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하던 구남친, 왜 다시 연락했을까?

by 무한 2017. 10. 11.

그러니까 이런 경우, 내가

 

“연락이 와서 만났고, 일단 둘 다 연애하기 전까지만 만나보자는 식으로 상대가 말했고, 이후에 손을 한 번 잡아 보자거나 잠깐만 안아보자는 얘기를 했죠? 이후엔 그냥 그렇게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며 질질 끌다가 어찌어찌 둘 다 집에 안 들어갔고, 그런 뒤엔 다시 또 흐지부지 되는 상황인 거죠?”

 

라는 질문을 하면, 98.72%의 확률로 “네, 네, 네, 네.”의 대답이 돌아온다.

 

 

 

이것에 대해 내가 10년 전부터 ‘옛집 그리워 다시 한 번 들러보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야기하기도 했고, 또 저렇게 연락이 오거나 상대가 찾아올 경우 그 날은 돌려보내고 나중에 낮에 다시 만날 약속을 잡으란 얘기까지를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 근데 얘는, 그 정도로 그럴 애는 아니에요. 그리고 저도 무작정 얘 말에 넘어가서 막 쉽게 그렇게 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얘가 제게 절실하게 매달리거나 그럴 수 없었던 건, 헤어지고 주변에 제 욕을 엄청 해놔서 절실히 매달려 사귀기엔 자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겠죠. 스킨십 때문에도 아닌 것 같은 게, 어차피 다시 만나도 장거리라 자주 보진 못하거든요.”

 

라며 오히려 상대 변호에 열을 올린다.

 

 

다른 사람들이 특별히 좀 더 멍청해서, 또는 그들의 연인은 원래 ‘그럴 애’였던 거라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절대 아니다. 남들이라고 해서 연인이 겨우

 

“야, 너 나랑 비밀로라도 만나볼 거야 말 거야? 대답 안 하면 나 간다.”

 

라고 묻는데 거기에 “마, 만날 거야.”라고 대답한 후 같이 쉬러 가는 것 아니며, 그들 역시 대략 두어 시간 정도의 탐색과 작은 스킨십 시도, 그리고 추억과 친밀함을 2:1의 비율로 버무려 던지는 밑밥에 서서히 긴장을 놓다가 걸려들게 된 거다. 그들도 다 뜬금없는 드라이브나 산책의 과정을 거치며, SNS차단 했냐 안 했냐, 카톡 지웠냐 안 지웠냐, 선물 버렸냐 안 버렸냐, 누구누구는 헤어졌다니까 뭐라고 하더냐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뭐 또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하겠다면서

 

“떠보는 말 하지 말고 진심을 말해.”

“내가 잡을 때는 거절하더니,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리가 다시 만나면 맞춰갈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만나서 또 싸우게 되면 어쩔 건데? 그때도 헤어지자고 할 거야?”

“진짜로 지금 무슨 감정으로 말하는 건데? 솔직하게 말해봐.”

 

등의 질문을 하고 답을 듣긴 하는데, 사실 저런 질문엔 이미 문제에 답이 포함된 까닭에 ‘무슨말을 해야 정답일지’를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헤어지고 난 후로 지금까지 계속 생각나더라, 다 맞을 순 없겠지만 노력해볼 순 있을 거라 생각한다, 두 번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여기 널 보러 온 게 내 마음이다, 뭐 요 정도의 대답이면 일단 낙제할 일은 없는 것 아닌가. 심한 경우,

 

“꿈에 네가 나타나서 이렇게 찾아왔다.”

 

라는 애매한 대답을 하는 사례도 있는데, 바로 정답으로 채택하기 힘든 저 질문엔

 

“무슨 꿈이었는데? 꿈에서 어떻게 했는데?”

 

라며 추가 질문을 한 후 꿈 얘기를 듣곤 정답으로 채택하기도 한다.

 

또 그들의 상대 역시, 저렇게 ‘이쪽은 원헌드레드 퍼센트 미련과 후회가 남아있다’는 밑밥을 던진 후, 제대로 떡밥을 달아 질문공세를 시작하곤 한다.

 

“난 계속 생각했는데, 넌 내 생각 진짜 안 났어?”

“난 어떻게 연락할까 고민했는데, 넌 연락하고 싶었던 적 없었어?”

