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이와 함께한 지도 벌써 세 달 째에 접어드는데, 눈에 띄는 변화라면
- 녀석은 장난을 치자며 무는 거지만, 난 피가 난다.
- 눈동자 색깔이 회색에 가까운 푸른색에서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중이다.
- 싱크대엔 아직 못 올라오지만, 의자 밟고 화장대에는 올라간다.
- 각기 다른 울음소리로 다양한 의사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 간디(애프리 푸들)도 이맘때 그랬는데, 내 양말에 집착한다.
- 선풍기를 타고 오르려 한다. 중간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정도가 있다.
특히 저 ‘선풍기 타고 오르기’를 하다가 까망이가 발을 다칠까봐, 우리 식구들은 더워도 선풍기를 끈 채 생활하고 있다. 밖으로 나갈까봐 현관문도 닫고, 발 다칠까봐 선풍기도 끄고…. 2016년의 여름은 까망이 덕분에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오뎅꼬치’라고 부르는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 때의 모습이다. 저렇게 머리 위에서 흔들어 대면, 까망이는 저게 ‘공격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물 준비를 한다. 사진으로만 보면 귀여워보일지 모르지만, 공격할 때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아래 사진을 보자.
초점을 잡을 새도 없이 뛰어오르는 걸 볼 수 있다. 이빨이 꽤 날카롭게 났으며, 공격할 땐 발톱을 세우는 까닭에 저러다 내 허벅지나 종아리로 떨어지면 바로 상처가 난다. 또, 저렇게 장난감에 집중해 잘 놀다가도 장난감으로 계속 약만 올리면 갑자기 목표대상을 내 발가락이나 손가락으로 변경하는 일이 있는데, 물리거나 할퀴었다간 피가 날 수 있으니, ‘세 번 약 올리고 한 번 잡혀주기’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저 박스를 너무 좋아해서 버리질 못하고 있다. 푹신하고 아늑한 지 집을 놔두고, 저 박스나 빨래 바구니 같은 곳에 들어가서 머물곤 한다.
박스 모서리로 걸어 다니거나, 저렇게 박스 중간에 자리 잡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균형감각을 자랑한다.
다이소에서 사온 ‘고양이 장난감’이 있었는데 하루 만에 팔다리를 전부 뜯어 놓았다. 그래서 언젠가 사격장에서 상품으로 받아온 열쇠고리 겸 인형을 줬더니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잘 논다.
인형을 가지고 놀 때에는, 저렇게 귀를 세운 채 앞발로 인형을 잡고 뒷발로 찬다.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뒷발팡팡’으로 불리는 동작인데, 그럴 땐 꼭 토끼 같아서 내가 “토끼야~”하고 부르기도 한다.
놀 땐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까망이가 처음 듣는 소리를 들려줘야 ‘무슨 소리지?’하며 날 쳐다보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 좀 민망하지만 갖가지 동물 소리나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상한 소리들을 내곤 한다. 플래시를 사용해 순간포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플래시가 어린 고양이 눈에 좋지 않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참 놀고 난 뒤에는 잠을 잔다. 내 허벅지 옆으로 와서는 몸을 붙인 채 웅크리고 자는데, 어느 정도 잠들고 난 뒤엔 저렇게 까망이 집에 넣어준다. 그러면 알아서 편한 자세로 바꿔가며 잘 잔다.
왜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저렇게 머리를 바깥으로 내밀고 잘 때가 종종 있다. <동의보감>에 ‘머리는 차게, 몸은 따뜻하게’라는 구절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아마 그걸 실천하고자 저렇게 자는 건 아닐까 싶다.(응?)
처음엔 나도 ‘저러다 목 꺾이는 거 아닌가? 디스크 생기는 거 아냐?’라며 걱정했는데, 지금은 뭐 한두 번 본 게 아니라서 그냥 놔두고 있다. 저러다가 불편하면, 지가 또 자세를 바꿔가며 잔다. 억지로 자세를 바꿔주려 하면 잠에서 깨는데, 그럴 땐 또 한참 놀아줘야 자는 까닭에 일부러 깨우진 않고 있다.
잘 때는 집에 넣은 후, 입구를 옷으로 막아 깜깜하게 만들어 준다. 잘 때 깜깜해야 몸의 세포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한 것으로 인식하고, 무슨무슨 호르몬도 나오는 거라는 어머니의 주장에 따라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이렇게 만든 건 8할이 TV 의학프로그램이다.
하루가 다르게 까망이의 다리와 몸이 길어지고 있다. 그만큼 오를 수 있는 곳도 많아지고 있으며, 난 조금 더 크면 어항을 짚고 일어서서 물고기들을 꺼내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다. 지금도 까망이는 어항 앞에서, 그 안의 오가는 물고기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전에 간디(애프리 푸들)도 그러더니, 까망이도 내 양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꾸 양말을 물고가 구석에 감춰둔다. 난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힘입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물어와~”를 훈련시키려고 했는데, 물어 오라며 손을 내밀면 녀석은 양말을 놔두고 내 손으로 달려든다. 아무래도 훈련은 좀 힘들 것 같다.
