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커플의 사연 하나를 방금 읽었다. 연애 중 여자가 남친 몰래 클럽에 가고, 다투고 난 뒤엔 남자를 소개 받았던 사연이다. 여친의 그런 행동을 타인에게 전해듣게 된 남자는, 여자에게 쌍욕과 함께 저주를 퍼부었다. 여자는
‘날 그렇게 사랑한다던 남친이 어떻게 나한테 쌍욕을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에 괘씸해서, 같이 쌍욕을 하며 남친이 갖고 있던 콤플렉스에 대해서도 비하하는 말을 했다. 그러다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만 건데, 여자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내게 변명을 하며 남친이 한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거 아니냐고 묻고 있었다.
다들 각자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만, 나도 매뉴얼을 발행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내 사정’을 좀 설명하자면, 난 이런 것까지 매뉴얼로 발행해야 한다는 게 좀 힘들다.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변명만 할 게 아니라 ‘만약 상대가 나처럼 행동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한 번만 해봐도 그게 얼마나 정 떨어질 수 있는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이게 그렇게까지 이해 못 할 일인가요? 쌍욕 먹을 일인가요?”
“저는 이러이러해서 그런 건데 그게 잘못인가요?”
“잠깐 헤어졌을 때 그런 거니까 문제없는 거 아닌가요?”
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니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는 건지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예방 및 자가점검’을 할 수 있도록, ‘연인과의 이별 직후, 하지 말길 권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참 기본적이고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벌어져 많은 커플들을 ‘재회불가’상태로 만들고 있는 일들. 함께 살펴보자.
1. 소개팅으로 환승시도.
이별하고 몇 주가 지난 다음에 소개팅을 해야 한다는 법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빨리 다음 연애 못 해서 죽는 거 아니라면 좀 천천히 하도록 하자. 서두에서 소개한 여성대원의 경우, 남친과 다투게 되자 이별통보를 하고 3일도 지나지 않아 다음 사람을 소개 받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소개만 받았을 뿐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 좀 하다 끊은 거라고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녀는
- 나랑 다투고 연락 안 하는 이틀 동안 남자를 소개 받은 여친.
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랬던 것인데,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은 화해를 하려 연락하고 다시 만나서도 예전처럼 잘해주려 노력했던 것이 떠올라 그는 더더욱 분노했을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헤어질 생각으로 연락 안 하고 있을 때 소개 받은 것이며 소개 받은 남자랑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게 그렇게 쌍욕 먹을 짓인 거냐’고 내게 물었는데, 이게 무슨 법적 유효 날짜를 따져 ‘지금은 어쨌든 헤어진 상태이니, 이별한 지 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난 싱글’이라며 누구 소개 받는다고 정당화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상대가 분노한 건,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난다던 사람이 누가 봐도 그 목적이 ‘다른 연애’인 소개팅을 한 것, 그리고 재회 후 금방 소개 받은 사람을 끊어냈다곤 하지만 딴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는 것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애를 보면 상대가 헌신하며 다 맞춰줬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한 대가라는 게 고작 이 따위라는 것에 그는 분노로 불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의 일은 사실 좀 어쩌다 일어나는 거고, 저것보다는
- 헤어지고 난 뒤 소개팅, 재회하고 난 뒤 남친과 만나며 소개팅남과 연락.
이라는 것이 훨씬 빈번하게 문제가 되곤 한다. 이건 앞서 말했듯 이별 직후 너무 빨리 소개팅을 하는 것으로 좀 자제하길 권하며, 이미 일을 벌어진 거라면 소개팅 남에게는 그 즉시 양해를 구하고 연락을 끊길 권한다. 이 와중에 남친에게 다 털어 놓는 뒤 양해를 구하고 소개팅남과 한 번은 만난 후 정리하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역시 남친이 이해해주는 것 같아도 두고두고 기억날 수 있는 일이며 정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인 일이다.
“그럼 주선자한테 저는 뭐가 되나요? 한 번 만나기는 하고 거절해야지, 소개만 받은 후 정리하긴 좀 그렇잖아요. 주선자와의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 안 하시나요?”
자기가 저질러 놓고 왜 나한테 뭐라 그러는 거? 저런 질문을 하면 나도 더 해줄 말이 없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2. 친밀하기에 이야기 했던 것들로 공격하기.
이쪽은 여전히 아직도 함께하고 싶은데 상대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을 보이며 헤어지자고 하면, 처음엔 덜컥 겁이 났다가, 애원을 해서라도 잡아보고 싶다가, 달래고 설득하고 매달려도 잘 될 것 같지 않으면,
- 어차피 다시 잘 될 수도 없는 것, 부숴버리겠다.
