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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의욕이 없는 듯한 소개팅남,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6. 3. 17.

상대가 유학생이든 외국인이든,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면 굳이 애써 이해하려 들지 말자. 소개팅 나와서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아기도 싫어해요."

"제가 먼저 반해서 열정적으로 다가가거나 고백해 본 적 없어요."

"저는 호기심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에게는, "사요나라."라고 말해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염세적인 태도나 무기력함도 '특별함'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한 번 잘 달래 연애로 이어볼 생각을 하면, 머지않아 스트레스성 탈모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높다.

 

"제가 사실 과거 다른 남자들과의 일들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거든요. 그래서 안 될 걸 알면서도 계속 만남을 이어가려 하다간 예상했던 나쁜 결과가 나올 것 같고, 뿐만 아니라 더욱 상처를 입게 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무한님이 보시기에도 그럴 것 같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와 이번 만남에서 보이는 제 문제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 주세요."

 

아무래도 달콤한 얘기가 될 것 같진 않으니, 일단 복근에 힘 꽉 주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의욕이 없는 듯한 소개팅남, 어떡해?

 

소개팅남에 대해선

 

- 아직 철이 덜 들어 '중2병' 기질이 남아있는 남자.

 

정도로 정리하자. 결혼할 생각도 없고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도 없으면 소개팅도 하지 말아야지, 왜 나와선 혼자 분위기 잡고 특별한 체 하며, 애프터 신청해서 사람 기대하게 만들고는 잠수를 타는가. 그가 그러는 건, 그냥 좀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 연출을 한 것이며, 어쩌면 그게 상대 나름의 '레퍼토리'인 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연애나 결혼엔 무심하고 이성에게도 별 호기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던 그가, 다른 소개팅을 잡을 수 있으며, 나아가 다른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에게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자. 그러지 않고 이걸 단순히 '상대가 D양이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면, D양은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 없이 의문의 1패를 당할 수 있다. D양이 10점 만점에 9.8점을 받을 만큼 훌륭하게 대응했어도, 그냥 별 이유 없이 상대 때문에 관계가 흐지부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길 권한다.

 

D양이 내게 말해달라고 부탁한 'D양의 문제'에 대해서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까 한다.

 

ⓐ 총각에게 장난치는 아파트 동대표 아주머니처럼 구는 것.

ⓑ 거의 모든 멘트에 'ㅋㅋㅋ'를 붙여서 사용하는 것.

ⓒ 잘 되어봐야 '좋은 누나동생' 정도로 그칠 것 같은 판을 짜는 것.

 

상대가 웃지 않으면 뭔가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내려놔야 한다. 꼭 D양이 나서서 분위기를 띄울 필요는 없다. 가상으로 만든 아래의 대화를 잠시 보자.

 

독자 - 무한님~ 예전에 랩 하셨다고요~ ㅋㅋㅋ

무한 - 안녕하세요. 네.

독자 - 네네. 하이. 유남생? ㅋㅋㅋ

무한 - 네.

독자 - 제 친구는 혼전순결, 저는 강제순결 ㅋㅋㅋ

독자 - 라임 죽이쥬? ㅋㅋㅋ

무한 - 초면에 죄송하지만, 혹시 약 같은 거 하세요?

독자 - 오늘 약 안 먹어서 이래요 ㅋㅋㅋ

 

다행히 D양이 저 레벨까지 간 건 아니지만, 드립 치는 걸 제외하면 오로지 '업 된 기분'으로 상대를 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특히 상대가 연하남인 까닭에 D양은 마치 "아오, 누나가 예뻐해 줄게 이리와."라고 말하듯 리드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D양은 '소개팅 상대'가 아니라 '상대 소개팅 시켜주려는 주선자'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D양에게, 적당한 내숭은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가끔 자신은 내숭같은 거 떨 줄 모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 털털한 여자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떤 여성분이 썸남과 만나던 중 내숭 안 부린다고 시원하게 방귀를 끼어대며 "제 별명이 노원구 뿡뿡이예요."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상대에겐 '매력적인 여자'보다는 '이상한 여자'로 보일 확률이 높은 거고 말이다.

 

위와 같은 모습들이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일 때에는 '유쾌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썸이나 연애의 테두리 안에선, 매번 웃기고 가벼운 이야기만 하게 되거나 장르가 코미디인 역할극을 하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소개팅에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썸남과 대화하게 되었을 때, 오락부장을 자처하면서까지 분위기를 주도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기억해 두길 바란다.

