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 카톡 중 TV보느라 영혼 없는 대답을, 그것도 늦게 보내는 건 아주 나쁜 행동이다. 작년 초쯤인가 내 지인 하나가 오랜만에 먼저 카톡을 보내 대화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한참동안 대답이 없었다. 몇 분 후에야
“아 미안. 지금 비정상회담 보느라 ㅎㅎㅎ”
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그 날 이후 나는 1년이 넘도록 그 지인과 대화를 안 하고 있다. 상대는 대화 중 TV보느라 방금 했던 이야기의 흐름도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런 사람과 영혼 없는 수다를 떠느라 시간을 쓸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1.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방법 없다.
자신은 TV보면서 카톡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던가, 아니면 상대 역시 TV를 보던 중이어서 문제될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이유가 뭐든 앞으로는 그냥 그러지 말길 권한다.
만약, S양이 입사를 희망하던 H그룹에서 담당자의 연락이 와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본방사수 꼭 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니
“죄송해요. 제가 지금 뭐 좀 보느라고요. 해외출장에 문제없는 거냐고요? 없어요 ㅎㅎ”
라는 대답을 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저런 경우라면 가족들에게 숨소리도 내지 말고 잠시 조용히 좀 있어 달란 부탁을 한 뒤 상대와 연락하리라 생각한다.
합리화나 정당화를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이쪽에서 그 무슨 이유를 대든, 대화에 참여중인 상대는 그 시간 동안 ‘블랙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일을 몇 번 경험하고 난 후에는
‘내가, 성의 없이 대화에 임하는 얘랑 계속 카톡하고 있을 필요 없잖아.’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TV보던 중이야’라고 대답하는 것과 ‘TV를 보느라 대답을 안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이걸 그냥 단순히 ‘상대도 TV보던 중이고 나도 TV보던 중이었으니 샘쌤인 것’이라고 합리화해선 안 된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백 번 해봐야 백 번 모두 연락두절이란 결과밖엔 나오지 않을 테니, 잘 될 것 같은 분위기고 이제 사귈 일만 남은 것 같다며 긴장 풀지 말고, 언제나 ‘상대는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집중하길 바란다.
2. 받기만 하는 여자인지는, 일주일 만에 알 수 있다.
배드민턴 칠 때를 생각해보자. 둘이 같이 치는데 한 사람만 계속 셔틀콕을 주우러 가야 한다면, 그 사람은 다음번에도 같이 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건 썸을 탈 때에도 마찬가지로,
(아래 셋 모두 대화할 땐 화기애애하고 긴 통화도 하는 상황이지만)
- 남자가 계속 안부 묻고 먼저 연락해야 함.
- 남자가 연락을 안 할 경우 둘은 연락두절 됨.
- 남자가 오늘 자기 뭐 했다고 말해도 여자는 대충 리액션 하곤 자기 얘기 함.
이라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남자는 결국 의욕을 잃고 만다.
인기 많던 여성대원들이
“썸 탈만큼 타봤고, 연애도 해볼 만큼 해봤어요. 그래서 전 남자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라며 보내오는 사연을 보면, 대화 중 리액션도 잘 하고 종종 애교도 부리지만, 마치 동전을 넣어야만 작동하는 기계처럼 딱 그 때만 환하게 맞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초반엔 남자들도 그게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해 열심히 들이대지만, 1, 2주 정도 지나도 먼저 연락하는 일 없으며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며 등을 돌리곤 한다.
이십대 초중반까지는, 그런 태도로 연애를 해도 통할 수 있다. 그땐 아직 연애나 이성에 대한 환상을 지닌 남자들이 많기에, 원래 그런 줄 알고 추격 본능을 발휘해 열심히 뒤쫓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에 접어든 남자들은, 그게 그냥 ‘받을 줄만 아는 여자’의 모습이라는 걸 알기에 그 관계에서 로그아웃 할 생각을 해버리고 만다. 대화할 땐 재치있는 말들도 하고 가끔 애교도 부리지만, 그렇지 않을 땐 내게 먼저 연락하는 일 없으며 밥 먹었냐고 묻지도 않는 여자에게 뭐하러 호의를 베풀겠는가.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S양이 대꾸를 하는 걸 보면 분명 훌륭하다. S양은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하며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에도 익숙해 보인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대화기술’일뿐, 축적된 행동을 놓고 살펴보면 정말 마음을 쓰고 있진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말 잘하지만 진심은 느껴지지 않는 사람보다, 말은 좀 못해도 이전에 했던 사소한 이야기까지 기억해 되물어주는 사람이 상대를 감동시킨다는 것을 기억해두었으면 한다.
3. 연락두절인데, 제가 먼저 연락을 해볼까요? 뭐라고 보내죠?
‘제가 먼저 연락을 해볼까요?’가 아니라, 당연히 먼저 연락했어야 한다. S양이 ‘왜 연락이 없지’라며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려 혼자 궁리하는 동안, 상대는
‘역시, 얘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연락하는 법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둘의 마지막 대화를 보면, 전 날 끝인사를 한 것이 상대, 그리고 당일 첫 인사를 한 것도 상대였다. S양은 거기다가
“오빠도 오늘하루 힘내!”
라는 대답만 했을 뿐이고 말이다. S양은 저 대화를 마지막으로 연락두절 되었다며
“뜬금없는 시점에서 연락두절이 된 건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사실 저 때 그냥
“오빠 점심 먹었어?”
“오늘도 너무 덥다 ㅠㅠ”
정도의 카톡 하나만 보냈어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S양은 저 대화 이후 아무 카톡도 보내지 않았고, 그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연락하지 않았다. 당황스럽게도 S양은 내게
“그냥 연락일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나요?”
라는 질문도 함께 했는데, 너무 머리를 굴려 S양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려 하지 말고 그냥 ‘좋은 사람’과 알게 되어 기쁘다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가보길 권한다. 상대와 배드민턴을 치는 게 S양에게도 정말 즐거운 일이라면, 상대에게 연락올 때만 기다리며 ‘왜 연락 안 하지? 무슨 마음인 거지?’하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S양이 배드민턴 치자고 연락하지 않겠는가. 복잡하게 생각하며 눈치볼 것 없이 시원한 거 먹으러 가지고 말하면 해결될 일이니, 고민은 그만하고 전화를 걸길 권한다.
‘연애의 기술’을 찾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뭣이 중헌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교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가 받기만 할 뿐 줄 줄 모르며 먼저 연락 한 번 하는 일 없다면 그 ‘사교성’은 결국 모두 가식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반짝반짝하는 재치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 녹이는 애교의 말을 할 줄 안다고 해도, 상대가 큰일을 당했다는데 거기다 대고
“토닥토닥~ 힘내 ㅠㅠ 난 오늘 친구 A만나서 빙수 먹으러 갔다가….”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쪽이 회사에서 갈굼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가 힘내라는 이야기를 한 후 자기 바닷가 가는 이야기를 한다면, 이쪽도 상대의 그 가벼움과 성의 없는 위로에 고개를 젓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 태도를 몇 번이나 보이고 난 뒤 나중에 말 한 마디로 이미지를 바꾸는 방법은 없으니, 소 잃은 뒤‘기술’만을 찾지 말고 그 전에 상대라는 사람에 대한 진짜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집중 잘 안 되는 월요일이지만, 모쪼록 무사히 버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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