’을 살펴보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대원들이 8할 정도 된다. 분명 그 대원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지만 말이다.
또, 종종 내게
“상대가 저 이번 주에 오사카 다녀온다는 거 기억하고 있었어요.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흘려듣고 말았을 것 같은데, 분명 기억했거든요.”
라며 심증을 들고 와 동의를 구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어쨌든 만나서 두 시간 넘게 얼굴 보며 대화했던 이성의 이야기를 돌아서서 까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어딜 가든 크게 빠지는 것 없는 이쪽에게 주선자가 소개해준 사람이 백수건달이거나 바보일리 없으니, 그 정도의 처세술과 화법은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했으면 한다.
“상대도 처음엔 분명 제게 호의를 보였는데, 왜 달라진 거죠?”
라는 질문에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로 대답을 대신할까 한다. 사람이 누구나 같은 상황인 게 아니라서 상대는 진짜 진지하게 인연을 만날 생각이 아닌 그냥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소개팅을 해본 것일 수 있고, 다른 이성과도 연이 닿아 있던 와중에 소개팅을 했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은 것일 수 있으며, 만나봤는데 귀찮음을 이길만한 큰 임팩트가 이 관계에 없었기에 가만히 있는 것일 수 있고, 그냥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코드가 잘 안 맞는다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다.
차라리 내게 사연을 보낼 때 상대와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신청서도 공란 없이 채워 넣었으면, 대략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을 텐데, 개인정보가 드러날 걸 염려해서인지 ‘소개팅으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처음엔 분위기 좋았다가 지금은 미지근하다. 난 더 다가가 봐야 하는가 아니면 스톱해야 하는가?’라는 두루뭉술한 질문을 해주셔서 나도 두루뭉술한 대답밖에 해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럼 이거 하나만요. 상대는 전혀 제게 관심이 없을까요? 제가 그만 연락하는 게 좋을까요? 가장 최근에는 그래도 평소보다 좀 길게 대화가 이어졌는데요.”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대화는 이쪽에서 정말 엄청난 노력으로 어떻게든 질문을 이어가려 했으니 길어진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이쪽은 상대에게 열 가지 넘는 걸 물어봤는데 상대는 이쪽에게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는 건 그가 그냥 인터뷰를 즐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가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고 대답한 건 이쪽에서 ‘제가 방해하는 거죠?’라고 물었으니 거기에 대한 ‘예의상의 대답’이라고 보는 게 맞다. 뭘 제일 좋아하냐고 물으니 ‘잠자는 거요’하고 잔다는 남자는, 그냥 푹 자라고 두고 다른 좋은 남자 만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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