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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여자후배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했는데, 다시 고백해 볼까요?

by 무한 2016. 11. 22.

솔직히 난, 다시 고백해도 결과는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성호씨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경악하는 방법으로 고백을 하며, 눈치가 많이 부족하고, 말을 꺼냈다가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장난으로 한 말인 듯 태도를 바꾸며, 혼자 선문답 같은 걸 던져 놓고는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밑도 끝도 없이 혼자 실망해 버린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해야 좋을지 나도 개념이 잘 안 서는데,

 

- 성호씨의 상상이 만드는 조급증.

-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는 걸 생중계 하는 문제.

-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고는 상대를 탓하는 문제.

 

정도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출발해 보자.

 

 

1. 성호씨의 상상이 만드는 조급증.

 

그러니까 아직 둘이 같이 영화 한 편도 안 봤는데, 이런 상황에서

 

“진짜 얘랑은 결혼 하고 싶다고 많은 생각을 했고….”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답이 없어질 수 있다. 만나보며 서로에 대해 좀 알고 경험하며 그것에 맞춰 하나씩 풀어 나가야지, 고백도 하기 전에 성호씨 혼자 ‘결혼’까지 생각하며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있으면 기대대로 안 되는 것들이 모두 실망으로 치환될 수 있으며, 성호씨는 얼른 가까워져서 결혼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실에선 고백부터 막히니 마음만 급해지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성호씨는 상대의

 

-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며,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활발한 성격.

 

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상대의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이러다 보니 상상과 현실에서의 상대의 차이는 보다 커지고 말았다. 성호씨 상상 속 상대는 성호씨가 “지금 너 만나러 도서관으로 갈까?”라는 이야기를 하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여자였는데, 현실의 상대는

 

“오지마시라니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이러니 성호씨의 모든 기대는 실망이 되고, 마음은 더욱 더 급해지고 만다. 지난여름만 해도 둘이 아이스크림 먹는 건 일도 아니었는데, 성호씨가 저런 상상에 빠져든 까닭에 이젠 계속 관심과 확인을 구걸하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뒤 그걸 상대가 부정해주길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 모습에 부담을 느낀 상대는 성호씨를 밀어낸 상태고 말이다.

 

사실 지금, 둘의 관계가 완전히 엉망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친절하고 상냥한 상대는, 보통의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인내심의 두 배 정도를 발휘해 성호씨를 달래고 있다. 그러면 이제라도 얼른 성호씨가 정신을 차리고 상상을 내려둔 채 현실의 상대와 만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성호씨는

 

- 지금 나에게 이 관계는, 친한 오빠동생만도 못한 관계.

 

라는 생각만 하며 구덩이를 파고 있다. 거기 들어가서 혼자 고립되어 있다가, 상대가 다가와 “오빠, 뭐해요?”라고 말하면, “너 나랑 안 사귈 거잖아. 저리 가.”라고 말하듯 밀어내는 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난 성호씨에게, 이 슬프고도 바보스러운 일부터 그만 둬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2.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는 걸 생중계 하는 문제.

 

결정을 잘 못 내리는 건 우유부단한 것이다. 그런데, 결정을 잘 못 내릴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상대에게 확인만을 구하려 하는 것, 나아가 상대가 확인을 해줘도 반대의 이야기를 꺼내 다시 한 번 상대를 더 떠보려 하는 건 찌질한 것이다.

 

성호씨가 상대에게 ‘널 보러 도서관으로 가겠다’고 한 날의 대화를 보자.

 

성호 – 좀 이따 보러 갈게

상대 – 안 되는데요.

성호 – 왜요.

상대 – 저 머리까지 묶고 있어요 지금 ㅋㅋㅋ 극혐

성호 – 쌩얼도 봤는데 뭐 ㅎㅎㅎ

상대 – 왜 오려고 해요

성호 – 보고 싶어서요!

(중략)

상대 – 맘대로 하세요.

성호 – 어떡해야 되지. 진짜 오지 말라 건가….

상대 – 네! 오지 마세요!

성호 – 네.... 안 갈게요 그럼.. ㅠㅠ

(중략)

성호 – 갈 거니까 나오세요.

상대 – 예예 그러세요.

성호 – 진짜 나올 거야?

상대 – 하 진짜 싸우자는 거예요?

(중략)

성호 – 오지 말라는데 내가 가고 싶다고 가는 건 아닌 것 같네

상대 – ㅋㅋㅋㅋ 그럼 그냥 안 오면 되잖아요.

성호 – 그래서 안 가잖아요.

 

믿기지 않겠지만, 저 대화는 세 시간 넘게 이루어졌다. 카톡대화를 보던 나는 답답해져서, 성호씨가 옆에 있다면 머리를 세게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보러 갈 건지 안 갈 건지를 결정도 못 하는 이런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대가 오지 말라고 하면 자긴 계속 갈 거라고 말하고, 그러다 상대가 오라고 하면 내가 오는 거 별로 안 반기는 것 같아서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런 지겨운 대화를 몇 시간 하다가 상대가

 

“아 진짜 왕 우유부단. 핵 우유부단.”

