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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친이 소심한 게 아니라, 제가 이기적인 건가요?

by 무한 2018. 5. 18.

둘 다다. 남친도 소심했고, Y양도 이기적이었다. 남친은 소심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Y양이, 길게 만날 여자로 적합한가?

 

를 중점으로 보며 저울질을 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Y양은 연애에 푹 빠지지 않는 상대에게 실망해 곁을 더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둘 다 눈치 게임을 하며

 

-네가 좀 더 하면, 그때 나도 더 하겠다.

 

라며 간을 보고 있던 상황이라고 할까. 때문에 현 시점에서 ‘누가 더 잘못한 건가?’를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그것보다는 이 짧은 연애를 통해 Y양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Y양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게 ‘Y양의 잘못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걸 먼저 밝히며, 출발해 보자.

 

남친이 소심한 게 아니라, 제가 이기적인 건가요?

 

1. 해주는 것에 감동만 할 게 아니라, 하지 말라고도 해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모닝콜 같은 건 안 하는 게 좋다. 요즘 스마트폰 없는 사람 없고 알람 어플도 깰 때까지 울려대도록 잘 나오니,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건 연인보다는 알람 어플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

 

모닝콜을 할 경우, 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 시간에 맞춰 빠짐없이 연락해줘야 한다는 게 부담일 수 있으며, 자신도 바쁜 상황인데 연락을 해야 하거나, 상대가 덜 깬 상황에서 짜증을 부려 기분만 나빠지거나, 연락하는데도 못 일어나서 계속 전화를 걸고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Y양의 경우에서처럼 상대가 쉬는 데도 모닝콜을 해줘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반대로 이쪽이 쉬는 날이라 상대가 연락을 안 한 건데 그걸 가지고도 기다렸다며 삐치는 일 등이 벌어질 수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해주는 사람의 수고는 가볍게 여겨지고 다툼의 발단이 될 수 있는 이런 일은 안 하는 게 좋겠다.

 

나아가 이렇듯 상대가 베푸는 것에 대해서는 감동만 할 게 아니라, 역으로 상대를 배려해 사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의 호의나 배려를 모두 거절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에게 무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잘 헤아려 그 마음만 받는 게 좋다. 그러지 않을 경우

 

-상대가 날 데리러 오고, 날 데려다 주는 게 당연함.

-어디 갈 경우, 상대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상대가 동선을 짜는 게 당연함.

-숙박비나 거창한 외식 등 큰 돈이 들어가는 건 당연히 상대의 몫.

-내가 회식할 때에도 상대는 대기하고 있다가 날 태워다 주거나 기다려야 함.

 

등의 불공평한 일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Y양과 상대의 관계가 바로 저런 수순을 밟는 것 같자, 남친이 빠르게 이별을 택한 거라 할 수 있겠다.

 

 

2. 나 자기 목소리 듣고 싶은데 VS 힘내 자기

 

내 심심함이나 외로움에 대해서는 120% 어필하면서, 상대가 꺼내놓는 어려움이나 고민에 대해서는

 

“힘내 자기~!”

 

하고 끝내버리는 건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이건 내가 Y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고개를 갸웃했던 지점인데, Y양은 남친이 경제적인 고민에 대해 말을 꺼내려 하자

 

‘아 왜 계속 돈 얘기하려 하지?’

‘그게 뭐 나 때문에 들어간 돈인가?’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걸 왜 나한테 말하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신청서에는 그걸 ‘남친이 돈 얘기 계속함’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태도를 남친은 훗날 이별할 때 짚어낸다.

 

“항상 내 기분이나 감정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하고, 네 기분이나 감정은 내가 들어주고 위로해줘야 하고. 난 항상 기다리고 기분 헤아려주고 해야 하는 입장인데, 넌 내가 힘든 것에 1도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

 

물론 이 지점은 상대가 너무 다짜고짜였던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런 얘기는 밑도 끝도 없이 카톡으로 꺼낼 게 아니라, 만나서 좀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하던 중 꺼내는 게 좋았을 텐데…. 게다가 그는 그런 이야기만 툭 던지고는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때문에 그걸 듣는 입장에서는 뚜렷하게 뭐가 고민인지를 알기 힘들었다.

