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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이십대 중반의 늦은 첫 연애, 하나도 모르겠어요.

by 무한 2018. 1. 29.

이제 막 첫 연애를 시작한 사람의

 

-어떻게 해야 오래가는 연애를 할 수 있나요?

-이러이러한 부분 때문에 초조한데, 괜찮을까요?

-제가 너무 오버해서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 내겐 마치 이제 갓 면허를 따고 차를 산 사람이

 

-어떻게 해야 사고 안 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주차가 어려운데, 하다 보면 늘까요?

-오디오 튜닝 괜찮나요? 가죽으로 시트 교체는? LED등 달까요?

 

라고 묻는 것처럼 들리곤 한다. 지금 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10년 무사고’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튜닝은 필요할 때 필요한 걸 하면 되는 건데, 지금 다 확인받거나 ‘정답’이라는 걸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지영씨도 마찬가지로 내게 막연하며 광범위한 질문을 하고 있는데, 그런 거 다 접어두고 지영씨가 주의해야 할 세 가지 지점에 대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출발.

 

 

1.감정공유는 좋지만,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진 말자.

 

남자친구에게

 

“나는 네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게, 가끔 불안할 때도 있어.”

 

라는 이야기까지 굳이 다 할 필요는 없다. 지영씨는 저런 이야기를 들은 남친이 ‘난 변치 않을 테니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로 안심시켜주길 바란 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친이 당장 그렇게 확인시켜 준다고 해서 정말 모든 게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영씨와 비슷한 여성대원들 중에는 남친에게

 

“여잔 자길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데 난 내가 널 더….”

“혹시 내가 연락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다면 말해줘.”

“우리 좀 너무 빨리 가까워지는 것 같지 않아? 그러다 네가 식는 것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도 있는데, 저런 얘기들 역시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겪어 보며 판단해야 하는 건 겪어 보며 판단하고, 조율은 어떤 문제나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부분에 대한 협의를 한다 생각하며 시도하도록 하자.

 

시시각각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고민과 불안을 모두 상대에게 전할 필요 없으며, ‘이 관계가 지속되느냐 마느냐는 전부 너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할 필요 역시 없다. 그러다간 오히려 상대에게 이쪽이 더 많이 좋아하는 까닭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며, 자꾸 확인받으려는 모습이 상대를 오만하게 만들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이 변하거나, 상대가 배신하거나, 상대가 어느 날 널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위험은 어느 커플에게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상황이 찾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거지, 말 몇 마디로 확인을 받거나 ‘내 목숨은 너에게 달려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해 부담만 얹어 주는 게 아님을 기억해 두자. 사귄 지 일주일도 안 되었으면서 벌써부터 막 헤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러진 말았으면 한다.

 

 

2.늘 붙어 있고 싶어도, 자신과 생활은 챙기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으니 남친과 1분 1초라도 더 대화하며 함께하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미루면서까지 맹목적으로 연애를 최우선에 두진 말았으면 한다. 연애 때문에 일도 미루고,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도 취소하고, 모든 시간과 돈과 열정을 연애에만 쏟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다간 필연적으로 고립된 연애를 하게 될 수 있으며, 삶의 모든 기반을 연애에 두고 있는 까닭에 작은 갈등만 생겨도 삶 자체가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이쪽은 ‘모든 시간과 열정’을 연애에 쏟아붓고 있는 까닭에 이쪽과 달리 자신의 삶까지를 돌보는 상대에게 서운하다는 소리만 하게 될 수 있으며, 훗날 서로 잠시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위기가 찾아와도 이쪽은 하소연할 창구 하나 없는 까닭에 상대에게만 무섭게 집착할 수 있다.

