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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썸탈 때 무슨 얘기를 하지? 흥하는 대화, 망하는 대화.

by 무한 2016. 9. 20.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은데, 이성을 마주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대원들을 위해 이 매뉴얼을 준비했다.

 

사실 이런 것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사연과 함께 첨부된 카톡대화를 보면

 

‘뭐야? 얘 지금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닌 까닭에 ‘모태솔로부대원을 위한 대화법’을 준비한 거라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같은 얘기를 해도 흥하는 경우와 망하는 경우를 비교하며 살펴보도록 하자. 출발.

 

 

1. 가장 흔한 날씨, 음식, 취미, 미디어 얘기.

 

흥하는 사례를 보자

 

흥남 – 더위 풀린다더니 오늘도 완전 더움.

여자 – 에어컨 세게 틀어 달라 그래 ㅎㅎ

흥남 – 회사 구조가 이상해서 사무실 전체가 더워. 조절하는 게 아니야 ㅠㅠ

여자 – 울 정도로 더워? ㅋㅋㅋ

흥남 – 벽 설치를 잘못해서, 탕비실 들어가면 거긴 또 추워 ㅋㅋ

(이후 서로의 사무실 얘기)

 

날씨 얘기로 시작해 사무실 얘기로 옮겨가는 좋은 방법이다.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근무환경도 알 수 있고, 대략의 회사 분위기도 공유할 수 있다. 망하는 사례를 보자.

 

망남 – 오늘도 엄청 덥네. 좀만 고생해~

여자 – 응 오빠도.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한 적 있는 ‘출석체크 대화법’ ‘자체종결 대화법’ 두 가지가 모두 등장했다. 이성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대원들은

 

‘말을 걸기는 걸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 출석체크 하듯 메시지를 보낸 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응?)’

 

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일을 후딱 처리해버리고 말겠다는 식의 대화를 하곤 한다. 음식 얘기가 나오면 그저 밥 맛있게 먹으라며 마무리 하고, 취미 얘기가 나오면 잘 모르는 분야라는 식의 대답을 하곤 그냥 넘어가고 만다.

 

같은 주제의 대화라 하더라도,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하고 끝나는 대화가 있는 반면, 우리 집 강아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친구네가 혈통서 있는 강아지를 사육한 적 있다는 이야기까지 넘어가게 되는 대화가 있다.

 

이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그만큼의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전자라고만 생각한 채 상심하곤 하는데, 자체종결 대화법을 사용해버리면 상대도 받아줄 말이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읽씹을 당하거나 상대가 단답을 할까 무서워 대화 시작과 동시에 끝인사를 해버리면, 계속해서 그렇게 출석체크 하듯 한 줄짜리 말만 걸다 끝날 수 있다.

 

 

2.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와 이어지는 리액션.

 

상대가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시험, 다이어트 중이라면 운동, 회사원이라면 거래나 회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저 얼른 상대랑 밖에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조급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이런 걸 활용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목적과 관련된 질문만 한다. 망하는 사례부터 보자.

 

망남 – 토요일에 혹시 시간 있어?

여자 – 저 시험 봐요 ㅠㅠ

망남 – 아 그래? 그럼 일요일엔?

여자 –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기로 해서, 아마 친구네 있을 것 같아요.

망남 – 친구네 갔다가 몇 시쯤 와?

여자 – 저녁 먹고 올 것 같은데요. 왜요?

망남 – 영화 한 편 같이 볼까 했지. 근데 바쁜 것 같네. 담에 보지 뭐.

 

무슨 시험인지 묻지도 않았고, 어떤 친구네 가는 것인지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오로지 ‘영화 볼 시간 있나 알아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언제 시간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물었을 뿐이다. 저러고 나서 토요일에 시험 잘 보라는 이야기라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상대가 시간을 안 내주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삐쳐서는, 침묵을 지키다 나중에야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겠다며 “혹시 내일 시간 돼?”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흥하는 경우는 저기서 ‘시험’과 ‘친구’를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 난 그것과 더불어 상대의 말을 받아주는 리액션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도 적어두고 싶다. 이건 낯을 가리거나 오로지 상대가 모든 걸 다 리드해주길 바라는 몇몇 여성대원들이 자주 보이는 문제인데, 흥남과 망남이 똑같은 질문을 해도 그녀의 대답이나 반응이 달라 썸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있다. 예제를 보자.

 

망남 – 시험 잘 봐! 부담 갖지 말고 파이팅!

여자 – 감사합니다.

(이후 대화 없음)

 

흥남 역시 저것과 똑같은 멘트를 하는데, 받아주는 상대의 태도와 이후의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흥남 – 시험 잘 봐! 부담 갖지 말고 파이팅!

여자 – 감사합니다 ㅠㅠ 새벽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미션이었어요 ㅠㅠ

흥남 – 다행히 첫 미션은 성공했네 ㅎㅎ 파이팅!

(시험 후)

여자 – 저 시험 망해서 슬퍼요 ㅠㅠ

흥남 – 괜찮아. 수고했어. 배고프지? 일단 뭐 좀 먹자. 어디야?

