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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돌싱인 남친에게 사이코 같다는 말까지 듣고 헤어졌습니다.

by 무한 2016. 9. 1.

이혼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이혼한 걸 무슨 주먹세계에서 전과를 달고 나온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십여 년 전 시내버스를 타고가다 보면, 누군가가 올라타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금촌역 손도끼 사건으로 6년을 살고 나와서….”

 

라며 볼펜이나 껌 같은 걸 강매하는 일이 있었듯,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혼까지 해 본 사람으로, 이제 만나다 누굴 차버리는 건 일도 아니고….”

 

라며 이혼까지 해본 사람인데 뭘 더 못하겠냐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야, 이혼이 벼슬이냐?”

 

라는 이야기를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남자를 만나는 여자들 중엔 저런 저질스런 위협에도 오들오들 떨며 정말 헤어지자고 하면 어떻게 할지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M양도 그런 여자들 중 하나인데, 그녀의 사연을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처음엔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남자였어요.

 

상대가 자상하고 다정한 적 없이 처음부터 “나 이혼까지 한 사람이야.라는 위협을 하는데 사귄 거라면, M양은 노멀로그가 아니라 병원을 찾아야 하는 사람일 수 있다. 누구나 다 처음에는 자상하고 다정하기 마련이며, ‘그냥 아는 여자’에게라면 하지 않을 특별한 호의와 친절을 베풀기에 관계가 시작된다.

 

“사귀기 전엔 꾸준히 거의 매일 만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집에 갈 때는 대리까지 불러서 집에 데려다 줄 정도였어요.”

“어떻게 하면 본인이 저에게 좋은 남자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요.”

 

M양에겐 저런 기억들이 훗날 상대가 다른 여자와 연락을 하고 정서적 학대에 가까운 짓을 할 때에도 버틸 수 있게 해준 동력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난 저런 부분을 ‘모델하우스를 어떻게 꾸며 놓았는가’정도로 밖에 보질 않는다. 실제로 입주해서 살아가는 공간이 어떤가가 중요한 거지, 모델하우스가 어땠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잖은가. 사귀기 전에 어땠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건,

 

“모델하우스에는 결로로 인한 곰팡이 문제도 없었고, 지금처럼 외부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어오거나 옆집 말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벽이 얇다는 문제도 없었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 입주한 그 집에 문제가 있으면 수리를 하든 이사를 하든 해야지, 이미 철거되어 흔적도 없는 모델하우스 얘기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사귀기 전 저랬다는 M양의 남친은, 연애가 시작되자 어떻게 변했는가?

 

- 술 약속이 잦아지고 퇴근 후 행방도 불분명해짐.

- 새벽에 여자 바텐더들에게 연락이 옴.

- 스킨십도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할 거라고 말함.

- 욱하고 소리 지르고 욕을 함.

- 이게 다 M양이 자신을 의심해서 자신이 그렇게 된 거라고 함.

- M양 학력을 우습게 생각하며, 네가 뭘 아냐는 듯 비꼬듯이 말을 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양면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를 보이는 건 ‘이중인격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모델하우스는 자상함과 다정함과 젠틀함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입주해보니 더러움과 비겁함과 무책임함 밖에 없다.

 

“제가 의심을 해서 이렇게 된 걸까요? 정말 제가 문제인 건가요? 이 사람을 예전처럼 변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려 하면 듣기 싫다고 잘라버립니다.”

 

M양이 문제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 그냥 실제로는 하자 투성인 상대가 이중인격을 발휘해 허위광고 했던 것에 속았던 거다. 퇴근 후 행방을 알 수 없는 날도 있으며 새벽에 여자 바텐더들에게 연락이 오는 게, 일반적인 남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아니잖은가. 게다가 그에겐 여자 바텐더들 말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여자가 또 얽혀 있고 말이다. 이 정도면 시궁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관계이니, 생각 같은 것도 나중에 하고, 일단 거기서 먼저 얼른 나오길 권한다.

 

 

2. 전 와이프랑 똑같은 족속이라는 게 확인되면 끝장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들에는, M양의 남친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남자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들 중 8할은 자신의 이혼이 전부 ‘전 와이프’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전 와이프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성격에 결함이 있거나, 장인장모까지 한통속으로 상종 못할 인간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여기거나, 그냥 원래 폭탄 같던 사람을 자신이 택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의 사정이 다 다를 수 있으니 뭐가 어떻다는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자. 책임져야 할 것도 많고 의무도 많아지니 그게 싫어 그냥 다 상대를 이상하다고 말하며 팽개친 사람이 있는 반면, 진짜 폭탄을 떠안게 돼 몇 년간 피폭 당하다 이제야 갈라선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건 ‘ㄱ(기역)’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앉았을 때 여기서 보면 기역이지만, 맞은편에 앉아서 보면 ‘ㄴ(니은)’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도 있고 하니, 여기선 접어두자.

 

문제는, 그들이 이혼 후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에게 ‘전 와이프’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모습만 바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와이프가 너무 이상했기에 제발 다음 사람은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남편으로서, 또 가장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와 가정에 대한 헌신에 대해서까지를

 

‘그걸 바라는 여자가 있다면, 전 와이프랑 똑같은 족속인 것.’

