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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저만큼 남친 이해해주는 여자도 없을 텐데, 헤어졌어요.

by 무한 2016. 9. 23.

B양의 전남친은, 부킹대학 한의학과 교수님들이 ‘태양인’으로 분류하는 유형의 남자다. 가수 태양의 노래 <나만 바라봐>에 나오는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 마 베이비 / 나는 너를 잊어도 넌 나를 잊지 마 레이디 / 가끔 내가 연락이 없고 술을 마셔도 / 혹시 내가 다른 어떤 여자와 잠시 눈을 맞춰도 / 넌 나만 바라봐.”

 

라는 가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기 생활에 침범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여친에게는 연애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의리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남자를 말한다.

 

선배 대원들 중에는 이런 남자와 연애하며 전부 다 이해하고 맞추려 하다 결국 포기하곤 산으로 들어가게 된 여성대원이 있으며, 참고 참다 몸에 돌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대원도 있다. 또, 이런 남자와 사귀게 될 경우 매번 이쪽에서 징징거리고 매달리다 결국 차이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버리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며, 이런 남자들의 특징이 헤어질 때

 

“난 연애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라는 멘트를 하는 것인 까닭에 조금만 더 어떻게 설득을 해보면 다시 잘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미련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그래봐야 재회 후 다시 한 번 더 “내가 부족하고 미안하니까 헤어지자.”라는 말을 듣게 되지만 말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B양도 전남친의 저런 퍼포먼스를 경험하다 자존감에 구멍 난 채로 방황하는 중인데, 남친은 대체 왜 그런 것이며 이런 일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서 일어난 건지를 함께 살펴보자. 출발.

 

 

1. 연애와 자신의 생활을 완전히 구분한 채 사는 남자.

 

연애와 대인관계, 또는 함께하는 삶과 자신의 삶은 같은 동력을 사용하기에 분리될 수 없는 건데, 놀랍게도 이걸 철저히 분리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공과 사를 구분해서 살 듯, 연애를 ‘공’으로 둔 채 사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 만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충격이

 

- 연인인데, 서로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이다. 늦게까지 퇴근한다는 말이 없어 아직까지 일하는 중인가 하고 연락해 보면, 상대는 이미 퇴근해서 친구 만난 뒤에 집에 와 있다. 언제 잠들고 언제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연락도 잘 안 되며, 달달한 통화를 기대하고 전화를 걸어 봐도, 분명 잘 들어주긴 하는데 상대는 관심도 없는 걸 이쪽에서 혼자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요즘은 SNS가 발달한 까닭에, 이러한 특징을 지닌 사람 때문에 충격도 더욱 쉽게, 자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빠서 톡에 답을 못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 시간에 SNS에 가서 자신의 지인들에겐 댓글을 달고 있다든가, 아는 사이라는 이성과 댓글로 수다를 떠는 걸 목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보면, 상대는 ‘이게 왜 잘못인 거지?’라는 표정으로, 일단 앞으로는 주의하겠지만 자신에게도 인맥과 생활이 있는 거라는 식의 말을 흘리곤 한다.

 

더불어 연애를 시작했으면 솔로일 때와는 달리 자주 보던 친구와 만나는 빈도도 좀 줄고 혼자 즐기던 취미생활 시간도 줄이는 게 당연한 건데,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건 그것대로 전부 유지하며 남는 시간정도만을 연애에 할애하려 한다. 연인과 한 주에 한 번 보는 것도 벅차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제는 친구 만나 술 마시고 오늘은 친구랑 PC방에 가 있는 것이다. 여친이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

 

“여자도 아니고 남자인 친구랑 만나는 건데, 왜 그 친구랑 만나는 걸 이렇게 질투하는지 난 이해가 안 되네.”

 

따위의 이야기를 해 여친 몸에 사리가 생기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상대가 그냥 데이트나 몇 번 하고 사귀다 헤어질 마음으로 만난 거면 사실 방법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며 상대의 추격본능을 깨우는 게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다. 우선 상대에게 ‘연락’ 등에 대해 약속하기로 조율을 시도해 본 뒤, 그게 씨알도 먹히지 않으면, ‘이렇게 연애에 소홀하다간 나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쪽이라고 연애 말고는 생활이 없는 게 아니니,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 외식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상대가 그러하듯 하루 종일 폰에서 멀어진 채 살아도 보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도 이쪽이 자신이 할 일 다 한 뒤에야 만나자고 하면 나오는 사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고, 자기 스케줄에 따라 일정 조정하면 그대로 다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러지 않고 상대에게 계속해서 불만을 표시하거나 “더더더더더.”만 외칠 경우 기대와는 달리 계속해서 더욱 나빠지는 상황을 겪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B양이 그러고 말았다. B양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래에서 함께 보자.

