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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마음 없는 여친과 애정결핍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5. 4. 20.

내가 군대에 가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별로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이 동반입대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였다. 웹에서 본 사연 중엔 자신이 하던 게임 게시판에 글을 올려 동반입대 할 사람을 찾아 입대한 경우도 있었다. 난 그 정도의 사례까지 목격하진 못 했지만, 그냥 대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듣다 만나 동반입대 한 사례는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주말에 한 쪽 부모님이 면회를 와도, 다른 한 쪽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듯 신경 끄고 있었다. 보통 동반입대 했을 경우 서로의 부모님들과도 잘 아는 까닭에 같이 면회하러 가는데 말이다.

 

이렇듯 친밀함이나 유대감 없이 그저 목적만으로 동반입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연애 역시 호감이나 애정 없이 '연애를 목적으로 한 연애'를 하게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둘 다 연애 경험이 없어 연애가 하고 싶어 사귄 경우

-우정이나 지인과의 정을 사랑과 착각해 사귄 경우.

-당장은 이 관계 말고는 대안이 없기에 일단 사귄 경우.

-상대가 대시를 하는데 거절을 할 수 없어 사귄 경우.

 

위와 같은 일들은 주로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연애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오늘 소개 할 첫 사연의 주인공인 H양 역시 그런 연애를 하고 있다. H양은 대학생으로 남친과는 올 3월 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알게 된 지 며칠 만에 남친이 고백해 사귀게 되었다. 이후의 연애가 어떠했는지는 H양의 한 마디 말로 잘 알 수 있다.

 

"고백 받기 직전과 받았을 당시에는 설레고 기쁜 마음이 있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마음은 사그라들었고, 지금은 귀찮고 부담스러운 감정만 남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현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극적인 일은 무엇인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1. 마음 없는 여친과 애정결핍 남친.

 

H양에겐 미안하지만, H양의 남친은 '연애가 고픈' 남자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스킨십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사실 상대가 '성추행'으로 신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일이다.

 

"걔한테는 너무 과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스킨십을 해서 맞았어. 그 뒤로 스킨십에 대한 약간의 공포증 같은 게 내게 생겼지."

 

공포증이 문제가 아니라, 호감 가는 이성이 있다고 해서 만지거나 껴안으려 하는 건 범죄다. 그는 H양과 사귀기 전에도 H양을 껴안았는데, H양은 그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던 터라 거부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그 허그를 통해 '사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그래서 H양에게 들이댔던 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가 H양 이전의 여자에게, 스킨십을 시도 했다가 맞고 나서 한 얘기에 주목하자.

 

"그렇게 멀어졌을 때에야, 내가 느낀 감정은 그저 비정상적인 호기심과 공감이 가능할 거란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지."

 

바로 저 판타지다. 난 그가 H양에게 가진 감정도 바로 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전의 여자는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바로 그를 떼어냈지만, H양은 그의 고백이 태어나서 남자에게 받아보는 첫 고백이기도 했고, 또 그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받아줘 버리고 말았다.

 

남자친구의 과도한 스킨십 시도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만나야만 마음이 놓이는 건 분명 잘못된 연애다. 카톡으로도 그는 계속 '어디까지를 생각하고 있나' 등의 질문을 하고 있고, 자신을 동정으로 내버려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애정표현은 스킨십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이 스킨십을 향한 칭얼거림과 징징거림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또 그는 H양에게 '나는 너와의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안심시킨 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생각인 것 같은데, 이걸 또 H양은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한 상태에서 결혼 얘기를 하는 게 지나치게 이른 것 같고…."

 

라며 어느 정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H양이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건 정상적인 연애도 아닐 뿐더러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너에게 가진 감정은 그저 비정상적인 호기심과 공감이 가능할 거란 착각이었고…."

 

따위의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가 H양에게 고백하며 한

 

"내 생에 지금까지 해온 모든 걸 다 던지고서라도, 널 사랑하고 싶어. 설령 신이 안 된다고 하면 (중간엔 너무 오글거리는 말 투성이라 생략) 우리, 사랑하자. 내 영혼의 반쪽을 지금 찾았어. 보고 싶고 갖고 싶어. 난 너에게 미쳐있어."

