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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타 부서 남자와 갠톡까진 하는데, 제게 관심 없는 거겠죠?

by 무한 2017. 10. 13.

J양이 용기를 내 상대와의 사적인 창구를 개척한 것엔 박수를 보낸다. 그 용기 덕분에 시작은 참 좋았는데, 이후에도 계속 용기만 더 내려하는 까닭에 상황은 좋지 않아지고 말았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용기를 내 J양에게 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러고는 일주일간

 

“혹시 만나는 사람 있으세요?”

“저랑 언제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혹시 제가 이렇게 연락하는 게 부담스러우신가요?”

“제가 커피 한 잔 하자고 한 게 부담스러우시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가끔씩 이렇게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제가 톡 보내는 게 부담스럽거나 한 건 아니시죠?”

 

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라면, 필연적으로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지는 것 아닐까? 이걸 이렇게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J양도 ‘아오,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지?’할 수 있는데, 저 문장들은 J양이 상대에게 한 말들에서 뽑아온 거다. J양의 대화에선, 예의 상 안부 묻는 대여섯 줄의 카톡대화 후, 저런 멘트들이 반드시 튀어나온다.

 

 

 

사실 이런 ‘대답 들어 확인하기 위주의 대화’는 금사빠인 남성대원들이 주로 벌이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서 몇 차례 이야기한 적 있긴 하다. 난 그들에게

 

-약속 잡는 수단으로만 카톡을 사용하지 말 것.

-상대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지, 연애할 생각만 해선 안 됨.

-백 마디 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떠보는 걸로만 사용하진 말 것.

-부담은 주는 쪽에서 안 줘야 하는 거지, 받거나 갖지 말라고만 말할 게 아님.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걸, 물어 확인 받곤 또 재차 물어 확인하려 하면 곤란함.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J양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J양 - 아까 멀리서 지나가시는 거 봤어요 ㅎ

상대 - 복도 쪽에 계셨죠? 저도 봤어요 ㅎ

J양 - 전 가까이서 뵙고 싶은데, 이번 주에 시간 괜찮으세요?

상대 - 아 이번 주엔 제가 어디어디를 가야해서….

 

J양에게 ‘약속 못 잡아 죽은 귀신’이 붙은 것 같으니 굿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건 훼이크고, 저렇게 ‘기-승-전-시간 언제 괜찮으세요?’의 화법만을 사용하느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날리진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가 J양의 연락에 전혀 부담 안 느끼고 만날 시간 많다고 해도, 상대와 친해지지 못한다면 둘은 그냥 남일 뿐 저절로 가까워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또, 친해짐의 과정은 자주 대화하고 종종 만나는 중에 시나브로 이루어지는 거지, 이쪽의 희망사항을 상대에게 말로 주문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J양에게 호감을 가진 채 연락하는 사람인데, 계속해서

 

“마주치면 알은 척 좀 해 주세요. 눈인사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J양 못 봤네요. 어디 계셨어요? 눈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절 보셨어요? 저 뭐 입고 있었는데요? 그럼 눈인사라도 해주시지.”

 

라는 이야기를 하면, 역시나 ‘눈인사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은 사람처럼 보이며 관찰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무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눈인사를 해달라느니, 커피를 마시자느니, 시간 언제 되냐느니 하는 질문만을 하면 당연히 부담스러운 것이고 말이다.

 

 

이런 행동만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고 먼저 다가가는데도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역시나 저 사람은 내게 관심이 없나보네….’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저런 급격한 들이대감과 기대만을 노출할 게 아니라, 추석 후에는 추석 잘 보냈냐는 이야기 하면서 상대의 사정을 좀 파악할 수도 있고, 부서이야기를 자연스레 꺼내며 상대의 상황도 알 수 있고, 또 어제 치킨 먹었다고 하면 무슨 치킨 먹었냐고 물어보며 난 어느 치킨이 좋더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못 먹어본 걸 상대가 먹어봤다고 하면 나도 그거 한 번 도전해보겠다 할 수 있고, 상대가 말한 것보다 더 맛난 걸 내가 알면 그걸 소개해줄 수도 있으며, 아니면 그걸 구실로 같이 밥 먹을 약속을 잡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단, J양의 경우 이걸 또 '기-승-전-그럼 같이 먹어요'로만 사용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용기를 낸다며 오늘 막 풀악셀 밟아 약속 잡으려 던지거나 떠보고, 그게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시동 끈 채 내일 다시 다른 주제로 풀악셀 밟아가며 가속만 하는 건 그만두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당장 상대가 내게 호감을 가진 모습을 안 보인다고 해서 영영 관계가 못쓰게 되는 것도 아니니, 서로 숨통이 트이는 관계로 시작해 점점 응원하고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관계가 되는 걸 목표로 하자.

 

현재 J양은 ‘상대와 만날 약속을 잡는 것’에만 너무 꽂힌 나머지, 상대의 스케줄을 묻는 것도 ‘일정 비는 날 찾아 약속 잡으려는 목적’으로만 묻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상대라는 사람이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며 무엇에 관심을 둔 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생각하며 대해보길 권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렇게 알아가다 보면 저절로 친해질 수 있는 걸, ‘당장 나랑 만나고 연락하고 나아가 사귈 생각이 있는 건지?’를 알아보려 떠보고 확인하고 되묻고 하며 망치진 말자.

 

낚시터에서도 옆사람과 미끼 뭐 쓰는지, 주로 어디서 낚시하는지, 채비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수다 떨다 보면 나중에 내가 큰 거 잡아 곤란할 때 상대가 뜰채도 대주고, 자기 채비 꺼내서 달아주고, 자기가 잡은 고기 가져가겠냐며 묻고 하게 되는 법이다. 그런 과정 없이 그냥 다가가 “고기 잡은 거 저 주시면 안 돼요?”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J양은 현재 “제가 고기 달라고 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부담스러우시면 말해주세요. 전 괜찮아요.”하고 있는 것과 같으니, 너무 급하게 저돌적으로만 들이대지 말고 찬찬히 수다 떨며 친해지는 것부터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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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낚시가 가고 싶다. 고기 잡아 배 위에서 곧바로 회 떠 먹고 싶다. 뭐라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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