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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먼저 밥 먹자고 연락했던 그 남자, 왜 갑자기 식은 거죠?

by 무한 2018. 1. 15.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듣고 많은 인기를 누리며 지내왔던 A양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남자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상대에 대해

 

‘이 남자 뭐지? 보통 먼저 만나자고 말해서 내가 한 번 만나줬으면, 그 이후로는 알아서 들이대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 그리고 연락이 없어서 내가 먼저 말을 몇 번 걸었으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먼저 말 걸 줄도 알아야지 뭐하고 있는 거?’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A양은 그의 연락 없음에 더욱 분노를 느끼기도 했고, 먼저 말을 걸어도 그저 대답만 하고 마는 상대에게 점점 더 약이 오르기도 했다.

 

 

 

A양은 그렇게 화가 나, 고백까지를 하기도 했다. 화가 난 채 고백했던 순간의 카톡은 아래와 같다.

 

A양 – 너 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알지?

상대 – 나한테 관심 있어? 전혀 몰랐는데.

A양 – 내가 자존심 버려가며 이렇게 계속 연락할 이유가 없잖아.

A양 - 그냥 못들은 걸로 해.

상대 – 내가 쓰는 향수가 뭔지 물어본 것만으론 몰랐어.

상대 - 우리 만났을 때의 네 행동들도, 관심 있는 걸론 보기 힘들었고.

 

저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상대가 사귀자는 말도 안 하는데다, A양은 상대가 A양 직장 사람들이랑 친하니 소문이 날 걸 감수하고 말했는데 거절당한 느낌에 더 화가 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저건 ‘용기 내서 한 고백’이라기보다는 ‘빨리 내 마음대로 안 되어 부린 짜증’에 가깝다. 게다가 그 전까지 둘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내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모르냐’면서 결판을 지으려는 것도 분명 성급한 행동이고 말이다.

 

 

어쨌든 ‘그는 왜 이쪽에 대한 관심이 식었는가?’를 내게 묻는다면, 난 첫째

 

-첫 만남에서 상대가 A양의 뭔가에 실망했기 때문.

 

이라고 대답을 할 것 같다. 둘의 첫 만남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혀있지 않아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첫 만남 이후로 그는 분명 태도가 변했다. A양은 그가 A양에게 ‘직설적이다’라는 평가를 했다고 하는데, 난 그것과 관련해 어떤 인간적 실망을 한 건 아닌지 조심히 추측해 본다.

 

둘째로는

 

-말을 먼저 걸긴 했지만, 그냥 그것뿐이었기 때문.

 

이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대화가 목적인 게 맞다면 말을 건 후에도 좀 집중하며 이어나가는 게 정상인데, A양은 이상하게도 처음 말 한마디 걸고는 나머진 알아서 상대가 대화를 이어나가거나 인터뷰하듯 물어주길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A양이 원하는 반응을 상대가 보이지 않을 경우, 기분이 상해서 대화를 마무리해 버리거나, 자신도 더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서 상대가 읽씹을 한 거라 여기며 혼자 분노를 축적하기도 했다.

 

바로 저 부분이, A양의 치명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식의 대화법으로 대화가 가능한 건, A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관심을 동력 삼아 혼자 끊임없이 묻고 다음 주제로 계속 이어갈 때뿐이다. 짧게 말해 그건, A양과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만 통하는 대화법이란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더 A양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를 못 느끼는 게 정상이며, A양도 아무 말 하지 않기에 상대는 당연히 대화가 끝난 거라 여길 수 있다.

 

셋째로는,

 

-상대도 아쉬울 게 없어서.

 

라고 대답을 할 것 같다. ‘예쁘고 인기 많은 여자’가 도도하다면, ‘준수한 외모의 성공한 남자’는 여유롭다. 때문에 자신을 보러 부산까지 내려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을 위해 다시 서울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으며,

 

“아무튼, 시간 나면 또 밥 먹으러 가자.”

 

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대에겐 그저

 

“그래, 또 같이 먹으러 가자.”

 

정도로 받고 말 수 있다. 아주 보통의 경우라 해도,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거나 쿵짝이 맞는 대화를 하다가 나온 ‘밥먹자’는 얘기도 아니고, 그냥 안부 정도 묻다가 흘리는 저런 말에 열정적으로 달려들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A양의 경우 상대가 서울에 다시 올 일 있긴 하다고 대답했을 때에도, 그럼 서울 어디서 보자는 얘기를 하는 대신 상대가 으레 A양 동네로 오는 걸 A양이 당연한 듯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런 A양을 위해 상대가 또 거기까지 가고 싶진 않았을 것 같다.

 

 

난 A양이,

 

“먼저 밥 먹자고 말한 건 상대인데, 왜 지금은 저한테 관심이 없을까요?”

 

라며 ‘나에 대한 상대의 관심’에만 초점을 두고 고민하기보다, 상대에게 좀 관심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이건 꼭 이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A양이 누군가와 동등하고 공평한 연애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상대에 대해 모름, 잘 모름, 아직 모름 이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른 상대가 내게 반해 고백하기만을 기다리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며 화내지 말고, 상대가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간단 생각으로 풍성한 대화부터 해보길 권한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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