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13 물고기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한 남자 물고기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든 건, 열 두살 때였다. 목욕탕을 가려면 버스를 타야했던 작은 동네, 이렇다 할 놀이거리가 없어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양 옆으로 잡아당기면 안에 참치(응?)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네 형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생아실 출신'이라는 이력은 경의선 열차가 밟고 지나가 버린 십원짜리 동전처럼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봄에는 뱀을 찾아 막대기로 후려치고, 가을이면 메뚜기를 잡아먹거나 밤을 주으러 다니는 것이 유일한 놀이였다. 여름은, 그래 여름은 로망의 계절이었다. 이미 블로그에 연재중인 '사슴벌레'가 나오는 시즌이었고, 사슴벌레 만큼이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물고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1. 물고기와의 첫 만남 여름, 팬티만 입고 즐기는 .. 2010. 6. 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