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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순위로살펴보는연애

사내연애, 인연이 시작되는 결정적 순간은?

by 무한 2017. 1. 24.

회사 내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어떻게 다가야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며, 대체 사내연애를 하고 있는 남들은 어떻게 다가가서 무슨 과정을 거쳐 사귀게 되었는지 좀 알고 싶다는 대원들이 있었다.

 

아, 그리고 자신은 여초(또는 남초)직장에 다니는데 이런 상황에선 사내연애를 못 하는 거 아니냐고 내게 묻는 대원들도 있었는데, 사내 성비까지 내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다만, 여초든 남초든 그 상황에서도 또 연애상대를 찾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어떻게든 찾아내더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옆 사무실, 또는 회사 근처 다른 사업장의 상대는 물론이고 거래처 직원이나 은행직원, 프로그램 상담사, 회사 연수원 강사, 세미나 주최 호텔 직원 등과도 인연을 이어가는 대원들을 보며 나도 깜짝깜짝 놀랐다.

 

그래서 어쨌든 오늘은,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 사내연애를 시작하게 된 커플대원들의 ‘인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이건 순위보다는 상황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거라 단순히 순위만 소개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시작되는 경우와 실수하는 경우’까지를 소개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수다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사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며 친해지고, 그러면서 상대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상대와 일상까지를 알려주게 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짝사랑에 그치고 마는 대원들이 공적인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어느 날 승부를 보겠다며 뜬금없이 빈볼을 던지고 마는 것과 달리, 커플이 된 대원들은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영역으로 매끄럽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게 참 말처럼 저렇게 간단하지 않은 게, 똑같은 시도를 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묻는다거나, 한 번에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짝 다가와 묻는다거나, 장난기를 너무 섞은 까닭에 불쾌함이 느껴지도록 묻는다거나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사내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도 상대가 대화에 충분히 집중하며 흥미를 보일 때 이번 설에 뭘 하냐고 물어야지, 답장의 텀이 길며 그것도 단답인데 거기에 대고

 

‘아 몰라. 그냥 용기 내서 한 번 딱 물어야지.’

 

하며 설에 뭐하냐고 물으면, BGM으로 <안 되나요>같은 노래가 깔리게 될 수 있다.

 

또, ‘회사 전직원 VS 우리 둘’의 구도로 둘은 언제나 서로에게 아군이라는 느낌이 형성된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축하나 위로를 하며 수다를 떨게 되고, 자연스레 사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후 약속을 잡는 게, 분명 다짜고짜 “혹시 시간 있어요?”라고 물어 약속을 잡으려는 것보다 성사될 가능성이 높으니, 혼자 용기 게이지를 충전하고 있는 대원들은 그 힘을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 옮겨 쏟았으면 한다.

 

 

2. 먼저 말 걸기, 둘이 교환하는 눈인사.

 

이건 주로 여성대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마침 사내 심남이와 단둘이 사무실에 있게 되었다거나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때, 실제로는 서로가 그냥 ‘동료1, 동료2’의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인사하거나 말을 걸 말한다. 그러면 상대는

 

‘뭐지? 우리가 친했었나? 왜 나한테 인사했지? 왜 그걸 나한테 물었지?’

 

하는 생각으로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눈인사를 하는 사이로, 또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난 매뉴얼을 통해 이 ‘인사와 미소, 말 걸기’를 백분 활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 인사한다든지, 아니면 상대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질문을 한다든지 하는 행동으로 말이다.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실패하는 대원들의 사례 중엔, 먼저 말 한 번 걸어 놓고는 이제 상대가 다 알아서 해주길 바란다거나, 아니면 빨리 더 친해지길 바라며 상대가 시선을 마주쳤네 안 마주쳤네 하는 생각만 하며 혼자 삐치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에 빈정이 상해서는 상대가 인사를 하려고 해도 일부러 못 본 척 하며 복도를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사례도 있는데, 그런다고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으며 이쪽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3.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그리고 보답.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있는 건데, 뜬금없이 음료나 커피 등을 건네거나, 간식을 나눠주거나,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며 선물을 사다주어 인연이 싹트게 되는 사례가 꽤 있었다.

