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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시작해도 차이게 되는 연애, 왜죠?

by 무한 2016. 8. 31.

현주씨의 연애패턴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다 모두 잃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패턴입니다. 이건 어딜 가나 예쁘단 소리 들으며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인기 많은 여자’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인데, 현주씨가 그 함정 가장 깊은 곳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현주씨는 상대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본인이 지인들을 만나느라 남친과의 데이트를 미루는 건 다 사정이 있어서 이해받을 일이지만, 남친이 아파서 연락을 못 하면 왜 사람 기다리게 하냐며 화를 내는 식입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패턴대로라면, 그 누구와 만나더라도 결국 상대에게 현주씨의 인간성에 대한 완전한 실망만을 안겨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이런 사연을 잘 다루지 않으려 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얘기를 해봐야

 

“저도 힘들고 아팠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쪽은 힘들고 아팠을지 모르지만 상대는 죽을 뻔 한 거라는 얘기를 하는 건데도,

 

“저도 힘들고 아팠다고요. 저만 잘못한 건가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그래서 걔는 잘했다는 건가요? 공평하지 않네요.”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애 할 때 자기감정밖에 모르고 나쁜 건 다 상대 탓하던 버릇이, 저를 대할 때도 나오는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을’의 입장에서 구애하던 사람들을 주로 대해와서인지 제게도 마치 맡겨 놓은 매뉴얼을 찾으려는 듯 이번엔 어떻게 쓰라고 지시하는 경우까지 있어 참 당황스러울 적도 있는데, 뭐 제 신세한탄은 이쯤하고 매뉴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출발.

 

 

 

1. 남친을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게 만드는 행동.

 

사람들 앞에서 남친을 등신 취급한다고 현주씨가 대단해 보이는 거 아니고, 함부로 대해 쩔쩔 매게 만든다고 해서 현주씨가 엄청난 존재로 보이는 거 아닙니다.

 

정 반대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남친이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여친을 데려가선,

 

“야, 얜 샤넬이 어느 나라 건지도 모르면서 샤넬 가방 산대. ㅋㅋㅋㅋㅋ”

 

라는 이야기를 한 사연입니다. 여친을 개그소재로 삼아 친구들을 웃기는 저 모습이 좋아 보이십니까? 현주씨가 저 정도로 남친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건 아니지만, 현주씨의 주변 사람들이

 

“너 걔한테 그러면 안 돼.”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면 문제가 꽤 심각한 겁니다.

 

사람들은 현주씨가 그러는 걸 보며

 

‘쟤랑 사귀는 남친이 불쌍하다.’

 

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지속하는 남친은 호구로, 현주씨는 상대의 마음을 이용하며 갑질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여겼을 수 있습니다. 현주씨는 남친과 단 둘이 대화를 할 때에도

 

“살 빼라.”

“사람들 앞에서 나대지 마라.”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럴 거면 그냥 안 사귀는 게 둘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당장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상대가 구애하니 그냥 받아주고, 그렇게 사귀게 된 후에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리스트로 뽑아 상대보고 개조프로젝트에 돌입하라며 채찍질만 하면, 현주씨는 현주씨대로 성격만 더 나빠질 뿐이며 상대는 상대대로 괴로움만 늘어갈 것입니다.

 

현주씨는 상대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난 후 ‘내가 남친에게 너무 의존했던 것 같다’는 후회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걸 후회하실 게 아니라 저렇게 남친을 막대하고 하인처럼 대했던 것을 반성하셔야 합니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던 남친이 이별을 말하니 현주씨는 다급해져서 사과도 하고 애교도 부려봤다고 하는데, 무시와 모욕의 상처는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기에 사과나 애교로 퉁 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연애를 하신다면, 현주씨가 이기적인 태도로 연애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닌지 수시로 체크해 보시길 권합니다.

 

 

2. 썸탈 때 보인 호의와 배려와 헌신을 계속 바라는 문제.

