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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순간들, 오감분석

by 무한 2015. 4. 7.

아무래도 내게 도착하는 사연 대부분이 이별사연이라 그런 사연들만 다뤘더니, 솔로부대원들이 삐쳤다. 그래서 오늘은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순간들>을 준비해 봤다.

 

이런 주제가 나오면 늘 그렇듯 잘 웃어주는 여자, 챙겨주는 여자, 웃지도 챙겨주지도 않지만 그냥 너무 예쁜 여자 등의 소주제로 분류하기 마련인데, 거기서 좀 탈피해 보고자 이번 매뉴얼에선 '오감'을 주제로 잡아 사례를 소개하기로 했다. 사례는 수년간 내게 도착한 사연 중 '그녀에게 반한 순간'들을 중점으로 구성해 봤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나눠서 소개를 할 것인데, 각각에 해당하는 수치는 아래와 같다.

 

시각 - 50%

청각 - 30%

후각 - 5%

미각 - 4%

촉각 - 11%

 

이로써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순간이 '웃는 모습이 예쁠 때', '밥 먹는 모습이 예쁠 때', '일하는 모습이 예쁠 때', '운동하는 모습이 예쁠 때', '그냥 뭘 해도 예쁠 때' 라는 우스개가 그냥 우스개만은 아니라는 게 증명된 느낌이지만, 알아두어서 손해 볼 일은 없는 사례들이니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시각. 

 

남자에겐 없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상대에게서 발견했을 때 반하게 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역시나 매뉴얼을 통해서도 소개한 적 있는

 

- 입에 고무줄 물고 머리 묶는 모습.

- 펜, 손가락 등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있는 모습.

-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도 몸에 예쁜 라인이 살아있는 모습.

 

등이 순위권에 있었다. 전에 '머리 묶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무한님, 근데 포니테일이야말로 얼굴이 진짜 예뻐야 어울려요. 머리의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라, 그거야 말로 예쁜 여자가 해야 정말 예쁜데…."

"남자들이 정말 머리 묶는 모습에 반하는 거 맞나요? 저 그 글 보고 오늘 회사에서 머리 묶었는데, 사내 심남이가 옆에 오더니 저보고 머리 푼 게 임꺽정 같다고 하던데요?"

 

라는 슬픈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둔다. 임꺽정스러운 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죄송하다. 어떤 대원의 경우는

 

"저는 파마를 해야만 힘이 솟는데요? 머리 묶으면 힘이 빠져요."

 

라며 삼손스러운 이야기를 하기도 하셨는데, 꼭 머리를 묶어야만 상대가 반하는 건 아니니 파마가 더 잘 어울리시면 파마를 하셔도 될 것 같다.

 

'왜 여자는 머리 묶을 때 예뻐보이는 것인가?'에 대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모여 토의를 한 적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대원들이 낸 결론은

 

- 머리를 묶을 때 팔이 올라가며 가슴이 강조되고,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며 목덜미가 드러난다. 그리고 허리 라인이 살아나며 입에 문 고무줄이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라고 한다. 일요일 하루만 겨우 쉬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학업에 투자하는 와중에도 이런 토의를 해주신 박사과정 솔로부대원들께 감사드린다.

 

저런 모습들 외에 '일상에서 처음 봤는데 반하는 순간'으로는

 

- 뭔가에 정신이 팔려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 힘 없이 걷고 있거나 무거운 거 들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라는 게 있었다. 그간 내가 매뉴얼을 통해 "언제든 곧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사람처럼 행동하세요."라고 말한 것과는 좀 상반되는 내용도 있는데, 아무래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모습과 더불어 상대가 도움을 주며 다가오기에 적합한 상황이라는 게 특별했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상황에서도 특유의 철벽을 치며 막아낸 대원들도 있었다.

 

"제가 무거운 거 들고 엘리베이터까지 가고 있으니까, 잘 생긴 남자사람 하나가 '도와드릴까요?'하면서 말을 걸더라고요. 그때 그냥 감사하다며 그걸 맡겼어야 하는데, 전 그냥 평소처럼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말하곤 괴력을 발휘해 성큼성큼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그 이후로 그 남자사람 다시 한 번 마주치지 않을까 일부러 엘리베이터 근처를 서성이는데, 그 이후론 한 번도 보이지 않네요."