 

상대의 말을 잘 받아주고, 먼저 말을 걸기도 하자. 이게 누가 먼저 연락하는지 보겠다는 눈치싸움도 아니고, 또 새싹단계인 두 사람의 호감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하니,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지도록 상대가 받기 좋게 말을 건네 보자. 이렇게 좀 꾸준히 관계의 온도를 높여야지, 가스 불 켰다 껐다 하듯이 오늘 대화 한 번, 내일 다시 대화 한 번 해버리면 끓는점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이래놓고 나중에 어장관리인 것 같다느니 보험용인 것 같다느니 하면 나도 힘들어지니, 할 수 있는 건 일단 좀 하도록 하자.

 

 

3. 과거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주제들.

 

이건 소제목 1번에서 이야기 한 것과 이어지는 것이기도 한데, 이전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게 있으면 그걸 기억했다가 다시 말하는 방법이다. 다녀온다고 했던 김포는 잘 다녀왔는지, 오늘은 그 발 아프다는 구두 안 신고 출근한 건지, 운동하기로 결심한 걸 오늘도 실천했는지 등을 물어보며 대화를 시작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상대가 했던 얘기들을 기억하는 건 사실 관심이 있으면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저 위에서처럼 ‘출석체크 대화법’이나 ‘자제종결 대화법’을 사용했으면, 아는 게 없는 까닭에 기억할 것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상대가 좀 더 길게 대화하며 리드를 해주기를 바라기만 하다가, 그러지 않으니 혼자 실망해선 짧게 대화를 마치고 마는 까닭에 할 얘기가 없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흥하는 경우를 보자.

 

흥남 – 오늘도 운동 중? 이 시간에는 좀 위험하지 않아?

여자 – 아니 괜찮아 ㅋㅋ 공원에 생각보다 사람 많아.

여자 - <사진> 다들 한 방향으로 돌고 있다 ㅋㅋㅋㅋ

흥남 – ㅋㅋㅋㅋ 사람들이 왜 저쪽으로만 도는 거지?

여자 – 먼저 온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니까 그래야 되는 줄 아나봐. ㅋ

흥남 – 어제 그 아프다는 신발 말고 다른 거 신고 나온 거야?

여자 – 응 엄마운동화인데 발 완전 편해 ㅋㅋㅋ

흥남 – 어머니랑 발 사이즈가 같아?

 

흥남은 여자가 이 시간에 운동할 거란 걸 이전의 대화를 통해 안 까닭에 자연스레 대화를 시작했고, 그 대화가 운동화에서 어머니 발 사이즈로 옮겨가는 걸 볼 수 있다. 여자도 흥남의 대화를 잘 받아주고 있는 까닭에 화기애애하다. 만약 “아니 괜찮아 ㅋㅋㅋ”까지만 보냈다면, 다음 대화를 부르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어려웠을 텐데 말이다. 망하는 경우도 보자.

 

망남 – 뭐하는 중?

여자 – 운동중 ㅋ 공원 돌고 있어.

망남 – 그렇구나. 집에 언제 가려고?

여자 – 삼십 분 정도만 더 하고 가야지.

망남 – 응 들어가면 톡 보내줘.

여자 – 응.

 

그렇게까지 나쁜 대화는 아니지만, 대화에 확 끌리는 매력도 없고 집중하게 될 만한 것도 없다. 이 시간에 운동한다는 것과 어제 신었던 신발이 불편했다는 것도 모르고, 또 오늘은 어머니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는 것도 알 수 없으니, 다음 대화에서 역시 ‘기억했다 이야기하기’를 시행하기 곤란해진다. 저럴 거면 최소한 몇 시에 나와서 지금까지 운동하는 건지를 묻거나 매일 이 시간에 운동을 할 계획인지를 물어도 되는 건데, 망남은 ‘용건만 간단히’를 실천해버리고 말았다.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이쪽이 목적으로 한 것만을 알아내기 위한 마음이 크면 위와 같은 일들을 저지를 수 있다. 난 다급한 상황에 놓인 솔로부대, 커플부대원들에게 카톡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그 중 일부는 상황이 얼마나 다급한지 인사나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생략한 채 질문부터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난 일부러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데, 그것에 대한 대답이 또 날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대 – 읽씹 세 번 당했으면 마음 접어야 하는 거죠?

무한 – 안녕하세요.

상대 – 네. 포기하는 게 맞죠?

 

저럴 때면 왜 읽씹을 세 번이나 당했는지 길게 이야기 안 해도 알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연애도 대인관계인 것은 마찬가지니,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하거나 혼자만 상대의 관심과 호의를 다 받으려 하진 말자. 지루하고 고된 것 같다고 1층 대충 지어놓고 2층 올리려 하면, 당장은 빨라지는 것 같겠지만 도중에 무너지거나 나중에 무너지고 만다.

 

친한 친구와 어떻게 친해졌는가를 생각해 보면, 첫 눈에 서로 베프가 될 것을 알아보곤 그때부터 삶의 8할을 함께하진 않았을 것이다. 꽤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며 신뢰와 우정도 두터워졌을 것이고 말이다.

 

내일 고백해서 곧바로 사귀게 된다 하더라도 기반이 없으면 연인이란 간판만 걸어둔 채 텅 빈 관계일 뿐이니, 개업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기보다는 운영에 필요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길 바란다. 하다가 막히면 언제든 공지 참조 후 사연을 주시길 바라며, 시작부터 ‘상대는 내가 말 거는 걸 민폐라고 생각할지 몰라’라며 패배감에 젖어있진 말았으면 한다. 자 그럼,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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