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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두 달 사귀었던 연하남친에게 연락이 왔어요. 왜 연락했을까요?

by 무한 2017. 2. 13.

구남친이 다시 연락하는 것에는

 

- 외롭고 심심한 와중에, 과거 뜨겁게 불타올랐던 시간이 그리워져서.

- ‘구여친들’이란 카테고리를 정리하던 중 업데이트를 하려고.

- 추억이 깃든 뭔가를 보고는 갑자기 떠올라서.

- 새로운 연애를 마친 후, 구관이 명관이란 생각이 나서.

- 뭔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과거 연애에 대한 그리움에.

 

등의 이유가 있긴 한데, 이걸 좀 덜떨어진 지인에게 상의할 경우

 

“남자가 다시 연락하는 건 뻔하지 뭐. 스킨십 때문이 아니면 연락할 일 있겠어?”

 

라는 대답을 듣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지인의 말이 사실이냐며 내게 물어오는 여성대원들도 많은데, 난 만약 상대가 술 취해 전화를 걸어 지금 나올 수 있냐고 묻는 게 아니라면, 너무 그쪽으로만 의심하며 차갑게 대하진 말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가 ‘만난 약속’을 잡아 한 번 보자고 할 경우 불순한 의도만으로 연락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으며, 행여 상대에게 그런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이쪽이 전혀 손 쓸 수 없는 게 아니니 ‘그런 목적이라면 굿바이’ 하며 그 순간 냉정하게 뒷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또, 행여 상대가 ‘다시 시작해볼 마음’을 가지고 다가왔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니, 너무 그렇게 ‘연락한 이유’를 알아내는 것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J양 역시 현재

 

- ‘연락한 이유’가 순수할 경우, 나도 마음을 열고 잘해볼 생각 있음.

 

정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데, 난 J양의 구남친이 순수한 마음으로 연락을 한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J양과의 ‘두 번째 연애’ 역시 전과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 예상한다. 내가 왜 그렇게 예상하는지, 아래에서 이야기 나눠보자.

 

 

1. 꺼내지 않는 진심과 관찰자적 태도.

 

J양은 상대와 사귈 때,

 

- 쟤는 아직 공부 중이라 취직도 못했는데, 자리를 잡으려면 몇 년 더 걸린다.

- 그때까지 내가 기다리며 뒷바라지하기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 쟤와 달리, 난 우리 부모님께 연하남과 연애 중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난리 난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는데다 연하남인데도 J양을 자상하게 돌봐주는 느낌이 드니 연애를 이어갔고, 그렇게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훗날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를 두려워하게 됐다.

 

미뤄둔 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다가도,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J양은 자신이 가진 그 고민들을,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털어 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거나 자신에게 그런 고민이 있다는 걸 내비치기 보다는

 

-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남친에게 비밀로 한 채 속으로만 생각하기.

- 겉으로는 데이트 잘 하며 문제없이 사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

 

라는 두 모습으로 나누어 대처해버린다. 그러다 저 아래에서 이야기 할 ‘솔직함이란 간판을 단 이기심’의 모습으로 전하긴 하는데, 여하튼 이렇게 ‘전혀 안 그런 척’을 하며 진심을 숨기다 나중에 불편한 방식으로 털어 놓는 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내가 J양의 남친이라고 가정했을 때, 문제없지 잘 만나고 있다가 나중에 ‘근데 우리 집에서 너 만난다고 하면 반대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할 경우 J양이 느낄만한 그런 충격 정도로 말이다.

 

또, 연애 중이면서 남친에게 묻지도 않은 채 마음대로 혼자 관찰하고 예상만 해버리는 태도 역시 문제가 된다. J양이 남친에 대해 하고 있는 예상은

 

- 이전 연애에서 구여친이 변심해 차인 경험이 있는 것 같음.

- 아마 내가 그 여친과 닮은 구석이 있어서 나랑 사귀는 게 아닐까 싶음.

