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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남자와 4년째 썸 타고 있습니다.

by 무한 2018. 1. 17.

상대가 선비남, 초식남, 절식남인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거라면 이성과의 대화가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울 수 없으며, 때때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없어야 한다. S씨는

 

“제가 수년간 관찰해 온 결과, 얘는 모쏠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도 했는데, 난 그것보다는 상대가 이미 회의감이 들 정도의 연애를 해봤거나, 귀찮음이 설렘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연애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 버린 건 아닌가 싶다.

 

 

 

‘상대가 모태솔로인 초식남이라 앞으로 하나 둘 지도하며 사람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S씨의 기대를 깨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S씨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희소식도 있으니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말았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S씨는

 

“관심은 당연히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가 몇 번이나 끝내려 그냥 놔뒀는데도 이렇게 이어지진 않았을 거잖아요. 제 얘기는, 관심은 있는데 왜 그냥 이렇게 썸으로만 머물러있냐 이겁니다. 서툴러서 그런 것도 아니라면, 그럼 대체 뭔가요?”

 

라고 할 것 같은데, 그건 두 사람이 그간 그냥 ‘모임 친구’로 지내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관계로 유지된 거라 할 수 있겠다. 종종 연락하고 지내며 생일이나 명절에 덕담해주고 수다 떠는 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두 사람이 사귀어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S씨는 내게

 

“애 하나 키우는 심정으로 몇 년을 우쭈쭈 해가며 카톡을 주고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느 한계에 다다르면 뒤통수를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심정으로 혼자 끝냄.”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S씨가 상대와 자신의 대화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과 달리, 난 그게

 

-여자 쪽이 심심해져서 상대에게 말 걸어 수다 떨고 장난 좀 치다가, 이제 안 심심한지 그다음부터는 연락 딱 끊고 별 말 안 하는 것.

 

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걸 썸이라고 하기엔 S씨가 사용하는 호칭과 말투가 너무 사내녀석들스러우며(응?), 대화도 너무 얕고 절반 이상이 장난이다. 만약 S양씨가 별 얘기 없이 내게 그 대화를 보내며 “이 관계 뭐죠?”라고 물었으면, 난 “드립친구 같습니다.”라는 대답을 했을 것 같다.

 

 

이 관계를 정리할 거라며 S씨는 내게

 

“요번에 만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 관계를 끝내자고 할 생각인데, 콱 저돌적으로 들이대야 할지 아님 차분하게 이제 개인적으로 만나지 말자고 해야 할지 감이 안 옵니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뜬금없이 ‘관계를 끝내자’, ‘개인적으로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순댓국집 아주머니도 놀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두 사람이 무슨 관계였던 것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로 지냈던 것뿐이지 않은가.

 

오히려 상대 입장에서 보면, S씨가 연락을 할 때마다 성실하게 받아줬으며 S씨가 부탁하거나 같이 하자고 하는 일들을 상대는 열심히 베풀어 온 거다. 그가 S씨에게 베푼 호의만 해도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인 것들이 많은 반면, S씨가 그에게 베푼 건 거의 없잖은가. 게다가

 

-난 쟤랑 잘 되고 싶은데, 쟤가 너무 초식남처럼 굴며 적극적이지도 않다.

 

라는 이유로 몇 번이나 말도 없이 연락을 끊었던 것 S씨다. 그렇게 인연의 끈이 느슨해질 때 먼저 연락을 해오거나, S씨의 생일에 선물을 보내온 건 상대고 말이다.

 

내 이런 말에 S씨는 아마

 

“호의요? 선물이요? 그게, 걔가 이 짝사랑 같은 썸에 희망을 불어넣었던 행동들이라니까요!”

 

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S씨가 상대를 대하는 걸 보면 전혀 ‘짝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와 잘 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자 짜증이 난 사람에 더 가까워 보인다.

 

“나한테 잘해주면서 왜 사귀자곤 안 해! 나쁜 놈. 사귈 마음 없는 거라면 잘해주지나 말지. 왜 헷갈리게 하는 거야!”

 

라면서, 그냥 좀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혼자 분노 게이지만 채워가지 말고, S씨가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하거나 상대의 호의에 감사한 적 있는지, 그렇게 느낀 적이 있다면 과연 그걸 상대에게 표현한 적은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S씨가 말하는 ‘우쭈쭈 해가며 카톡을 주고받았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그냥 인맥 유지하며 연락하고 지내는 것’에 가깝다는 걸 기억하자. 호감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며, 폰 붙잡고 띄엄띄엄 카톡할 게 아니라 전화도 하고 좀 더 상세히 서로의 이야기도 공유하며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불 붙는 거지, 내가 그냥 ‘언제 한 번 보자’는 이야기만 하는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집들이 언제 하냐? 집들이 선물로 내가 송어 잡아감. 사양 마라.”

“보졸레누보 추천한 거 누구냐. 어제 원샷 했는데, 지금 머리 깨진다.”

“돌잔치 와서 참치회 박살냈다. 회 실장님 놀라서 손 떨고 계신다.”

 

라는 이야기를 하듯, 그렇게 상대와 수다를 떨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S양의 경우 카톡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에게 마음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다정하게 말하면 닭살 돋는 것 같으니 투박하게 말해 그런 분위기 안 내려고’ 더더욱 털털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 같으니, 전화나 만남을 활용해 상대와 좀 더 가까워져 보길 권한다.

 

아, 그리고 지금 막 10밖에 마음 안 보여주고 안 하면서 연애 시작하면 90이상 할 생각하지 말고, 지금 70정도 해도 되니 ‘연애시작’만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상대와 하고 싶은 거 하나 둘 같이 해나가 봤으면 한다. 지금 같이 걸어도 되는 거니, 꼭 ‘연애 시작’이란 신호가 떨어져야 출발할 것처럼 공회전만 하고 있지 말자.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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