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거품
내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전역하고 일기처럼 홈페이지에 글을 적어가며 아무곳에도 발행하지 않고, 찾는이라고는 검색로봇들 밖에 없었을 때, 그 때는 며칠 쓰다 묵혀두고 또 잊을만하면 들어와 푸념이나 적어 놓고 나가곤 했다.
티스토리에 노멀로그를 개설한지도 내일이면 100일을 맞이한다. 100일동안 200만 힛을 기록했지만, 그게 단단한 기반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것은 며칠동안 몇 명이 들어왔냐가 아니라, 적은 수의 방문자가 찾아왔다고 해도 그 방문자가 또 찾아올만큼 블로그에 매력이 있냐는 것이다.
기업이나 외부에선 트래픽을 우선으로 하는 까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나' 만 생각하지만, 그건 입다가 벗은 빤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놔도 포털에서 메인에 띄워주고 있다면 수십만의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한 일이다.
1. 품앗이
블로그를 띄우기 가장 쉬운 방법은 메타사이트에서 자신의 글을 발행한 뒤, 타인의 글에 묻지마 추천을 하는 것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추천버튼을 눌러주는 것이다. 그러면 '답방'이나 '보답'이 익숙한 사람들은 다음에 내 닉이 보일 때 추천버튼을 눌러줄 것이다. 우아하게 추천수도 많고 댓글도 많아 보이지만, 결국 알고보면 백조가 물 아래에서 쉴새없이 발을 구르고 있는 것 처럼 블로그 순회공연과 '추천 품앗이' 라고 불러도 좋을 기브 앤 테이크 추천을 누르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거나 추천을 누른 사람 목록을 보고 그 사람 글이라면 무조건 추천버튼을 누르곤 했다. 몇 초에 하나씩 추천버튼을 눌러댔으니 제목도 안보고 그저 닉네임만 봤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내 글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것인지, 내가 그 블로그에 방문해서 댓글을 달았기에 찾아와 댓글을 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될 때가 있다. 숫자만 보는 외부에서는 '파워블로그' 또는 '인기블로그'라 할 지 모르지만, 결국 본인은 맞지 않는 키를 들고 마치 앞에 있는 문을 열 수 있는 것 처럼 억지로 웃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은, 그 키가 맞는 키인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굳이 메타와 연관되어 있는 '블로그' 만의 문제는 아니다. 추천을 통해 베스트사진을 뽑는 DSLR 관련 사진 동호회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잘 보고갑니다~' 같은 짧은 형식적 댓글이 늘어나고, 댓글과 방문자등이 많으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인기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물 아래에서는 미친듯이 발길질을 해대며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2. 낭중지추의 믿음
"굳이 이런 이야기 꺼내지 말고 묻어가면 되는 거잖아. 너 왜그래?"
난 원래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은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를 뚫는다'는 것이다. 글이 재미있고 글에 공감한다면, 혹은 유익하다면 답방과 추천품앗이까지 '소통'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지 않아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늘고 댓글과 추천등은 자연적으로 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묻지마 추천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들어가서 글을 다 읽고 할 말이 있으면 댓글을 남기거나 종종 좋은 글이나 재미있게 본 글, 유익하거나 생각해볼 문제를 다루는 곳에는 추천을 누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예전엔 추천 잘 눌러주더니, 이젠 추천을 안하네? 배불렀나?' 뭐 이따위 속좁은 생각들로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밝혀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이러한 내 생각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력보다는 인맥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학창시절부터 많이 경험했고, 블로거들이 끊임없이 글을 발행하는 블로고스피어도 그것에서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가장 파이가 큰 다음 뷰의 경우, '열린편집자' 제도로 일반인의 추천보다는 블로거들의 추천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기에 추천품앗이에서 벗어날 경우 글은 금방 묻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쓴다.
3. 블로그, 그리고 돈
내가 멋있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상의 시에도 '미친놈의 헛소리'다 '무슨 개수작이냐' 라는 얘기가 많이 달렸다고 하는데, 내 글에는 좋은 댓글만 달릴리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래도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이라, 악플에는 울컥하기도 한다. 잠잘 시간에 열심히 써 놓은 글에 '무슨 개소리냐' 같은 댓글이 달리면, 슬플 수 밖에 없는 거다.
