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이(화이트 클라키, 수컷)가 계속 포란(임신) 중인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를 괴롭힌 까닭에, 대일이는 격리통에 담겨 어항 상층부에 살고 있었다. 사건 전 날 밤, 대일이는 어떻게 격리통을 탈출했는지 어항에 내려와 다시 백설이와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공쥬님(여자친구)이 대일이를 다시 격리통에 집어넣었고, 다음 날 대일이는 침대 옆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발견되었다.
탈출에 대해서라면, 가재가 앤디(쇼생크 탈출의 주인공)를 귀여워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재사육의 필수품인 '어항뚜껑'도 잊지 않고 덮어 두었지만, 대일이는 걸이식 여과기의 그 작은 출수구를 타고 올라와 등갑으로 어항뚜껑을 조금씩 밀어 올리며 탈출한 듯 했다.
2월 6일 일요일 이었는데, 이른 아침 전화를 한 공쥬님이 계속 울었다. 난 여자의 눈물 앞에선 모든 남자가 그렇듯, 열심히 허둥지둥 댔다. 탈출해서 갑각이 마른 가재들도 다시 어항에 넣으면 종종 회생하는 경우가 있기에, 우선 대일이를 어항에 넣으라고 말했다.
공쥬님의 저 말에, 난 위로랍시고,
따위의 저렴한 개그를 펼치며 침몰했다.
물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점점 죽음에 익숙해 지고, 무덤덤해 진다. 나도 처음 키웠던 붕어가 배를 보이며 물에 둥둥 떴을 땐, 진한 콧물을 흘리며 집 앞 화단에 묻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다양한 물고기들이,
라며 용궁으로의 긴 여행을 떠나는 것에 점점 무감각해졌다. 아무튼 대일이를 진지한 분위기로 엄숙하게 보내주는 것으로 공쥬님을 겨우 달랠 수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대일아. 백설이가 품고 있는 아이들은 내가 잘 돌봐줄게.
오렌지 클라키들은 열심히 먹고, 열심히 놀며 잘 지내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녀석들이 커가며 점점 땅을 파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바닥재로 슈가사이즈의 금사를 깔아 두었는데 녀석들이 땅를 팔 때마다 엄청난 금빛 가루들이 어항에 휘몰아친다. 그렇게 일어난 분진들은 금방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다니기 때문에 결국 어항이 뿌옇게 변해 버린다.
분진을 없애기 위해 부분 물갈이와 전체 물갈이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별 차도가 없다. 조만간 바닥재를 3mm 크기의 산호사로 바꿔 줄 예정이다.
가재를 기르는 다른 분들의 사육기를 읽다 보면, 치가재들 끼리 싸워 상대의 더듬이와 집게발, 다리 등을 자르는 일이나 동족포식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녀석들은 아직 무사한 편이다. 더듬이 부절된 녀석 하나, 집게발 부절된 녀석 하나가 전부다.
하지만 녀석들이 커 갈수록 집게발과 덩치도 커 질 것이고, 영역다툼을 하다 목숨을 잃는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암수 한 쌍을 남기고 나머지 녀석들은 지인에게 분양을 해 줄 것인가, 아니면 서바이벌 형식으로 살아남는 녀석들만 기를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뭘 주든 잘 먹어서 좋다. 떡라면을 끓이다 떡을 좀 잘라 주어도 잘 먹고, 오징어를 먹다가 오징어를 넣어 주어도 잘 먹는다. 다른 분들의 사육기를 보다보니,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릿을 넣어 주었더니 그것도 잘 먹는다고 하던데, 초콜릿은 수질오염 및 가재의 의문사 위험이 있기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이, 정말 잘 먹는다.
▲ 오징어 삼매경에 빠진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들.
육식성 먹이엔, 비릿한 냄새가 나는 먹이일수록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에 대해 미 버지니아 대학교 생물학교수 멜론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재가 '긴 더듬이'를 사용해 먹이의 냄새를 맡을 거라 생각하는데, 가재의 긴 더듬이는 '공간'에 대한 인지를 위해 쓰이며, 실질적으로 냄새를 맡으며 먹이를 감지하는 것은 긴 더듬이 사이의 작은 더듬이와 가재의 다리라고 한다.
▲ 열심히 오징어를 뜯어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가재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살펴보면, 집게발은 움켜쥐거나 식사 도중 다른 가재들을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게발을 사용해 '잘라'먹으면 간편할 것을, 입으로 먹이를 문 뒤 몸을 뒤로 젖혀 '뜯어'먹는다. 작은 먹이는 집게발이 아닌 두 번째 다리를 사용해 '들고' 먹는다.