 

의대에 갈 경우 평생 수련과정만 거쳐야 하고, 법대에 갈 경우 평생 사법연수원에만 묶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무도 의대나 법대에 갈 생각을 안 하지 않겠습니까? 의대나 법대에 가는 게 몇 년 빡세게 익혀 전문지식을 쌓게 되면 사회에서 전문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인 것처럼, 썸을 탈 때 상대가 호의와 배려와 헌신을 120% 보이게 되는 것 역시 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연인이 되면 썸 탈 때와는 좀 다른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귀기 전 아직 잘 모르기도 하고 그래서 믿음도 안 가 거리를 두었다면, 사귀기로 한 다음엔 옆 자리도 허용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마음을 열어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전까진 상대를 받아들일까 말까 고민하는 입장이었다면, 사귄 후엔 서로 같이 걸어가기로 했으니 서로 챙길 줄도 알아야 하는 거고 말입니다.

 

그런데 현주씨의 경우는 이게 전혀 안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안 됩니다. 현주씨는 연애가 썸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상대의 구애를 받아줬으니 이제 상대는 더 큰 호의와 배려와 헌신으로 그 은혜를 갚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밖에서 볼 일이 있다고 하면, 남친은 ‘그럼 내가 가서 기다리다가, 일 다 보면 내가 집에 태워다 줄게’라고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귄 지 한 달이 좀 지나자, 제가 밖에서 볼 일 보고 있는데 연락도 없고 피곤하다며 잔다고 하더군요.”

 

그걸 그렇게 딱 한 부분만을 가지고 ‘남친이 변한 증거’라고 내미시면 곤란합니다. 현주씨는 이런 증거를 가지고는 남친을

 

- 금사빠라서 열정적으로 구애해 놓곤, 사귄 뒤 마음이 식자 이기적으로 이별통보 한 남자.

 

정도로 여기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연락도 없고 피곤하다며 잔다고 한 날’ 바로 전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 (현주씨가)토요일은 가족 모임이라 못 만난다고 함.

- (현주씨가)일요일은 친구 생일이라 못 만난다고 함.

 

현주씨의 마음이 딱 저 정도라는 게 그냥 훤히 보이는데, 무시당하고 창피당하며 순위에서까지 다 밀린 와중에 데리러 가겠다고 말하는 남자는 호구 아니겠습니까? 상대는 그 이전까진 자신이 그렇게 호의와 헌신을 베풀면 현주씨도 그걸 알아주거나 최소한 그 반 정도는 자신에게 베풀어 줄 거라 생각했던 건데, 현주씨는 호이가 계속되자 상대를 둘리로 볼 뿐이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집에 어머니가 누나 없이 혼자 있다고 하며 빨리 가봐야 한다고 저를 그냥 중간에서 내려주더군요. 거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저희 집이 가까워지는데, 거기까지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며 딱 중간에 내려줬습니다. 저는 그 정도도 안 해주나 싶어 너무 섭섭했습니다.”

 

현주씨는 그 연애를 위해 무엇을 하셨습니까? 데이트 할 때 현주씨가 하도 돈을 안 내니 상대가 하소연 하듯 그 부분을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도 한 적 있지 않습니까? 남친을 무시하기만 할 뿐 돈도 안 쓰고, 또 그 와중에 집까지 안 데려다 줬다고 섭섭해 하는 건, 심하게 잘못된 겁니다. ‘상대에게 서운한 지점’만 돋보기로 보지 마시고, 현주씨는 그 연애에서 무엇을 했는지, 상대에게 어떤 존재였을지도 꼭 곰곰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3. 모심을 기다림, 리액션 없음, 상대를 심사함.

 

현주씨는 이 부분에 대해

 

- 누군가를 사귀게 되면 연락과 관심을 기다리는 편이라서.