 

라는 이야기는, 그의 진심을 말한 것이라기보다는 소설가가 자기 소설 캐릭터의 대사를 쓰는 것과 비슷한 거다. 게다가 그는 저런 고백을 하던 중에 성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스킨십 진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역시 보통의 여자였다면 그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으며 분명 '이 사람 좀 이상한 사람이네?' 했을 텐데, 그에게 관심이 있던 데다가 생에 '첫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에 들떠있던 H양은 거의 다 받아줘 버리고 말았다. 스킨십과 관련해선

 

"그 진도는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뽀뽀 정도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 정도만을 하며 말이다.

 

그땐 알게 된 지 며칠 되지 않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겠지만, 이제는 H양도 그가 어떤 사람이며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H양이 '거절을 못 하며 누군가와 멀어지는 걸 걱정하는 타입'이라고 해서 이 관계를 계속 질질 끌면, 그는 더 몸 달아 할 것이며 H양이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현재 두 사람이 만날 땐 그가 돈을 다 쓰며 H양의 허락을 얻어내려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이러다 훗날 그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H양과 헤어져야 할 때, 그게 다 H양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치환될 수 있다.

 

H양은 이게 '애정결핍을 가진, 욕구가 강한 남친과의 연애'라고 생각하며 일단 계속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연애라고 말하기 힘든 관계이니 얼른 벗어나길 권한다. 질질 끌면 끌수록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카톡대화에서 드러난 H양의 남친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절대 입이 무겁지 않으며, 지난 일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해 전달하는 타입이다. 보통 이런 사람과 만난 경우엔 상대 판타지 속 '악역'으로 설정되어 두고두고 괴로움을 겪는 일이 많이 일어나니, 상대 판타지로 인한 또 다른 고통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자.

 

 

2. 그는 비장애인이고, 저는 그를 짝사랑해요.

 

정원씨가

 

"핸디캡이 있는 저를 그가 여자로서 좋아해줄까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핸디캡이 있든 없든, 그건 매력을 보여준 적 있거나 상대와 친해지려는 시도를 해 본 뒤에나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현 상황만 놓고 저 질문을 하신 거라면, 저는 "좋아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을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뭔가가, 없습니다. 정원씨는 연예인 브로마이드 방에 붙여 놓고 좋아하는 소녀 같고, 그는 업무와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정원씨와 별다른 대화를 나눌 일이 없습니다. '카풀'을 하는 황금 같은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정말 너무 뭔가가, 없습니다.

 

전 요즘 치과를 다니는데, 치과 데스크에는 실장이 있는 날도 있고 코디가 있는 날도 있습니다. 저는 그 두 사람 중 코디와 친해졌습니다. 실장은 스케줄을 잡을 때

 

"목요일 다섯 시 괜찮으세요?"

 

라고 말할 뿐인데, 코디는

 

"계속 이 시간대에 오셨네요. 다음번에도 이 시간대로 잡아드릴까요? 그리고 오늘 씌우신 건 식사하시다가 빠질 수 있어요. 빠지면 버리지 마시고, 가지고 오시면 다시 붙여 드릴게요. 이제 딸기 드실 때에도 안 아프실 거예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 당연히 모릅니다만, 코디와 대화할 때가 확실히 편하고 말 한 마디라도 더 하게 됩니다. 그녀는 제가 지난주에 갔을 때 딸기만 먹어도 아플 정도였다고 말한 것도 기억하고 있고, 또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안내를 해줍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런 말들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줍니다.

 

현재 두 사람이 어색하고, 불편하고, 뻘쭘하고, 부담스럽고, 불편한 관계인데, 어찌어찌 둘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고 해서 그런 분위기들이 전부 사라지고 러브러브 모드로 가는 건 아닙니다. 사귀게 된다 해도, 분명 몸은 같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투명인간'인 듯한 그 느낌은 계속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그가 나를 여자로서 좋아해줄 것인가? 그와 나는 연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같은 게 아닙니다. 그런 고민은, 미국에 유학을 가면 여가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비자도 나오지 않았고 입학도 확정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서로 개인적인 카톡대화를 나누는 걸 목표로 잡고 일단 가까워지시길 권합니다.

