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씨,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전치씨와 같은 생각을 해.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난 예전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어장 속 물고기가 아니다. 분명 상황은 변했다. 그러니 달라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
저런 생각을 전문용어로는, '착각적 해탈'이라고 해. 그냥 묵혀두기만 한 건데 '시간이 지났으니 뭔가 해결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전에 내가 내 고장 난 하드에 대해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잖아. 그 하드가 고장 난 게 2009년 말일 거야. 그런데 나는 2011년에 '다시 한 번 연결해 보면 살아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 후 2012년, 2014년에도 각각 같은 생각을 했지. 물론 당연히 달라진 게 없는 하드는 살아나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장 속 애니미즘 같은 거야. 물신숭배, 영혼신앙, 만유정렬설 뭐 그런 거 있잖아. 잘 봐봐. 이거 대개들 루트가 비슷해.
ⓐ카톡으로 긴 대화도 하고 선물 주면 받는 관계가 됨.
-상대를 더욱 기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헌신함.
ⓑ가까워진 듯해서 고백을 했지만 상대가 거절함.
-아직은 때가 아니었는데 성급했다며 재고백을 노림.
ⓒ다시 고백 했지만 상대는 '좋은 친구', '아직은 연애할 때가 아님' 등의 말을 함.
-더 고백을 해봤자 가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뒤돌아 섬.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옴.
-오 이거 뭐지? 그린라이트? 선톡? 느낌이 좋아! 하게 됨.
ⓔ다시 카톡으로 긴 대화도 하고 선물 주면 받는 관계가 됨.
-역시나 상대를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헌신함.
ⓕ이번엔 정말 될 것 같아서 고백했지만 상대가 거절함.
-아직은 때가 아니었는데 성급했다며 재고백을 노림.
저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 물론 저러는 와중에 ⓒ와 ⓓ사이에서 상대가 다른 사람과 연애도 하고 그러지. 그래서 이쪽은 '어장의 1등 참치 겸 상대 연애사의 산 증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 물론 반대의 경우도 벌어지긴 해. 이쪽에서 해방을 꿈꾸며 먼 바다까지 나가려고 헤엄쳐 가다가, 다시 어장으로 들어오는 경우지. 씨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1. 8년째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다는 남자, 해결책은?
스스로 시궁창 같은 상황을 만들지 마. 8년? 둘이 한 번도 못 만난 해도 있고, 중간에 서로 남남처럼 지내던 시절도 있잖아. 상대가 다른 사람과 연애하고, 전치씨도 다른 사람과 연애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전치씨는 그걸 다 뭉뚱그려 합산해서 어마어마한 어장관리를 당한 것처럼 이야기 해.
"제 친구들이 저와 그녀의 사이를 두곤 '등신과 나쁜냔'이라고 표현합니다."
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말이야. 고백할 때도 봐봐.
"실패할 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백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뿐만이 아니야. 가깝게는 지난 화이트데이때도, 전치씨는
"읽씹으로 연락 없다가, 화이트데이가 가까워 오니 연락이 오더군요. 그래서 전 그녀가 사탕 받고 싶어 하는 거 눈치 채곤 약속을 잡았습니다. 사탕을 준비해서요."
우리 조상님들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어.
"지 팔자 지가 꼰다."
전치씨는 '자기 자신도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길'로 계속 걸어들어 간 거야. 사연을 보낸 지금도 전치씨는
"이 관계의 결말을, 저는 알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항상 반전이 있잖아요?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하고 있잖아.
지금 전치씨는 영화 찍는 게 아니고, 현실에 살고 있는 거야. 그럼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전치씨는 그녀에게, 올 때 참치김밥 좀 사다 달라고 말할 수 있어? 없지? 지금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제가 감히 그녀에게 그런 부탁을….'
같은 생각이 들지? 그녀가 저녁 열두 시 넘어서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하면 전치씨는 24시간 하는 중국집을 어떻게든 수소문해서 사갈 수 있지만, 반대로 전치씨가 그녀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감히'라는 생각이 들지? 그게 이 관계가 일방적인 관계이며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증거야. 그녀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전치씨가 계속 '을의 자리'를 찾아가며 그녀를 '모시려' 한다는 거라고.
이러면 정말 운이 좋아 사귀게 되더라도, 전치씨는 그냥 그녀의 가방 셔틀이나 물주의 역할만 하게 될 수 있어. 그녀는 '헌신 업그레이드'가 될 거라 기대하고 전치씨와 사귄 거지만, 전치씨는 '관계 업그레이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구애한 거거든. 이렇게 시작했다가 결국 집착, 마음고생, 구걸, 애원, 부탁 등만 하다 끝난 관계가 수두룩 해.
