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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로그 한RSS 구독자 1000명에 즈음하여

by 무한 2009. 8. 13.
이렇게 쨍한 날에는 회사앞에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을게 아니라,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날들>을 들으며 임진강에서 꿈틀대는 장어를 잡아야 한다. 어제 미친듯이 쏟아부은 비는 장어들의 매끈한 피부를 두드렸을 것이고 아직 그 폭우의 흥분을 잊지 못한 녀석들은 영업시간이 끝난 클럽의 출구에서 처럼 강바닥  여기저기에 아드레날린을 주체 못하며 모여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땅강아지나 왕지렁이들을 바늘에 꽂아 물에 풍덩, 집어 넣는다. 미끼가 되어 물 속에 들어간 녀석들은 급격히 막혀오는 숨에 살고자하는 본능의 몸부림을 칠 것이고, 널부러져 있던 장어들은 역시나 포식자의 본능을 새삼스레 깨달으며 한 입에 녀석들을 삼켜버릴 것이다.

어엿차,

큰 놈이다. 눈으로 대강 봐도 구백그람은 넘을 것 같다. 아까 목이나 축일 요량으로 사이다를 사러갔던 잡어를 파는 슈퍼 아줌마가 그랬다.

"자연산은 백구람당 마넌씩 쳐줘"

구만원 짜리 횡재다. 기름 값을 빼더라도 칠만원이 남는다. 칠만원씩 삼십일이면 이백이 넘는다. 갑갑하게 "무한씨, 신제품 올리는 거 언제까지 돼?" 이따위 물음에 조여지며 점점 말라만 가는 코딱지 같은 회사생활보다 장어잡이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허탕을 치는 날도 있겠지만, 일주일에 다섯마리만 잡아도 먹고 사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낮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저녁에는 장어를 잡아 사는 인생. 누가 직업을 물으면 "나는 오른손잡이가 직업이오"라고 뒷통수나 긁어주고, 말 없는 장어들이랑 노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낫겠다. 장어들은 보채지도 않고, 훈계하려 하지도 않고,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고, 내가 오지 않는 날이 있더도 지들끼리 잘 살며 내 주머니를 뒤지려 들지도 않는다.

자, 이제 이걸 돈으러 바꾸러 가야지, 하는데 전화가 온다.


띨릴릴릴리-


"네, 감사합니다. 리빙트리 입니다."

그래, 장어는 그냥 상상속에서나 잡고 현실에선 오늘도 모니터를 보고 있다. 오늘이 말복이라 내일 회식을 한다는데, 장어나 먹자고 얘기 해 봐야겠다.


한RSS 구독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것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방문자수든 구독자수든 결국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난 사실 한RSS의 구독자는 이미 처음에 선점했던 사람들이나 1000이라는 숫자를 넘어 있을 뿐이지, 나처럼 후발주자는 열심히 쓰더라도 1000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다음카페가 부흥하던 시절, 몇 십만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한 카페들이 많았지만 네이버카페가 생기고 나서 많은 수의 유저가 그 쪽으로 넘어갔고, 이제 막 다음카페를 개설한다면 몇 십만의 회원을 보유하긴 아무래도 힘든 것이 사실 인 것 처럼, 한RSS도 웹 2.0과 함께 관심을 받던 부흥기를 지난 다음에는 구독자수의 증가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냥 꾸준히 글을 발행하니, 네자리 숫자의 구독자가 생겼다. 그 중에는 솔로부대원도 있을 것이고, 군생활 매뉴얼 때문에 구독신청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슴벌레 이야기를 읽다가 구독을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구독신청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다. 반짝 빛났다가 소멸하는 별이 아니라, 꾸준히 빛을 비춰주는 등대같은 블로그를 갖추고 싶다.


노멀로그 135일, 1000명의 한RSS 구독자를 자축하며.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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