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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여린마음해외여행

파리여행 튈르리 정원, 오랑주리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by 무한 2017. 4. 26.

작년 12월에 다녀온 파리 여행 후기를 이제야 이어서 올리고 있다니, 나도 참 나다. 마음 같아선 빨리빨리 생생한 후기를 올리고 싶었지만, 둘이 찍은 사진을 합해보면 대략 5천 장 정도 되니, 그걸 보고 고르고 편집하는 것도 일이라 사진 폴더를 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려와 어쩔 수 없었다.

 

 

하긴 돌아보면, 이미 국토종주 다 마치고 와 메달과 인증서까지 받은 자전거 국토종주 후기는 2014년에 올리다 만 채로 아직 남아 있으니, 이쯤 되면 사진과 후기 묵히기 장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렇게 우물쭈물 대다보면 어느새 묘비명 적게 되는 날이 오게 되는 거라고 하니, 차분히 하나하나 마무리 짓는 느낌으로 여행 후기를 작성해 보기로 한다.

 

 

 

튈르리 정원은 뭐, 별 거 없었다.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12월에 정원을 갔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휑했고, 마침 파리에는 몇 년 만인가 십 몇 년 만인가 최악의 미세먼지가 도심을 뒤덮었다고 해서, 하늘도 잿빛인데다 전 날 마신 와인이 덜 깨 어디 가서 매운 국물을 좀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쨌든 저곳은 오벨리스크와 대관람차를 등진 튈르리 정원 입구다.

 

 

 

 

입구에 좌청룡, 우백호의 느낌으로 세워져 있는 석상. 생각보다 고퀄이다. 내가 왜 고퀄이라고 했는지 눈치를 채셨다면, 바로 그대도 나와 같은 곳을 바라봤기 때문일 것임이 틀림없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몰라서 댓글로 물어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알려주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살짝 걸어 들어가면 보이는 연못. 좀 저렴하게 비유하자면, 인당 5,000원 손맛터의 느낌이다. 손맛터란 물고기를 낚기만 할 뿐, 가져오지 않는 조건으로 싸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낚시터다. 한국이었으면 십중팔구 저기에 비단잉어를 풀었을 텐데, 파리 사람들은 오리가 노는 걸 의자에 앉아 보고 있었다.

 

 

 

우중충하지만 증명사진 찍듯 파노라마로 한 장 남겼다. 저기 보이는 우측 오르막으로 올라가면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갈 수 있는데, 그걸 몰랐던 우린 공원 밖으로 나와 바깥으로 빙 돌아갔다. 아, 정원엔 화장실이 있는데 역시 유료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1유로 내외였던 것 같다.

 

 

 

아, 이 얘기를 빼먹었다. 파리에 왔으니 매 끼니마다 와인을 마시기로 했던 우리는, 저렇게 마트에서 산 와인을 생수통에 담아 들고 다니며 마시기도 했다.

 

우측 와인병에 보면 상단에 무슨무슨 상 받았다는 마크가 있는데, 저런 마크가 찍혀 있는 와인을 고르면 실패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와알못(와인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난 달달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만을 선호했는데, 상을 받았다고 하는 후광효과 때문인지 살짝 텁텁한 저 와인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었다. 저거 말고 달달한 화이트와인은 진짜 마시자마자 당충전이 느껴질 정도로 달콤해 감탄하며 마셨다. 레드와인은 ‘CHATEAU DE REIGNAC’인 것 같고, 화이트와인은 ‘PAVILLON DE LA CATIE’였던 것 같다. 둘 다 모노프리에서 구입했다. 화이트 와인은 정말 두 번 추천하고 싶다.

 

 

 

튈르리 정원 바로 옆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도착.

 

 

 

파리는 어딜 가든 북적북적한 곳이라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오랑주리에는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안에 들어가면 관람하는 동안 담배를 못 피우니, 밖에서 연달아 두 대를 피우며 니코틴 파워를 충전했다.

 

 

 

 

위의 사진은 내가, 아래 사진은 공쥬님(여자친구)이 찍었다. 난 저 사진을 찍으며 뒤의 프랑스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기를 기다렸는데, 공쥬님도 똑같은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찍은 사진보다 오히려 공쥬님이 찍은 사진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이젠 더 가르칠 게 없으니 하산해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오랑주리 미술관 입장. 뮤지엄 패스를 보여준 뒤 들어갈 수 있었고, 옷과 가방 등을 맡기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나 좀 저렴하게 비유를 하자면, 채광에 신경 쓴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나는 일산에 있는 마두도서관 개관하던 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제일 먼저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이런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난 이상한 걸까.