 

이래서 내가 평소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며 수위아저씨든, 편의점 알바든, 회사 내 잘 모르는 사람이든 그냥 인사하고 안면 트며 간단한 대화라도 나눠보길 권하는 것이다. 평소에 못 하던 게 어느 순간 갑자기 능숙하게 되긴 힘드니 말이다.

 

그리고 역시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부분인데, 마트를 가더라도 과일 코너에서 과일의 향기를 맡거나 진열대에서 입을 살짝 벌린 채 상품들 가격비교를 하는 모습에 남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례가 있었다. 시식코너에서 스테이크 한 점 더 먹으려 몸싸움을 하던 건 그만두고, 오늘부턴 과일 향을 좀 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가까운 곳 간다고 긴장 다 풀고 가진 말자는 얘기도 적어둬야겠다. 그냥 동네 산책 겸 공원을 돌다가도 대시를 받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수면바지에 후드티 입고 얼굴을 가린 채 돌아다니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역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걸 기억해 두자.

 

 

2. 청각.

 

청각과 관련해서는 크게

 

-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상대가 내 이름, 정보 등을 말해올 때.(기억)

- 내 말에 흥미를 보이며 신이 난 듯한 목소리로 대화할 때.(공감)

 

라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자는, 별로 안 친하다고 생각한 상대가 이쪽의 정보를 기억하고 있을 때 관심을 갖게 되는 걸 말한다. 내 이름을 모를 거라고 생각한 상대가 내 이름을 부른다든지, 아니면 내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상대가 기억하곤 그것을 말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건 아주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나 역시 어떤 모임에 갔을 때 내가 자기소개한 것을 기억하곤 말을 걸어오는 사람과 주로 대화를 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모태솔로부대원들이 저렇게 물고를 트진 못 하고 오히려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여우짓 한다', '가식적이다'라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타율은 변화가 없다. 상대가 이야기 한 것을 기억해 그것으로 링크를 거는 것도 기술 중 하나이니, 꼭 익혀두었으면 한다. 아, '청각'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로

 

- 종이컵에 이름을 쓰는 습관이 있어 회사에서 상대의 종이컵에도 이름을 써놨는데, 상대가 그것에 반해 다가온 사례.

 

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주마다 '독서록'이라는 걸 써서 제출해야 했는데, 그때 내가 내 독서록에 이름만 쓰곤 학번을 적지 않은 채 제출했다. 그러자 독서록을 걷던 여자아이가 내 이름 위에 학번을 써주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 여자아이와 난, 잠깐만. 이 얘기는 하면 안 될 것 같다. 넘어가자.

 

후자는, 흔히 말하는 '코드가 맞는 경우'에 해당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결혼한 노멀로그 독자 분들'의 사례만 하더라도, '자전거', '만화', '음악', '유럽여행', '고양이', '강아지', '사진', '다트' 등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점점 가까워지다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최근 도착한 사연 중에는 '자동차'라는 공감대로 가까워져 모터쇼를 함께 보러 가는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는 커플도 있다. 그 여자 분은 '수녀원'과 비슷할 정도의 성비를 가진 직장에 있었는데, 거기에 있던 청일점을 두고 다른 여자 분들이 예쁜 척만 하고 있을 때 '자동차' 얘기로 링크를 걸었다.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상황에 맞춰 '벚꽃놀이'가 아니라 '모터쇼'라는 수를 둔 건, 훌륭한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요? 정말요? 나도 그거 있어요. 나도 그거 봤는데!"

 

등의 이야기로 추임새를 넣다 보면, 과묵하던 상대가 어느새 그 추임새에 맞춰 판소리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이걸 오해해서

 

"그러나? 그러므로? 우리 언제 만나요? 언제 시간 돼요?"

 

라고 해선 곤란하다. 상대와 링크를 맺었다고 해서 자신의 생활까지를 전부 이 관계에 쏟아 부으려 해선 안 된다. 벚꽃이 1년 365일 내내 피어 있으면, 지금처럼 특별히 벗꽃놀이를 갈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상대가 관심을 가지고 들이댈 때, 그때 성실하게 기쁜 표정으로 반응해 주면 충분하다는 걸 기억해두자. 싹을 틔웠다고 해서 화분에 물을 아침점심저녁으로 주면 뿌리가 썩는다. 완급조절에도 신경쓰도록 하자.

 

 

3. 후각.

