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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소개팅으로 세 번 만나고 끝. 빠른 스킨십 때문일까? 외 1편

by 무한 2016. 5. 9.

이게 하은씨 본인의 일이 아닌, 친구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사연을 다시 한 번 보길 바란다.

 

- 소개팅남이랑 세 번 만났는데 세 번 다 술 마심.

- 남자가 나중에 여행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걸 보니 호감있는 게 분명한 것 같음.

- 상대와 정말 잘 맞고 이제 사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함.

- 세 번째 만남에서 술 마신 후 스킨십 진도를 다 나감.

- 며칠 후, 사귀면 서로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남자가 발을 뺌.

 

친구의 일이라고 가정하고 저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 술자리에서 남자가 한 약속을 믿고 진도부터 다 나갔다가 지붕 쳐다보게 된 여자의 사연.

 

이라는 게 금방 보일 것이다. 상대가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당장 내게 잘해주니 일단 믿어보자며 따라갔다가, 뒤통수 맞은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번 상대를 겪어 봤으면 지금이라도 어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하은씨는

 

“그렇게 절 좋아하던 사람이 왜 그만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걸까요? 정말 잘 맞고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었는데…. 같이 보기로 했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연락해 볼까요? 아니면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에 연락을 해볼까요?”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괜히 한 번 더 상대에게 연락했다가 궤변에 휘둘리거나 이용만 또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하은씨부터 구해보자.

 

 

 

1. 소개팅으로 세 번 만나고 끝. 빠른 스킨십 때문인가요?

 

난 아무래도 소개팅남의 목적이 처음부터 ‘스킨십’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 걸까?

 

소개팅에 나와서 처음부터 손 예쁘다며 만지작거리고, 팔짱을 끼고, 그 다음 만남부터는 몸을 밀착시키고 볼을 만지고 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또, 그는 자신이 여자친구와 사귀며 여행을 가본 적 없으니 만약 우리가 사귀게 되면 여행을 가자고 말했는데, 이것 역시 보통의 소개팅과는 그 대화진행이 많이 다르다.

 

마지막 만남이 된 세 번째 만남을 ‘밤새 마시자’는 핑계로 잡아 놓은 것, 그 술자리에서 ‘난 연애하면 이러이러한 걸 해보고, 또는 해주고 싶다’는 공약을 남발한 것, 그러면서 하은씨의 손과 볼 등을 만져댄 것, 이후 술집에서 나와 숙박업소로 이끈 것, 숙박업소 앞에서 하은씨가 안 들어가겠다고 하자 30분이 넘도록 실랑이를 하며 ‘정말 잠깐만 쉬다 가자는 거다. 내가 바닥에 있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 역시 일반적인 소개팅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대의 저런 모습을 두고 하은씨는

 

- 내게 빠진 남자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태도.

 

라고 여기던데, 난 그게

 

- 술도 좀 들어갔겠다, 후끈 달아오른 남자의 불타는 욕구.

 

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사귀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의 사귀는 것과 다름 없이 매일 통화하고 설레는 얘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약속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거고요.”

 

상대가 정말 그렇게 하은씨를 좋아하고 커플이 되면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하느라 행복했던 거라면, 왜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고 자꾸 술만 마시려 들었던 걸까? 또, 그가 연애하면 하고 싶다고 한 것들 중 대부분은 당장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약속 잡고 곧바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은 ‘나중에’로 다 미뤄두고 시민박명도 한참 지난 시간에 돌아갈 차편도 마땅찮은 곳에서 만나는 일에만 몰두했을까?

 

“근데 이 남자애가 막 바람둥이 스타일은 아니에요. 딱 봐도 약간 숫기 없는 게 느껴지고, 여자 많이 안 만나본 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딱 봐도’라는 얘기는 넣어두고, 길게 보길 권한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거 아니고, 내게 도착하는 사연을 봐도 ‘바람’은 정말 바람둥이 같은 남자들보단 ‘훈남’이나 ‘흔남’들이 더 많이 피운다. 정말 얘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믿어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겪어보기 전까진, 처음의 친절이나 몇 마디 리액션을 근거로 상대에 대해 성급히 결론 내리지 말자.

 

상대는 자신이 했던 모든 말과 약속을 ‘사귀면 잘 못할 것 같다, 서로 상처만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로 뒤집어 버린 사람이다. 스킨십 진도가 다 나간 다음 날부터 그의 연락은 뜸해졌고 매일 걸던 전화도 걸지 않았다. 하은씨 말대로라면 ‘정말 좋아하는 게 분명하고 함께 할 일들로 들떠 있던 것으로 보이던 그 사람’이, 하은씨가 전화를 왜 안 했냐고 묻자

 

“너도 (전화)안 했잖아.”

 

라고 대답했다. 이런 사람에게 전에 말했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연락하는 것이나 몇 달 지나 혹 마음이 바뀌었을지 모른다며 다시 한 번 연락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니, 그의 본색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쯤에서 정리하길 권한다.

 

 

2. 호감 가는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어장관리를 당하는데요.

 

사연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K씨가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K씨가 그녀에게 어장관리를 당하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엔 그녀가 자신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그 어장남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K씨를 좋아하는 건 아니며 그런 그녀의 상황에 동정심을 갖게 된 K씨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K씨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상대는 이미 한 차례 K씨의 고백에 거절을 했고,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K씨는

 

“신기한 게, 제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계속 연락도 하고 얘도 먼저 보자고 하는 거 보면, 저한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그녀 입장에서 ‘날 좋아해주는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해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이며 현재 K씨 말고는 딱히 만나서 놀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러는 것일 수 있다.

