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조건 S양이 잘못한 겁니다. S양이 99% 잘못한 것이고, 지금도 S양이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하지만'이란 얘기로 정당화하려는 것까지도 다 잘못입니다. 이 연애는 불공정하고, 일방적이며, 대부분이 남친의 헌신과 이해만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S양에겐 남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며, 남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보이질 않습니다.
남친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며 상황을 파악하는 순간 이 연애는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가 이 연애를 계속하고 있는 건 'S양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 건데, S양의 이기적이고 모난 행동들로 모든 정이 다 떨어지면 관계를 계속 이어갈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S양이 신청서에서 제게 애정을 표현해주신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이야기 하는 건, S양의 마음가짐, 말투, 행동, 태도 모든 부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이 남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S양이 사연을 보내고 제가 지금 매뉴얼을 작성하는 그 사이에 둘이 헤어졌다고 해도, 저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건 이번 연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에 임하는 S양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출발해 보겠습니다.
1. 제 실수 이후 남친이 계속 의심을 해요.
먼저, S양이 한 건 실수가 아닙니다. 다른 남자와 단둘이 공연을 보러 가는 것에 대해 남친에게 거짓말을 한 거고, 그게 어쩌다 카톡 메시지로 떠서 들킨 이후 또 다른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정말 동성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친구예요. 전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승낙한 거고요."
"남친이 둘이 가는 거냐고 물었을 때 아차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도 간다고…."
"카톡이 딱 왔는데 남친과 같이 봤어요. 전 너무 당황해서 또 순간 거짓말을…."
아무 설득력 없는 변명일 뿐입니다. S양에겐 몇 번이나 저 약속을 취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친구도 이해를 못 하지 않았습니까? 남친을 놔두고 왜 다른 남자랑 공연을 보러 가는지를 말입니다. 물론 그 친구도 자신이 강력하게 그걸 제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 '남친에게 들키지 말고 잘 다녀와.'정도로 대화를 마무리 짓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런 말이 오가는 상황이었다면, S양도 '이건 내가 분명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S양은 계속 '그럴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려 하는데, '의도' 이야기는 그만하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를 확실하게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이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지, 남친이 거짓말을 한 뒤 들키고 나자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면 S양은 남친의 인간성까지 의심하진 않았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원인제공을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이후 남친의 화내는 모습과 평소와 달리 너무 차가운 태도들이 잔상처럼 남아요. 앞으로 또 저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남친은 어떻겠습니까? 남친이 보기에 S양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곤 다른 남자와 만난 여친입니다. 이후 우연히 카톡을 같이 보다 온 메시지로 들켰을 때 S양은 또 거짓말을 했고 말입니다. 또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남친이 저 사람에게도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말했을 때, S양은 상대에게 남친을 이상한 사람처럼 설명해가며 사과 한 번 해주고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또 그 대화를 남친이 보게 된 것이고 말입니다.
남친은 저때 헤어질 생각을 했지만, S양이 사과하며 붙잡아서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S양이 '남친이 또 저러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남친 역시 'S양이 또 저러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S양이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느라 남친의 전화를 받지 않는 일이 있었고, 이후 남친은 S양에게 '여자가 아니라 남자랑 있었던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걸 두고 S양은
"남친을 속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그건 S양이 전화를 받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전 일도 이전 일이지만, 이후에도 S양의 상황이나 편의에 따라 전화를 무시하기도 하니 불안을 지울 수가 없는 겁니다. 혹시, 남친은 스스로 알아서 계속 성실하니, S양은 그저 마음 내킬 때 그 성실함을 받아주고 그렇지 않을 땐 그냥 덮어두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S양은 결코 그런 마음은 없다고 대답하시겠지만, S양의 행동만 보면 그런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게 문제라는 얘깁니다.
다른 커플들 보면 남자가 저렇게까지 의심을 하지도 않고 또 확인하려 하지도 않는데, 왜 S양의 남자친구만 유독 저러는지 궁금하십니까? 그건 남친이 이상해서라기보다는, S양이 '문제 없는 커플'의 여자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커플을 보면, 혼자 결정한 뒤 남친에게 거짓말로 둘러대지 않습니다. 남친의 연락을 취사선택 해가며 받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남친을 치졸한 사람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나려 남친을 기만하지 않습니다. 남친보다 '동성친구에 가까운 이성친구'라는 사람과 더 가깝지 않습니다. 남친이 얼마나 성실하게 헌신하는지 만을 보며 대접받고 있지 않습니다. 와라가라 하는 것도 모자라, 데리러 오라고 해놓고 술에 취해 전화도 안 받아가며 남친을 미아로 만들지 않습니다.