 

서두에선 후각을 5%라고 소개했는데, 사실 '반하는 순간'과 후각은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연이 적었다. '아기 냄새'나 '샴푸 향기'에 반했다는 사연 등이 있긴 했는데, 그건 사실 후각 때문에 반한 거라기 보다는 먼저 반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의 향기까지 좋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간 받은 사연을 종합해 보면, 남자에게 후각은 오히려 '연애 시작 이후'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상대의 향기에 각인된다고 할까. 여성대원들의 사연에선 '향기'가 초반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에 비해, 남성대원들의 사연에선 '향기'가 중반 이후부터 영향을 끼쳤다.

 

굳이 탈탈 털어 소개하자면,

 

- 그녀의 운동복에서도 향기가 난다는 걸 발견했을 때.

- 잠깐 벗어준 외투에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을 때.

-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냥 '꽂히는 향기'가 그녀에게서 풍길 때.

 

등이 있었다. 이건 '후각'과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남자에게선 맡기 힘든 향기'가 상대에게서 풍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향수 보다는 샴푸, 바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등에서 풍기는 향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샴푸를 하나 사더라도 그냥 그때그때 세일하는 제품만 사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선택해 꾸준히 그 샴푸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각인'과 관련된 부분이니, 향기 하나를 선택해 미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 상대가 차를 사거나 차를 얻어탈 일이 종종 있다면 '방향제'를 사서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라 여기다 적기 좀 그렇긴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

 

- 여친이 사준 방향제.

- 여친이 차에 두고 함께 쓰려고 조수석 서랍에 넣어둔 핸드크림.

 

등을 유물처럼 간직하는 남자들의 사연이 많았다. 정리하거나 버리기 귀찮아서 그냥 두는 경우가 물론 더 많긴 하지만, 차를 바꿨음에도 3년 전 여자친구가 차에 두고 내린 립밤을 계속 조수석 서랍에 넣어두고 있는 남자의 사례도 있었다. 그거 유통기한 지나서 못 쓸 텐데.(응?)

 

 

4. 미각.

 

미각은, 역시나 '상대의 짭짤함에 반했다' 따위의 사연이 있는 게 아니라서 소개하기가 좀 어렵다. 그래서 '먹는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할까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 먹는 것을 선물해 줬을 때.

- 추구하는 맛의 장르가 같아서 함께 먹방 찍기 좋을 때.

- 내가 고른 메뉴 맛있다며 잘 먹을 때.

 

등이 있었다. 특히 세 번째 사례와 관련해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여자를 기쁘게 해줬다는 것에서 더 큰 즐거움과 만족을 느낀다."

 

라는 말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이건 개그욕심 있는 여성대원들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저 말을 살짝 바꿔 "남자는, 자신을 웃겨주는 여자 보자 자신의 개그에 웃어주는 여자에게 호감을 갖는다."라고 기억해 두면 될 것 같다.

 

'마법의 메뉴'를 하나 선정해 두자. 갈등이 있을 때 '주꾸미삼겹살'을 사주면 풀린다든지, 아니면 '아귀찜'을 먹자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올 사람이라든지 하는 본인의 캐릭터를 설정해 두는 거다. 그것 하나로 상대가 반하진 않겠지만, 상대가 큰 부담이나 고민 없이 만남을 제안할 수 있기에 효과적이다. 이런 캐릭터를 잡아 성공한 사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쪽이 짬뽕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중국집 도장깨기'를 하듯 유명한 중국집을 같이 찾아다닌 사례, 캬라멜 비슷한 '마이x'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져 상대가 그걸 내밀며 다가온 사례, 자신이 매일 마시는 차를 상대에게도 한 잔 맛 보라고 줬다가 친해져 '얼그레이 커플'이 된 사례 등이 있다. 혹시 본인 책상서랍에 간식을 넣어 두고 혼자만 우걱우걱 먹던 대원이 있다면, 오늘 부터는 나눠 먹길 권한다. 오가는 먹거리 속에 감정이 싹틀 수 있으니 말이다.

 

감기에 걸린 상대에게 유자차와 머그컵을 선물해 상대를 사로잡은 사례, 지인들과 함께 놀러 갔을 때 주뼛거리느라 잘 먹지 못하고 있는 상대를 챙겨 관심의 싹을 틔운 사례 등도 있었다. 또 상대가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는 거래처 사람이었지만 밥도 못 먹고 일 하는 걸 보곤 김밥을 사다 줘서 상대를 사로잡은 사례도 있는데, 이렇듯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그 순간을 붙잡자. 그렇게 김밥을 준다고 해서 "나 참치 들어간 거 못 먹는데 왜 참치김밥을 주는 거냐."라며 멱살을 잡을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고생하고 있는 내 오빠나 동생 챙긴다는 생각으로 호의를 한 번 베풀면, 대개는 그게 둘의 교두보가 되며 베푼 호의가 불어나서 돌아온다는 걸 기억해 두자. 