"평가할 건 다 하면서 돈 한푼 안내밀어" 라는 UMC의 가사처럼, 가끔 주말까지 메일에 답장을 해주며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답장을 써서 보내도 상대의 답장은 없다. '노멀님~'이라거나 '무도님~' 이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는 블로그에 자주 들르는 손님도 아니다. 그저 한 번 방문했다가 메일주소를 보고 메일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제는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전화를 해달라는 분들까지 등장하셨다. 글로 쓰기에는 사연이 길고 글솜씨가 없으니,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담해달라는 거다. 급한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친구들이 주말에 놀러가자는 것도 마다하고 열심히 글도 쓰고 메일 답장도 보내고 하는데다가 이젠 핸드폰으로 전화까지 걸어달라니, 난 글을 쓰는 거지, 고객센터가 아니다.
많은 리뷰요청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줄테니 먹어보고 소감을 글로 써달라는 것 부터, 노트북을 줄테니 사용해보고 리뷰를 써달라는 것까지 참 다양했다. 하지만 전에 한 번 이야기 했듯, 노멀로그를 카달로그로 만들기가 싫어 모두 거절했다. 이걸 두고 친한 블로거는 메신저로 이렇게 평가했다.
"무한님, 병신이네요"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무슨 순수혈통 주의자도 아니고, 남들은 블로그 이벤트등에 참여해가며 영화도 보고 그 영화 본 얘기를 리뷰로 쓰기도 하고, 필요한 제품들이 있으면 블로거 리뷰를 신청해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는 무슨 조선시대 선비정신도 아니고, 내일 굶어 죽어도 돈과 관련된 글이라면 쓸수가 없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땅바닥에서 만원짜리 주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오로지 돈이나 제품 때문에 무언가에 대한 좋은 내용의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이라 굳게 믿는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불편한 부분은 드러날 것이고, 결국은 전체적인 신용을 잃게 되니 말이다. 내가 리뷰를 쓰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적는 리뷰와는 좀 달리, 제품을 사용해 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제품을 사용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를 적게 될 것 같다.
뭔가를 받고 쓰는 거면 받고 쓰는 거라고 밝히고, 체험단 같은것으로 선정된 것이면 선정되었다고 밝히고, 그렇게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을 회사에서 내가 하는 상세페이지 제작과 연관지어 생각해 봤는데, 회사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제품소개를 써 놓으면서, 블로그에 리뷰를 하는 것에는 무작정 사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참 모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미누리에 글을 연재하는 것에 대해 어느 분이 군에 대한 비판글을 적은 적이 있는 무한이 육군 블로그에 글을 연재한다니 '실망했다'고 하셨는데, 내가 육군정책을 찬양하겠다고 참여한 것도 아니고, 전시행정을 도우려 뻥치기 소년이 된 것도 아니다. 객원 필진으로 참여하며 '곰신생활메뉴얼' 이라는 글을 연재하는 것이다. 언제든 무리한 요구나 글에 대한 간섭이 있다면 그만두겠다는 것도 밝혀 두었다.
4. 이래라 저래라
바로 위에 나온 이야기와 연관된 것이지만, 평소에는 댓글 한 번 안 달다가 뭐 시작한다고 하면 '변했다' 거나 '실망했다' 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멘트라고는 '오랫동안 쭉 지켜봐 왔다' 거나 '평소 글을 자주 읽던 사람입니다' 등이 있다. 입맛에 맞는 글은 그냥 놔둬도 되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송곳니 부터 드러내며 달려드는 사람들.
이것 역시 블로그만의 문제가 아니고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에 대한 목소리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이야 자유겠지만, 2집때 까지는 좋아했는데 그 이후로는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들어 별로 라든지, 그 배우는 어느 드라마에서 무슨 역할을 한 이후로 그 사람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던지 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사람 하나 바보만드는 것은 쉽다. 지금이라도 어느 블로그를 가서 "음.. 갈수록 너무 편협해 지시는게 아닌지 우려가 되네요, 예전 같은 개성이 안보여요." 이런 댓글을 달면, 그 블로그의 주인은 오늘 잠을 못 잘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 별로 개입되지 않은 정보성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다른 블로그들에 비해서 너무 소식이 늦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번 포스팅에는 잘못된 정보까지 맞는 것 처럼 소개하시던데, 실망입니다.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이런 댓글 한 방이면 역시 그 블로거를 잠 못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분간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저 블로거는 조언을 받아 들일 줄 모른다. 그저 자기 의견만 꽁꽁 싸매고 있다" 와 같은 얘기와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다. 블로거는 개인이고, 결국은 절대적이라거나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기에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든 주관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것을 이용하면 한 사람 바보만들기는 쉽다.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에 가서 "이번 글은 너무 주관적 의견이 많이 개입된 것 같네요. 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객관적인 글들을 많이 발행하시다가, 요즘들어서는 매널리즘에 빠지신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한쪽 색깔이 짙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단다면, 날개 부러진 헬리콥터처럼 헛도는 그 블로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통도 좋고 상호작용도 좋지만, 웹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각각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극단적으로는 어제 그저 재미를 위해서 악플을 달던 녀석이 오늘 경찰서에 불려 갔다 와서는 앙심을 품고 어디든 들어가서 난리 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화라기보다는 배설에 가까운 댓글에도 '소통'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 참 웃기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우리집 앞에 누가 싸 놓은 똥과 장시간 대화를 해 보겠다.