 

 

 

모네의 수련 연작. 저 그림을 실제로 딱 본 순간, 미래의 내 집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닥이 잡혔다. 답은 유화와 연작이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응?)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

 

 

 

실제로는 이런 분위기에서 감상하게 된다. 저 위에 있는 사진들은 한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잠깐 모두 빠지는 순간을 노려 찍은 사진들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

 

 

 

그림을 보며 작가에 대한 이야기만 좀 하곤 쭈욱 둘러보는 중이었는데, 이 그림 앞에 우리 둘 다 멈춰 섰다. 이전까지 보며 지나왔던 모든 그림과 비교했을 때 분명 레벨 하나가 더 위인 느낌. 알고 있던 그림이었지만, 전시장에 있는 내로라하는 그림들과 비교해도 한 발짝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르누아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난 솔직히 르누아르가 그린 인물화들이 좀 무섭게 느껴진다. 뽀샤시 효과를 너무 많이 줘서 뭉개버린 듯한 사람을 보고 있는 느낌도 들고, 결정적으로 눈빛과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꼭 피아노를 치고 있는 저 소녀가 훗날 ‘엑소시스트’와 관련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르누아르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일 수도 있겠다.

 

 

 

광대 복장을 한 아들을 그렸다는 이 그림에 대해서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고 하면 자꾸 내가 헛소리를 하는 것 같으니, 그알못(그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감상평은 이쯤 적기로 하자.

 

 

 

의자 천과 카펫을 보며 청소와 집먼지 진드기를 걱정하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먹긴 먹은 것 같다.

 

 

 

 

명화로 장식해 놓은 미니어처. 집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톱만한 작품들이다.

 

 

 

오랑주리 다 보고 오르세로!

 

제주여행을 하며 ‘숙소는 꼭 미리 예약해둬야 한다’는 걸 배웠고, 일본여행을 하며 ‘숙소는 좀 비싸더라도 주요 관광지에서 가까울수록 좋다’는 걸 배웠으며, 파리 여행을 하며 ‘어디서 뭐 먹을지는 알아놓고 와야한다’는 걸 배웠다.

 

파리여행 중 가장 후회되는 점이라면, 식당을 제대로 알아놓지 않고 간 까닭에 ‘일단 볼 거 다 보고 찾아서 가보자’고 했다가 결국은 바게트 샌드위치 정도로 끼니를 때웠다는 점이다. 물론 저녁 한 끼 정도는 찾아가서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노점에서 파는 빵이나 커피를 사먹었다. 거리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바게트를 씹고 있는 파리지앵의 흉내를 내보기 위해 그랬던 것이기도 한데, 추워서 체할 뻔 한 데다 내가 따라하고 있던 파리지앵이 노숙자라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노숙자인데, 반지 목걸이 시계 등의 장신구 다 하고 말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역시나 증명사진 식 파노라마도 한 컷. 좌측 바게트 샌드위치 파는 곳에서 샌드위치를 사 (아침에 물통에 담아온)와인과 함께 먹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먹기 시작하니 배고팠던 다른 관광객들도 우리 옆으로 와선 바게트를 먹기 시작했다. 바게트가 너무 질겨서, 이걸 자주 먹는 파리 사람들은 저작근의 발달로 인해 필연적으로 사각턱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게트를 다 먹고 담배를 피우는데, 러시아 여자 셋이 옆에 와서는 담배를 피웠다. 손으로 만 듯한 담배로 필터가 없었는데, 그 향이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향이라 한 개비 바꿔서 피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말을 걸 수 없었고, 정말 맛있을 것처럼 생각되는 그 담배가 뭔지도 물어보지 못했다. 거의 반 년 지난 지금도 ‘그건 무슨 담배였을까?’하는 생각이 남아있는 걸 보니, 정말 궁금했던 것 같다.

 

 

 

오르세 입장! 뮤지엄 패스가 있기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테러문제로 예민했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가방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금속탐지기로 몸을 훑기도 하며 철저하게 검색했다.

 

 

 

출입구 쪽, 시계가 걸린 정면을 바라보며 한 컷. 아침에 나와서는 튈르리 정원과 오랑주리만 봤을 뿐인데, 벌써 시간이 3시 25분인 걸 알 수 있다.

 

 

 

골리앗의 머리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윗인 것 같다. 다비드상이 제작되던 초기엔 저렇게 호리호리한 소년의 몸이었는데,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상부터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우락부락해졌다. 어쨌든 유대인인 다윗은 출생 후 할례를 했을 텐데 저 조각상의 다윗은…. 디테일한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자.

