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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던 그녀가, 이별을 결심한 이유.

by 무한 2016. 11. 2.

이건,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다 결국 이별을 결심한 어느 여자'의 남친인, M씨의 사연이다.

 

M씨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진 알겠다. M씨 입장에선 그녀의 변덕을 종잡을 수 없다는 게 힘들었을 것이고, 갈등이 있을 때마다가 그녀가 ‘이별’을 이야기 했다는 것에 상처를 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녀의 잠수, 그녀의 SNS활동, 그녀가 바라는 활동적인 데이트들 역시 M씨에겐 스트레스가 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M씨도 하소연을 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입장에서 이 사연을 바라보면, 거의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M씨였다. M씨가 안 그랬으면 그런 갈등도 없었을 수 있었단 얘기다. 물론 그녀가 그걸 구실로 M씨에게 무차별적인 분노를 표출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발 밟은 사람에게 따귀를 올려붙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는데, 여하튼 난 이 사연을 두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가리는 것보다,

 

- M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녀에겐 엄청난 ‘결함’으로 생각되었을 문제.

 

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던 그녀가 이별을 결심한 이유. 출발해 보자.

 

 

1. 지금 안 되는 건,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안 될 거란 생각.

 

M씨가 말로 수백 번

 

- 나중에 난 너와 좋은 곳에서, 좋은 생활을 누리며 살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해도, 또 그게 정말 M씨의 바람이며 거짓 없는 진심이라고 해도, 그녀 입장에선 현재의 관계가 시궁창 같으면 미래도 시궁창일 거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의 데이트가 여친을 M씨의 집으로 부르고, M씨는 졸리니까 여친 라면 하나 끓여준 뒤 그거 먹은 뒤 자고 가라고 하는 것 정도라면, 여친은 M씨가 말하는 ‘좋은 곳, 좋은 생활’이라는 게 그냥 M씨의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데이트

- 자취방 데이트나 자취방 앞 식당 데이트

 

를 3년쯤 하고 나면, 여친에겐 자연히 ‘M씨와는 결혼해도 그냥 계속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단 얘기다. M씨는 여친에게 못 만난다고 하면 여친이 삐칠까봐 일단 동네로 부르고, 불러서는 또 어디 가기 피곤하니 간단히 먹거나 가까이서 마시자고 하고, 먹고 나면 또 졸리니까 그냥 집에 같이 가서 자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데이트를 반복하지 않았는가.

 

그게 그렇게 여친의 불평 없이 넘어가면 잘 해결된 것 같겠지만, 그걸 계속 그렇게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 쪽에서는 불만이 차곡차곡 퇴적되며, 나중엔 어떠한 계기로 그 퇴적층이 솟아오른다. 그럼 상대는, 둘이 몇 년 만나는 동안 같이 그 흔한 제주도 한 번 다녀온 적 없다는 것까지를 그 지층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주에도 자취방, 다다음 주에도 자취방, 그러다 불만을 표출하면 영화 한 편, 이후 또 아무 얘기도 안 하면 역시 자취방…. M씨에겐 이게 ‘미래의 좋은 곳에서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한 와신상담의 세월’로 여겨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겐 ‘우리 연애의 한계’로 여겨질 수 있으며, 내가 M씨보다 좀 더 오래 연애를 한 입장에서 한 마디 더하자면,

 

- 나중은 없더라. 안 하면 못 하게 되더라.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또 사실 난 이걸 ‘미래를 위한 현재의 인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건 둘은 이렇게 만나면서도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이런 것까지를 전부 종합하면, 이건 ‘게으른 연애’였기에 이별이 찾아오게 된 거라 적어두도록 하겠다.

 

 

2. 지키지 못할 약속, 또는 지키지 않은 약속.

 

못 할 것 같은 건 못 할 것 같다고, 어려운 건 어렵다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M씨는 일단 다 승낙을 해 놓고는,

 

‘어떻게든 되겠지. 잘 돼야 할 텐데….’