뭐, 이 부분은 역시 결론 없는 이야기다. 어차피 블로그 운영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고, 이제 막 머리가 굵었거나 어느 한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은 사람은 결국 안하무인일 수 있는데, 그 교만함과도 말을 섞고 절대 바뀌지 않는 생각들을 서로 꺼내 놓았다가 결국 지 얘기만 하고 돌아서는 것 마저도 '소통' 이라 한다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 차라리 똥과 못다한 얘기를 더 나누겠다.
문학과 관련된 어느 분과 술을 마시다가 좋아하는 작가를 묻길래, 김승옥 선생님의 이름을 꺼냈을 때 그 분은 뭐라고 하셨던가.
"그 사람 이제 기독교 관련 글만 쓰고, 예전 같은 글 못 써요."
그 말을 왜 자랑스런 표정으로 내뱉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니 글보다 나아요' 라고 뒷통수를 긁어 주려다가 말았다. 확실한 것 하나는 '말은 쉽다' 라는 거다.
5.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늘은 아직 오후 6시 밖에 안 되었는데 12만명이 넘는 분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셨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하루 1000명만 들어와도 흥분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방문자가 늘어날 수록 행복해 하기 보다는 줄어들까 하는 염려가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내일이라도 당장 블로그를 닫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다. 숫자놀이에 빠지는 것도 재미있지만, 거기에 마음을 두었다가는 결국 초조해하거나 불안해 할 일밖에 남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내가 독자라도 읽으며 작은 재미를 얻거나 조금이라도 유익할까, 하는 것이 큰 고민이다. 전에 "뭐, 연애 얘기 같은거 쓰면, 방문자도 많고 추천도 많고 그런거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도 같다. "그럼 니가 써봐" 라고 말이다. 오늘 보니, 그 물음을 하셨던 당사자분이 연애이야기를 쓰시는 것 같던데, 뭐,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셨을거라 확신한다.
기쁨도 지나가고, 슬픔도 지나간다. 이등병들은 가끔 그 이등병 시절이 계속 될 거라는 생각에 바보같은 짓을 벌이기도 하지만, 짬 먹으면 편해지고, 병장때는 신같은 존재지만 또 그것역시 시간이 지나고 사회에 나오면, 막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 한창 활발하게 여기저기 연재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아, 나도 귀여니처럼 뜨는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이십대 초반의 시절, 군대를 가서 연장신청 못한 도메인 팔려가고, 계정을 담당하던 곳이 문을 닫아버려 백업본 조차 없어졌을 때, 팬카페의 회원수는 만명에서 칠천으로 줄고, 또 오천으로 줄고, 그렇게 서서히 거품이 걷혔을 때, 절실히 실감했다.
열흘 동안 붉은 꽃 없구나
많은 블로그들이 생겨났다가 없어지고, 누구는 반짝 했다가 지금은 찾아 볼 수도 없는 블로고스피어에서 숨은 고수들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가늘고 긴 블로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한 빛을 비춰줄 독자가 있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내가 한 때 컬투쇼에 열광했다가 지금은 그냥 누가 주파수 맞춰 놓으면 듣는 상황이 된 것 처럼, 누구나 변한다.