“넌 나 다 정리한 거야? 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굳이 저 질문에 대답까지 하지 않아도, 이미 저 질문을 꺼내고 그걸 또 열심히 듣고는 진지하게 대답해줄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찌는 들어간 거다. 입질이 보였으니, 챔질. 그 결과는 다음 날

 

“제가 미친 게 맞아요. 거절을 못했어요. 모질게 못 내치고는 그만….”

 

이라는 사연으로 적힌 후 내게 보내진다.

 

아니 뭐 그렇게라도 다시 만나 분홍분홍한 관계로 복귀하는 거라면 모로 가도 서울엘 갔으니 됐다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래놓고는 십중팔구

 

“복수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만나서 뭐라고 쏴줄까요? 아니면 아예 만나지도 말고 차단?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말하고 차단할까요? 친구들은 계속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대답하면서 만나주지 말고 골탕 먹이라던데요.”

 

라는 질문을 하는 까닭에 난 오늘도 뻑뻑한 눈을 비비며 사연을 읽어야 한다.

 

 

바보라서가 아니라 아직 미련이 남아서, 이쪽엔 아직 예전 그 마음이 남아있기에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거, 나도 안다. 그래서 상대가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머리로 잘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믿어보고 싶은 것일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미련과 기대는 ‘아니면 말고’의 마음으로 그저 찔러만 보려는 사람에게 이쪽을 점점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그저 딱 한 번 정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마는 거라면 그냥 뭐 밟은 셈 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한 번 그렇게 낚시에 성공한 사람은 그곳을 자신의 비밀 포인트로 두고는 계속 찾기 마련이며, 심한 경우 5년 넘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보험으로 삼아두기도 한다. 물론 같은 얘기에 계속 넘어갈 바보는 없으니, 나중엔 결혼이란 미끼를 달기도 하고 부모님을 소개해주는 액션을 취하기도 하며 끝까지 그 어장에 묶어두려 하기도 한다. 난 그런 대원들에게

 

“쟤가 찾아오는 시점을 보세요. 이도저도 안 될 때만 오잖아요. 다쳐서 꼼짝도 할 수 없으면 그제야 연락해서 수발들게 만들기도 하고, 그러다 낫고 나면 또 나가서 노느라 정신없잖아요. 엄마에게 인사시키는 거, 그게 정말 별 거 아닌 사람들도 있어요. 인사 시키고는 아무 것도 안 하잖아요. 그것에 대해 이쪽이 말하면, ‘난 널 엄마에게까지 인사시켰는데 넌 의심이나 하고 여전히 불만만 많다’면서 이쪽을 이상한 사람 만들잖아요. 알지도 못하는 친구 이름 대며 놀러 다니고 걸핏하면 끝내겠다는 위협하는 게 저 사람입니다. 지금 이게 어떤 상황인지를 보세요. 쟨 그렇게 팽개쳐놓고는 지가 아쉬워지면 이쪽이 좋아할만한 뭐 하나 사들고 와서는 쿨한 척 재회신청을 하는 건데, 전화번호 바꾸세요. 비밀번호 바꾸세요. 가능하면 이사라도 가세요. 물리적으로라도 떨어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라는 이야기까지 침을 튀겨가며 하는데, 그 대원들은

 

“무한님도 이제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저, 진짜 마지막으로 이번 한 번만 해보려고요. 말리던 친구들도 이제는 포기한 채 제 얘기 들어주지도 않고, 이렇게 무한님께 같은 사연 계속 보내는 게 제가 봐도 한심해요. 그런데 그걸 다 감안하고서라도, 이제 더는 떨어질 바닥도 없으니, 이번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해보려고요.”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니….

 

뭐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더라도 난 사연을 또 읽고 함께 답을 찾아보겠지만, 그러는 동안 청춘은 다 가버리고 스물여덟이었던 대원은 서른셋이 되어 자신의 연애는 이제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더욱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런 늪에 빠져 목만 내밀게 될 때까지 상대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리진 말았으면 한다. 자기 외롭고 심심할 때에만 그럴 뿐 오늘 날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지금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애써 묻고 따져가며 정리하거나 복수할 것 없이, 그냥 울타리 바깥에 두자.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바닥치고 나와 새 사람 만나 결혼하면, 내겐 게임초대나 보낸다는 게 함정.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