 

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또 팩 토라져서는

 

“내가 진짜 큰 잘못한 건가... 다음부터는 간다고 말 안 할게...”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 성호씨는 저러는 와중에 상대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성호씨가 꺼낸 부정적인 말을 부정해주면 거기에서 약간의 희망을 보며 즐거웠을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 상대의 피로는 축적되며 성호씨에 대한 짜증을 키우게 될 뿐이라는 걸 꼭 기억해뒀으면 한다.

 

 

3.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고는 상대를 탓하는 문제.

 

명료하게 직접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기에, 좀 돌려 말할 순 있다. 하지만 돌려 말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혼자만의 의미를 가득 담아 상대는 알아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건 분명 문제가 된다.

 

성호씨가 한 말을 보자.

 

“그 뭐지? 언중유골이니까.”

 

한문시간도 아닌데 그게 대체 뭘 어쩌라는 얘기인가? 성호씨는 내가 만약 지금 이 글에

 

“성호씨가 한 고백은 저 마당에 있는 잣나무와 같습니다.”

 

라며 큰스님처럼 이야기하면, 무슨 얘긴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무슨 소린지 모르니

 

“잣나무요? 잣될 거란 얘긴가요?”

 

라는 이야기밖에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성호씨는 특히 자신의 새각을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대답은 안 하고 괴상하게 상대탓을 한다. 성호씨가 상대에게 한 말을 보자.

 

“내가 전에도 말했는데…. 난 막 티를 안 낸다고.”

“내가 장난처럼 하는 얘기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말해줬었는데….”

“캐치를 못하고 날 오해 하네….”

 

이렇게까지 멀리 빙빙 돌아가선 안 된다. 그리고 아무리 빙빙 돌아가더라도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라는 건 명확하게 밝혀줘야지, 이도저도 아니게 대답해 놓고는 상대의 대답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해선 안 된다. 그건 늘 얘기하지만 성호씨를 정당화하고자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일이며, 나쁘게 보자면 상대를 기만하는 일이기도 하다. 말을 해 놓고도 어떤 건 장난이라며 넘어가고, 어떤 건 장난처럼 말했지만 진심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 상대는 성호씨라는 사람을 결코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성호씨 사연의 하이라이트는, ‘카톡으로 고백’을 하는 부분이었다. 성호씨가 카톡을 편집한 후 보낸 까닭에 알 수 없는 문맥이 있기도 한데, 여하튼 성호씨가 한 고백은 최악이었으며, 이후의 대처 역시 끔찍했다.

 

상대 – 저 좋아하는 거예요?

성호 – 뭐라는 거지?

상대 – 진심 나 좋아하는 줄 알았잖아요.

성호 – 촉이 좋네.

(중략)

성호 – 좋아하든 아니든 그것도 내 마음인데?

상대 – 네 그러세요~

성호 – 어차피 생각은 안 바뀔 거잖아?

성호 –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

(중략)

성호 – 상대방이 어떤지 확실히 알아야 고백을 하든 말든 하지.

 

쓸데없는 얘기가 너무 많이 포함된 까닭에 대화문을 그대로 옮기기가 불가능한데, 최대한 덜어내고 또 덜어낸 뒤 옮기면 위와 같다. 열심히 덜어내 봐야 그래도 남는 건 ‘떠보기’밖에 없지만 말이다.

 

이처럼 고백에 긍정적인 답을 못 들을 것 같을 때 갑자기 상대에게 심술을 부린다든가, ‘확실하게 고백’을 하는 시점과 방법에 대해 상대에게 빙빙 돌려가며 묻고 있으면 방법이 없는 거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이건 절대 조심스럽거나 순수한 게 아니라 그냥 찌질하고 비겁한 것이니, 앞으로 다시는 이런 ‘숨어서 돌 던지고 반응 보는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성호씨의 어떤 매력을 상대에게 보여줬는가는 접어두고서라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었기에 상대는 성호씨를 신뢰할 수 없었으며 알아갈수록 부담만 늘어갔던 것이다. 때문에 난 성호씨가

 

“거절당한 건 확실한데, 정말 호감도 전혀 없는 걸까요?”

“한 번은 이렇게 됐어도, 시간 지나고 세 번까지 고백해 보려고 하는데요.”

“한 번 더 고백이라도 해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라며 한 질문들에,

 

“성호야. 형 봐봐. 형 쳐다 봐. 밥 먹었어? 안 먹었지? 형이랑 밥 먹으러 가자. 국밥 뜨끈하게 한 그릇 먹고, 다시 잘 살아보는 거야. 알았지? 어깨 펴고.”

 

라는 대답 정도만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성호씨는 세 번은 채워서 고백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이미 ‘떠보기’를 통해 실질적으론 열 번 이상의 고백을 한 것과 같으니, 그 결과를 부정하지 말고 상대의 선택을 존중했으면 한다.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니, 이번 경험은 수업료 지불 한 셈 치며 또 한 페이지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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