 

 

2. 애원하고, 협박하고, 비꼬고, 날 세우는 모습들.

 

친해지는 건, 많은 시간과 대화와 함께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사귀기로 했다고 그 즉시 서로 목숨마저 내 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B양의 경우, 남친이 태양인인 까닭도 있지만, B양 역시 자신은 먼저 연락도 잘 하지 않으면서 남친 탓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빠, 나도 좀 궁금해해줄래?”

 

좋지 않다. 저렇게 말하면 99.82%의 남자는 당장 자신이 어찌해줄 수 없는 일에 대해 여친이 탓하고 있다는 것에 당황할 뿐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콕 집어서 말을 하고, 또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말해야 한다. 다음 멘트를 보자.

 

“사람들은 아마 내가 솔로인 줄 알거야 ㅋㅋㅋㅋㅋ”

 

B양은 참고 참다 이야기 한 거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러느라 서운함을 표시해야 하는 타이밍이 너무 늦고 말았다. 만약 상대가 B양을 두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섭섭한 거라면,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섭섭함을 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B양은 그땐 기분 팍 상했으면서 안 상한척 하고 참다가, 나중에 상대가 여행을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상대에게 저렇게 빙빙 돌려 표현하고 말았다. 다른 멘트도 보자.

 

“그래서 난 오빠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충분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순간엔 아무 말도 안 하고선, 나중에야 상대를 탓하며 자신은 원래 이러이러한 본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래버리면 상대는 B양과의 대화를 함정수사 당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며, 뭘 어떻게 하든 결국 자신만 늘 나쁜 사람 되는 것 같은 기분만 느끼게 될 수 있다.

 

내가 두 사람의 카톡대화를 읽으며, 턱턱 걸리는 부분만을 골라 다른 페이지에 복붙해 놓은 문장만 A4용지로 한 페이지가 넘는다. 그걸 다 옮겨 적으며 살펴볼 순 없으니, 그 중 가장 심각한

 

- B양이 바라는 대로 상대가 해줘도 뭐라고 하기.

 

라는 부분을 보자.

 

“연락했네? 난 오빠가 하도 안 궁금해 해서 걱정 안 하는 줄 알았지.”

“사진 보내주고, 시간 내서 목소리도 들려주고, 노력 많이 했네.”

“내가 물어보기 전에 미리 이야기 했으면 더 좋았겠다.”

 

저래버리니, 둘의 대화는 B양에겐 ‘기습적으로 한 마디 할 타이밍 노리기’가 되었고, 상대에겐 ‘최대한 트집 안 잡히며 할당량 채우기’가 되고 말았다. 대화에 공방전만 있을 뿐, 기쁨과 즐거움은 없었던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B양은 이걸 너무 늦게 알게 된 거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대원이 있다면, 태양인에 대처하는 최악의 방법이 ‘약 오른 채로 심술부릴 준비하고 있기’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잘못된 이해’이외에, B양이 꼭 고쳐야 할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건

 

- 괴상하게 혀 짧은 소리를 내느라,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전달 못하고 무슨 얘기를 하든 장난처럼 여겨지고 마는 것.

 

이다.

 

두 사람이 사귀기 전엔, 둘 다 멀쩡하게 대화한 까닭에 의사소통이 수월했다. 하지만 연애가 시작되자 해쪄, 알끄야, 알아뗘 같은 혀 짧은 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나중엔

 

“**이는(자신을 지칭하는 말) 먼저 누울게요 코오~”

 

하며 영유아기로 돌아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인 사이에 그런 대화를 못 할 건 아니지만, 계속 저래버리면 사람이 좀 모자라 보일 수 있으며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워진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저러다가도 화났을 때 정색하며 다다다다 쏘아붙이면 그 대조적인 모습에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저런 건 이제 그만 하도록 하자. 서른 넘어서까지 했으면 많이 한 거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B양이 잘못한 부분을 더 많이 이야기 한 까닭에 B양 때문에 이 관계가 틀어졌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태양인을 만나 B양도 약 오르다 심술부리게 된 거지,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상대에게 있으며 상대가 훨씬 많이 잘못한 게 맞다. 이건 B양을 위한 매뉴얼인 까닭에 B양이 교정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거지, B양 잘못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피곤하면 데이트 좀 건너뛰고, 여유 있을 때 시간 날 때 만나는 그런 편한 연애가 하고 싶다. 내 주변에서도 여자는 남자마음 편하게 해주는 여자가 최고라고, 너랑 왜 만나냐고들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는 그냥 그렇게 살도록 두자.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 남 탓하는 이별이나 하며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훌륭한 복수가 될 테니 말이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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