변하면 또 그렇게 변하는 대로, 즐거운 글쓰기를 하는, 글 쓰는 녀석이 되고 싶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부족한 글도 재미있게 봐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
내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전역하고 일기처럼 홈페이지에 글을 적어가며 아무곳에도 발행하지 않고, 찾는이라고는 검색로봇들 밖에 없었을 때, 그 때는 며칠 쓰다 묵혀두고 또 잊을만하면 들어와 푸념이나 적어 놓고 나가곤 했다.
티스토리에 노멀로그를 개설한지도 내일이면 100일을 맞이한다. 100일동안 200만 힛을 기록했지만, 그게 단단한 기반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것은 며칠동안 몇 명이 들어왔냐가 아니라, 적은 수의 방문자가 찾아왔다고 해도 그 방문자가 또 찾아올만큼 블로그에 매력이 있냐는 것이다.
기업이나 외부에선 트래픽을 우선으로 하는 까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나' 만 생각하지만, 그건 입다가 벗은 빤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놔도 포털에서 메인에 띄워주고 있다면 수십만의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한 일이다.
1. 품앗이
블로그를 띄우기 가장 쉬운 방법은 메타사이트에서 자신의 글을 발행한 뒤, 타인의 글에 묻지마 추천을 하는 것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추천버튼을 눌러주는 것이다. 그러면 '답방'이나 '보답'이 익숙한 사람들은 다음에 내 닉이 보일 때 추천버튼을 눌러줄 것이다. 우아하게 추천수도 많고 댓글도 많아 보이지만, 결국 알고보면 백조가 물 아래에서 쉴새없이 발을 구르고 있는 것 처럼 블로그 순회공연과 '추천 품앗이' 라고 불러도 좋을 기브 앤 테이크 추천을 누르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거나 추천을 누른 사람 목록을 보고 그 사람 글이라면 무조건 추천버튼을 누르곤 했다. 몇 초에 하나씩 추천버튼을 눌러댔으니 제목도 안보고 그저 닉네임만 봤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내 글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것인지, 내가 그 블로그에 방문해서 댓글을 달았기에 찾아와 댓글을 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될 때가 있다. 숫자만 보는 외부에서는 '파워블로그' 또는 '인기블로그'라 할 지 모르지만, 결국 본인은 맞지 않는 키를 들고 마치 앞에 있는 문을 열 수 있는 것 처럼 억지로 웃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은, 그 키가 맞는 키인지 아닌지 자신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굳이 메타와 연관되어 있는 '블로그' 만의 문제는 아니다. 추천을 통해 베스트사진을 뽑는 DSLR 관련 사진 동호회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잘 보고갑니다~' 같은 짧은 형식적 댓글이 늘어나고, 댓글과 방문자등이 많으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인기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물 아래에서는 미친듯이 발길질을 해대며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2. 낭중지추의 믿음
"굳이 이런 이야기 꺼내지 말고 묻어가면 되는 거잖아. 너 왜그래?"
난 원래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은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를 뚫는다'는 것이다. 글이 재미있고 글에 공감한다면, 혹은 유익하다면 답방과 추천품앗이까지 '소통'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지 않아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늘고 댓글과 추천등은 자연적으로 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묻지마 추천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들어가서 글을 다 읽고 할 말이 있으면 댓글을 남기거나 종종 좋은 글이나 재미있게 본 글, 유익하거나 생각해볼 문제를 다루는 곳에는 추천을 누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예전엔 추천 잘 눌러주더니, 이젠 추천을 안하네? 배불렀나?' 뭐 이따위 속좁은 생각들로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밝혀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이러한 내 생각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력보다는 인맥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학창시절부터 많이 경험했고, 블로거들이 끊임없이 글을 발행하는 블로고스피어도 그것에서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가장 파이가 큰 다음 뷰의 경우, '열린편집자' 제도로 일반인의 추천보다는 블로거들의 추천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기에 추천품앗이에서 벗어날 경우 글은 금방 묻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쓴다.
3. 블로그, 그리고 돈
내가 멋있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상의 시에도 '미친놈의 헛소리'다 '무슨 개수작이냐' 라는 얘기가 많이 달렸다고 하는데, 내 글에는 좋은 댓글만 달릴리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래도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이라, 악플에는 울컥하기도 한다. 잠잘 시간에 열심히 써 놓은 글에 '무슨 개소리냐' 같은 댓글이 달리면, 슬플 수 밖에 없는 거다.