 

 

5. 촉각.

 

촉각과 관련해서는, 의식적으로라도 가까이 붙을 경우 상대가 관심을 가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보통 둘이 그냥 '지인'이거나 '처음 보는 사이'일 경우 거리를 걷더라도 반 발짝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걷기 마련인데, 상대가 좀 이상하다 싶어 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서 걷는 거다. 그럼 이때 부터 남자의 정상적인 사고체계가 무너지고

 

'뭐지? 왜 이렇게 가깝게 걷지? 이거 왜 이런 거지? 연인이 아닌데 연인처럼 걷는 이 느낌 뭐지?'

 

라는 것에 꽂히게 된다. 이게 좀 신기한 부분이긴 한데, 마음이 가는 곳에 생각이 따라가는 것처럼 생각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기도 한다. 서로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닌데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와 걷듯 가까이 붙어 걸으면, 묘한 감정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상대로 하여금 둘의 관계나 이쪽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별로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지만, 소매를 살짝 잡거나 손을 스치는 정도의 스킨십을 해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사례들이 꽤 있었다. 아주 진부한 방법이긴 하지만 손 크기를 대보자는 등의 이야기를 꺼내 상대를 유혹하는 사례도 있었고 말이다. 그냥 당장 연애를 하는 게 목적이라 먼저 팔짱을 끼거나 상대의 어깨에 기대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사례들도 있었는데, 역시나 좀 고지식한 나는 이런 방법들을 권하고 싶진 않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사례니 이렇게 적어두도록 하겠다.

 

여기서도 '남자와 다른 여성만의 특징'에 반하는 모습들이 자주 포착되었다.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이 자신의 손에 쏙 들어오는 느낌에 가슴이 뛰었다든지, 자신의 손과 달리 부드럽고 연한 상대의 손에 매력을 느꼈다든지, 상대의 손이 차가워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든지 하는 사례들이 이에 속한다. 세 번째 사례를 보면 아무래도 수족냉증이 있는 대원들이 유리한 게 아닌가 싶다.(응?) 모든 남자가 이런 건 아니니, 자신이 농구공을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다거나 여성용 신발은 맞는 사이즈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진 말길 권한다.

 

그 외에 손이 튼 걸 보고는 상대가 자신의 핸드크림을 손수 발라줬다거나, 자신의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발라준 까닭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 정도 사례라면 뭐 거의 기술 들어간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여하튼 옷깃을 정리해 주거나, 옷에 묻은 걸 털어 주거나, 머리에 붙은 걸 떼어 주는 것 정도로도 두근두근하게 만들 수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것 같다. 어떤 여성대원들은

 

"엉덩이가 바지를 먹고 있는 거 빼주고 싶은데, 그것도 해당 되나요?"

"심남이 목에 난 여드름 짜고 싶어 미치겠는데 그거 짜준다고 해도 되나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배고픈 엉덩이의 프라이버시는 그냥 존중해 주도록 하자.

 

 

정리하자면,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여자에게 남자가 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인관계가 '길'이라면, '친해질 준비'를 하는 건 내 집 앞을 잘 가꿔두는 것과 같다. 누구는 마음에 비만 오면 그 길이 진흙탕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자신의 집 안에서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까닭에 길은 잡초에게 점령당해 길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없기도 하다. 종종 내게

 

"전 사실 다른 사람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굳이 그 길을 정비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정비가 따지고 보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정비다. 어느 방향에서든 나에게 올 수 있도록 모든 길을 다 정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구에서 사는 동안 나와 함께 웃고 또 함께 울 수 있는 이가 왕래할 길 하나쯤은 정비해 두도록 하자. 마음의 집 안에 꽁꽁 숨은 채 그저 밖을 내다보며 '저 사람은 왜 나에게 안 오는 거지?'하며 고민하지 말고, 무성한 잡초부터 뽑아가며 길을 정비해 보자. 누군가가 수풀을 헤치고 다가와 나를 발견해 주길 기다리지만 말고, 오늘 당장 움직이자. 가장 만만한 '먹을 거 하나' 주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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