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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3

화이트 클라키(애완가재)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들의 등장 대일이(화이트 클라키, 수컷)가 계속 포란(임신) 중인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를 괴롭힌 까닭에, 대일이는 격리통에 담겨 어항 상층부에 살고 있었다. 사건 전 날 밤, 대일이는 어떻게 격리통을 탈출했는지 어항에 내려와 다시 백설이와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공쥬님(여자친구)이 대일이를 다시 격리통에 집어넣었고, 다음 날 대일이는 침대 옆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발견되었다. 탈출에 대해서라면, 가재가 앤디(쇼생크 탈출의 주인공)를 귀여워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재사육의 필수품인 '어항뚜껑'도 잊지 않고 덮어 두었지만, 대일이는 걸이식 여과기의 그 작은 출수구를 타고 올라와 등갑으로 어항뚜껑을 조금씩 밀어 올리며 탈출한 듯 했다. ▲ 대일이의 생전 모습. 2월 6일 일요.. 2011. 2. 23.
플로리다 허머(애완가재)를 위한 특별한 간식 플로리다 허머의 사육도 이제 4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사진 좀 제대로 찍으려 접사렌즈를 하나 주문했는데, 설을 앞둔 까닭에 택배 물량이 밀려 5일 째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다. '우리 밀당(밀고 당기기)은 그만 하자... 택배...' 인천영업소까지 올라왔던 내 렌즈가 왜 다시 대전영업소로 내려갔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설 전에는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상담원에겐 "차라리 절 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으니, 마음을 비우고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어항을 함께 들여다보자. ▲ "여어~ 왔어?" 라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그간 급여한 먹이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새우'다. 사실, 민물새우인 '토하(생이새우)'를 먹이로 .. 2011. 1. 31.
무한의 노멀로그 2009년 8월 결산 더이상 선풍기가 필요 없는 계절이 오자 사슴벌레 유충들은 톱밥 깊숙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활발하게 톱밥을 갉아대던 녀석들이 보이지 않자 나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심술이 나서 통을 툭툭 쳐 보지만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긴 동면에 들어간다. 몸속에 비축해둔 영양분을 가지고 별 일이 없는 한 다음 봄이 올 때까지 깨지 않는 깊은 잠을 잘 것이다. 나에게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가보다. 난 사실 사슴벌레로 태어났어야 했다. 먹이와 짝짓기 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냥 보통의 녀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수집벽에 납취를 당하지도 않고, 흔하고 흔해 나무에 매달려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은 별 관심이 없는 애사슴벌레.. 2009.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