대접 받는 연애가 당장은 편하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걸 그저 단순히 '사랑 받는 것'으로 여긴다면, 상대의 사랑이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랄 수도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방적인 관계를 혼자서 지탱해가고 있는 사람은, 결국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은 고생만 할 뿐 아무런 배려를 못 받고 있고, 존중받긴커녕 무시를 당하고 있으며, 열심히 헌신한 대가로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후 그걸 깨달은 상대가 변해가기 시작하면, '받는 쪽'이었던 사람은 그제야 상대가 베풀던 것들이 고마운 것들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와 달라고 매달리거나 자신도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 상대가 복수할 생각 같은 것들만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결국 슬픈 마지막을 경험하는 수순으로 흘러가는 게 대부분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소를 잃기 전에, 얼른 외양간을 고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 헤어지는 중인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제가 보통 다른 분들의 카톡대화를 읽을 땐, 아래의 것들 중 한 가지는 꼭 느끼곤 합니다.
- 읽으며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 예쁜 부분.
- 기발한 멘트에 빵 터지는 부분.
- 만담을 나누는 듯해서 다음 멘트가 기대되는 부분.
- 화내며 싸울 때 빛나는 논리들이 등장하는 부분.
- 맞장구치거나 받아주는 모습에 배울 점이 있는 부분.
그런데 미영씨와 상대의 카톡엔 저런 부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계속
"웅웅."
"뇽뇽."
"헤헤."
하는 말투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두 분이 카톡대화 외에 전화통화로 많은 이야기를 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 치더라도 카톡대화 중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속된 말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 '영혼 없는 이야기'인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둘의 전화통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말입니다.
미영씨는 남친이 '생각할 시간'을 갖다고 한 이유에 대해
"제가 최근 연락 문제로 남친에게 서운함을 표시했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라고 하셨는데, 표면적으로는 그게 그렇게 보일 순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 말 한 마디로 인해 남친이 연애중지통보를 한 거라기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남친의 연애중지통보가 준비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남친은 제게 우리가 계속 어색한 것 같다고 얘기하던데, 어느 커플이든 다 그런 거잖아요. 어떻게 매번 좋고 잘 맞으며 늘 좋을 수만 있겠어요. 저는 남친이 무관심하게 변해갈 때에도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했고, 또 최대한 싸울 일 없게 맞춰가려 노력했는데…."
미영씨의 저 말에 답이 있습니다. 둘의 카톡대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1차원적인 의사소통을 제외하고는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게 '최대한 싸울 일 없도록 노력해서'든 아니면 '이해하고 노력하기 위해서'든, 그건 둘의 대화를 그저 '1차원적인 대화'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여친 - 당일 출장? 어디로?
남친 - 지방으로 다녀올 것 같아. 창원 쪽.
여친 - 응응. 운전 조심히 해서 댕겨와용. 힘내용♡
웃는 얼굴로 대화 마무리했고 하트까지 보냈으니 아무 문제없는 거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런 대화를 반복하게 되면 지겨워질 뿐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다 화이팅 해주는 기계'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냥 계속 화이팅만 해주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질 것 같습니다.
100일을 사귀든 200일을 사귀든 그냥 계속 저런 대화만을 나누며, 그 와중에 여친이 통화하는 걸 좋아하니 자주 통화하고 어디 갈지에 대해 함께 계획하는 거 좋아하니 역시 계획 짜야 한다면, 그건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정리해야 할 관계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연애 극 초반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호감부터 표현하려 할 때에는 그럴 수 있지만, 계속 만나 봐도 그럴 뿐이라면 놓고 싶어진단 얘깁니다.
남친의 연애중지 통보에, 미영씨도 본래 성격대로 까놓고 얘기하겠다면서 한 말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지금 나도, 착한 척 가식 안 떨고 원래 그대로를 보여줄게."