미역국을 끓이고 남은 미역이 집에 있길래 가재 먹이로 줘 볼 겸 몇 조각 잘라 물에 불렸다.
군대에 있을 때, 고참이 "야, 건빵을 물에 불리면 주먹만 해지는 거 알아?"라며 '건빵의 위력'을 보여준 적 있는데, 미역에 비하면 건빵은 그냥 장난이다. 미역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불어난다.
불어나 밥그릇에 넘쳐흐르고 있는 미역을 보며,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위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었다.
▲ 탈피 후, 자신이 벗은 탈피각을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탈피에 탈피를 거듭하며, 녀석들은 점점 '치가재'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다. 그저 귀엽기만 하던 집게발에선 이제 클라키 특유의 돌기가 돋기 시작했고, 반투명하던 갑각도 점점 불투명하게 변했다. 가장 최근의 모습은 우선 '어항을 찾은 새 손님'에 대한 얘기를 한 뒤 살펴보자.
▲ "가재는 게 편이라 저 같은 새우는 먹는다니까요?"라며 떨고 있는 생이새우 암컷.
▲ 플로리다 허머 어항에서 화산석을 타고 노는 생이새우 수컷들.
생이새우들을 가재의 '생먹이'로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그동안 갑각류에 정이 들었는지 녀석들을 차마 먹이로 줄 수 없어 플로리다 허머 어항에 넣어 두었다. 생이새우의 반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허머 어항에 넣어 두면 잡혀먹지 않고 얼마간은 잘 살 거라 생각했다.
역시, 작아도 가재는 가재였다. 어떻게 사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음 날 어항을 보니 허머가 생이새우 한 마리를 사냥해 먹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곤, 바로 다른 새우들을 모두 건져 부화통에 모스(수초)와 함께 넣어 두었다.
이젠 어항 속에 손을 넣기가 슬슬 겁날 정도로 커졌다. 다른 사육기들을 읽어보면 이 즈음부터 '집게발 뻥튀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사진 속 녀석은 오렌지 클라키 어항에서 서열 2위인 녀석이다.
▲ 탈피 직전의 오렌지 클라키(좌)와 탈피를 마친 오렌지 클라키(우)가 영역다툼 중이다.
▲ '미즈지렁이' 퇴치를 위해 투입된 생물병기, 구피.
어항의 과 영양화가 발생원인으로 알려진 '미즈지렁이'가 내 어항에도 찾아왔다. 손톱만한 길이, 머리카락 정도 굵기의 하얀 녀석들인데, 어항 생물들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다지만 아무래도 찝찝하다. '미즈지렁이 종결자'로 알려진 '백운산(물고기 이름)'을 투입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구할 수 없기에 대신 '구피'를 투입했다.
구피를 본 미즈지렁이들의 심장은 얼어붙었고, 미즈지렁이를 본 구피는 "어? 이거 먹는 건가?"의 느낌으로 꿀꺽, 삼켜버렸다.
그나저나 가재는 다른 물고기들과 합사가 절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집에선 구피들과 잘 지내고 있다. 가재가 가려워하는 곳을 구피가 입으로 긁어주고, 구피들이 심심할까봐 가재가 깜짝 놀래키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 그간 많은 사람들이 가재를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가재를 너무 굶긴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물고기들을 잡아먹었거나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항에선 여덟 마리의 구피들이 아무 탈 없이 가재와 사이 좋게...
어? 잠깐,
어젠 구피가 아홉 마리 였는데...
▲ 백설이의 치가재들이 빠르면 28일쯤 독립할 것 같습니다. 응원의 추천버튼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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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에 대해서라면, 가재가 앤디(쇼생크 탈출의 주인공)를 귀여워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재사육의 필수품인 '어항뚜껑'도 잊지 않고 덮어 두었지만, 대일이는 걸이식 여과기의 그 작은 출수구를 타고 올라와 등갑으로 어항뚜껑을 조금씩 밀어 올리며 탈출한 듯 했다.
▲ 대일이의 생전 모습.
2월 6일 일요일 이었는데, 이른 아침 전화를 한 공쥬님이 계속 울었다. 난 여자의 눈물 앞에선 모든 남자가 그렇듯, 열심히 허둥지둥 댔다. 탈출해서 갑각이 마른 가재들도 다시 어항에 넣으면 종종 회생하는 경우가 있기에, 우선 대일이를 어항에 넣으라고 말했다.
