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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스펙 좋고 매너 좋던 남친의 이별통보, 오해 때문일까요?

by 무한 2017. 10. 24.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오해 때문에 남친이 이별을 결심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해는 구실일 뿐이며, 이별사유는

 

-좀 쉽고 편하게, 터치 받을 일 없이 만나며 그저 내가 잘해주면 고마워하는 연애

 

를 하고 싶었던 남친이,

 

-이 연애에도 의무와 책임이 필요함. ‘내 맘대로’ 다 할 수는 없음.

 

이라는 걸 깨닫고는 관계를 폐업하기로 한 거라 보면 되겠다.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은 내게

 

“저는 ‘무조건 이사람 아니면 안 돼. 붙잡아야 해!’의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만나는 중에 제가 너무 을의 위치에서 연애를 한 것 같아, 재회를 한다면 이전에 만나면서 느꼈던 속상한 부분들이 둘 다 서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상황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난 S양의 사연에 대해

 

-S양이 을의 위치에 서지 않았다면, 상대와 여기까지도 연애할 수 없었을 것.

 

이라 본다. 때문에 재회가 어려운 건 물론이고, 운 좋게 재회한다 해도 관계의 수평을 맞추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연애 후 S양의 남친은 데이트 시간, 장소, 코스를 모두 마음대로 정했고, 스킨십 진도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걸 ‘실망’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우린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했고 말이다.

 

S양은 ‘대화로 그런 부분을 잘 해결해서 만남을 이어갔다’고 했는데, 결론만 놓고 보자면 결국 그 ‘해결’이라는 것은 남친이 원하는 방향으로 S양이 따르기로 한 것이거나, S양이 ‘그런 건줄 몰랐다 앞으로는 잘해보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각색요청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짚어 말하기가 어려운데, 여하튼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이 사연에선 S양에 대한 남친의 존중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만 하는 것에 대해 S양이 의문을 제기하면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다 좋지 않냐’고 말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자긴 원래 그런 사람이니 터치 하지 말라고 말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면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S양은 이 연애를

 

-내가 남친의 리드를 따를 때면 그는 매너 좋고 자상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가 실망했다. 이번 이별 사유 역시 내가 아예 말도 안 꺼내고 그냥 참고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안 벌어졌을 일인데, 내가 그래버려서 헤어지게 됐다. 아니, 어찌 보면 내가 연애를 하면서 ‘컴플레인을 하면 절대 안 되는 을의 입장’을 만들어 간 것 같다. 다시 재회해서는, 을의 입장을 벗어난다면 잘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듯 보이는데, 난 S양과는 전혀 다르게

 

-남친이 정한 ‘허용선’ 내에 있으면 먹이 주듯 다정함을 베풀어주는 연애.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려 들거나 권리를 찾으려 하면 이별로 위협하는 연애. 무엇이든 남친이 그러고 싶을 때만 그럴 수 있으며, 여친 쪽에서는 찍소리도 내선 안 되는 연애. 만약 약간의 불평이라도 말하려 들면 끝장인 연애. 결혼 얘기 꺼낼 경우 ‘결혼할 사람 찾으려는 여자’로 낙인찍힌 후 그런 얘기 불편하니 꺼내지 말라는 소리 듣는 연애.

 

라고 생각한다. 이게 진짜 상대의 말대로 ‘오해’ 때문에 벌어진 이별이라면, 그에게 S양에 대한 애정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을 경우 오해에 대한 해명이든 변명이든 들어볼 액션이라도 취하는 게 정상적인 건데, 그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채 S양이 뭐라고 하든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 또 정상적인 연애가 맞다면 연인더러

 

“네가 날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연애 해봤는데, 오래 가지 못했다. 그렇게 될 조짐이 보이니 차라리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난 S양이, 이 괴상하고 황당한 관계를 그만 내려놨으면 한다. 나도 10년간 근자감과 권위의식 쩌는 사람들에 대한 사연 많이 받아봤는데, 이 정도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정말 내 그런 부분이 문제인 건가?’ 하고 있으면 S양까지 이상한 사람 될 수 있으니, 연인을 자신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관절인형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과는 이쯤에서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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