내 양말을 물곤 ‘뒷발팡팡’을 할 때의 모습이다. 대부분 이 글을 폰으로 보실 것 같아서, 혹 원본 크기로 움짤을 만들면 데이터 폭탄을 맞으실까봐 용량을 줄여서 만들었다.
까망이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저렇게 귀를 세우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본다. 아, 그리고 까망이가 ‘고등어태비’로 분류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늬가 고등어 등에 있는 무늬와 비슷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난 그 이름만 듣고는 ‘태비’가 한자인줄 알았는데, ‘Tabby’라는 영어였다.
얼굴이 꽤 많이 변했는데, 옆모습엔 그래도 아직까지 꼬꼬마 때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내 방에 들어오면 컴퓨터 선 정리 하러 왔다는 듯 으레 컴퓨터 뒤로 가선 선부터 만져대는 까닭에, 출입을 막고자 방문을 닫은 채 살고 있다. 그러면 또 까망이는 내 방 문 앞에 와서 슬프게 울며 문을 긁어대는데, 거실에 사람이 있어도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지…. 그럼 난 또 마음 약해져선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고….
깨어 있을 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까닭에, 저렇게 잘 때 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두둠칫-’의 느낌이 드는 포즈로 자고 있길래 찍어봤다. 사진을 찍어 지인에게 보냈더니 “할머니 방이야?”라고 하던데, 내 방이다. 전에 쓰던 침구가 낡아 조만간 그레이 계열로 다 바꾸려고 하던 중, 어머니께서 저 이불을 사오셨다. 난 몇 년 전인가 보라색 극세사 이불을 사오셨을 때 경험했던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는데, 사오신 걸 안 쓸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쓰는 중이다. 난 방 분위기 맞추려고 커튼도 책장 색깔에 맞춰서 빈티지한 느낌의 커튼으로 달았는데, 이불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그래도 까망이는 내 향기(라고 쓰고 냄새라고 읽는다)가 좋은지, 저렇게 편안하게 누워 웃는 표정으로 잔다.
일본 사진작가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한번 내보려고, 그런 분위기로 촬영하고 보정해봤다. 이런 내 의도를 눈치 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봐, 번역기를 돌려 ‘까망이’를 일본어로도 적어봤다.
대체 일본 무슨 지역의 어느 사진가의 느낌을 내려고 했기에 저렇게 찍었는지를 물어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본 저기 어디 시골’이라고 짧게 답하도록 하겠다.
난 좀 일본 느낌이 나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여하튼 까망이는 실컷 자고, 먹고, 놀며 지낸다. 그리고 1, 2주일에 한 번 정도 목욕을 한다. 수시로 그루밍을 하는 까닭에 냄새가 나진 않는데, 가끔 볼일을 보고 묻으려고 하다가 발에 일 본 걸 묻히곤 한다. 그래서 씻기는 건데, 예전엔 목욕할 때 찡찡거리기만 하더니 이제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곤 한다. 씻긴 뒤 드라이기를 갖다 대면 자길 죽이려는 줄 알곤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까망이 얘기는 이쯤하고,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 있는 우리 동네 길냥이 서열 1위 ‘얼룩이’사진을 공개할까 한다. 난 전에 한 번 얼룩이에게 간식을 주려다 녀석이 내 목덜미를 물 기세로 뛰어와 심장이 얼어붙은 적 있다. 그 이후로 얼룩이를 좀 무서워하게 되었는데, 나와 달리 겁이 없는 공쥬님(여자친구)이 얼룩이 사진을 대신 찍어주었다.
얼룩이는, 코숏 일곱 종류 중 ‘젖소’로 분류되는 고양이다. 명당인 단지 앞 쪽을 차지한 까닭에, 단지 입구 식당에 들르는 사람들이 먹을 걸 챙겨주곤 한다. 입맛이 까다로워 과자도 취향에 맞는 것만 먹으며, 언젠가 한 번은 내가 간디 사료를 갖다 주자 냄새만 맡곤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고?”하는 표정으로 날 쓱 한 번 훑어보곤 가버렸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기에, 저렇게 보도 중간에 누워서는 ‘얼른 한 번 쓰다듬고 먹을 걸 내놓으시오’하며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오면 저렇게, 엎드린 자세로 쓰윽 한 번 보고 만다. 배가 고프면 사람들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데, 지난겨울 정말 추웠을 때에는 밖에 오가는 사람들이 없자 날 따라 우리 집 입구까지 온 적도 있다. 거기서 애원하듯 “냐옹~”거리는데, 내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집에 가서 먹을 걸 가지고 나오자 사라져 버렸었다. 서열 2위인 페르시안 고양이와 붙어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웃으며 자는 듯한 까망이 클로즈업 사진으로 배웅글을 대신하며, 다들 역대급으로 신나는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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