"......그래도 안 움직여......"
공쥬님의 저 말에, 난 위로랍시고,
"원래 다른 나라에선 식용으로 키우는 가재야. 너무 슬퍼하지 마."
"이따가 화장해 주자. 바닷가재 전문점 주방에 가서 화장해달라고 할까?"
"교회에 연락해서 장례예배 부탁해 볼게. 울지 마"
"이따가 화장해 주자. 바닷가재 전문점 주방에 가서 화장해달라고 할까?"
"교회에 연락해서 장례예배 부탁해 볼게. 울지 마"
따위의 저렴한 개그를 펼치며 침몰했다.
물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점점 죽음에 익숙해 지고, 무덤덤해 진다. 나도 처음 키웠던 붕어가 배를 보이며 물에 둥둥 떴을 땐, 진한 콧물을 흘리며 집 앞 화단에 묻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다양한 물고기들이,
"님아, 저 백점병 걸린듯."
"난 육식어라 생먹이만 먹는데 사료를 주면 어떡함?"
"나랑 베스랑 같이 넣으면, 나 죽으라는 거?"
"난 육식어라 생먹이만 먹는데 사료를 주면 어떡함?"
"나랑 베스랑 같이 넣으면, 나 죽으라는 거?"
라며 용궁으로의 긴 여행을 떠나는 것에 점점 무감각해졌다. 아무튼 대일이를 진지한 분위기로 엄숙하게 보내주는 것으로 공쥬님을 겨우 달랠 수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대일아. 백설이가 품고 있는 아이들은 내가 잘 돌봐줄게.
▲ "슬픔을 묻어놓고 다함께 차차차."라며 흥을 돋구는 오렌지 클라키.
오렌지 클라키들은 열심히 먹고, 열심히 놀며 잘 지내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녀석들이 커가며 점점 땅을 파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바닥재로 슈가사이즈의 금사를 깔아 두었는데 녀석들이 땅를 팔 때마다 엄청난 금빛 가루들이 어항에 휘몰아친다. 그렇게 일어난 분진들은 금방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다니기 때문에 결국 어항이 뿌옇게 변해 버린다.
분진을 없애기 위해 부분 물갈이와 전체 물갈이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별 차도가 없다. 조만간 바닥재를 3mm 크기의 산호사로 바꿔 줄 예정이다.
▲ '넬라 환타지아'를 부르며 놀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두 마리.
가재를 기르는 다른 분들의 사육기를 읽다 보면, 치가재들 끼리 싸워 상대의 더듬이와 집게발, 다리 등을 자르는 일이나 동족포식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녀석들은 아직 무사한 편이다. 더듬이 부절된 녀석 하나, 집게발 부절된 녀석 하나가 전부다.
하지만 녀석들이 커 갈수록 집게발과 덩치도 커 질 것이고, 영역다툼을 하다 목숨을 잃는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암수 한 쌍을 남기고 나머지 녀석들은 지인에게 분양을 해 줄 것인가, 아니면 서바이벌 형식으로 살아남는 녀석들만 기를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물 위로 뜨려는 오이를 붙잡고 뜯어 먹는 오렌지 클라키.
뭘 주든 잘 먹어서 좋다. 떡라면을 끓이다 떡을 좀 잘라 주어도 잘 먹고, 오징어를 먹다가 오징어를 넣어 주어도 잘 먹는다. 다른 분들의 사육기를 보다보니,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릿을 넣어 주었더니 그것도 잘 먹는다고 하던데, 초콜릿은 수질오염 및 가재의 의문사 위험이 있기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이, 정말 잘 먹는다.
▲ 오징어 삼매경에 빠진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들.
육식성 먹이엔, 비릿한 냄새가 나는 먹이일수록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에 대해 미 버지니아 대학교 생물학교수 멜론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갑각류 뇌의 약 40%가량은 '후각'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갑각류에게 있어 냄새를 감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민물가재와 랍스터(바닷가재)는 일반적으로 몰려 살지 않으며, 은신처에서 은둔생활을 합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물속의 환경은 주로 어두운 곳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대단히 예리한 후각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갑각류에 비하여 뇌가 후각을 통해 분석하는 비율이 아주 적습니다. 1%미만으로 보여 집니다. 인간의 뇌는 30% 이상을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판단하는 작용을 합니다."