 

"무한님이 부탁을 하고 나선 뭔가로 보답하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그 사람, 공무원은 동료한테라도 뭐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는 듯해요. 전에 제가 뭐 드릴 때에도 안 받으시려고 했거든요…."

 

자연스럽게 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그가 어디어디까지 태워줬으니 뭔가를 구입해서 그에게 답례로 내밀지 마시고, 어디어디까지 태워줬으면 부근에서 같이 밥 한 끼 먹는 겁니다. 아니면, 답례마저도 부탁을 빙자해서 해도 됩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같이 가 줄 수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본 뒤 정원씨가 영화를 보여줘도 되는 거고, 카풀 중간에 편의점 잠시 들릴 수 있냐고 물어 본 뒤 정원씨 마실 음료수와 그가 마실 음료수를 사도 됩니다. 이건 자연스레 같이 하면 해결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인 그가, 제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라도 채면 곤혹스러워할지도 몰라서…. 저는 장애인이니까, 비장애인인 그가 저를 좋아할 리가 없을 거고…. 제 주변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좋아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이래서 참, 주변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지인 중에도 운동 중에 다리를 다쳐 장애를 가지게 된 지인이 있는데, 특별히 그를 측은하다거나 가엾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다른 지인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생각하고, 또 그렇게 대합니다.(이게 이렇게 글로 적으려고 하니, 일부러 더 분류를 해서 설명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냥 '지인'으로 생각하지 '장애를 가진 지인'으로 나눠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나 제 지인들은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언젠가 그 무리에 새로 합류하게 된 지인 여자친구가 "그를 그렇게 배려하는 걸 보니, 지인들이 다들 착한 것 같다."고 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린 특별히 착하거나 좋은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서로의 사정과 상황에 맞춰 그렇게 지내왔을 뿐이니 말입니다. 그 모임의 또 다른 지인은 거의 30분~1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봐야 하는 사정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그와 함께 할 때에도 우린 당연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먼 곳에 놀러 가면 같은 마음으로 화장실을 먼저 찾기도 하고, 휴게소는 필수로 들르고 말입니다.

 

정원씨에게 저 이야기를 하신 분들은 정원씨가 훗날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미리 실망감을 주입하려 한 것 같은데, 저런 말들이 정원씨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인들의 저런 이야기로 인해 정원씨는 두려움에 떠느라 '친해질 기회'조차 놓치게 되니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스스로를 '장애를 가진 여자'로만 규정한 채 미래를 예상만 하지 마시고, 정원씨라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시길 권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나는 장애인, 상대는 '비장애인'이라고 말하며 선을 긋고, 또 아직 아무것도 해 본 적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하며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불로소득 노리고 복권 긁는 것처럼 고백하려 하지 마시고, 차곡차곡 만들어 가 보시길 권합니다. 상대가 장남인지 차남인지부터 알아가 보는 겁니다.

 

 

메일함이 꽉 차서 사연이 반송되었다는 항의를 주말 내내 받았다.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신 gmail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아이디는 전부 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 중인 걸로 떠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만들게 된 메일주소가

 

moohan@normalog.com

 

이다. '네이버 웍스'에서 제공하는 메일서비스인데,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으면 해당 도메인을 주소로 쓸 수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이 만들었다. 노멀로그에 있는 메일 주소도 이 시간 이후로 모두 바꿔 두도록 하겠다.

 

메일주소를 바꾸며, 연락처 중 카톡아이디도 블로그에선 삭제할 예정이다. 카톡이 한참 밀려 답장을 기다리시는 분들의 감정만 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다른 글을 써야 할 시간에 카톡대화를 하고 있다 보니 일에 지장이 생기고 말았다. 그간 응원의 말씀을 해주시고, 또 정보를 알려주시거나 피드백을 해주셨던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내주신 카톡에 대해서는 이번 주 내로 모두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 자 그럼, 다들 기운찬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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