 

이라고 생각하기에 문제가 된다.

 

M양 남친이 한 말들을 통해 그가 어떤 결혼관을 가지고 있는지 잠시 보자.

 

“세 번째 와이프랑 사는 내 친구가 있는데, 남자라면 그렇게 살아야지.”

“결혼해서 여자는 애 키우는 낙으로, 남자는 친구랑 노는 낙으로 사는 거 아니냐.”

“애 낳으면 친정 가서 키워 와라.”

“내가 말하면 무조건 믿어라. 믿으면 만나는 거고, 안 믿으면 못 만나는 거다. 믿지 못하면 나랑 헤어져라.”

 

농담으로 한 말이든 진담으로 한 말이든, 저런 소리를 꾸준히 해대는 걸 보면 그의 인간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저런 말들에 M양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자.

 

“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참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M양은 그에게 ‘그래도 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저런 얘기에 M양이 반발하면 그는 장난으로 한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화를 냈을 것이고, M양이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말한다면 그는 M양을 취집하려는 여자 취급했을 것이다.

 

그가 이럴 거라는 건, M양의 학력 가지고 비꼬며, 대화 주제에 대해 M양이 대답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걸 집요하게 물어 꼼짝도 못하게 하는 걸로 예측할 수 있다. 그는 누군가를 학대하는 것에 맛 들린 사람이며, 자신의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 않는 여자는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일 뿐이다.

 

 

3. 전 와이프의 처지가 M양의 미래일 수 있다.

 

M양의 남친은 전 와이프를 때린 적이 있다. 말싸움을 하고 난 뒤 화가 안 풀린다며 새벽에 임신 중이었던 전 와이프를 베개로 때린 건데, 이것에 대해 M양은 처음에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알겠지만, 얼마나 화가 났음 여자를 때렸을까 싶기도 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뭐, 그 관계에 빠져 있을 땐 거의 상대에게 반쯤 미친 것과 같기에, 상대가 무슨 잘못을 해도 그것에 대해 ‘엄마마음’으로 상대편을 들려 이해하려 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그런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 뭔가를 유발했기에 벌어진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걸 두고 가타부타 하는 건 입만 아픈 일일 것 같고.

 

그런 생각으로 상대만을 변호하던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나중에 상대에게 맞아 피멍이 든 뒤에야 상대에게 큰 문제가 있는 걸 깨닫게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미 M양도 상대의 집에 갔다가 싸우던 중 쫓겨나 보기도 했고, 휴일에 긴장 풀고 누워 있다고 상대가 눈치를 줘 일부러라도 억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을 경험하며

 

“충분히 이 사람이 때렸겠구나 싶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긴 하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상대는 임신 중인 전 와이프에게 새벽에 화장실 청소를 시킬 정도로 강적인 사람이다. 이러한 태도를 전부 종합해 보면, 그가 했던

 

“결혼해서 여자는 애 키우는 낙으로, 남자는 친구랑 노는 낙으로 사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이 실제 그의 가치관일 거라는 심증이 든다.

 

그는 이제 갓 100일은 사귄 M양에게

 

“간섭하지 마라.”

“물어보지 마라.”

“날 무조건 믿어라, 못 믿겠으면 헤어져라.”

 

라는 이야기를 했고, 욕을 하며 집에서 쫓아내려고 들기도 했다. 이걸 M양이 참고 계속 사귄다면, 앞으로 M양에게 남은 건 새벽에 베개로 맞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일일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래도 그가 너무 좋고 아직 사랑하기에 그에게 매달려서라도 붙잡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연말에 있을 노멀로그 2016년 결산에서, 많은 여자들이 입을 피해를 M양이 모두 감당해 준 공로를 인정해 공로상을 수여하도록 하겠다. 시상식은 국가대표 호구 선발전 입상자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그가 M양에게 ‘사이코’라는 이야기를 하고, 또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말길 권한다. M양은

 

‘정말 내가 뭔가를 잘못해 다정했던 그가 이렇게 변한 건가….’

 

하는 절망을 느끼고 있는 중인데, 그는 그냥 자신에게 책임과 의무를 묻는 이성을 전부 사이코이자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일 뿐이다. ‘모델하우스 다 봤고, 또 계약 마쳤으면 찍소리 말고 조용히 살아야지 무슨 말이 많냐’고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 뿐이니, 괜히 자책 같은 걸 하느라 하루를 더 거기서 보내지 말고, 어서 빨리 벗어났으면 한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가끔 예전 메일주소인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난 현재 moohan@normalog.com 이란 메일주소를 사용 중이다. 네이버 메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확인해 주시길 바라며, 사연은 꼭 공지(http://www.normalog.com/notice/1339)를 정독하신 후 신청서에 적어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공지를 읽지 않으신 채 자유롭게 작성해서 보내주신 사연은, 별다른 안내 없이 매뉴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질문이 신청서에 모두 적혀 있으니, 사연은 꼭 신청서에 작성하신 후 보내주셨으면 한다.)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다. 다들 불금 맞을 준비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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