- 멜론 박사, 버지니아 대학교 생물학 교수
- 멜론 박사, 버지니아 대학교 생물학 교수
아,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재가 '긴 더듬이'를 사용해 먹이의 냄새를 맡을 거라 생각하는데, 가재의 긴 더듬이는 '공간'에 대한 인지를 위해 쓰이며, 실질적으로 냄새를 맡으며 먹이를 감지하는 것은 긴 더듬이 사이의 작은 더듬이와 가재의 다리라고 한다.
▲ 열심히 오징어를 뜯어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가재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살펴보면, 집게발은 움켜쥐거나 식사 도중 다른 가재들을 위협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게발을 사용해 '잘라'먹으면 간편할 것을, 입으로 먹이를 문 뒤 몸을 뒤로 젖혀 '뜯어'먹는다. 작은 먹이는 집게발이 아닌 두 번째 다리를 사용해 '들고' 먹는다.
▲ 불린 미역을 열심히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미역국을 끓이고 남은 미역이 집에 있길래 가재 먹이로 줘 볼 겸 몇 조각 잘라 물에 불렸다.
"앜ㅋㅋㅋㅋ 미역이 자라나고 있엌ㅋㅋㅋㅋ"
군대에 있을 때, 고참이 "야, 건빵을 물에 불리면 주먹만 해지는 거 알아?"라며 '건빵의 위력'을 보여준 적 있는데, 미역에 비하면 건빵은 그냥 장난이다. 미역은 말 그대로 '엄청나게' 불어난다.
"명절에 혼자 집 지키고 있는데, 배가 너무 고프더라고요. 집에서 편의점도 멀리 있기 때문에 그냥 집에 있는 것들로 끼니를 해결할 겸 찾다가 미역을 찾았어요. TV보면서 건미역을 뜯어 먹기 시작했는데 나름 맛있더군요. 한 봉지를 다 먹고 잠이 들었는데, 배가 터질 것 같은 느낌에 잠에서 깼죠. 이건 뭐, 뱃속에 무슨 이상한 생명체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미치겠더라고요.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입과 코에서 미역을 쏟았습니다. 엄청난 미역들이 제 입과 코를 통해서 계속 나왔죠. 이대로 있다간 죽겠구나 싶어서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엠뷸런스에 실려 갈 때 까지도 계속해서 나오던 미역들이 생각나는 군요."
- 라디오 사연에서 들었던 이야기.
- 라디오 사연에서 들었던 이야기.
불어나 밥그릇에 넘쳐흐르고 있는 미역을 보며,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위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었다.
▲ 탈피 후, 자신이 벗은 탈피각을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탈피에 탈피를 거듭하며, 녀석들은 점점 '치가재'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다. 그저 귀엽기만 하던 집게발에선 이제 클라키 특유의 돌기가 돋기 시작했고, 반투명하던 갑각도 점점 불투명하게 변했다. 가장 최근의 모습은 우선 '어항을 찾은 새 손님'에 대한 얘기를 한 뒤 살펴보자.
▲ "가재는 게 편이라 저 같은 새우는 먹는다니까요?"라며 떨고 있는 생이새우 암컷.
홍박사(29세, 수컷(응?))를 가재의 세계로 전도했다. 백설이가 치가재들을 털면 분양해 주기로 약속하고 우선 어항과 물생활 용품 구입을 권했다. 같이 청계에 나가 물건들을 샀는데, 난 나간 김에 생이새우를 몇 마리 사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생이새우 팔던 노인'을 만날 줄이야.
위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 가격의 열 배쯤 주고 생이새우를 사왔다. 청계에 유명한 '생이 할아버지'가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들어 가셨다기에, 근처 수족관에서 구입했다. 빈 손으로 돌아오기가 뭐해서 바가지인 줄 알고도 구입했는데, 수족관 주인아저씨는 "자, 한 마리 더. 서비스! 서비스!"라며 공허한 인심을 쓰셨다. 2011년 새해 목표를 '손해 봐도 웃으며 넘겨보자.'로 정했기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란 인사 하고 웃으며 나왔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생이새우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그저 상하지 않게 잘 잡아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새우들을 뜰채로 건졌다. 처음에는 잘 건지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건져보고 저리 건져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새우를 다시 건지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도로변에 세워 놓은 차가 주정차위반으로 딱지를 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아무 새우나 괜찮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고른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딱지를 뗀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미 10분이 지나 차는 이미 딱지를 떼었을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을 흉내 내어.
했더니,
"생이새우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그저 상하지 않게 잘 잡아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새우들을 뜰채로 건졌다. 처음에는 잘 건지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건져보고 저리 건져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새우를 다시 건지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도로변에 세워 놓은 차가 주정차위반으로 딱지를 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아무 새우나 괜찮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고른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딱지를 뗀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미 10분이 지나 차는 이미 딱지를 떼었을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을 흉내 내어.