지금 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아. 친구사이로 보는 거지만 어쨌든 주말마다 만날 수 있고, 그녀가 전치씨의 고백은 받아들이지 않지만 딱히 소개팅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지금처럼 만나며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지내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 순간 곧바로 고백하려 들지 말고, 고백은 내년 이맘때나 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나봐. 둘이 사귀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달라지는 게 아니야. 오히려 연애가 전치씨를 더욱 괴롭게 만들 수 있어.
-분명 사귀는 사이인데 남자친구인 나에겐 아무 권리나 권한도 없는 상태.
저런 문제로 상대에게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자기 마음만 쥐어뜯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연애의 시작이 고생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깜보'가 되는 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만나봐.
2. 150일의 장거리 연애, 끝.
분명 상대가 나쁜 사람은 아니고 또 저와 가까운 사람이긴 한데, 만나면 재미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에게 유머감각이 아주 없는 편도 아니고 또 예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재미가 없습니다. 그 사람과 있는 게 지루하다거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여하튼 그냥 좀, 재미가 없는 겁니다. 신나지 않습니다. 뭔가를 같이 해도 쏘쏘(soso) 정도의 느낌일 뿐입니다. 그 사람과 있을 때면,
"누구누구(재미있는 사람)도 불러봐. 한 잔 하자 그래."
라는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그렇게 지원군이 와줘야만 즐겁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저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하다, 그저 그런 느낌으로,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그저 그렇게 헤어져 집에 들어오게 됩니다.
제 다른 지인들도 그에 대해서,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와 만나는 지인들은 역시 제가 그랬듯, 저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하니 말입니다.
이게 대체 왜 이런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고, 몇 가지 결론을 얻어냈습니다.
-그의 영혼 없는 추임새가 대화를 공허하게 만든다.
-그의 '유머를 위한 유머'가 마음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멍청하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이야기한 적 없다.
-그는 내가 꺼낸 말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거나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와는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서로 묻고 대답하게 된다.
-그는 내가 돈을 빌리면 빌려주겠지만, 희생을 부탁하면 거절할 것 같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여우랑은 살아도 곰이랑은 못 산다."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더해서, 진심으로 상대가 나를 '내 사람'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안 드는 겁니다.
제가 받았던 저런 느낌을, 김형의 여자친구가 김형에게서 똑같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우린 사실적 이야기 외에 감정적 이야기도 안 나누고, 그냥 남 대하듯 대하면서…."
라는 말 한 마디가 김형의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이 나눴던 대화를 하나 보겠습니다.
여친 - 구두 신고 나온 날에는 발목이 너무 아파 ㅠ.ㅠ
김형 - 그러게... 발목이 아프면 오래 걷긴 힘들겠다.
여친 - 지금도 발목이 시큰시큰해.
김형 - 시큰 시큰... ㅠㅠ 아퍼?
여친 - 응 ^^;
김형 - 에고고... 파스라도...
여친 - 그나마 지금은 차 타고 다니니까 잠깐씩 신는 거지, 예전에 차 없을 땐 신발 때문에 정말….
김형 - 그렇겠네... 차 있어도 아픈데... 차 없었을 땐... ㄷㄷㄷ
여친 - 그러칭.
김형 - 에공...
여친 - 암튼 나 집 도착.
김형 - 오오!!
김형 - 수고했어~ 오늘도!!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야호~"하면, 그게 울려서 "야호~"로 돌아오는 걸 '메아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김형은 마치 '인간 메아리'같은 느낌입니다.
아파 -> 아프겠네
슬퍼 -> 슬프겠네
힘들어 -> 힘들겠네
오빤 그거밖에 할 말이 없어? -> 에공...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김형은 여자친구가 헤어지면서 한
"난 솔직히, 지금 우리가 이렇게 헤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한 것 같아. 사귀지도 않고 헤어지는 느낌이야."
라는 말이 마음 식은 그녀의 변명처럼 들렸겠지만, 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좀 알 것 같습니다. 그녀에겐 이게 '연인 역할극' 같았던 겁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일과를 보고하고, 의무적으로 서로에 대해 묻고, 의무적으로 기쁘고 좋은 척 해야 했던 게 힘들었던 겁니다. 김형은 그녀가 뭔가를 샀다고 자랑하듯 말해도 사진 한 번 보여 달라고 한 적 없으니 말입니다. 이게 그녀가 말한 '감정적 이야기의 부재'라는 겁니다.