 

라고 말하는데, 현주씨의 그 말은 일반적인 여자들이 말하는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일반적인 여자들이 저런 얘기를 할 때에는, 상대에게 충분히 연락과 관심과 애정을 줬는데 상대에게서 그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 때입니다. 그런데 현주씨가 저 얘기를 하는 건,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기다리고 바라기만 할 때입니다. 상대가 ‘알아서 모시는’ 것을 하지 않으면, 현주씨는 자신이 상대를 기다렸다고 이상하게 해석하며 상대를 피의자로 둡니다.

 

매번 먼저 연락하고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상대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별 전 하루 종일 연락 안 한 건 현주씨나 상대나 마찬가지인 건데, 그걸 두고 현주씨는 상대 탓만 합니다. 본인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락 안 했으면서, 왜 상대보고 하루 종일 연락이 없냐고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연락은, 사실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이유도 있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 상대가 안부 묻는 것을 시작으로, 현주씨를 인터뷰 하듯 이어나가야 하는 대화.

 

라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대화의 주제가 현주씨일 땐 현주씨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 주제가 상대로 넘어가면 “그래~” 정도의 반응만을 할 뿐입니다. 이렇게 자기 할 말 할 때에는 상대가 눈을 반짝이며 듣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상대가 말을 꺼내면 별 관심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영혼 없는 대답 정도만 하면, 상대는 결국 그런 대화를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말 걸어서 의무적으로 인터뷰해야 하는 게, 짐처럼 느껴질 것이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들 외의 또 다른 문제는, 현주씨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려 상대를 평가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현주씨는 상대에게, 자신의 가족들과 만나 본 뒤 가족들이 다 사귀어도 좋다고 하면 사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신의 오빠를 만나보고 오라고 하고, 또 엄마도 만나보고 오라고 하는 건 사실 좀 괴상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주씨는 전혀 손해 보는 것 없이 득이 될 게 확실하면 그때 움직이겠다고 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계속 변치 않을 호감을 가지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좋아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시기에 그 마음을 돌려보려 부모님을 뵙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가서 만나고 돌아오면 가족들과 평가점수 종합한 뒤 결과를 통보해주겠다니요.

 

그리고 사귀기 전 저런 평가를 받아 그 관계의 안전성이 확인될 수 있는 거라면, 전 출장을 다니면서까지 솔로부대원들의 안전진단을 돕겠습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먹었던 마음이 몇 분 후에 달라질 수 있는 게 사람이고, 또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겪어 보며 알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주씨는 이 지점에서 큰 실수를 했고, 상대는 처음엔 현주씨가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하며 열렬히 구애했지만, 이 모든 일을 경험하며 함께하긴 어려운 사람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현주씨에게 권하고 싶은 건, 대단한 희생이나 양보, 이해가 아닙니다. 남녀를 떠나,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그러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말자는 겁니다. 위에서 한 이야기들 모두, 친구에게라도 저러면 절교당하고 말 행동들이지 않습니까? 상대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칼자루를 쥔 채 휘두르려고만 하지 말고, 친구에게 보이는 그 정도의 존중만이라도 보이자는 얘깁니다.

 

그리고 연애라는 게, 현주씨만 주인공이고 상대는 들러리인 게 아닙니다. 제가 이걸 구석기 시대부터 이야기해왔던 것 같은데, 매뉴얼을 읽는 분들이

 

‘저건 나쁜 여자들 얘기겠지? 난 좋은 여자니까 관련 없을 거야.’

 

라고 여기며 그냥 지나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일들은 나쁜 여자보다는, 오히려 겁 많고 여린 여자들이 더 많이 벌입니다. 나쁜 여자는 그냥 계속 나쁜 짓을 하러 다니느라(응?) 저런 고민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현주씨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 합리화와 방어본능은 잠시 접어두시고,

 

- 나와 사귀었던 남자들에겐 내가, 그리고 우리 연애가 어떻게 느껴졌을까?

 

라는 지점을 꼭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그들에게 정말 현주씨의 옆자리를 줬는지, 아니면 그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서 있다가 알아서 날 모시라고 했는지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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