 

 

 

 

오르세 2층인가 3층인가에서 내려다 본 모습.

 

 

 

 

우리가 오르세를 찾은 이유의 8할은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였다. ‘초록 양산을 쓴 여인’하면 맨 위의 그림만을 떠올렸는데, 저거 말고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 세 개 정도는 더 있는 것 같다. 저 그림을 나도 좋아하고 공쥬님도 좋아하고 해서 난 폰 케이스도 저 그림이 담긴 걸로 하고 싶었는데, 사용하는 폰의 카메라가 상단 가운데에 있고 그 밑에는 후면버튼이 있어서, 저 그림으로 할 경우 정확하게 여인의 얼굴 부분에 구멍이 생긴다. 안타깝다. 나중에 폰 바꾸면 저 그림이 담긴 케이스로 바꿔야지.

 

 

 

인상 깊었는지 공쥬님이 찍은 사진.

 

 

 

 

가보고 싶었던 에트르타의 코끼리바위. 이번 여행에 넣을 경우 일정이 너무 빡빡해지는 관계로 넣지 못했다. 그림으로라도 보며 만족. 그나저나 저 ‘에트르타’라는 지명이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우리는 ‘에르트라’, ‘에트르라’, ‘에르테르’, ‘에트레르’ 등으로 자꾸 바꿔서 말한다. ‘프랑스 거기 코끼리바위’하면 한 번에 알아듣긴 하지만.

 

 

 

오르세에 대해 별로 조사를 하지 않고 갔기에, 난 저 식당 끄트머리에 있는 시계가 남들이 다 사진을 찍는 그 시계인 줄 알았다. 그래서

 

‘돈에 눈이 멀어서 여기다 식당을 차려버렸네. 저기 앉아서 돈 내고 먹을 사람만 사진 찍으라는 겁니꽈아아아~ 저기다 식당 차릴 생각을 한 사람, 누굽니꽈아아아아~’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오해였고, 좀 더 가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진 찍을 수 있게 마련해둔 곳. 앞에 가서 시계 걸고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저기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까닭에 그럴 수 없었다. 시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와 우측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을 커플인데, 여자는 ‘바비인형 + 집시코스튬’의 느낌이었고, 남자는 화보 찍다가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고 여러 포즈를 취하는 게 인상 깊었다.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델들이나 취할 포즈를 취하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 앞에서 공쥬님 사진도 찍어주고 싶었는데, 당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겨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갈등은 모네 그림을 보던 중 생겼는데, 난 ‘바닥에 가방을 절대 내려놓지 마세요. 테러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주인 없이 놓여진 가방 발생 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뉘앙스의 안내방송을 들었고, 공쥬님은 모네 그림을 보는 것에 들떠 방송을 듣지 못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큰 소리 내지 않으며, 오해 받을 일을 하지 않는 안동 장(張)씨인 나는 공쥬님이 그림과 함께 셀카를 찍으려 잠시 내려놓은 가방에 마음이 불편해졌고, 얼른 가방부터 집어 들라고 재촉했다. 공쥬님은 내게 “그럼 (네가)좀 들고 있으면 되잖아.”라고 이야기를 했고, 난 외투를 맡길 수 없어서 실내에서 패딩을 입고 있는데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고, 거기다 한 손에는 DSLR을 들고 있는 와중에 그런 얘기를 들으니 좀 답답한 마음이 되었다. 여하튼 그래서 정말 별 것 아닌 일로 서로 감정이 상했는데, 때문에 저기 가서 사진도 남기지 못하고 살짝 꿍해 있었던 게 후회가 된다.

 

 

 

그렇게 오르세 관람을 다 마치고는 루브르로 출발! 사진은 루브르 바로 앞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 원래 계획은 오랑주리 – 오르세 – 루브르를 다 보는 거였는데, 정말 널리 알려진 작품들만 힐끗힐끗 보고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루브르에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들어가 봐야 1시간도 못 볼 것 같아 다음 날 가기로 했다.

 

이제 막 파리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하루 일정에 ‘오랑주리 – 오르세’ 정도만을 넣길 권한다. 그러고는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다녀온 도쿄여행에서도 느낀 건데, 하루에 두 곳 정도를 반나절씩 나눠서 일정을 잡는 게 몸과 마음 모두에 편하며 여유롭게 즐기며 둘러볼 수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둘러보고는 루브르의 야경을 몇 컷 찍고 돌아왔다. 그 야경 사진과 본격적인 루브르 탐방은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 놓기로 하자. 자 그럼, 다들 편안한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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