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하다 보면,
‘이게 고기가 문 건가? 아니면 바닥에 걸린 건가? 수초에 걸린 거? 고기가 문 거라면 확실하게 문 건가, 아니면 입질하느라 물었다 뱉은 건가? 지금 챔질 해도 되나? 고기가 아니면 어쩌지? 지금 다시 살짝 당겨봤을 때 반응이 없는 거 같은데, 그럼 고기가 아닌 건가? 아니면 물고 따라와서 안 느껴지는 건가?’
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확신이 안 드는 그런 상황에선, 머뭇거리며 같이 낚시 간 사람에게
“이거 고긴가? 뭐지 이거? 채 봐? 채 볼까?”
하는 질문을 하기 마련인데, 질문을 받는 사람 역시 그게 고긴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땐 오랜 낚시 조언인
“까 봐. 까는 데 돈 들어?”
라는 말을 떠올리며 건져 올려 확인해 보는 게 좋다. 고기면 좋은 거고, 아니면 또 다시 던지면 되는 거니 말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W양에게도 난 저 얘기를 똑같이 해주고 싶다. 일단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 좀 알아가 보다가, 쭉 겪어 봤는데 아니면 말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되면 한다. 확실하면 걸겠다.’의 마음으로 갈팡질팡 하다간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 있다. 호감 가는 상대를 두고
‘이 사람 다른 이성들에게도 이러는 것 아닐까?’
‘내게 보인 호의가 접대성 멘트라든가 예의상 한 말 아닐까?’
‘꾸준히 내게 연락하지 않는 건, 내가 아쉽지 않다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만 반복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며, 그 결과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가 될 수 있단 얘기다.
특별한 사이는 그게 애초에 그럴 관계라 저절로 특별해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며 대할 때 의미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W양은 상대를 경계하고 의심하느라 ‘어떤 사람이라도 그렇게 말하고 대할 것 같은 행동들’만을 하고 있을 뿐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서로의 마음에도 가 닿지 못한 채 그저 스치고 잊히는 무수히 많은 관계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겪어 봤는데 아니다 싶으면 그때 돌아 나와도 되니, 일단 상대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자. 1층에서 층별 안내도만 살펴보며 머물지 말고, 2층도 가보고, 3층도 가보자. 그렇게 돌아보며 연혁도 좀 보고 내부도 좀 보고 해야 알 수 있는 거지, 1층에서 안내도만 보고 덜컥 계약해 버리면 오히려 그곳에 간판만 요란한 유령상가가 많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을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
단, 그렇게 상대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둘러 볼 때
“제가 시간 뺏는 건 아닌지….”
“늦었네요. 쉬세요~ 다음에 또 봬요~”
“그럼 바쁘시겠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식사 하셨어요?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라며 자꾸 ‘부정적인 질문을 해 상대 떠보기’나 ‘자체종결형 대화로 거기서 끊어버리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자. 어쩌면 W양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상대에 대해서도 일단 완벽한 신뢰가 있을 때 다가가려 하며 대화에서도 ‘상대 차례’를 여유 있게 두진 못하고 혼자 마무리까지 다 해버리는 걸 수 있는데, 그래버리면 대화가 뚝뚝 끊기게 되며 상대로서도 그저 “네~ W님도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라고 받게 된다.
W양을 비롯한 꽤 많은 여성대원들이, 저렇게 단절된 대화에 안타까워하며 또 2~3일 뒤에 먼저 말을 걸곤 한다. 그럼 이전의 실수를 거울삼아 이번엔 좀 다르게 잘 해야 하는데, 역시나 잠깐을 못 참곤 또 혼자 대화를 마무리 해버리거나 ‘내가 짧게만 말 걸어도 상대는 길게 받아줬으면….’하는 기대만 하다 똑같이 끝내고 만다. 그러다 또 3~4일 뒤에, 다음엔 막 10~15일 뒤에 말을 걸어 같은 헛발질을 계속할 뿐이고 말이다.
“서로 대화하면서 호감이 쌓일 수도 있지만, 상대가 ‘지금 외로우니 어떤 이성이든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 정도의 마음이라면, 제가 노력을 기울여가며 상대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게 제가 너무 조급하기 때문에 뭔가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무슨 마음에 하는 얘긴진 알겠는데, 서로에 대해 겨우 요 정도 밖에 모르며 이것밖에 진행되지 않은 관계를 두곤 나 역시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 특히 W양이나 상대나 나이도 좀 있는데다 인기도 많고 사회에서의 자리까지도 탄탄하게 잡은 사람들이라, 이런 상황에서 막 너무 외롭고 아쉬워서 매달리거나 한 쪽이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일은 벌어지기가 힘들다.
또, W양의 경우 그간 ‘나 좋다는 사람들과 만나 사랑 받는 연애’를 한 까닭에 열정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는데,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자꾸 신데렐라처럼 구두만 벗고 가버리는 W양이 ‘여지만 남길 뿐 무릎까지도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눈치 보며 스텝만 밟을 뿐 잽도 날리지 않는 건 둘 다 마찬가지니, 안부인사만 하는 지루한 탐색전은 그만하고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무슨 영화 좋아하는지부터 물어가며 친해져 보길 바란다. 그렇게 연락하며 만나보다 뭔가 의아하다 싶은 게 생길 땐 내게 또 사연을 보내면 되니, 나중 걱정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일단 카톡 하나 더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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