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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구피(EMB, 알풀, 하프블랙) 사육시작.

by 무한 2015. 5. 15.

물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어항이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다 접고 정리했다가도, 어느 날 향수병이 찾아오면 어항에 물부터 받기 시작한다. 생물이라곤 아무 것도 없이 그저 바닥재만 깔린 어항에 여과기를 돌려 물을 잡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물생활꾼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그런 설렘에 얼른 마트 수족관에라도 달려가 물고기를 사왔다면, 그들은 하수다. 그들은 며칠 정도 물고기를 바라보다, 자신이 꿈꿨던 것은 이게 아님을 생각하곤 커뮤니티 분양 게시판을 들락거릴 것이다. 

 

아무래도 물고기보다는 손이 덜 가는, 새우나 달팽이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면 중수다. 그들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며, 이미 셀 수 없을 만큼의 물고기들을 요단강에 방생해 본 경험이 있기에 물고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하수들이 하는 행동을 거듭하다 해탈을 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수초만 심어 기르기로 했다면 고수다. 그들은 수초만 잘 길러놔도 밥상이 다 차려진 것과 같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나 새우, 달팽이 같은 것들은 밥상에 수저 올려놓듯 다 차린 뒤에 투입해도 된다는 걸 안다. 물과 햇빛, 공기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식물이 동물보다 유전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던데, 그들은 그걸 경험으로 깨우쳐 물생활의 매난국죽을 그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고수들은, 빈 어항에 물만 순환시킨다. 그들은 어항 속에 생물을 키우는 것보다, 어항 속에 생물을 키우게 될 생각을 하는 것이 더욱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것은 어항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응?) 그래서 빈 어항의 레이아웃을 구상하는 즐거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물이 자신의 어항에 들어있다고 여기며 느끼는 즐거움, 빈 어항 속에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어떤 생물 같은 게 자라날 수도 있다는 상상의 즐거움 등을 느낀다. 물론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 수도 있긴 한데,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은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자.

 

"무한님은 위의 분류 중 어느 레벨에 속하나요?"

 

나는 하수의 끄트머리쯤에 있는 것 같다. 새우와 달팽이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중수가 된 줄 알았는데, 마음에 바람이 불자 분양게시판을 찾아가선 고정구피를 입양해 오고 말았다. 어서 이 불쌍한 중생 시절을 벗어나야 하는데, 해탈의 길은 멀기만 하다.

 

 

 

 

한국 생태계를 위협하는 종으로 분류된 렘즈혼이다. 렘즈혼에겐 미안하지만 가재 생먹이로 주던 녀석들인데, 가재가 배불리 먹어가며 충분히 살다 세상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렘즈혼은 아직 남아 있다. 이후 시클리드가 어항에 왔을 땐 시클리드의 먹이가 되기도 했는데, 시클리드의 먹성도 렘즈혼의 번식력을 앞지르진 못 했다.

 

 

 

 

EMB(Electric Moscow Blue)치어와 체리새우가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치어인 까닭에 아직 발색이 올라오지 않았다.

 

 

 

 

EMB 치어와 유어, 그리고 렘즈혼의 모습이다. 내가 배운 암수구별법으로는 꼬리가 삼각형이면 수컷, 둥근 모양이면 암컷이었는데, 저 사진을 보면 내가 반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좌측에 있는 녀석이 수컷, 가운데 있는 녀석이 암컷 같은데….

 

 

 

 

검은 빛을 띄는 녀석은 확실히 수컷인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분양을 '수컷 한 마리 + 암컷 두 마리'로 받으려고 했는데, 판매자 분께서 두 마리를 더 넣어주신 까닭에 헷갈리게 되었다. 아무튼 녀석들이 좀 더 크면 발색도 확실히 올라오고 특징도 뚜렷해질 테니, 그때 자세히 구분하는 걸로 하자. 

 

 

 

 

EMB체리새우들이 렘즈혼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앞서가는 렘즈혼의 껍데기와 뒤에 있는 렘즈혼의 껍데기 색이 차이 나는데, 한 녀석은 다른 어항에 생먹이로 투입되었다가 목숨을 건진 녀석이다. 그래서 껍데기 색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두 어항 온도는 비슷했고, 한 어항은 바닥재가 금사, 다른 어항은 흑사였다.

 

 

 

 

하프블랙(옐로우) 치어들의 모습이다. 30mm렌즈로 AF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좀 더 크면 이 녀석들도 화려한 발색이 올라오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가 된다.

 

 

 

 

이 구피 종류가 '알풀'이라고 해서

 

'알을 풀(수초)에다 붙이는 종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알비노 풀 레드'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이거 말고 커뮤니티에서 또 '네슈화, 네슈화.'하길래

 

'네슈화? 꽃 화(花)자를 쓴 건가? 꽃무늬?'

 

했는데, 역시나 그게 아니라 '네온블루 슈퍼 화이트'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좌측 상단에 있는 건 하프블랙 치어, 그리고 나머지는 알풀 준성어와 유어, 치어다. 난 개인적으로 알비노 종을 무서워하는 까닭에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판매자 분께서 우리 집 어항이 하나 남는다는 걸 들으시더니 덤으로 주셨다. 알풀과 함께 뒤에 보이는 수초까지.

 

각각의 어항에 사육할 예정이긴 한데, 어제 판매자분 집에 가서 '적사'를 바닥재로 쓴 걸 보고 반해선 나도 적사로 새로 세팅하려고 일단 합사해 두었다. 어제 보니 요즘 LED 제품의 발달로 깔끔한 어항 조명도 나왔던데, 그것도 알아보고 구입할 생각이다.

 

 

노멀로그에 물생활 이야기를 언제 마지막으로 올렸나 보니, 2012년 4월이다. 난 작년쯤 마지막으로 올렸나 싶었는데 3년 전이라니! 이제 새로운 식구들도 생겼고 하니, 앞으로 녀석들이 자라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노멀로그에 기록으로 남겨 둘 예정이다. 자 그럼, 우린 다음 글에서 다시 뵙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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