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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

첫 책의 추천사를 써주었던 독자와의 사요나라

by 무한 2026. 5. 10.

0.

간디(무직, 애프리푸들)가 벌써 17살이다. 강아지 평균수명이 15년인가 그렇다는데, 견령 1년이 사람 나이 7년이라고 치면, 100살이 훌쩍 넘었다.

 

"정확히 계산하면, 119살 아닌가요?"

 

난 문과니까 그런 건 따지지 말자. 여하튼 이제 눈은 하얗고, 몸엔 검버섯이 피어있고, 현관에서 발자국 소리만 나도 짖어대던 녀석이 이젠 문 열고 가까이 다가가도 잘 모르지만, 지금도 날 알아보면 반겨준다. 수 년 전 침대에서 뛰어내리다가 삐끗해 지 몸 하다 못 가눌 때에도, 뒷다리를 질질 끌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참을 수 없이 울컥하게 했던 것처럼, 내 삶에 박힌 채 여전히 꼬리를 흔든다.

 

 

1.

첫 책의 추천사를 써주었던 독자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토스 이벤트에 참여하며 친구목록에 있는 내게 보낸 것 같은데, 예전엔 이런 메시지가 오면 욱하는 마음에 차단도 한 적 있지만, 이제는 아무 필요도 없어진 옛 친구의 016 전화 번호 같은 느낌이 될 수 있었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폰 배터리가 다 되어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쉬웠던 사람과도,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어진 지 오래일 수 있는데, 노멀로그의 무한 따위가 뭐라고.

 

 

2.

노멀로그의 초기 구독자 대부분은 결혼을 했다. 내게 사연을 보낼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을 지난 뒤 청첩장은 아니더라도 기쁜 소식을 전해주면 그걸로 힘이 된다는 얘기를 언젠가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했더니, 마치 4년 7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 소식을 알리는 것처럼 메일이나 카톡을 통해 소식을 알려오곤 했다. 어느 독자는 한 번 소식을 알리곤, 2년 뒤 재출소 소식(응?)을 알리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뭐 어디로 갔든, 서울에서 김서방은 찾았길 빈다.

 

 

2.5

물론 여전히 '연애 새로고침'만 계속 누르고 있는 독자도 두세 명 있다. 그 분들을 위해 짥게 ABC 세 마디만 적을까 한다. 긴 글 읽기 싫을 수 있는데, 직업병이라 생각하며 스킵해도 괜찮다.

 

A.내가 못 먹고 굶어야 할 상황일 때, 걔도 옆에서 함께 굶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괜찮은 사람이다.

 

'옛날에 만났던 남자는 치과의사, 대기업' 어쩌고 하는 이야기만 하다가 어금니 임플란트를 고민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솔로부대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러니 분석만 하려 하지 말고, 같이 소고기 먹고 와인 마시고 할 수 있는 사람 말고, 내가 굶을 때 지는 굶어야 하는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굶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참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으면 한다.

 

B.갈구기 전에 가르쳐주고, 가르쳐도 안 되면 물러서자.

 

상대가 다 알아서 하길 기대하는 건, 아파트 청약 접수도 안 하고선 당첨자 발표에 운좋게 내가 들어있길 바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위에서 말한 '연애 새로고침'만 계속 누르고 있는 독자 중엔, 연하남과의 연애 중 결혼까지 생각해도 되는지를 묻는 독자가 있었는데, 기대만 하고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그냥 다음 주 속초 놀러 가고, 더 더워지면 해외도 다녀올 계획이라는 거 말고, 이쪽이 생각하는 바를 말하고 대답을 듣자. 단, 이쪽은 오래 생각하다가 한 이야기고 상대는 처음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라는 걸 고려해, 추궁하듯 말하거나 이쪽이 생각하는 정답을 기대하진 말자. 같이 먹고 마시고 노는 시간이 길어지면 뭐 알아서 저절로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 말자는 얘기니, 이쪽의 생각과 바람을 이야기 하며 같이 그려봤으면 한다. 그게 안 되면 이번 추석에도 '미래계획'은커녕 '개실망' 같은 것만 할 수밖에 없다.

 

C.마음 속에 100억은 가지고 시작하자.

 

마음 속 잔고엔 얼마를 넣어두든 내 마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잔고가 마이너스인 것처럼 주눅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의 내 상황이 어떻든 간에 마음 속 잔고엔 100억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피부병이 있든, 내성발톱이든, 치질이 있든, 시력이 안 좋든, 가정사가 복잡하든, 이미 결혼을 한 번 했다가 돌아왔든, 병원 약을 먹고 있든, 뭐든 간에 누군가를 토닥토닥해줄 마음 자체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면 상대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줄 수 있다. 내 상황이 나도 힘들 정도라고 해서 내 마음 속 잔고도 2만원 밖에 안 남은 것처럼 주눅들지 말고,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걸 잔뜩 갖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조금씩 베풀어봤으면 한다.

 

 

3.

아내는 낚시 유튜버가 됐고, 나는 95cm 광어를 잡았다. 함께 낚시를 가면 아내는 낚시 블로거이자 네이버 인플루언서, 거기다가 유튜버라서 훌륭한 대접을 받고, 나는 그냥 그런 아내를 따라 낚시 온 남편이 되곤 한다. 그래서 1+1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갯지렁이도 잘 못 만지던 여자가 낚시 유튜버가 되었다면, 그 큰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https://youtu.be/JU6q5cSN-GY?si=GmkTqRkfKqS5QC8p

 

 

4.

실버타운 들어갈 나이가 되어도, '일산 실버타운의 조용할 날 없는 하루' 같은 이야기를 업로드 할 예정이니, 그 이야기 놓치지 않도록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응?) 해두길 권한다. 사실 지금도 장편의 썰을 축적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업로드 하면 회사를 나와야 할 것 같아서 보류 중이다. 나 혼자 모아두고 있기엔 너무 스펙타클한 이야기들인데, 여하튼 이건 차차 공개하는 걸로 하자.

 

 

오랜만에 글을 쓰니, 참았던 숨을 이제야 쉬는 것 같다. 우리 옷깃도 스친 적 없지만, 누군가에겐 잠시나마 반가운 소식이었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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