라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잘 모르는 두 사람이 싸울 땐 대개 신체적,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싸움이 되지만, 서로를 잘 아는 사람이 싸울 땐 정서적, 사회적 피해를 입히는 싸움이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가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려 이기려 들거나, 상대를 고립시키려고, 또는 자신의 편을 더 만들려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상대를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이런 공격을 가장 치명적으로, 또 극단적으로 시도하는 대표적 유형으로는
- 뜨거운 첫 사랑을 상대의 이별통보로 끝내게 된 남성대원.
- 상대나 상대 부모님 때문에 결혼이 틀어진 여성대원.
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철없음’이 악영향을 끼쳐 화를 키우고, 후자는 목숨 걸고 부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뭉쳐있기에 쇠도 녹일 정도로 불타오른다.
사실 뭐 이건 ‘몰라서’가 아니라 ‘알지만 그래도 분노 조절이 안 되어서’ 벌어지는 일이긴 하겠지만, 그런 공격은 둘의 관계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과 같아서, 폭발 이후 잔잔한 감정이 찾아 왔을 때에도 재건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런 폭탄을 투하하는 것에도 남녀의 차이가 있긴 하다.
여자가 남자에게 - 신체, 경제력, 부모에 대한 욕.
남자가 여자에게 - 성격, 학력, 대인관계에 대한 욕.
연애 중 대인관계 문제로 여친이 고민하는 걸 많이 봐 온 남친이 이별 직후 “네가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널 싫어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남친이 돈이 별로 없어 소박한 데이트를 한 걸 두고 이별 직후 “남들 다 뭐뭐 할 때, 난 돈 없는 널 만나서 궁상맞게….”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건 정이 떨어지는 걸 넘어 사람 눈 돌아가게 하거나 평생 트라우마를 갖게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니, ‘상대가 찾아와서 울며 다시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 같은 마음이 남아있을 때’라면 절대 하지 말길 권한다.
3. 헤어졌다고 소문내기, 상대의 흉보며 위안 삼기.
사랑싸움을 하는 대원들은, 오전에 내게
“이제 차단하고, 다시는 마주치지도 않을 거예요. 상대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곤, 오후에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어요. 다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한데,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 내게는 저래도 되지만, 친구나 지인, 부모님께는 이별 후 최소 48시간, 길게는 일주일이 지난 후 이야기를 하길 권한다.(단, 상대가 폭력을 사용했다거나 이별했다는 걸 안 밝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엔 곧바로 얘기를 해야 한다.)
친구나 지인에게 너무 빨리 알릴 경우, 이별의 슬픔은 덜 수 있겠지만 그들에겐 상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게 된다. 이쪽이 본 연인의 흉을 그들이 전부 기억하게 될 수 있으며, 그러고 나서 다시 재회를 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그들은 이쪽까지 가벼운 사람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훗날 ‘쟤들은 맨날 저러니까’라며 진짜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말고 만나라는 조언을 할 수도 있고, 이쪽이 뭐라고 하소연을 하든 가볍게 듣고 마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상대가 벌인 일에 큰 실망을 해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러는 것일 수 있지만, 그걸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상대에 대해 계속 듣는 부정적인 이야기로 인해, 상대가 형편없는 인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훗날 생각지도 않은 ‘결혼 반대’를 하실 수도 있고, 계속해서 그 연애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이야기만을 하실 수도 있다.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안티 성향을 가지고 계실 경우
“넌 밸도 없냐.”
“너나 걔나 똑같으니까 만나는 거다.”
“네가 그 모양이니 어떤 사람이 안 그러겠냐.”
라는 저주를 하실 수도 있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동네방네 다 이야기를 해놓곤 상대와 다시 만나게 될 경우, 상대에 대해 봤던 흉과 비판이 상대의 귀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후
“소름끼친다.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고,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너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 날 만났던 거냐.”
라는 말과 함께 이별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이별했다는 건 되도록 세 번 생각해 본 후에, 기간으로 따지면 일주일 정도는 생각해 보고 난 뒤에 사람들에게 공표하도록 하자. 더불어 SNS를 삭제하거나, 상대를 차단하거나, 상대와 관련된 기록을 지우는 것 역시, 앞서 말했듯 ‘상대가 찾아와 울며 애원해도 절대 다시 만날 생각 없을 때’가 아닌 이상 당분간은 그대로 두도록 하자. 그래야 그걸 의아하게 생각하는 상대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거고, 급하게 정리했던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거다. 안 내리고 안 지워서 당장 죽을 것 같은 거 아니면, 최대한 ‘일시정지’상태로 손만 떼고 있길 권한다.
뭐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 싶은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처음 연애를 하는 대원들이나 ‘내 감정’을 우선시 하는 대원들의 경우 위와 같은 지점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버리면 앞서 말했듯 내가 뭘 더 얘기하기도 그렇고, 가장 기본이 되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해서 해야 하기에 이렇게 적어두는 것이니,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바란다. 편안한 목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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