- 지금 날 좋아하는 것보다 그 여친을 더 좋아했던 것 같음.

 

정도가 있는데, 물론 저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생각 같은 건 아니지만, 난 저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상대를 온전히 좋아하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다른 부분에서도 상대를 ‘타인’으로 둔 채 관찰하기만 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기 힘들 것 같고 말이다.

 

이렇듯 이쪽은 이것도 비공개 저것도 비공개면서, 오로지 상대에게만 ‘전부 공개’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며 하는 연애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혹시라도 마음 다 줬다가 나중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너무 아프고 힘들 것 같아서 그렇게 보호필름을 붙인다는 걸 나 역시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버리면 상대도 바보가 아닌 까닭에 그걸 어떠한 형태로든 느끼게 될뿐더러, 얕게 뿌리내린 애정은 작은 바람에도 뽑혀나갈 수 있다. 걱정과 염려 때문에 발목까지만 담근 연애를 하다 돌아 나오는 걸 그만 하려면, J양도 풍덩 빠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2. 결혼조급증, 그리고 이기심.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엔 종종, 결혼에 대한 강박을 가진 대원들이

 

“세 달 만났는데 결혼 얘기가 없네요. 헤어져야 하는 걸까요?”

 

라고 묻는 사연이 있다. 어떤 대원은, 만약 지난주에 소개팅을 하고 이번 주에 명절이 찾아왔다면, 명절에 상대가 인사를 오겠다거나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하지 않았다며 헤어져야 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게, 서로에 대해 좀 뭘 알고 나서 결혼 얘기도 나오고 그래야 하는 건데, 결혼조급증에 걸린 나머지 1순위가 결혼이고 2순위가 상대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좋아서 결혼까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얼른 결혼하고 싶은데 마침 지금 상대와 만났으니 빨리 결혼부터 진행하려 드는 거라 할 수 있겠다.

 

J양 역시 상대와 만날 때,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엄청난 조급증에 시달렸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J양이 넘기기 싫어하던 그 나이를 벌써 2년이나 넘기고 말았지만, 여하튼 당시엔 집안의 압박과 유행처럼 번지는 지인들의 결혼, 그리고 J양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애도 좀 빨리 낳아야 한다는 생각 등이 영향을 끼쳐 ‘결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아직 사회에 자리도 안 잡은 연하남친은 결혼상대로 부적합하다고 여겨졌고, 사람은 좋지만 당장 결혼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J양은 고민했다. 빠른 결혼을 권하고 계시는 J양 부모님들께서는 선 자리도 주선하셨는데, 그런 부모님들께 연하남친을 만나는 중이라고 말씀드렸다간 부정적 반응과 함께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고 생각해 연애중이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 위에서 말했듯 이런 상황을, J양은 남친에겐 비밀로 했다. 그러다 선 약속이 잡혔을 때, 솔직히 자신의 상황을 털어 놓기로 결정한 채 남친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 우리 집에선 내가 너와 만나는 걸 모른다.

- 부모님께선 결혼을 독촉하시는데, 너랑 만난다고 하면 부정적일 게 뻔하다.

- 때문에 부모님들께서는 내 연애사실을 모르시니 선 자리를 주선하셨다.

- 선 보러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걱정하진 마라. 밥만 먹고 올 거다.

 

당연히 남친은 반대했는데, J양은 ‘안 본다고 하면 또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그냥 밥만 먹고 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할 거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J양이 친구와 여행을 떠났던 날, 남친은 J양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며 이별통보를 했다.

 

J양의 태도를 보면, J양이 손해를 보거나 양보하거나 희생하거나 책임을 함께 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래야 할 부분에서 J양은 ‘솔직함을 가장한 이기심’을 드러내거나, 결론만을 통보한 채 상대에게 이해를 부탁할 뿐이다. 선 안 본다고 하면 부모님의 잔소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뻔하니 선은 좀 보고 오겠다고 말한다든지, 친구와는 선약이 된 것이니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다든지 하는 부분을 보자. 그런 부분은 J양이 부모님의 잔소리를 감수하거나, 남친이 아닌 친구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있는 부분 아닌가.