"평가할 건 다 하면서 돈 한푼 안내밀어" 라는 UMC의 가사처럼, 가끔 주말까지 메일에 답장을 해주며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답장을 써서 보내도 상대의 답장은 없다. '노멀님~'이라거나 '무도님~' 이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는 블로그에 자주 들르는 손님도 아니다. 그저 한 번 방문했다가 메일주소를 보고 메일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제는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전화를 해달라는 분들까지 등장하셨다. 글로 쓰기에는 사연이 길고 글솜씨가 없으니,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담해달라는 거다. 급한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친구들이 주말에 놀러가자는 것도 마다하고 열심히 글도 쓰고 메일 답장도 보내고 하는데다가 이젠 핸드폰으로 전화까지 걸어달라니, 난 글을 쓰는 거지, 고객센터가 아니다.
많은 리뷰요청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줄테니 먹어보고 소감을 글로 써달라는 것 부터, 노트북을 줄테니 사용해보고 리뷰를 써달라는 것까지 참 다양했다. 하지만 전에 한 번 이야기 했듯, 노멀로그를 카달로그로 만들기가 싫어 모두 거절했다. 이걸 두고 친한 블로거는 메신저로 이렇게 평가했다.
"무한님, 병신이네요"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무슨 순수혈통 주의자도 아니고, 남들은 블로그 이벤트등에 참여해가며 영화도 보고 그 영화 본 얘기를 리뷰로 쓰기도 하고, 필요한 제품들이 있으면 블로거 리뷰를 신청해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는 무슨 조선시대 선비정신도 아니고, 내일 굶어 죽어도 돈과 관련된 글이라면 쓸수가 없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땅바닥에서 만원짜리 주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오로지 돈이나 제품 때문에 무언가에 대한 좋은 내용의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이라 굳게 믿는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불편한 부분은 드러날 것이고, 결국은 전체적인 신용을 잃게 되니 말이다. 내가 리뷰를 쓰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적는 리뷰와는 좀 달리, 제품을 사용해 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전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제품을 사용하며 일어난 에피소드를 적게 될 것 같다.
뭔가를 받고 쓰는 거면 받고 쓰는 거라고 밝히고, 체험단 같은것으로 선정된 것이면 선정되었다고 밝히고, 그렇게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을 회사에서 내가 하는 상세페이지 제작과 연관지어 생각해 봤는데, 회사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제품소개를 써 놓으면서, 블로그에 리뷰를 하는 것에는 무작정 사절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참 모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미누리에 글을 연재하는 것에 대해 어느 분이 군에 대한 비판글을 적은 적이 있는 무한이 육군 블로그에 글을 연재한다니 '실망했다'고 하셨는데, 내가 육군정책을 찬양하겠다고 참여한 것도 아니고, 전시행정을 도우려 뻥치기 소년이 된 것도 아니다. 객원 필진으로 참여하며 '곰신생활메뉴얼' 이라는 글을 연재하는 것이다. 언제든 무리한 요구나 글에 대한 간섭이 있다면 그만두겠다는 것도 밝혀 두었다.
4. 이래라 저래라
바로 위에 나온 이야기와 연관된 것이지만, 평소에는 댓글 한 번 안 달다가 뭐 시작한다고 하면 '변했다' 거나 '실망했다' 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멘트라고는 '오랫동안 쭉 지켜봐 왔다' 거나 '평소 글을 자주 읽던 사람입니다' 등이 있다. 입맛에 맞는 글은 그냥 놔둬도 되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송곳니 부터 드러내며 달려드는 사람들.
이것 역시 블로그만의 문제가 아니고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에 대한 목소리들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이야 자유겠지만, 2집때 까지는 좋아했는데 그 이후로는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들어 별로 라든지, 그 배우는 어느 드라마에서 무슨 역할을 한 이후로 그 사람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던지 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사람 하나 바보만드는 것은 쉽다. 지금이라도 어느 블로그를 가서 "음.. 갈수록 너무 편협해 지시는게 아닌지 우려가 되네요, 예전 같은 개성이 안보여요." 이런 댓글을 달면, 그 블로그의 주인은 오늘 잠을 못 잘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 별로 개입되지 않은 정보성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다른 블로그들에 비해서 너무 소식이 늦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번 포스팅에는 잘못된 정보까지 맞는 것 처럼 소개하시던데, 실망입니다. 휴식이 필요하신 것 같아요" 이런 댓글 한 방이면 역시 그 블로거를 잠 못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분간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저 블로거는 조언을 받아 들일 줄 모른다. 그저 자기 의견만 꽁꽁 싸매고 있다" 와 같은 얘기와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다. 블로거는 개인이고, 결국은 절대적이라거나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없기에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든 주관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것을 이용하면 한 사람 바보만들기는 쉽다.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에 가서 "이번 글은 너무 주관적 의견이 많이 개입된 것 같네요. 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객관적인 글들을 많이 발행하시다가, 요즘들어서는 매널리즘에 빠지신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너무 한쪽 색깔이 짙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단다면, 날개 부러진 헬리콥터처럼 헛도는 그 블로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통도 좋고 상호작용도 좋지만, 웹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각각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극단적으로는 어제 그저 재미를 위해서 악플을 달던 녀석이 오늘 경찰서에 불려 갔다 와서는 앙심을 품고 어디든 들어가서 난리 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화라기보다는 배설에 가까운 댓글에도 '소통'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 참 웃기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우리집 앞에 누가 싸 놓은 똥과 장시간 대화를 해 보겠다.
