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인 까닭에 뭘 하든 둘이 하는 게 당연한 듯 여겨지다 보니, 둘이 함께 있지 않은 시간들이 전부
-나에 대한, 상대의 무관심.
으로 여겨지고 말았던 것 같다. 서로 각자의 친구를 만나 밥을 먹거나 놀 수도 있는 거고, 각자 할 일을 하다 보면 몇 시간 정도는 연락하지 않은 채 있을 수도 있는 건데, 거의 늘 둘이 붙어 있던 것에 익숙했던 까닭에 그런 일이 생기면 초조함과 불안부터 찾아오게 된 것 같다.
이런 증상은,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커플에게서 흔하게 나타나곤 한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만나는 게 당연하고, 같이 밥 먹는 것도 당연하며, 수업 끝나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보니, 그러지 않는 시간이 찾아오면 한 사람은 다른 한쪽을 계속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연인 말고 다른 대인관계는 대부분 접고 있을 때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예컨대 차로 3시간 걸리는 타지역 친구가 놀러와 연인이 만나고 있을 때, 기다리게 된 쪽은
-그 모임 언제 끝내고 돌아올 거냐.
-나 밥도 안 먹고 있는데 넌 거기서 친구랑 먹을 거냐.
-지금 세 시간 째 연락이 안 되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
-친구랑 게임 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연애 하지 말고 친구랑 놀아.
식의 히스테리까지 부리게 될 수 있다. 이성의 끈을 겨우 부여잡곤 ‘이해하는 척’을 해보지만, 마음은 이미 뒤틀린 상태라 상대에게 틱틱거리거나, ‘맞불작전’ 같은 걸 쓴다며 일부러 응답을 안 하며 골탕먹이려 들 수 있고 말이다.
“근데 처음엔 상대도 안 그랬어요. 그때는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도 저랑 놀려고 하고, 친구 만나러 갔다가도 얼른 저 보러 오려고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변한 거잖아요.”
그건,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하는 커플들이 모두 겪는 변화다. 어느 정도로 변했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긴 하겠지만, 사연의 주인공인 M양 커플의 경우는 연락과 만남에 문제없고 데이트 빈도나 내용에도 문제가 없는 까닭에, 이것만 두고 헤어질 생각을 하는 건 훗날 후회할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M양의 연애가 점점 꼬여가는 건, 위에서 말한 ‘너무 연애 의존적인 생활방식’ 때문임을 기억하자. 이거 이래 버리면, 졸업하기 전까진 그래도 근근이 사귈 순 있겠지만, 둘 중 하나가 취업하는 순간 맨날 싸우기만 하다가 헤어질 수 있다. 일 때문에 달라진 생활패턴과 회사에 적응하느라 거기에 할애하는 순간이 모두 ‘무관심’으로 느껴질 수 있고, 그럼 다른 한 쪽은 계속 기다리며 징징거리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두 사람의 연애에서 다뤄지는 감정들이 대부분 ‘억울함, 짜증, 분함’은 아닌지도 반드시 체크해 보길 권한다. 이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할 때 주로 발생하는 일인데, 연애 이외의 일들에서 감정적인 덜컹거림을 느낄 때마다 그걸 연인에게 모두 쏟아내고는 위로를 받으려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M양은 그런 ‘정서적 다독거림’을 요청해 놓고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상대에게
“그게 위로야?”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게 아니라 들어달라는 거잖아.”
“너랑 얘기해봤자 힘도 하나도 안 나.”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어떤 관계에서든 이쪽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준 사람에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관계를 부수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그런 일을 반복해서 겪은 M양의 남친은, 결국
“난 그냥 너의 스트레스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
“넌 왜 그 사람들에게는 전혀 티도 안 내고,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다 화풀이를 하는 거지?”
라는 이야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연애에 감정공유와 정서적 다독거림의 기능이 있는 건 맞는데, M양이 그걸 너무 일방적으로, 또 너무 빈번하게 사용했던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저런 일들로 인해 갈등이 생겼을 때 M양이 사용하는
-상대에게 ‘기회를 줄 테니 앞으론 잘 해라’라는 이야기하기.
라는 게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란 것이다. M양 입장에선 그게 ‘내가 한 번 참고 남친에게 기회를 준 것’이겠지만, 남친에겐 그게
-안 그래도 불공평하던 연애에, 의무는 더욱 늘어난 것.
으로 여겨질 수 있다.
입장을 바꿔 남친이 M양의 노는 것, 먹는 것, 쉬는 것, 친구와 만나는 것 등을 다 터치하며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줄 테니, 앞으로는 잘 해라’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M양 역시 자신이 또 뭔가 남친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까봐 계속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M양이 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만 못해도, 남친이 그걸 가지고 비꼬고 비웃으며 “이럴 거면 헤어지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든가.”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M양도 그 연애를 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고 말이다.
더불어 “이제 너한테 말할 일 없을 거다.” 라거나 “앞으로 너에겐 아예 기대를 안 하겠다.” 등의 말은 서로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 뿐 1g의 도움도 되지 않는 말들이니, 저런 식으로 “네 탓, 너 때문에, 너란 사람은 진짜….” 라는 이야기보다는, 되도록 M양의 기분과 감정에 대해서만 말하도록 하자. 그걸 들은 상대가 스스로 헤아려 답을 찾게 하는 게 현명한 거지, 상대 탓을 하며 상처 주고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 연애는 그저 피곤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그간 ‘내가 원하는 연애’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남친에게 어필해 봤으니, 여기서부터는 ‘남친이 원하는 연애’에 대해서도 들어가며 조율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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