 

라는 생각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참 어느 면으로 보나 M씨에겐 손해인 게,

 

M씨가 약속을 지킬 경우

-> M씨는 정말 어렵게 약속을 지킨 거지만 겨우 본전.

 

M씨가 약속을 못 지킬 경우

-> 상대에게 ‘지금 장난하는 거냐’는 소리를 듣게 됨.

 

이라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곤란하면 곤란하다고 말한 뒤 대안을 제시하거나 양해를 구해야지, 일단 약속을 한 뒤 “난 노오오오력을 했다.”라고 말하면, 상대는 답답하고 M씨는 억울해지는 일만 벌어질 수 있다.

 

감당할 수 없으면서 M씨가 덜컥 약속을 해 벌어진 일 몇 가지를 보자.

 

- 여친 생일에, 여친 준비하고 나오는 동안 잠들어서 4시간 뒤 일어남.

- 교외 데이트하기로 약속하고는 약속시간 넘겨 5시간을 자버림.

- 데이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여친 오라고 한 뒤 너도 자라고 함.

 

다시 말하지만 저건 ‘노오오오력’이 아니다. 만약 M씨가 각성제 먹어가며 30시간 넘게 안 자고 좀비상태로 데이트를 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략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걸 M씨 스스로 파악한 뒤 여친과 조율을 해야지, 무조건 ‘YES맨’이 되어 맹목적인 승낙만을 해버리면 답이 없어질 수 있다.

 

또, M씨는

 

“여친은 어느 날은 자기가 먼저 저희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했으면서, 또 어느 날은 제가 자고 가라고 하면 싫어했습니다. 왜 어느 날은 되면서 어느 날은 안 되는지, 전 정말 알 수 없어서 이 부분으로도 많이 싸웠습니다. ”

 

라고 했는데, 그건 여친이 그때그때 느끼는 M씨의 마음과 관련이 있다. M씨가 여친에게 자고 가라고 했던 날 M씨의 마음을 보자.

 

“그 날은 정말 바래다주기가 너무나 귀찮고 힘들어서….”

 

M씨가 바로 저런 마음으로

 

“자고 가. 왜? 그냥 자고 가. 지금 가나 자고 가나 똑같은데 왜? 자고 가. 그냥 자고 가.”

 

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걸, 여친은 본능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저런 상황에서 여친이 자고 가봐야 M씨는 바로 골아 떨어지고 여친은 눈만 꿈뻑꿈뻑 하고 있어야 하니, 그냥 간다고 했을 가능성도 높고 말이다.

 

저럴 땐 차라리 여친에게 M씨의 사정을 설명하거나, 아니면 여친이 간다고 할 때 그냥 그걸 받아들이는 게 좋다. 간다는 사람 보내면 또 나중에 혼자 간 걸 마음에 품고 있을까봐 M씨는 여친에게 계속해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많다고 했는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상대 입장에선 그게 더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니 앞으로 연애를 할 땐, M씨가 일방적으로 뭐든 다 들어주며 전부 맞춰주려 들지 말고, M씨의 상황과 사정도 설명하며 만났으면 한다.

 

 

3. 불안하니까 결혼하자?

 

상대에게 결혼하자고 하는 이유가

 

- 사귀다가는 헤어질 수 있어 불안하니, 불안을 해소하고자.

 

