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까망이는 두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주 주말마다 친척누나네 집엘 갔다. 갈 때마다 집, 화장실, 사료, 장난감 등을 챙겨 가는데, 식구들은 까망이를 데리고 갈 때마다
“길냥이로 태어나서 차도 타보고, 에어컨도 쐬고, 화장실에 장난감까지 챙겨서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 호사도 누리고, 사람들이 다 예뻐하고…. 얘는 전생에 나라 구한 고양이 인 듯.”
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번 주엔 나도 따라갔다. 누나네 집을 가려면 정발고를 지나야 하는데, 학창시절 교복 입고 다니던 길을 내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지나가니 기분이 묘(고양이 묘자 아님ㅎ)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저렇게 무릎담요로 감싸주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누나네 집에 도착했더니, 조카가 그간 모아오던 인형들을 까망이에게 장난감으로 쓰라며 내준다. 그러면서 까망이를 예쁘게 찍어주라며 자긴 뒤에서 무릎담요를 들고 서 있겠다고 했다. 저 사진 뒤에 배경으로 보이는 게 무릎담요인데, 조카가 한참이나 들고 있다가, 팔이 너무 아프다며 내게 “삼촌, 이거 내려도 돼요?”라고 물었다.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아직 참 순수하다.
다른 집에 가서 잠시 순진하고 착한 표정을 하고 있던 까망이는, 깃털로 된 장난감을 보자 본래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고양이라는 듯 순수한 표정을 짓던 것과 달리, 눈빛이 빛나는 걸 볼 수 있다.
슬슬 앞발로 장난감을 잡으려 하며 공격본능을 보이고 있다.
아직 다 나지 않은 이빨까지 드러냈다.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이제부터는 우다다다 달려와 잽싸게 뛰어오를 것이다.
저렇게 장난감을 노려보며 몸을 살짝 흔들어댄다. 고양이에 관한 다큐를 보다 보니, 저건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기 전 뒷발에 체중을 싣기 위한 준비동작이라고 한다.
한 번 실패. 입맛을 다시며 다시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
얼핏보면 ‘강남 스타일’ 춤을 추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사진이다.
팔 다리가 길어진 지금은, 뛰는 높이가 꽤 높아졌다.
살짝 뛰면 잡힐만한 높이에서 장난감을 흔들어대니, 어려움 없이 잡는다. 그래서 좀 더 높여보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높이 뛸 수 있는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훨씬 높이 뛴 까닭에 프레임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시 높이 조정.
장난감을 높이 들자, 거리 계산을 새로 하는지 잠시 머뭇거린다.
그래도 뛰긴 뛰는데, 내려올 때 살짝 불안해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높이 뛴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착지 불안’컷 한 장 더.
몇 번 뛰더니, 이젠 자신감이 붙었는지 장난감에만 집중하며 마음껏 뛰어오른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높이 뛴다.
제자리에서 점프하는 모습을 움짤로 만들어 봤다. 역시나 독자 분들의 피 같은 데이터가 많이 나갈 수 있기에, 용량 걱정 없이 보실 수 있도록 작게 만들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논 뒤, 까망이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장난감을 옆에 갖다 대곤 흔들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저러고 있다가 옆으로 발라당 누워버렸다. 급 피곤이 몰려오는지, 간식을 줘도 먹지 않았다.
이불을 덮어준 뒤 장난감을 주자, 장난감을 저렇게 베개 삼아 벤 채 잔다. 잘 때 건드리면 물거나 할퀴려고 하지 않기에, 저때 귀 청소를 해줬다.
거실에서 계속 재울 수 없어 까망이를 깨웠다. 장난감 사냥을 할 때의 날카로운 표정을 지운 채, 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순진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방에 뉘였더니 완전히 누워선 ‘만세’를 하며 잔다. 태어나서 가장 격렬하게 오랜 시간 논 뒤라, 이후 꽤 오랜 시간을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잤다.
푹 자고 일어난 녀석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수염 쫙쫙 펴가며 크게 하품 한 번.
이 사진과 아래 사진은 조카가 까망이와 놀아주며 찍은 사진이다. 까망이의 손 무는 습관을 고치려고 난 철저히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전부 손으로 놀아줘서 고쳐지질 않고 있다. 그렇게 놀던 까망이는 또 내 손을 아무렇지 않게 물게 되고….
이렇게 여러 사람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애정을 받으며 까망이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접종을 마치고 나면 분양을 보내야 하는데, 주변에서 ‘평생 사료 지원’을 해줄 테니 보내지 말고 키우라고 해서 곤란해 하는 중이다. 캣타워를 만들어주겠다는 지인도 있고, 까망이 옷을 사주겠다는 지인도 있는데….
솔직히 내가 좀 힘들다. 고양이들은 알아서 혼자도 잘 놀고 사람을 별로 안 따른다고 하는데, 까망이가 내 방의 선들을 물어 뜯을까봐 밖에 놔두면, 문 앞에 와서는 처량하게 “냐앙-, 냐앙-”하며 울어댄다. 놀자고 부르는 건줄 알고 일을 멈춘 채 밖에 나가면, 녀석은 또 난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냥 혼자 잘 논다. 이럴 거면 왜 나를 부른 거지?
그래서 방에 들어와 문을 닫으면, 또 얼른 문 열고 나오라고 난리다. 일부러 무시를 하고 글을 쓰고 있으면, 내 발 근처로 와서는 발을 껴안고 잔다. 그럼 난 또 더운데다 혹시나 밟게 될까 잘 움직이지도 못해서 힘들어지고….
지는 막 내 손도 물고 발도 물고, 또 몸 비비고 무릎 위에 올라타면서, 난 지 몸에 손도 잘 못 대게 하는 것도 좀 불만이다. 이것은, 일방통행이어야만 가능한 사랑인 건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커서 집도 바꿔줘야 하고 화장실도 바꿔줘야 하는데, 일단 생각은 접종을 마치고 난 뒤에 더 해봐야겠다.
자 그럼, 덥긴 하지만 다들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 하트 버튼과 좋아요 버튼 클릭은 까망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취미생활과여행 > 강아지와고양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냥이 구조 1년, 집에서 고양이 키우기의 기록 (38) | 2017.05.11 |
---|---|
세 달째에 접어든 새끼 고양이 까망이, 놀고, 먹고, 자고. (88) | 2016.07.08 |
까망이(새끼 고양이) 가출소동과 어머니의 사진욕심 (77) | 2016.07.02 |
집냥이 다 된 길냥이 까망이(조니), 두 달째 이야기 (73) | 2016.06.25 |
구조한 고양이 두 마리의 작명을 부탁드립니다. (128) | 2016.05.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