 

또, 상황이 어떻든 간에 일방적으로 베풀거나 헌신하거나 이해하려 들진 말았으면 한다. 연애하다 보면 연인이 너무 좋은 까닭에 나는 라면 먹어도 연인은 고기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데, 그게 좀 적당해야지 그냥 매번 그러면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후줄근하고 춥게 다니는 남친이 눈에 밟혀 가방 사주고, 패딩 사주고, 신발 사주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그 대원들 중 8할 이상이 남친으로부터 받은 게 없으며, 나중에 다른 거 사달라는 얘기만 들었다는 걸 잊지 말자. 이쪽이 먹이고, 입히고, 돈 주지 않아도 상대는 살 수 있는 사람이니, 내가 지금 상황이 좀 더 좋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베풀진 말자. 남친에게 차 필요할 때 종종 쓰라고 했더니 남친이 자기 친구 어디 간다는 걸 자신이 태워다주겠다며 “차 여친한테 빌리면 돼. 언제든 말해.”라고 이야기하는 사례도 있으니, 그런 일 같은 건 애초에 만들지 말도록 하자.

 

저 부분에서의 완급조절에 실패하면, 훗날

 

“누난(너는)…, 엄마 같아.”

 

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남친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고, 손쉽게 뭔가를 해결해주기보다는 그가 그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고 응원해주길 권한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고마운 건 훗날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날 믿고 이해하며 함께 있어준 것’이지, ‘어렵고 힘들 때 혼자 다 부담해준 것’이 절대 아니다. 더 막 너무 베풀고 해주고 싶더라도, 상대가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의 두 배 이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그것대로 또 상대에게 부담과 상환 의무로 축적되는 단점이 될 수 있다.

 

 

3.앞으로 영원히 쭉 가는 게 아니라, 서로를 겪어 보는 거다.

 

 

사귄 지 몇 주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과는 결혼까지 할 것 같다는 촉이 와요.”

“착한 사람 같아요. 순수하고요.”

“제게 그런 이야기까지 털어놓은 걸 보면, 정말 솔직한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그 마음 그대로 변치 않고 쭉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땐 서로 120% 노력해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며 싫은 소리나 나쁜 소리 같은 건 절대 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자.

 

아직 서로의 짜증 내는 모습, 화내는 모습, 귀찮아하는 모습, 피곤해하는 모습 등은 확인한 적 없잖은가. 서로의 본색은 바로 저런 순간에 나오기 마련이며, ‘노력’이 가장 필요한 것 역시 바로 저런 순간이다. 갈등의 순간에도 말 끊지 않고 끝까지 얘기를 들어주는 게 어렵지, 퇴근길에 전화해 수다 떠는 게 어렵겠는가.

 

그래서 내가, 연애 초기 서로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려는 상황일 때

 

-대화 끝나기 전에 전화를 끊거나, 화났다고 일부러 전화 안 받지 말기.

-가능하면, 하루 중 눈 떴을 때나 눈 감을 때 연락 하기.

-모임이 있을 때면, 자리 이동할 때나 집에 들어갈 때 연락 주기.

-아무리 화가 나도 욕 섞어 말하거나 너 때문에 짜증 난다고 말하지 말기.

 

등을 약속해두길 권하고 있는 거다. 갓 시작된 연애에 푹 빠져있는 대원들은 자신의 연애엔 저런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전시회 가거나 스키장 갈 얘기만 하곤 하는데, 당장 매일 만나고 매주 여행가는 즐거운 연애 중이라 해도, 저런 순간 세 번만 찾아오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뒀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지영씨는 내게

 

“제 주변 친구들하고는 책, 고민, 미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관계가 깊어졌는데요, 남친이랑은 그런 얘기들이 좀 어려운데다 말을 꺼내도 코드가 좀 다릅니다. 남친과는 그럼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도 했는데, 그러면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가족 얘기, 유년기와 학창시절 얘기, 친구 얘기 등을 먼저 해보길 권한다. 명절이 다가오니 명절과 관련해 친가, 외가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고, 친척들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다. 과거 연애사나 다른 이성과 관련된 얘기만 아니라면 뭐든 좋으니, 너무 주제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대화를 했으면 한다.

 

단, 상대가 뭐라고 얘길하든 그건 ‘지금 이 순간 상대의 마음이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일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지영씨가 모든 부분에 대한 변치않는 정의를 내린 채 그대로 사는 것이 아니듯 상대도 유동적이지만 ‘지금 답하자면 그런 것’이란 생각으로 말한 것일 수 있으니, 상대의 대답을 근거로 ‘완전히 그렇게 굳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그래야 훗날 상대의 변화에 그저 실망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며, 상대의 대답을 벽처럼 느끼며 그 부분을 방치해 두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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