그걸 올해 6월에, 7월에, 8월에, 9월에, 10월에 진작 보여줬어야 하는 겁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미영씨가 분명 서운해 할 거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미영씨는 애써 밝고 괜찮은 척 "응응. 잼나게 놀앙♡"같은 답장 하나만 틱 보내지 않았습니까? 서운해도 헤헤, 아쉬워도 헤헤, 화가 나도 헤헤, 짜증나도 헤헤, 하고 있는 건 이해나 배려가 아닙니다. 그냥 '밝은 척, 괜찮은 척'만 하는 것이며, 상대가 그걸 눈치 챘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도 미영씨가 계속 그래버리니 상대는 미영씨의 진실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와중에도 미영씨가
"저도 이제 세게 나가고 싶은데, 그랬다가 진짜 헤어지자는 결론을 들을 것 같고…."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건 세게 나가고 약하게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미영씨는 이게 강약의 문제라고 생각한 나머지 상대에게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투는 일 없이 연애가 조용하니까 심심해?"
"그건 네 착각이지. 그냥 되는 게 아니라 맞춰가는 거야."
"내가 그 편지에 쓴 말도 어르고 달랜다고 그렇게 쓴 거야. 싸움을 피하려고."
저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그간 미영씨가 이해하고 배려해왔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미영씨가 그간 이런 모습을 철저히 숨겨왔다는 것에 무서움과 섬뜩함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르시기 전에 제게 사연을 주시거나 아니면 하루라도 더 생각해 보신 뒤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내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까지 엎질러진 상황에선 아무래도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남친이 '생각할 시간'을 마친 후 긍정적인 말을 한다면, 그건 남친 부모님이 유독 미영씨를 예뻐한 것이 큰 작용을 한 탓일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남친도 본인 부모님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그런 부분이 남친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 이런 일이 벌어져 남친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연애를 위한 연애'나 '대화를 위한 대화'를 그만두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과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힘을 쏟으시길 권합니다. 이게 상대에게 어떻게든 잘 보여서 긍정의 답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면접이나 비즈니스같은 건 아니니 말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얼마 전 개업한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외진 곳에 있는 식당이라 아직 종업원을 구하지 못했는지 종업원을 구한다는 표지가 식당 전면유리에 붙어 있었고, 가족으로 보이는 남녀 중고등학생 둘이 서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손발이 맞지 않아 밑반찬을 두 번씩이나 가져오기도 하고, 물 달라는 테이블은 다른 테이블인데 우리 테이블로 가져오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주방과의 사인도 맞지 않아 다른 손님의 음식은 이미 진작 나왔는데 가져다주지 않아 차게 식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저희 테이블에 술잔을 가져다주려다 깨뜨리기도 했습니다. 유리컵 두 개가 꽉 끼어있자 그걸 빼려다 떨어뜨린 건데, 그런 일련의 일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제가 주문을 더 추가해 그런 일을 만든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했습니다. 학생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학생에게 다가와 서빙은 그만 하고 밥이나 담아 놓으라고 하던데, 그 학생은 또 밥솥 쪽으로 와 스테인레스 공기를 맨손으로 잡은 채 밥을 퍼 담았습니다. 그러다 한 6초 후
"앗 뜨거 씨바."
라며 밥그릇을 팽개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맨손으로 스테인레스 공기를 잡은 채 갓 지어진 밥을 퍼 담으니 뜨거울 수밖에 없잖겠습니까.
뭐, 저럴 수 있다는 겁니다. 가게를 개업할 때에는 그냥 오픈하고 매출에서 지출 빼면 그게 다 순이익이라며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가게를 열어보면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구성원으로 일을 할 때에도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겪을 수 있는 거고 말입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한다 해도 실제 필드에선 전에 배우지 못했거나 배웠던 것과는 정반대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으니, 그렇다고 낙심만 하거나 너무 쉽게 포기하진 마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 일들을 경험해가며, 서로는 서로를 세상에서 가장 잘 알며 서로에게 가장 친밀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니 말입니다.
대책 없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화요일입니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기도 하고, 연말이 그저 저랑 상관없는 남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좀 이상한 날인데, 독자 여러분들은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 가질 일 없이 무사히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 저는 매뉴얼 올려두고 음악 좀 찾아 들어야겠습니다. 이런 날 들으면 좋은 음악, 댓글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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