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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백수 남친과의 연애, 남친이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만 해요.

by 무한 2018. 2. 27.

백수 남친과 연애 중일 땐,

 

-남친이 30세 미만인가, 이상인가?

-백수로 지낸 기간이 3년 미만인가, 이상인가?

-데이트 빈도가 일주일에 4일 미만인가, 이상인가?

-남친의 기상시간이 규칙적인가, 불규칙적인가?

-남친의 자소서와 이력서가 있는가, 없는가?

 

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친을 두고 위의 질문들을 해봤을 때 모든 대답이 후자인 거라면, 그 연애는 나아질 가능성을 찾기 힘들며, 혹 남친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만 해도 ‘연애는 내 성공의 걸림돌. 정리대상 1위.’로 여겨질 수 있다.

 

백수 남친과의 연애, 남친이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만 해요.

 

 

사연의 주인공인 G양 커플의 경우, 위의 질문들에 전부 후자의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G양은 ‘최대한 잔소리를 하지 않으며, 남친을 믿고 기다려주는’ 방법을 사용 중이라 하는데, 난 이대로라면 1년이 지나든 2년이 지나든 둘의 상황은 그대로일 것이며, 남친 입장에서도 당장은 ‘주 5일 데이트’로 자신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게 가능하니 일단 만나서 놀긴 하겠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즐기기만 한 날들이 축적된 채무처럼 돌아와 책임을 요구할 경우 연애의 절반 이상이 후회로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신호는 깜빡이기 시작했다. 남친은 G양에게

 

“너와 만나는 건 참 좋은데, 언젠가부터는 그러고 있는 동안 ‘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것과 더불어 G양이 내게 옮겨 적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몇 가지 이야기들이 바로 그 신호라고 보면 되겠다.

 

 

내 여동생이 이 사연을 들고 왔다면, 아무래도 난 내 여동생의 안정적인 미래와 위험 없는 기반을 먼저 염려할 테니, 헤어지길 권할 것 같다. 상대가 매일 뭔가를 하긴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수입이 별로 없거나 치열하게 살다 잠시 트랙 밖으로 나와 쉬는 중이라면 몰라도, 그냥 막연히 언젠가는 뭐가 잘 되겠지 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거나 자신의 능력이 저평가 받거나 지원한 곳에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유예하는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라면, 몇 년을 더 만나도 그대로일 것 같기 때문이다.

 

남친이 현실에서의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를 자각한 후 울거나 신세한탄을 하는 것도, 난 도형 소설에 나오는

 

“극빈 상태에 이르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

 

라는 문장으로 해석할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건지를 모르는 건 아닌데, 인생 헛살았으며 헛살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 자기학대를 하면서도 어제, 오늘, 내일 계속 똑같을 뿐이라면, 위로와 격려는 그에게 일시적인 진통제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해야 할 공부 접고 나와 오늘은 친구와 당구 한 게임 하고 치맥 먹으며 진짜 뭔가 제대로 해보자고 건배하지만, 다음 날에도 공부는 접고 나와 PC방에 갔다 무한리필 삼겹살 먹으러 가서 건배하는 것처럼 말이다.

 

 

G양이 내 여동생이 아닌데다, 지금 알고 싶어 하는 것도 ‘현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인 까닭에 위의 얘기를 그대로는 하진 못하겠다. 그래서 G양에게는

 

-응원하며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적극 개입할 것.

-상대가 무능력해서가 아니라, 무질서해서 유예하는 것일 수 있다 생각할 것.

-창업 후 성공 같은 먼 미래의 일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의논할 것.

-하지만 연애가 어려워졌다고 친구, 취미 등으로 도피하면 그 사람은 버릴 것.

 

이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거창한 큰 그림 같은 거 말고 당장 상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주 단위, 월 단위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같이 계획하고 체크하도록 하자. 상대가 그냥 늦게 일어나선 씻고 데이트하러 나오는 생활을 지속해서는 안 되며, G양이 출근해 있는 동안 상대는 놀다가 퇴근 후 만났을 때 ‘연애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어선 안 된다. 요런 부분부터 정리해가는 게 먼저인 거지, 당장 상대를 믿는다면서 G양이 비용 다 부담해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만 열중하진 말자.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며 만나봤는데도, 상대가 그냥 일확천금에 대한 꿈만 꾸거나 다른 것들로의 도피만을 꾀한다면, 그땐 그게 상대라는 사람의 한계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으면 한다. G양도 지금까지 상대를 지켜본 결과 ‘혹 이게, 일시적인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봐도 후자일 가능성이 51%는 분명 넘는다. 당장 다 맞춰주고 무작정 연애에만 풍덩 빠져 있으면, 듣기 싫은 소리나 차가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니, 그런 얘기가 더 나오지 않도록 자꾸 근거 없는 미래의 행복에 대해 말하거나 서로의 얼굴만 더 바라보려는 것일 수 있고 말이다.

 

혹 헤어지는 상황이 오게 될 경우 상대는 ‘내가 가난하고, 직업도 없고, 무능력해서 헤어졌다’며 자학하거나 자신이 그렇기에 G양을 잡을 수 없는 거라는 이야기를 할 텐데, 그땐 그것 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니라, 그걸 바꿔보기 위한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거라고 분명하게 말했으면 한다. 내 남편이 밤새 뭘 했는지 늦게 자곤 점심쯤 일어나서, 밥 먹고 또 그냥 시간 보내다 저녁에만 “아 진짜 뭔가 해야 하는데, 가정이 있다는 것 때문에 과감하게 확 시도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결혼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로.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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