 

그녀의 취미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거고, K씨의 취미 역시 같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남자의 취미 역시 게임이다. 그래서 그녀는 K씨와 만나 게임에 접속한 후, 그에게 함께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K씨는 이 부분에 대해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던데, 이건 나쁘게 보자면 그녀가 상대에게 ‘나 요즘 가깝게 지내는 이성친구 있다’는 걸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K씨를 이용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대가 그녀와 K씨를 놔두고 친구들과 어울리자 그녀 표정이 굳어버린 걸 보면, 이 의심이 억측이 아니라는 게 좀 더 분명해지는 것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씨는 상대를 불쌍히 여기고, 또 상대가 털어 놓았던 아픈 과거의 이야기라든가 호감 가는 남자에게 이용만 당한 듯한 이야기에 동정하는 중이다. 이것 역시 여기서 보기엔 그녀가 들어준다는 사람 있으니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것일 뿐, K씨에 대해선 아무 것도 묻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관심이 없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그녀가 자기 사진을 찍어 K씨에게 보내는 건 팬 관리나 팬 서비스 차원에서 그러는 행위로 보이고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월급도 안 받은 상황이라 K씨에게 매번 얻어먹을 수는 없으니 만날 수 없다는 걸 처음부터 밝혔는데, 그걸 K씨가 ‘괜찮다. 그런 부담은 갖지 마라’라고 이야기 한 뒤 K씨가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해도 괜찮아 지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난 이것 역시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PC방에서 쓰는 돈만 아껴도 커피 한 잔은 살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고, 저 말로 인해 K씨가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해도 그건 K씨가 자의적으로 밥 사고 술 사고 한 것이니 그녀에겐 아무 책임이 없어진 거다.

 

더불어 그녀는

 

“나는 사람 사귈 때 조심스러운 편이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떠보기도 하고 그런다. 나는 내가 약간이나마 상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사귄다. 전에 나 좋다는 사람과 사귄 적 있는데, 그땐 상대의 단점밖에 안 보이더라.”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러면 이제 이 관계는 그녀가 ‘너를 만나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은 안 들더라’라든가 ‘전에 말했듯 난 나 좋다는 사람과 사귀면 마음이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끝나는 거다. 저 얘기가 K씨의 구애에 대한 완만한 거절이었다고 말하면 K씨도 할 말이 없는 거고 말이다.

 

난 어장관리를

 

- 친구처럼 지내며 이쪽은 기꺼이 상대를 위해 바람잡이까지 해줄 수 있을 정도지만, 상대에게 그런 걸 부탁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거나 그랬다간 곧바로 끝날 사이.

 

라고 정의한다. 그렇게 지내다 한 쪽이 고백을 하면 다른 쪽은 ‘우린 친구였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친구라는 게 내가 상대를 위해 바람잡이가 되어줄 수 있으면 상대도 나를 위해 바람잡이가 되어줄 수 있어야 친구인 것 아닌가. 그게 안 되는 관계라면 ‘친구’라는 건 그럴듯한 간판일 뿐이고 실상은 상대의 반했다는 마음을 이용해 연애의 임시 베이스캠프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K씨는 그녀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여러 복잡한 상황들로 인해 힘들어 할 거라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K씨만큼 사고할 수 없는 것 아니며 뭘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것 아니니 섣불리 동정부터 하려 들진 말길 권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지낼 경우 일방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K씨의 생각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그녀의 마음을 짐작만 하단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길 권한다.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한 것 같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도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관계지, 그걸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따르는 건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복잡한 상황에 고민도 많을 그녀에겐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내가 답답한 게 바로 그 지점이다. 그녀가 혼자 몰래 울고 있을 거란 생각은 K씨의 착각이다. 그녀는 K씨의 염려에 대해

 

“ㅋㅋㅋㅋ왜 뭘 걱정해?”

 

라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왜 K씨 혼자 그녀 대신 섀도복싱을 해주겠다며 나서는가. 꼭 상대에게 뭔갈 해주거나 어떤 사람이 되어주어야 하는 건 아니니, 그냥 K씨도 한 명의 사람, 그녀도 한 명의 사람이라 생각하며 만나봤으면 한다. 그리고 시험공부 하듯 그녀의 이야기만 계속 파고들지 말고, K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길 바란다.

 

 

주말에 발행한 글을 하나 내리게 되었는데, 사연을 주신 분께서 단독 매뉴얼을 원하신 까닭에 새로 작성하고 있다. 카카오 스토리 채널과 페이스북에만 짧게 공지를 하고 블로그에 밝히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말았는데, 곧바로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러 독자 분들께서 마음 써가며 댓글까지 달아주셨는데, 그 댓글들까지 내리게 되어 역시 죄송하다.

 

오늘도 배웅글로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지 금방 생각이 나질 않아 한참 망설이고 있다. 재미가 있거나, 감동이 있거나, 아니면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적어야 할 것 같은데, 뭘 적을까. 모 마트에서 제휴카드로 삼겹살을 구입하면 100g당 980원에 살 수 있기에 난 오늘 저녁을 삼겹살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적으면 될까. 삽겹살 생각 때문인지 갑자기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배웅글에 대해선 삼겹살 먹으며 생각해 본 뒤 내일 제대로 적기로 하자. 편안한 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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