위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 가격의 열 배쯤 주고 생이새우를 사왔다. 청계에 유명한 '생이 할아버지'가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들어 가셨다기에, 근처 수족관에서 구입했다. 빈 손으로 돌아오기가 뭐해서 바가지인 줄 알고도 구입했는데, 수족관 주인아저씨는 "자, 한 마리 더. 서비스! 서비스!"라며 공허한 인심을 쓰셨다. 2011년 새해 목표를 '손해 봐도 웃으며 넘겨보자.'로 정했기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란 인사 하고 웃으며 나왔다.
▲ 플로리다 허머 어항에서 화산석을 타고 노는 생이새우 수컷들.
생이새우들을 가재의 '생먹이'로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그동안 갑각류에 정이 들었는지 녀석들을 차마 먹이로 줄 수 없어 플로리다 허머 어항에 넣어 두었다. 생이새우의 반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허머 어항에 넣어 두면 잡혀먹지 않고 얼마간은 잘 살 거라 생각했다.
▲ "나 가재라니까? 나 무시함? 나 새우 먹어." 라며 생이새우를 먹고 있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역시, 작아도 가재는 가재였다. 어떻게 사냥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음 날 어항을 보니 허머가 생이새우 한 마리를 사냥해 먹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곤, 바로 다른 새우들을 모두 건져 부화통에 모스(수초)와 함께 넣어 두었다.
▲ 며칠 전 한 번 더 탈피를 마친 오렌지 클라키.
이젠 어항 속에 손을 넣기가 슬슬 겁날 정도로 커졌다. 다른 사육기들을 읽어보면 이 즈음부터 '집게발 뻥튀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사진 속 녀석은 오렌지 클라키 어항에서 서열 2위인 녀석이다.
▲ 탈피 직전의 오렌지 클라키(좌)와 탈피를 마친 오렌지 클라키(우)가 영역다툼 중이다.
위의 사진만 봐도 탈피 한 번에 어느 정도로 크기가 커지는지 알 수 있다. 탈피하기 직전에는 사진 속 녀석의 모습처럼 색이 진하게 변한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에 민감해지며 집게발을 세우고 위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재의 외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오렌지 클라키의 경우 색이 붉게 변하며 눈 뒤에 노란 타원형의 징표가 나타난다. 추측하기론, 탈피에서 '눈'은 제외됨으로 시신경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노란 타원형으로 보이는게 아닐까 싶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재의 탈피를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등갑'의 벌어짐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재의 경우 탈피가 임박하거나 임신을 앞두고 있을 때 등갑이 위쪽으로 벌어진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재의 탈피를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등갑'의 벌어짐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다. 가재의 경우 탈피가 임박하거나 임신을 앞두고 있을 때 등갑이 위쪽으로 벌어진다.
▲ '미즈지렁이' 퇴치를 위해 투입된 생물병기, 구피.
어항의 과 영양화가 발생원인으로 알려진 '미즈지렁이'가 내 어항에도 찾아왔다. 손톱만한 길이, 머리카락 정도 굵기의 하얀 녀석들인데, 어항 생물들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다지만 아무래도 찝찝하다. '미즈지렁이 종결자'로 알려진 '백운산(물고기 이름)'을 투입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구할 수 없기에 대신 '구피'를 투입했다.
구피를 본 미즈지렁이들의 심장은 얼어붙었고, 미즈지렁이를 본 구피는 "어? 이거 먹는 건가?"의 느낌으로 꿀꺽, 삼켜버렸다.
그나저나 가재는 다른 물고기들과 합사가 절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집에선 구피들과 잘 지내고 있다. 가재가 가려워하는 곳을 구피가 입으로 긁어주고, 구피들이 심심할까봐 가재가 깜짝 놀래키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 그간 많은 사람들이 가재를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가재를 너무 굶긴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물고기들을 잡아먹었거나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항에선 여덟 마리의 구피들이 아무 탈 없이 가재와 사이 좋게...
어? 잠깐,
어젠 구피가 아홉 마리 였는데...
여기서 잠깐!
블로그 레이아웃의 한계로 인해서 클라키 및 다른 생물들의 사진을 노멀로그에서는 580px의 크기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1000px의 큰 사진을 보실 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 (http://normalog.blog.me/)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멀로그 갤러리에선 간디의 사진도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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