뭐, 이 부분은 역시 결론 없는 이야기다. 어차피 블로그 운영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고, 이제 막 머리가 굵었거나 어느 한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은 사람은 결국 안하무인일 수 있는데, 그 교만함과도 말을 섞고 절대 바뀌지 않는 생각들을 서로 꺼내 놓았다가 결국 지 얘기만 하고 돌아서는 것 마저도 '소통' 이라 한다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 차라리 똥과 못다한 얘기를 더 나누겠다.
문학과 관련된 어느 분과 술을 마시다가 좋아하는 작가를 묻길래, 김승옥 선생님의 이름을 꺼냈을 때 그 분은 뭐라고 하셨던가.
"그 사람 이제 기독교 관련 글만 쓰고, 예전 같은 글 못 써요."
그 말을 왜 자랑스런 표정으로 내뱉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니 글보다 나아요' 라고 뒷통수를 긁어 주려다가 말았다. 확실한 것 하나는 '말은 쉽다' 라는 거다.
5.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오늘은 아직 오후 6시 밖에 안 되었는데 12만명이 넘는 분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셨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하루 1000명만 들어와도 흥분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방문자가 늘어날 수록 행복해 하기 보다는 줄어들까 하는 염려가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은 내일이라도 당장 블로그를 닫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다. 숫자놀이에 빠지는 것도 재미있지만, 거기에 마음을 두었다가는 결국 초조해하거나 불안해 할 일밖에 남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내가 독자라도 읽으며 작은 재미를 얻거나 조금이라도 유익할까, 하는 것이 큰 고민이다. 전에 "뭐, 연애 얘기 같은거 쓰면, 방문자도 많고 추천도 많고 그런거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도 같다. "그럼 니가 써봐" 라고 말이다. 오늘 보니, 그 물음을 하셨던 당사자분이 연애이야기를 쓰시는 것 같던데, 뭐,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셨을거라 확신한다.
기쁨도 지나가고, 슬픔도 지나간다. 이등병들은 가끔 그 이등병 시절이 계속 될 거라는 생각에 바보같은 짓을 벌이기도 하지만, 짬 먹으면 편해지고, 병장때는 신같은 존재지만 또 그것역시 시간이 지나고 사회에 나오면, 막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 한창 활발하게 여기저기 연재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아, 나도 귀여니처럼 뜨는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이십대 초반의 시절, 군대를 가서 연장신청 못한 도메인 팔려가고, 계정을 담당하던 곳이 문을 닫아버려 백업본 조차 없어졌을 때, 팬카페의 회원수는 만명에서 칠천으로 줄고, 또 오천으로 줄고, 그렇게 서서히 거품이 걷혔을 때, 절실히 실감했다.
열흘 동안 붉은 꽃 없구나
많은 블로그들이 생겨났다가 없어지고, 누구는 반짝 했다가 지금은 찾아 볼 수도 없는 블로고스피어에서 숨은 고수들이 이야기 하는 것 처럼 가늘고 긴 블로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한 빛을 비춰줄 독자가 있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내가 한 때 컬투쇼에 열광했다가 지금은 그냥 누가 주파수 맞춰 놓으면 듣는 상황이 된 것 처럼, 누구나 변한다.
변하면 또 그렇게 변하는 대로, 즐거운 글쓰기를 하는, 글 쓰는 녀석이 되고 싶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부족한 글도 재미있게 봐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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