 

 

2. 남친이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없어서 답답해요.

 

먼저, 뭔가를 배우거나 견문을 넓히는 목적은

 

- 삶을 더 풍성하게 가꾸기 위해서.

 

에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교양이 삶에 보탬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삶에 불편함만을 초래할 뿐이라면, 그건 교양의 노예생활을 하는 것이거나 지적 허영으로 인한 고통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세이렌을 형상화 한 스타벅스의 로고를 보며 오디세우스나 오르페우스를 떠올리고, 그 후엔 신화에서 철학으로 넘어오는 태동기, 또 철학과 종교, 종교와 인류사를 떠올린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자신은 이걸 아는데 남들은 이걸 모르기에 수준차이가 나서 대화를 못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교양의 노예생활이며 지적인 자위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제겐 철학적인 얘기, 예술적인 얘기를 나누는 친구가 한 명 있긴 한데, 그런 얘기까지 다 남친과 공유하고 싶고, 나아가 제 모든 것들을 다 남친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는 거고요."

 

B양이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까지 이제 1년도 채 안 남았는데, 1년 뒤 직장인이 된 뒤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왜 신입사원인 남친이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을 별로 안 두고 그저 피곤해하는 일이 많은지, 자격증이나 기술과 관련된 공부는 하면서 왜 교양과 관련된 공부엔 관심을 안 갖는지를 B양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이 문제는, 남친이 특별히 어느 부분에서 모자라서가 아니라, 둘의 관심사가 다르며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게 맞다. 만약 B양 남친 입장에서 전류와 전력의 차이도 모르는 B양을 답답하거나 무식하게 생각한다면, B양은 어떻겠는가. 또, 남친 역시 자신의 관심사를 B양과 공유하고 싶다며 쿼크와 글루온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B양은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물론 B양도 위의 문제와 더불어 장거리 커플이 된 뒤의 불만족으로 남친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를 했다가, 현재는

 

'그래.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친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잖아. 남친 덕분에 내게 긍정적인 변화도 생겼고, 배운 것, 얻은 것들도 많아. 그냥 손잡고 밤길만 함께 걸어도 행복했었는데, 왜 나는 자꾸 내가 아깝고 보상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남친을 힘들게 한 걸 진심으로 사과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사과한 뒤 다시 만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고 답답한 부분들이 있기에, 어떻게 하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할 수 있는지를 내게 물었다.

 

내 경우, 공쥬님(여자친구)과 여행을 앞두고 고교 <한국지리>나 <세계지리>강의를 함께 보기도 하고, 그것과 관련된 만화책이나 어린이용 책, 입문서 등을 함께 읽기도 한다. 시험공부를 하듯 샅샅이 살피는 건 아니고, 그냥 부담 없이 훑어보듯 쭉 한 번 읽는다. 마음과 계획만 있다면, 다큐나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카페에 올라온 자료들을 활용해 얼마든 함께 훑어볼 수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나 개봉 중인 영화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요즘이라면 알파고가 이슈니 <트랜센던스>같은 영화로 이었다가 <HER>나 <터미네이터>로 흘러가도 되고, <트랜센던스>에서 바로 '조니 뎁'으로 이어 조니 뎁이 출연한 영화들을 같이 봐도 된다. 그러다 보면 얼마 전 조니 뎁이 트럼프를 비판한 뉴스로 이어지고, 그럼 또 <미국 400년의 도전>이라는 다큐로 넘어와도 되는 거고 말이다.

 

이렇듯 같이 즐기며 함께 알아가는 쪽에서 답을 찾길 권한다. 그런 과정 없이 만나서 그저 먹고 마시며 놀고 카톡대화로는 밥 먹었쪙 안 먹었쪙 하는 소리만 하다가, 어느 날 상대에게 "넌 교양이 부족해.", "넌 나랑 관심사가 너무 달라."라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도 방법이 없고 이쪽도 방법이 없다.

 

더불어 연인이 꼭 나와 정확히 일치해야 하며, 연인과만 모든 대화를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관심사에 대해 대화가 잘 통하는 지인이 있으면 그 지인과 대화를 해도 되고, 관련 모임에 나가 비슷한 관심사를 둔 사람들과 어울려도 된다. 이걸 굳이 '남들과 그럴 게 아니라 연인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애에만 함몰되려 하면, 그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불금을 하루 앞둔 목요일이니, 불금맞이 준비하며 편안한 목요일 저녁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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