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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결혼준비에 느긋하기만 한 남친, 점점 분노하게 되는 여친.

by 무한 2017. 2. 15.

결혼식을 앞두고

 

“이 결혼, 해도 되는 걸까요?”

“이런 사람과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파혼을 생각중입니다. 무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등의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이 늘고 있다. 좋을 땐 둘이서만 소고기 사먹으러 가놓곤, 어려운 문제가 생기자 내게와 문제 푸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 게 참 야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둘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준비했다. 결혼준비에 느긋하기만 한 남친 때문에 원형탈모가 찾아올 것 같다는 여성대원들의 사연. 공통된 문제와 답을 함께 살펴보자.

 

 

1. ‘~ 때문에’라는 결혼이유, 나눈 적 없는 서로의 생각.

 

‘결혼이 급한 여성대원’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 서른을 넘기기 전에 결혼하고 싶어서.

- 가까운 친구들이 전부 결혼했기에, 나도 하고 싶어서.

- 부모님 은퇴 전에 결혼하고 싶어서.

- 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수 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서.

 

등의 ‘당장 결혼해야하는 이유’들이 등장한다. 뭐, 저런 이유들로 인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생기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저 1~2년 사귀다가, 상대와 결혼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한 적 없는 와중에 ‘결혼식’만을 추진하려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로의 가정환경에 대해 결혼 이야기를 하며 그제야 알게 되거나, 상견례를 준비하는 시점까지도 서로가 어느 정도 모아두었고 얼마를 버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사례가 있다. 만나서 먹고 마시고 놀러는 좀 다녔지만, 서로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유하지 않았기에 –비유하자면- 남자는 결혼을 이민으로 여자는 여행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사례도 있고 말이다.

 

당장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제라고 해서 ‘상견례’나 ‘결혼식’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두 사람이 현재 형편이 어느 정도 되며, 1년, 3년, 5년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지를 먼저 이야기나누길 권한다. 결혼식은 그렇게 살기로 한 과정 중에 놓여있는, 하나의 지점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저 올해든 내년에든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 상대가 동의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둘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굵직한 얘기들을 먼저 나누자.

 

 

2. 기대와 다른 현실에 대한 실망. 은연중에 하게 되는 무시.

 

나도 이 매뉴얼을 읽는 독자 분들이, 남들의 부러움을 받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축복은 받으며, 또 풍족하지는 않아도 모자라지는 않게 식도 올리고 결혼생활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참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닌데다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닌 까닭에, 이 지점에서 여러 갈등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연애하며 지낼 때에는 이렇게 사귀다 식도 올리고 함께 사는 거라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결혼’이 등장하면 많은 것들이 피부로 느껴지게 되며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당연히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놓았을 거라 예상했던 상대가 아무 준비도 해두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게 되거나, 상대가 부모님의 아바타였다는 걸 알게 되거나, 도움을 주시겠거니 하며 기대하고 있었던 이쪽의 부모님이나 상대 부모님께서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신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앞서, 또는 상대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 네가 이럴 줄 몰랐다.

- 너희 가족들은 좀 이상한 것 같다.

- 넌 가장으로서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 이런 널 어떻게 믿고 같이 살 수 있겠냐.

 

등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그래버리면 ‘우리가 함께해야하는(결혼해야하는) 이유’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저건 요약하자면 ‘너에게 실망했으며 짜증난다’는 이야긴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는 ‘더 분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기억해 뒀으면 한다.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냥 아주 평범하게, 보통이라도’라는 것 역시 ‘기대’에 속할 수 있다. 그래 보이는 남들도 까보면 가족 중 이상한 사람 꼭 하나 있기 마련이며, 집만 겨우 장만했지 허약한 경제력에 시달리거나, 남에게 말 못하는 여러 사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 있다. 또, ‘수도권 아파트 전세에 알뜰한 인테리어 정도, 신혼여행은 남들 다 가는 곳, 예식장은 흠 잡히진 않을 곳에서’ 라는 것 역시, 요즘의 상황에선 녹록치 않은 일일 수 있다. 그러니 자꾸 비교를 해가며 이쪽의 초라한 점만 찾지 말고, 둘만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거라 생각했으면 한다.