라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다. M씨는 지속적으로 여친에게 결혼에 대한 승낙을 받으려 했는데, 여친 역시 그게 ‘약속’이라는 걸 알기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나면 M씨와 헤어지는 건 전부 그녀의 책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M씨도 그걸 노리며 계속 결혼에 대한 확답을 받으려 한 건데, 이래버리니 상대로서는 M씨가 싫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더군다나 M씨는 여친이 정말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여친은, 갈등이 있을 때면 홧김에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라고 말할 뿐인데, 그게 여기서 보기엔 ‘홧김에’가 아닌 것 같다. M씨는 몇 번이나 헤어졌다 다시 만났으니 그걸 ‘홧김에 한 이별통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난 그게 그녀가 정말 헤어지려고 마음먹었다가 M씨가 사과해서 다시 잘해볼 생각으로 만난 것이거나, 아니면 연애의 관성을 이기지 못해 일단 다시 연애로 돌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여친이 저를 좀 더 사랑해주길 바랐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주길 바랐으며, 그리고 절 떠나지 않을 거라는 안정감도 주길 바랐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느끼한 걸 남보다 두 배 이상 잘 먹는 나도 느끼해서 못 먹을 정도의 돈가스를 파는 집이 있다. 돈가스를 썰면 접시에 기름이 흥건하게 흘러나올 정도로 기름 범벅이다. 그 집 사장은 분명 자신의 가게가 대박을 치길 기원할 것이고 또 단골이 늘어 매출이 안정적이길 바랄 것이나, 먹고 나면 일주일 넘게 돈가스는 쳐다보기도 싫게 만들어 파는 그런 돈가스로는 사장의 바람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M씨의 경우도 이와 같다. 그런 걸 바라는 거면 M씨는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러고 말았다.

 

저 가게가 문을 닫을 경우 사장은 ‘손님이 없어서’라는 게 원인일 거라 생각할 텐데, 실제 손님들은 ‘돈가스 먹다가 멀미가 날 것 같아서’를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M씨의 경우, 여친이 불안하게 만들고 안정감을 안 줘서 그 일들이 벌어진 건지, 아니면 M씨가 그런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기에 그 일들이 벌어진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나 더.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또 모은 것 없기에 ‘단칸방 월세부터 시작’하는 건 흠이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 다짜고짜

 

“돈 없으니까, 2년쯤 최소한의 돈을 모아서 일단 단칸방 잡고 결혼 고고.”

 

라는 말에 미소로 화답할 여자는, 내가 알기론 한국엔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M씨야 저렇게 이야기를 해서 여친이 승낙하면 불안감이 해소될지 모르겠지만, 저 얘기를 듣는 여친은 급격하게 불안해질 것이다.

 

속된 말로 '결혼하면 최소한 밥은 안 굶길 것 같다'는 성실함이나 생활력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이 동할만한 비전을 제시하며 희망을 불어 넣는 것도 아니며, 그냥 돈 없으니까 전부 최소한으로 일단 시작을 해보자고 말하는 건 누가 봐도 위태로운 것 아닌가. M씨와의 연애에 대한 확신도 아직 가지지 못한 상대에게, 그저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계속 결혼 얘기를 꺼내는 건, 얼른 M씨에게서 도망가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두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M씨 역시 마음을 많이 다쳤으며 이 연애가 지옥 같았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결혼 얘기 꺼내면 여친은 그 얘기 꺼내지 말라고 하고, M씨가 늦잠을 자 M씨 본인도 불안하고 다급해진 마음으로 전화하면 여친은 폰을 꺼버리고, M씨 입장에선 ‘노오오오력’을 하는데 그건 알아주지도 않고 또 언제 헤어지자고 할지 몰라 노심초사 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연애엔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가 정말 바라는 것과는 초점이 많이 틀어진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이건 M씨가 보낸 사연인 까닭에 M씨의 잘못 위주로 적었는데, 그게 결코 M씨가 전부 잘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M씨에겐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이외에도 ‘이별사유’가 될 만한 몇 가지 모습들이 더 있긴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선 M씨 역시 뼈저리게 반성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생략할까 한다. 그 중 여친과 함께 있으면서 남에게

 

“여자친구 표정이 안 좋죠? 하하. 원래 좀 성격이 셉니다. 하하.”

 

라고 이야기 한 부분 같은 건 꼭 고치길 권한다. 여친과 함께 있으면서 그녀를 개그소재로 삼아 남의 웃음을 유도하는 건 자살폭탄테러와 다를 게 없는 일이다.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누구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집에 가 버릴 테니,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말길 권한다. 자 그럼, 이 매뉴얼이 M씨의 답답함을 해소해 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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