'내 사람'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안 든다는 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점점 상대가 지쳐가는 걸 보곤 김형이 소심한 복수를 하려 들거나 지적을 한 모습을 말합니다. 김형이 한국에 들어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를 위해 운전을 해주다 그녀가 조수석에서 자니,
"난 계속 운전해서 몸이 피곤한데, 너는 자서 편하겠다~"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글쎄요. 저 일과 함께 당시 김형의 지적으로 인해 그녀가 토라졌을 때의 일을 두고 '그녀는 그만큼 이기적이었다'고 말 할 거라면, 누가 더 손해를 보고 누가 더 이익을 본다고 다툴 것 없이 그냥 안 만나는 게 낫지 않겠나 싶습니다. 보통 저런 경우엔, "난 너 데려다 주느라 운전하는데 넌 자고 있냐?"라고 타박하기 보단, 상대가 추울 수도 있으니 무릎담요라도 덮어줄 텐데 말입니다.
김형은 저 일을 두고도
"제가 그때 너무 바보 같이 사과하고 넘어간 것 같네요. 그땐 여친에게 너 정말 이기적이라고, 그렇게 운전해줬으면, 고맙다고 말하는 게 예의 아니냐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넘긴 제 잘못이죠."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나 글쎄요. 그렇게 손익계산 분명하게 하고 준 만큼 받을 생각을 한다면, 아무래도 연애하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김형이 상대에게 반하거나 큰 애정이 있진 않았기 때문에 저런 생각을 하게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억울함이 가득 남은 이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김형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긴 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제 진심을 담아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바로 그겁니다. 헤어지고 나서 상대에게 매달릴 때에도, 김형은 기회를 달라느니,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느니, 다시 돌아가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느니, 하는 수박 겉핥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제게 털어 놓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그녀에게 했어야 하는 겁니다. 연기를 하려 들거나 포장하려 들 것 없이, 나라는 한 사람의 생각과 솔직한 감정들을 그녀에게 이야기 했다면, 그녀도 김형을 '하나의 정물'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오늘이라도 연락을 해 사과와 함께 김형의 속마음을 털어놔 보시길 권합니다.
어제부터 네이버 포스트에 <무한의 생활연애>라는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 공지를 한 이후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300명이 넘는 독자 분들께서 구독신청을 해주시고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셨습니다. 그 화력지원에 마음이 잠시 뭉클,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관리자의 눈에 들어 메인에 소개 되지 않으면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되어버리기 마련인데, 그런 황량함에 놓이지 않도록 화력지원 해주신 것에 감동했습니다. 보다 보니 태그 별로 가장 인기 있는 글에 들어간 사진이 상단 배경으로 쓰이는 것 같던데, 어제 올린 글이 다섯 개의 태그 중 다섯 개 모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이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연재를 시작하신 분은 이미 만 단위의 구독자가 있는 걸로 표시되던데, 뒤늦게 시작한 제가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멀로그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곳이 네이버의 경쟁사인 다음카카오인 까닭에, 메인에 소개되거나 하는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 '다음 뷰' 서비스에서, 아무래도 자사 블로그인 다음이나 티스토리 블로그들을 더 챙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뭐,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처음 구상했던 그대로 '생활연애'를 꾸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이버에서는 네이버 스타일에 맞춰 가볍고 부담 없이 써야 한다는 조언이 꽤 있었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오늘은 소개팅, 만나기도 전에 낙제점 받는 이유를 알아 볼 고예여~
소개팅 췌키라웃~
연락을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앙대여~ 앙대여~
너무 상세한 질문도 노노노노
이러고 있을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오늘 날, 이 시점, 이 나이에. 햄버거는 햄버거대로 맛이 있는 거고, 감자탕은 감자탕대로 맛이 있는 거니,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망이 공장을 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방망이 깎던 블로거 정도면 충분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래봬도 제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습니다.
아직 <무한의 생활연애>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하나 걸도록 하겠습니다.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24252&memberNo=1306023
불금입니다. 내일도 매뉴얼을 발행하려 했는데, 염장을 지르려는 건 아니고, 벚꽃 탐사를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 경기, 강원도는 대부분 내일이 만개하는 날이라고 하니, 솔로부대에 복무하고 계시는 독자 분들도 미리 사전조사를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이런 거 미리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 그럼,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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