 

J양에 대한 상대의 믿음, 그리고 비전은 저런 부분들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기억하자. 나를 위해 손해를 보거나 양보하거나 희생하거나 책임을 함께 질 수 없는 상대를 평생의 반려자로 두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앞으로는 그런 걸 그저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털어 놓은 뒤 이해나 양보만 구하지 말고, J양이 해야 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은 J양이 먼저 좀 하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

 

 

3.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들.

 

상대에게 연락이 다시 온 지금도, J양은 위의 모습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는 J양과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고자 ‘언제 시간이 되는지’를 물었는데, J양은

 

- (상대방이 제시한)그 날은 선약이 있다.

- 그 주에는 늦게 끝날 것 같다.

 

라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상대가 마음이 식은 듯 더는 묻지 않자 J양은

 

- 다음 주 중에 하루 정도 일찍 퇴근해보든가 하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그땐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난 J양이, 상대와 만날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닌데 저렇게 대했다는 것이 좀 놀랍다. J양은 내게

 

“저건 핑계가 아니라 진짜 그랬던 거였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혹시 거절하려 핑계를 대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를 만나는 게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중요하다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좀 미룰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상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어떻게든 J양이 시간을 좀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아직까지도 J양은, 본인의 삶을 먼저 전부 챙기고 난 후에야 상대와의 관계를 챙기려 한다는 걸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가 바로 그건데,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거기다 더해 자꾸 상대에게 뭔가 의무와 책임이 있는 듯

 

“헤어진 후 소개팅을 몇 번 했어요. 결혼하기엔 구남친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남자들이었는데, 뭐 별 느낌이 없어서 한두 번 만나고 끝내기는 했지만….”

 

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충격과 공포의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구남친 역시 J양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여자들을 만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또, J양은 신청서에

 

“남자들도 나이 들면 굉장히 계산적이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도 적었는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객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남자들’과도 잘 안 된 것 아닌가. 안 된 건 안 된 걸로 받아들여야지, 그걸 두고 ‘잘 될 수도 있었음’으로 카운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 남자들이 계산적이어서 결국 인연을 끊게 되었다는 것은 쏙 빼놓고, 다른 부분으로만 구남친과 비교해선 안 된다.

 

이건 구남친과 사귈 때 J양이

 

- 남친이 자리를 잡고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내가 기다려주는 것.

 

이란 생각으로 채권자의 태도를 보였던 것과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니, 자꾸 그렇게 자신만을 모든 가치평가의 기준에 둔 채 ‘나와 상대의 다른 점’을 상대의 마이너스 점수로만 매기진 말았으면 한다.

 

 

한 주의 시작을 여는 월요매뉴얼이라 좀 가볍고 유쾌한 사연을 다루고 싶었는데, 상대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모난 모습으로 상대를 밀어내고 있는 J양의 모습이 눈에 밟혀 이렇게 J양의 사연을 다루게 되었다. 위에서는 J양의 모난 부분들만을 모아 다룬 까닭에 혹 J양이 나쁜 사람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오히려 J양은 겁 많고 여리며 혼자 모든 상황을 다 처리하려 하다가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만 거라 적어두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연애를 하면서도 계속 ‘내 배’에 탄 채 옆에 있는 ‘상대의 배’와 나란히 가려했을 뿐이라면, 이젠 ‘한 배’에 올라 타보길 권하고 싶다. 그러면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우리의 기쁨으로 여길 수 있고,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우리의 슬픔으로 여길 수 있으며, 고민이 있을 때에도 우리의 고민으로 여기며 함께 궁리를 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이제까지처럼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배를 묶은 끈을 끊겠다며 따로 J양의 배에 탄 채 항해하는 걸 고집하지 말고, 이젠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한 배에 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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