 

음료나 커피, 간식 같은 건, 전혀 그런 걸 주거나 나눠줄 사이가 아닌데도 주어서 의문을 품게 만든 걸 말한다. 마침 심남이와 사무실에 둘이 남게 되었을 때, 그에게 다가가 먹을 걸 주는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 공통적으로 ‘왜 이걸 내게?’라는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이후엔 뭔가를 전해줄 기회를 만들어 보답을 하거나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눈인사를 시작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와서 선물 주는 건, 평소 그냥 그럭저럭 대화를 하며 지내다, 출장이나 여행 후 ‘생각했던 것보다 비싼 선물을 준 경우’ 또는 ‘다른 직원들에게 준 것과 다른, 특별한 것을 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비싸봐야 만 원 이만 원 정도인 과자 정도나 사다줄 줄 알았는데, 면세점에서 포장까지 되어 있는 걸 사다주는 거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럼 어떻게, 왜 이걸 사서 내게 주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는가 하는 등의 생각을 하다 교류가 활발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와인을 잘 알면 와인을, 커피를 잘 알면 커피를, 취미로 뭔가를 하면 그것을 통해 만든 걸 선물해주며 가까워지는 사례도 많다. 더욱 세밀하게 들어가자면 만화책 얘기를 하다 만화책을 빌려주기로 하며 친해진다든가, 노트북 포맷을 해주며 가까워진다든가, 사은품으로 받은 영화표를 줬다가 같이 가게 된다든가, 같은 게임을 하며 챙겨주다 친해진다든가, 심지어 근처 카페의 쿠폰을 ‘밀어주기’ 했다가 친해진다든가 하는 사례도 있다.

 

이 부분은 ‘실패사례’를 말하기가 좀 곤란한 게,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호의와 친절을 베풀려고 해도 그게 그저 ‘부담’으로만 받아들여지고 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저

 

- 상대가 흥미를 보이지도 않는데 자꾸 권하거나 베풀려 하지 말 것.

- 주는 사람이 줄 때 기쁜 거 말고, 받는 사람이 받으면 정말 좋아할지도 생각해 볼 것.

- 줘놓곤 생색을 두 배로 내거나, 계속해서 ‘보답’ 얘기를 꺼내지 말 것.

 

정도만 적어두도록 하겠다.

 

 

4. 자리가 사람을, 아니 사랑을 만드는 경우.

 

자리가 가까우니 아무래도 계속 마주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물리적 거리의 가까움이 마음의 거리까지를 가깝게 만든 경우도 많다. 몸들 돌리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자리에 앉았다거나, 상대가 뭘 하는지를 소리로 전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거나, 고개를 들면 상대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거나 할 경우 호기심이 호감으로 발전하거나, 또는 자연히 한두 마디 나누다 말이 길어지는 거라 할 수 있겠다.

 

회사 내에서의 자리는 멀더라도, 카풀을 하는 사이라거나 출퇴근방향이 같기에 가까워지는 사례도 있다. 카풀로 가까워진 후 서로의 자리를 지나치게 될 때마다 장난을 치거나 눈빛교환을 한다든지, 아니면 같이 퇴근을 하며 한두 마디 나누다가 맥주라도 한 잔 마시게 되어 더욱 가까워지는 거라 보면 되겠다.

 

단, 카풀의 경우 정말 단순히 ‘태워주는 것이 고마워서’ 상대가 뭔가를 주거나, 의식적인 호의와 리액션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딱 그 순간에만 사적인 이야기들을 할 뿐 그 이외의 순간엔 서로 연락도 하지 않으며 상대가 말을 먼저 걸어오는 일도 없다면, 그건 정말 순수한 ‘보답’의 차원에 더 가깝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출퇴근 방향이 같기에 회식 후 ‘누구를 데려다 주는 건 누구’라고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보다 친해지기 수월하며 저절로 서로가 서로에게 ‘회사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 역시나 이것도 상대가 극구 사양하며 택시타고 간다고 하거나 혼자 가겠다고 할 경우 그건 분명 그린라이트와는 좀 먼 상황이니, 그땐 억지를 부리지 말길 권한다.