 

특히 ‘결혼식과 신혼집 구입’에 대한 걱정의 8할은 대개 ‘돈’으로 귀결되기 마련인데, 백업이 든든하기만 했어도 고민은 없었을 거라 단순하게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연을 읽다 보면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럽고 치사한 경우들이 많으며, 고학벌 고소득자인 상대는 알고 보니 부모님의 지시에 따라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는 걸 발견하게 되거나, 들어와서 얼마쯤 함께 살지 않으면 너희 몫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사례도 있다.

 

남녀가 바뀐 사례긴 하지만 여자 쪽 부모님이 예비사위의 직업을 ‘돈도 안 되는 일’이라 말하며 ‘내가 시키는 거나 배워라’라는 이야기를 해 청첩장 잉크도 안 마른 상황에서 끝장나고 만 사례도 있으니, 남들은 그냥 고민 없고 행복하기만 할 거라 너무 단순하게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3. 남자 특유의 문제들.

 

보통, 남자들은 여자들이 ‘결혼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에 절반도 안 되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끼리

 

“너 결혼식 어디서 해?”

 

라며 묻고 답하는 건 진짜 결혼식 날 ‘찾아가기 위함’인 거지, 그것을 두고 비교하거나 거기서 식을 올리면 얼마 정도 든다는 식의 계산은 잘 하지 않는다. 특히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엔, 가장 먼저 가성비를 따져가며 식장을 고르려 하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따져 고르려 하진 않는다.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대개 식장은 예비신부가

 

“난 식을, 어디어디 정도에서는 하고 싶다.”

 

라는 걸 밝히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보는 정도다.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역시, 보통은 예비신부가 결정하면 예비신랑은 따라가서 ‘꼽사리’의 느낌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다닌다고 해도 ‘따라 다닌다’는 느낌이지, 막 능동적으로 나서서 리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인테리어가 있지 않은 이상 인테리어, 가구,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가만히 보면 이들은

 

- 예비신부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

 

으로 자신들의 임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자들에겐 저 모습이, 대개

 

- 협조 안 함.

- 마음이 없어 보임.

- 수동적이며 결혼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지 않음.

 

으로 비춰지고 만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기곤 하며, 그러다 저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지금도 이런 너를, 어떻게 믿고 앞으로 함께 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난 고민해봐야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러면 또 남자 쪽에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준다고 해도 난리’라고 생각하며 억울해하는 일이 벌어진다.

 

여기에 더해 여자 쪽이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자꾸 ‘답정너’의 태도로 확인하려 들고, 확인 받은 것에 대해서도 ‘영혼 없이 대답하지 말고 진짜 대답해라’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 기분이 상해 모든 것에서 손 놓은 채 ‘이제 나도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라는 식으로 나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거나 양보하는 방식이 달라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며, ‘잘 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나누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결혼이나 결혼식에 대해 고민이 생길 경우

 

- 결혼이나 결혼식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쪽인가? 즐겁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즐거워질 수 있는가?

 

라는 걸 천천히 생각해 보길 권한다. 단순히 상대가 어떻게 해주길 기대하거나, 상대를 움직여 뭔가를 하려 하거나, 그냥 무언가에 대한 불평만을 늘어놓는 건, 그저 서로의 감정만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즐겁게 결혼을 준비하고 싶다며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고, 진짜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언지를 상대에게 털어 놓은 뒤 같이 답을 구해도 좋다. 일부러 자극하려 들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시작부터 마음의 벽을 쌓아버리는 일만은 피하도록 하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결혼과 결혼식에 대한 많은 사연이 있었는데, 그 중 대부분은 위의 매뉴얼만 읽어봐도 ‘결정적인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 그리고 해결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위에 등장한 갈등들은 결혼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커플들이 겪곤 하는 문제니, 앞서 말했듯 남들은 다 문제없고 행복하기만 한 결혼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고민 중인 대원들이 자신들만의 긍정적인 답을 구했으면 한다. 자 그럼, 불금이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들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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