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그냥 기대는 이쯤에서 내려두고 접으면 안 될까? 문제는 복잡한데 S양은 뭐가 문제인지를 전혀 못 보고 있고, 그 문제를 교정한다 해도 상대 역시 그냥 다리 하나 걸쳐 놓고 있는 상황이라 이쪽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미 펑크 난 채로 너무 많이 주행해 타이어뿐만 아니라 휠까지 엉망으로 망가져 버린 듯한 관계와 같기에 수리보다는 교체가 나을 것 같다.
S양은 내게
“지금 주도권은 얘한테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같은 걸 묻고 있는데, 그 질문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며 S양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를 오늘 함께 살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그 연애가, 주도권 행사하려다 망한 연애이지 않은가?
상대와 S양이 헤어지게 된 건, S양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던 모습이 컸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말자. S양의 연애관 자체가
-상대가 날 정말 좋아하면, 표현도 많이 해야 하며 달달함이 느껴져야 함.
인 까닭에, S양은 상대에게
“네가 날 정말 좋아하는 건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생각해 봐라.”
라는 이야기도 몇 번 한 적 있으며, 그런 연애를 하다 상대는 ‘너와의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지 아니면 나 자체가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진 모르겠지만 확신이 없다.’며 이별을 말했다. 상대의 이별통보에, S양은 뭐 이미 마음 뜬 것 같은데 붙잡아서 뭐하나 하며 쉽게 받아들였고 말이다.
둘은 그래서 헤어지게 된 건데, 헤어진 이후 보이는 S양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자기가 먼저 할 수도 있었던 건데 그걸 안 하고 상대에게 “넌 ~도 안 하냐?”라는 뉘앙스로 묻거나, 답정너의 질문을 해놓고는 바랐던 말 상대가 얼른 안 하면 할 때까지 다시 묻는다. 상대는 이제 S양의 남친이 아닌 까닭에 쩔쩔매거나 ‘시간을 갖고 생각해 봐라’라는 S양의 으름장에 별로 개의치 않는데, 그래서인지 S양은 약올라하며 ‘예전에 사귈 때처럼 내가 주도권을 가진 관계’로 돌아가길 바라는 중이다.
이건 S양에게 있는 치명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S양의 연애관과 연애에 임하는 태도만 가지고도 긴 매뉴얼을 쓸 수 있을 정도인데, 여하튼 S양이 이걸 궁금해 한 것도 아닌데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도 그저 발만 담가두고 있을 정도인 관계에서 굳이….’라는 이유가 있으니, 여기선
-예전에 사귈 때의 모습도 지속 가능한 연애의 모습은 아니었음.
-두 사람의 이별사유가 된 모습은 지금도 남아있음.
정도로만 정리해 두도록 하자.
2. 상대가 이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S양은 상대가 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카톡대화를 보니 그게 아니다. 먼저 말을 걸거나 뭔가를 제안하는 쪽은 대부분 S양이며, 이 상황에서 S양이 상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이 관계는 저절로 희미해질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S양이 궁금해하는 ‘상대는 무슨 마음으로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선 ‘S양이 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가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다.
또, 서른 넘어 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연애도 할 만큼 해본 것 같기에 이제 별로 기대가 안 됨.
-귀찮음을 이겨낼 만한 설렘이 안 생김.
-새로 유입되는 이성과의 대인관계도 없고, 흥미도 안 생김.
-누굴 만나 처음부터 알아간다는 것이 살짝 좀 까마득함.
-썸이든 연애든 좀 편하고 쉽게 하고 싶은데 그게 저절로 되진 않음.