 

회식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회식 때에는 가능한 한 상대와 가깝게 앉는 것이 좋다. 눈치를 보다 보면 우물쭈물하며 상대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건배하는 걸 구경만 하게 될 수 있으니,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더라도 상대 근처로 가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원래 집에 같이 가는 이성직원’이 있는 까닭에 쓴웃음을 삼키며 그 둘을 보냈다는 사연도 있었는데, 그럴 땐 상대에게 어묵탕 국물 생각나지 않냐고 이야기를 해 붙잡는 방법도 있다. 꽃게까지 들어간 그 어묵탕이 얼마나 맛있는지 며칠 전 친구랑 둘이 먹다가 친구 장례를 치를 뻔 했다고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 드립은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며 적절히 치면 된다. 가까이 앉았을 때 미리 ‘다음 자리 약속’의 밑밥을 뿌려 두는 것도 괜찮다. 어묵탕 얼~마나 맛있게요.

 

 

5. 업무와 관련해 빛나는 모습, 괜찮은 인간성.

 

처음엔 사실 별 매력도 못 느끼고 호감도 없었는데, 보다 보니 괜찮은 모습이 보여 자꾸 관심이 생기거나, 남들이 다 칭찬을 하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마음이 간다거나, 또는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우연한 계기에 의외의 매력을 보게 되어 연이 닿는 사례들도 있다.

 

남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상대의 ‘여성스러운 매력’을 보게 되는 순간이기에 별로 복잡할 게 없는데, 여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 그녀의 취향과 성격, 이상형, 남자에 대한 판타지, 날씨, 온도, 습도, 바람의 방향, 그 순간의 느낌, 오늘 눈썹이 잘 그려졌나 안 그려졌나, 어제 일찍 잤나 늦게 잤나, 지금 심심한가 심심하지 않은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꽤 복잡하다.

 

상대의 단정한 옷차림이나 손톱 정리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거나, 갑자기 상대의 손이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대원도 있고, 말을 걸었는데 당황하는 듯 하며 눈이 동그래진 것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대원도 있으며, 업무와 관련해 상대에게 짜증과 화를 냈는데 무한긍정의 태도로 다 받아준 것에 호감을 느꼈다는 대원도 있다.

 

전혀 끼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워크샵 갔을 때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관심을 가졌다는 대원도 있고, 회사에서 무뚝뚝한 걸로 유명한 사람인데 업무를 같이 하게 되었을 때 배려하고 챙겨주는 모습에 호감을 가졌다는 대원도 있다. 그 외에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니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하다가 자꾸 관심을 가졌다는 대원도 있고, 다른 여직원이 호감이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이 다르게 보여 자신도 호감을 갖게 된 대원도 있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 ‘멋있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하게 하고 다니며,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는 사람.

 

이 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다 하나의 팁을 덧붙이자면, 상대보다 좀 더 잘 하거나 잘 아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이건 이런 거고, 그건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지.”라고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난 이렇게 하니까 잘 되더라고. 나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나도 같은 고민을 한 적 있으며 그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경계를 허물고 인간미를 좀 더 보여주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직장인일 때를 떠올려 보면, 난 상대의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것으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새로운 게 눈에 띄면 그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든가, 상대가 뭔가를 할 경우 그거 어떻게 한 거냐고 거리낌 없이 물었다. 상대가 연상이라면 사촌누나에게 묻듯 물었고, 상대가 연하면 사촌동생에게 묻듯 물었다. 내가 먼저 그렇게 생각하며 편하게 다가가면, 대부분 상대도 그렇게 편하게 다가와 줬던 것 같다.

 

물론 연애를 목적으로 그랬던 건 아니지만, 예컨대 상대가 연필을 사용하면 그것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고, 그러면서 연필 예쁘게 깎을 수 있냐고 묻거나 연필깎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나아가 흔들어서 쓰는 샤프를 외국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한다며 문구류 이야기를 하다가, 학창시절 아끼던 펜은 뭐였냐고 묻고, 그러다 한 번 떨어뜨리면 촉이 못쓰게 되어 눈물을 쏟았던 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그렇게 가까워진다. 그렇게 친해지고 나면 연필이나 펜이 아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법이고 말이다.

 

뭐, 상대와 친해지는 방법은 케바케인 까닭에 내 방법을 권하거나 어떤 방식으로 친해지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혼자 너무 생각만 많이 하다 경직되고 만다거나 마음으로만 상상연애를 하고 마는 타입이라면, 힘을 좀 뺀 채 자연스레 ‘수다’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이것 외에 사내연애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메일을 주시기 바라며, 난 사내연애를 희망하고 있는 분들이 조만간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길 기다리고 있도록 하겠다. 자 그럼, 세 밤만 더 자면 설 연휴니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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