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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구조한 고양이 두 마리의 작명을 부탁드립니다.

by 무한 2016. 5. 27.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온 지 오늘로 딱 열흘째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찍어둔 사진을 보면 고양이들이 좀 젖어 있는데, 그건 동네 꼬꼬마들이 고양이에게 밥과 물을 준다며 억지로 들이밀어서 그렇다.

 

 

 

그냥 두었다간 그 날을 못 넘길 것 같아 어머니께서 데려오셨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그 중 한 명이 분양 받겠다고 해 지인의 집에 가 있었다.

 

하지만 지인과 지인의 식구들은 모두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하는 까닭에, 몇 시간 마다 분유를 줘야하는 새끼고양이를 돌보기가 어려웠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배고파서 숨넘어갈 듯 울어대는 고양이들을 봐야했고, 그래서 결국 우리 집으로 다시 오게 되었다.

 

 

 

처음에 왔을 땐 눈도 잘 못 뜨고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아장아장 걷기도 하고 안에 넣어준 페트병에 올라가기도 한다. 사진 좌측에 있는 건 2리터짜리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받아 넣어준 거고, 오른쪽에 있는 건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하는 손난로다. 지인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왜 수면양말을 넣어놨냐고 하던데, 수면양말이 아니라 손난로 살 때 세트로 들어 있는 감싸개다. 검은 녀석이 수컷, 누런 녀석이 암컷이다.

 

 

 

어머니께서 분유를 먹일 때 찍은 사진이다. 검은 녀석은 얌전히 잘 먹는데, 누런 녀석은 분유 먹일 때마다 난리를 친다.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그런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제 분유를 먹이며 관찰해 보니 젖병 꼭지를 너무 깊게 넣어서 거부하는 거였다. 검은 녀석은 젖병 꼭지를 입에 다 넣고 먹는데, 누런 녀석은 끄트머리만 물려줘야 살살 빤다. 젖병 꼭지와 입이 최적의 간격을 유지하면, 갑자기 ‘빨기모드 ON’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얌전히 빨아댄다. 분유를 먹을 땐 귀만 쫑긋쫑긋 움직인다.

 

 

 

 

아직 잘 못 걷는 까닭에 비틀비틀, 흔들흔들 대며 걸음을 옮긴다. 검은 녀석은 내 다리 옆에 웅크리려 들고, 누런 녀석은 자꾸 어디든 타고 오르려고 한다. 배변유도를 하려 휴지로 엉덩이를 톡톡 쳐주면, 역시나 ‘싸기모드 ON’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가만히 있는다. 젖병 꼭지와 입이 최적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모를 때까지는 검은 녀석이 분유를 더 많이 먹었다. 그래서 검은 녀석만 배가 빵빵하고 누런 녀석은 홀쭉했는데, 지금은 둘 다 엄청나게 먹고 엄청나게 싸는 중이다.

 

 

 

앞이 보이기 시작하니 호기심이 많아졌는지 지들끼리 빤히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기도 한다. 두 마리 다 눈의 검은자위가 바깥쪽(←→)으로 몰려있는데, 혹시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 찾아보니 정상이라고 한다. 3주쯤 지나면 우리가 잘 아는 ‘고양이 눈’으로 돌아온다는 경험담들이 있었다.

 

 

 

따뜻한 게 좋은지, 저렇게 따뜻한 물 넣은 페트병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한다. 새끼 고양이를 기를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게 따뜻한 온도 유지라고 해서, 귀찮지만 계속 물을 끓여 넣어주고 있다. 방석 크기의 전기장판을 깔아주면 이 귀찮은 일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고양이가 오줌이라도 싸면 전기장판 망가지고 커버에 냄새 밴다며 반대하셨다.

 

 

 

녀석들은 먹고 자고, 또 먹고 잔다. 페트병을 감싼 옷 위에다 배변을 해 놓은 까닭에 다른 옷으로 바꿔주었다. 누런 녀석의 종종 한 쪽 눈을 잘 못 뜨곤 했는데, 천을 따뜻한 물로 적신 후 눈 부근을 닦아 주었더니 이제 잘 뜬다. 검은 녀석은 이제 내가 쓰다듬으면 발라당 누워선 배를 보이며 내 손에 장난을 친다. 이렇게 습관이 들면 나중에 커서도 내 손을 장난감으로 여기며 할퀴거나 문다고 하니, 오늘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내 인생에 고양이가 끼어드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께서 고양이를 데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머니께서는 간디(애완견, 푸들)가 손을 핥는 것에도 질색을 하시는데, 죽을 뻔한 녀석들을 구조해 오셔서 그런지 마트에 가서 배변패드까지 직접 사오셨다. 애완동물 코너가 아닌 사람용 기저귀 코너에서 환자용 배변패드를 사오셨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고양이를 며칠 돌봤던 지인은, 계속 고양이 생각이 난다며 안부전화를 걸어온다. 지인이 우리 집으로 고양이 다시 데려올 때 내가 일부러

 

“밖에 다시 놔둬야지. 죽으면 그게 얘들 운명인 거지.”

 

라며 농담을 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밖에다 두지 말고 돌봐주라며 분유를 두 통이나 사다주었다. 현재 젖병이 하나라 한 녀석 먹이는 동안 다른 녀석이 울어대며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데, 젖병을 하나 더 사서 동시에 분유를 먹일 생각이다. 아, 그리고 지금 사용 중인 젖병이 꼭 손으로 눌러줘야만 분유가 나오는 것 같아 괜찮은 젖병도 다시 찾아본 뒤 구입할 예정이다. 발버둥 치지 않게 먹이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돌보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질 것 같다.

 

난 녀석들이 사료를 먹을 정도가 되면 분양할 생각이며, 때문에 언제까지 이 녀석들을 돌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검은 녀석’, ‘누런 녀석’으로 부를 순 없으니 노멀로그 독자 분들께서 이름을 좀 지어주셨으면 한다. 난 요즘 왕좌의 게임을 매주 시청하고 있는 까닭에 누런 녀석을 ‘대너리스’, 검은 녀석을 ‘존 스노우’라고 이름 붙일까 했는데, ‘대너리스’를 발음하기가 좀 힘든 것 같다. 극 중 대너리스가 용을 다루니 ‘용녀’라고 불러도 괜찮긴 할 것 같은데, 여하튼 독자 분들께서 좋은 이름을 좀 지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금요사연모음은 현재 작성 중이며, 오늘 저녁쯤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다들 벅찬 불금 맞을 준비 지금부터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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