 

나중에 그가 ‘데이트를 줄이자’고 한 걸로 미루어 그건 경제적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꺼낸 포석임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거라면 말을 꺼내다가 말거나 빙빙 돌리지만 말고 결론까지 확실하게 말했어야 한다. 상대는 Y양이 좀 더 물어주길 바랐고, Y양은 상대가 명확하게 말해주길 바랐기에, 그렇게 둘 다 눈치만 보다가 중요한 얘기를 할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넹넹. 맛나게 먹어용. 힘내용. 잘자용.”하는 대화만 하다 끝나게 된 거라 할 수 있겠다.

 

 

3. 서운한 것, 싫어하는 것을 바로 말해주는 게 좋은 방법일까?

 

서로가 바라는 것이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다를 테니 그걸 이야기하며 조율해가는 건 분명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러기 전에

 

-나는 상대가 싫어한다고 한 부분을 조심하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나만 편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이 이야기를 똑같은 방식으로 내게 한다면 어떨까?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런 질문들에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면서 내가 서운한 것과 싫어하는 것만 말하는 건 일방적인 짜증이며, ‘바로바로 말하는 것’이라는 건 그저 빡치는 순간에 즉각 화풀이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나는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네가 그럴 경우 이별위기까지 갈 수 있는 일.

 

이 많지 않았는지도 꼭 생각해봤으면 한다. 사연을 받다 보면, 한쪽이 자신은 20~30분 늦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늦은 거니 이해받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 5분만 늦어도 “나 들어가 있을 거니까 오면 알아서 들어와.”라며 짜증을 내는 사례가 종종 있다. 내 시간 5분이 아깝고 기다리기 짜증나면 연인의 그것도 그렇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1차원적인 감정에만 충실하다 보니 “나도 지금 늦어서 마음 불편한데 왜 너까지 그래?”라는 적반하장의 태도까지를 보이고 마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도 어쩌지 못할 일들에 대해서까지, ‘그건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 말해선 안 된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예컨대 내가

 

“너희 친척 결혼식이라 꼭 가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 날 만나려고 했던 난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좀 짜증나네. 그 날 아니면 우리 가자고 했던 박람회도 시간 안 맞아서 못 갈텐데…. 암튼 네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알아줬음 좋겠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뭐 어쩌라는 건지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저런 식으로 말하는 대원들에게 굳이 저렇게 이야기를 한 이유가 뭔지를 물어보면

 

“상대한테 일이 생겨서 못 만나는 건데, 그걸로 더 미안해하지 않으니 짜증 나잖아요. 거기 갔다가 최대한 일찍 와서 잠깐이라도 보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면죄부 받은 것처럼 하루종일 거기 갖다 올 생각하며 못 만나는 걸 당연하게 여기니까….”

 

라고들 하던데,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래 버리면 이쪽이 성격파탄자로 보이거나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늘 얘기하지만, 저럴 땐 연애로 향했던 관심을 ‘내 생활’ 쪽으로 살짝 돌려 두는 게 상대를 더 긴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 받아도 절대 흡족할 리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하기보다는 잘 다녀오라고 보내주도록 하자. 그런 척 하다가 다시 마음이 뒤틀려 “결혼식장에서 톡 하나 보낼 시간 없는 거냐.”며 갈구지도 말고.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Y양은 내게

 

“제가 먼저 사과하고 잡아주길 바라서 (남친이)저러는 건가요?”

 

라고 물었는데,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인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난, 그가 고백과 이별통보를 둘 다 카톡으로 했으며 전화통화도 피했고, 연애 중 일단 베풀며 Y양을 평가하려 했을 뿐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회를 권하고 싶지 않다. Y양이 바짝 굽히고 들어가 다시 만난다 해도, 머지않아

 

“카톡으로 말하는 게 편하니 카톡으로 할게. 다시 잘 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헤어지는 마당에 뭐가 어때서 헤어진다는 얘기를 하기보다는, 서로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길 빌어주며 헤어지자. 너랑 함께했던 시간 내 생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행복해라.”

 

라는 이별통보를 또 받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Y양도 상대가 정말 좋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이라서 사귄 게 아니라, ‘상대가 Y양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고백해서’ 사귄 것이니, 영문도 제대로 못 들은 채 헤어졌다고 해서 무작정 재회하려 하지 말고 그와 꼭 (다시)사귀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자 그럼, 현명한 선택을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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