등의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상대 역시 저런 마음들과 어울리며 그냥 일단 되는 대로 흘러가 보는 중인 것으로도 보인다. 때문에 그가 S양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오는 거 안 막고, 가는 거 안 잡는 마음’으로 그냥 만나지는 대로 만나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연애를 할 때에는 오히려 할 말도 할 수 없었고 S양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공평한 관계로 만나거나 대화할 수 있으니 연애할 때보다 지금이 그에게는 훨씬 낫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그는 S양에게 “너 지금 그러는 거 답정너야.”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너는 그래도 되면서, 나는 왜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라는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연애 중이었으면 저런 이야기를 한 죄로
-연락 안 함 3일에 생각할 시간 1주
같은 판결을 받았을 테지만, 지금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그런 판결을 받을 일이 없으니 그냥 대놓고 다 표현한다. 때문에 이런 순간이 왔을 때 그걸 이용해 ‘그간 사귀며 당했던 것에 대한 복수’까지를 하는 사례들도 있긴 한데, 상대의 경우 그 정도까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그냥 아무 의무나 책임 없이 ‘나도 싫지 않고 너도 싫지 않다고 하니’ 그냥 간판 안 걸고 기약 안 정한 채 즐기는, 그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둘 다 외롭고 심심할 때 연애 중 했던 데이트나 스킨십을 하기도 하는 건데, 이것에 대처하는 S양의 문제에 대해선 아래에서 얘기하도록 하자.
3. 점점 엉망이 된 이유는?
S양은 이별 이후 지금까지 ‘상대가 연락을 받아주는 것’을 ‘재회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해, 조금만 뭘 더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과 같은 영광의 시절(?)이 올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이건 그냥 연애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관계가 된 거라 보는 게 맞다.
S양은 상대에게
“넌 그냥 내가, 너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우니까 만나는 거지? 적당히 데이트하고 스킨십하고. 그거잖아. 그냥 너 놀고 싶을 때 쉽게 놀 수 있는.”
이라며 따지기도 했는데, 앞서 말했듯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한 건 대부분 S양이었던 까닭에 저렇게 상대에게 따지는 건 좀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S양은,
“나 소개팅했어. 내가 이 사람과 잘 되어도 넌 상관없지?”
라는 이야기까지도 했는데, 상대에겐 상대 소개팅 하는 게 싫으니 하지 말라고 해놓곤 자신이 소개팅을 했다고 하는 건, 질투심 유발이나 떠보기를 목적으로 한 거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좀 많이 괴상한 수다. 그러면서
“대답이나 해. 상관있어, 없어?”
라고 ‘답정너’를 하기 위해 몰고 간 것 역시, 저런 수를 써서 ‘상관 있지’라는 대답을 들어봐야 이미 신뢰는 깨지고 이쪽은 ‘이상한 여자, 이기적인 여자’로 보이게 되는, 헛발질에 가까운 것 아닐까?
저런 걸 다 해놓고, 다음 수로는 또
“난 아직 너 좋아해. 어쩌면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고. 근데 넌 아니지?”
라는 이야기를 한 것 역시, S양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걸 상대 탓으로 돌리고 마는 것일 뿐, 눈물겹게 참고 견디다 못 해 털어놓은 고백이라고는 분명 보기 어렵다. 그냥 어느 때 말만 저렇게 할 뿐, 평소 애정이 느껴지는 행동이나 신뢰를 주는 태도 같은 건 S양에게서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서두에서 내가 이거 그냥 접으면 안 되냐고 물은 게, 이런 채로 너무 많이 굴러왔으며 그러는 동안 아예 닳아 버린 부분도 있고, 더불어 상대는 딱 요 정도가 좋은 거지 괜히 사귀면 책임과 의무와 고통이 가득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며, 이별 후 인연 끊지 않고 지내봤지만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게 계속 목격되니 관계에 대한 꿈도 희망도 이미 오래전에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가 거절하지 않고 받아준다고 해서 무조건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며 조금만 뭘 더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S양의 이번 사연과 같은 경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조율하며 만나는 것보다 약 2.7배 정도 더 어려운 것이고, 이미 많이 떠보고 우겨가며 받아봤던 상대의 대답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지금 S양에게 필요한 건 연애관과 연애에 임하는 태도에 대한 교정이지 말 몇 마디로 확인받는 게 아님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매뉴얼(연재중) > 연애오답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인관계 중시하고 여사친 많은 연하 남친, 어쩌죠? (34) | 2018.07.31 |
---|---|
사귀기로 한 다음 날부터 변해선, 헤어지자는 남친. (35) | 2018.07.26 |
클럽에서 만났다 흐지부지 된 썸남에게, 2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20) | 2018.07.03 |
결혼까지 생각하며 연애하던 남자, 이별을 택한 이유는? (23) | 2018.06.26 |
남친이 소심한 게 아니라, 제가 이기적인 건가요? (41) | 2018.05.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